[이슈&한반도] 대통령 공백…美 “북핵 새 접근법 필요”

입력 2017.03.18 (07:50) 수정 2017.03.1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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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통령 공백 상황과 조기 대선이 본격화면서 국내 정치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리더십 위기가 자칫 안보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한미동맹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세나라를 순방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역설해 주목됩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과 과제를 <이슈 앤 한반도>에서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시속 200킬로미터로 날던 항공기.

고도를 낮춰 갑판 활주로에 내려앉자 강철 선이 꼬리날개 아래 걸쇠를 잡아채 단 4초 만에 정지합니다.

축구장 세 배 크기에 최고 아파트 25층 높이, 승조원 5천여 명.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입니다.

미 해군 주력전폭기 슈퍼 호넷 등 군용기 70여 대를 실은 채 호위 전단과 함께 한반도에 왔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참가를 위해섭니다.

<녹취> 제임스 킬비(美 해군 칼빈슨 항모전단장/지난 15일) : “(독수리훈련의 일환으로) 이곳 동해상에서 지난 1주일 동안 한국 해군의 문무대왕함, 전북함과 훈련해 왔습니다.”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이 이번 한미연합훈련의 핵심.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주일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B와 괌에 배치된 B-1B전략폭격기 등이 출격해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기지와 지도부를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합니다.

북한이 수도권 지역으로 발사한 저고도 미사일은 패트리엇 포대가, 수도권 이남으로 날아오는 고고도 미사일은 사드가 요격하는 중첩 미사일 방어체계도 집중 점검합니다.

사드 발사대 두 기가 한국에 들어온 지 열흘 만에 사드의 핵심 장비인 엑스밴드 레이더도 도착했습니다.

120도 각도로 최대 800km까지 적의 미사일 움직임을 탐지하고, 요격 미사일을 유도합니다.

이 같은 한미 군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녹취> 北 외무성 대변인 담화(지난 14일) :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군대의 초정밀 타격이 지상과 공중, 해상과 수중에서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입니다”

북한은 유엔에서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했습니다.

한미 두 나라의 연합 훈련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 훈련인데도,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계속 핵 개발을 하겠다는, 본말전도의 주장을 했습니다.

<녹취> 김인룡(유엔 주재 北 차석대사/지난 14일) :“북한의 자기 방어 능력과 핵 무기력에 의한 선제타력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감시와 도발 억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미사일 도발 등을 통해 노골적인 개입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정황도 포착돼,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달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의 위성사진입니다.

38노스는 2번 갱도 입구에서 대규모 굴착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했을 때, 갱도 입구 쪽에 쌓인 폐석 더미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는 겁니다.

2번 갱도는 그동안 네 차례의 핵실험을 한 곳으로, 6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38노스의 분석입니다.

한국에서 5월 초 대선이 실시되고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핵 도발 준비 정황이 포착된 것입니다.

<인터뷰>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시키고 그것을 기초로 대남, 대미 담판을 짓겠다 하는 그런 쪽으로 환경이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고 봐야겠죠. 근데 종래에 경과를 보면 북한이 그렇게 의도했다 해서 꼭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만, 항상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하는 것이 또 북한의 행태입니다.”

실제 북한은 대선과 총선 등 우리의 주요 정치 일정 때마다 개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불과 한주 앞둔 12월 12일,

<녹취> 조선중앙TV(2002년 12월) : “핵동결을 해제하고 전력 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하기로 했다. ”

북한은 핵동결 해제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하더니, 다음 달에는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하며 2차 북핵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습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의 남측 인원을 철수시키고, 다음 날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2012년 대선 한주 전에는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해, 북한 발 이슈에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前 국정원 1차장) : “이른바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한미 간의 동맹의 갈등을 유발해서 북한에게 보다 우호적인 정책과 전략을 쓰게 유도를 하는 그 전략이 극대화 되는 것이 남한의 대선 정국입니다. ”

북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선고 소식을 발생 2시간 여 만에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일) :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대중적 투쟁이 줄기차게 벌어진 가운데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선고했습니다.”

북한이 남한 상황을 이처럼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난 해 10월, 탄핵 정국이 시작된 뒤 북한은 줄곧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탄핵 찬성 집회 소식을 상세히 전해왔습니다.

북한은 탄핵에 이어 대선 기간, 각종 도발과 선전선동을 통해 국내 정치 상황에 개입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前 국정원 1차장) : “우리는 우리식, 합리적인, 논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북한이 과연 이른바 남조선에서 북풍을 불러일으켜가지고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은 위기관리방식이 병영국가 방식이라 자기들이 판단해서 적시라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거고 작년에도 핵 실험을 두 번이나 했어요.”

5월 9일 대통령 선거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 안보 정책의 틀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 해결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요.

다음 달 초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에 앞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세 나라를 순방하고 있습니다.

승객 3천 명을 태울 수 있는 크루즈선.

중국을 출발해 일본을 오가는 길에 연말까지 14차례 부산항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모두 취소됐습니다.

<녹취> 최희곤(크루즈 대리점 이사) : “배가 그냥 공해상에 머물다가 일본 한 항구에만 기항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그런 기항 일정을 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한국 관광 상품 판매와 크루즈선 한국 접안을 금지시키며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중국 선양의 롯데 백화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여성.

마트에 진열된 과자 봉지를 눌러 내용물을 부순 뒤 제자리에 놓고 주스 뚜껑을 따 마신 뒤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습니다.

롯데마트라고 쓰인 출입구에서 양손을 치켜세운 뒤 침을 뱉고 사라집니다.

<녹취> 中 온라인 매체(‘소후’보도) : “이 여자가 생중계 방송에 사용한 플랫폼에서 이미 명확한 근거 자료가 확보됨에 따라 공안 기관에 넘겨 처리한다고 통보했다. ”

이 여성이 사흘 만에 체포되고 롯데마트 주변 시위가 공안의 봉쇄로 무산되는 등 최근 중국 당국이 일정 부분 상황을 통제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중국 ‘소비자의 날’에도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미디어의 집중 공격은 없어 중국 당국이 사드 보복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경제 보복이 중국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사드 문제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중국 내에서 나옵니다.

<녹취> 짜오징싱(中 언론인) : “한중관계가 향후 완전히 붕괴될 경우, 결국 우리 중국 스스로에게 손해입니다.”

<인터뷰>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 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이 문제가 우리 안보 위주라는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잡아서 다뤄나가는 것이 출발점일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중국과 양자협의도, 미국을 포함한 3자 합의 등도 좀 더 치열하고 열심히 하면 좋겠고,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보복 조치 등에 대해서는 그냥 있지는 말고요. 양자 무역 관련 절차라든가 등을 동원해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국제사회가 이걸 좀 알게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 같은 한중간 사드 갈등과 그 출발점인 북한의 핵 위협, 그리고 한일 간 소녀상 마찰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중일 세 나라를 순방하고 있습니다 .

틸러슨 장관은 특히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한 뒤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과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美 국무장관/지난 16일) : “북한이 다른 생각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국이 생각하는 진전된 조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

틸러슨 장관은 오늘은 중국을 방문해 다음 달 초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인데, 사드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입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前 국정원 1차장) : “틸러슨도 이번에 한국과 중국과 일본을 같이 가는 것도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틸러슨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전략 삼각의 공조를 확고히 해야 되고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더 이상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미해 신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북핵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정부도 리더십 위기가 안보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녹취> 황교안(대통령 권한대행/지난 10일) :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 확실히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주시길 바랍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든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안보 문제만큼은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합니다.

<인터뷰>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 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이 나름의 역할을 해서 한국의 외교, 안보 국익에 대한 중심적 담론을 이끌어가고 그걸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정치권이나 정치인들도 그것으로부터 아주 동떨어진 행보를 하기는 어렵게 되고 그런 중심적 담론을 중심으로 그 범위 내에서 정책 대안을 논의하고 선거 때 공약을 하고 그렇게 되겠죠. ”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국내 정치는 급격한 변화기를 맞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가다듬고 다음 달 초 미중 정상회담으로 강대국간 거래의 장이 열릴 전망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새롭게 짜는 과정에서 자칫 소외되거나 중요한 국가 이익을 훼손당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단합된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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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대통령 공백…美 “북핵 새 접근법 필요”
    • 입력 2017-03-18 06:50:49
    • 수정2017-03-18 08: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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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통령 공백 상황과 조기 대선이 본격화면서 국내 정치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리더십 위기가 자칫 안보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한미동맹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세나라를 순방하며 북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역설해 주목됩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과 과제를 <이슈 앤 한반도>에서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시속 200킬로미터로 날던 항공기.

고도를 낮춰 갑판 활주로에 내려앉자 강철 선이 꼬리날개 아래 걸쇠를 잡아채 단 4초 만에 정지합니다.

축구장 세 배 크기에 최고 아파트 25층 높이, 승조원 5천여 명.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 호입니다.

미 해군 주력전폭기 슈퍼 호넷 등 군용기 70여 대를 실은 채 호위 전단과 함께 한반도에 왔습니다.

한미연합훈련 참가를 위해섭니다.

<녹취> 제임스 킬비(美 해군 칼빈슨 항모전단장/지난 15일) : “(독수리훈련의 일환으로) 이곳 동해상에서 지난 1주일 동안 한국 해군의 문무대왕함, 전북함과 훈련해 왔습니다.”

북한의 핵위협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이 이번 한미연합훈련의 핵심.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주일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B와 괌에 배치된 B-1B전략폭격기 등이 출격해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기지와 지도부를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합니다.

북한이 수도권 지역으로 발사한 저고도 미사일은 패트리엇 포대가, 수도권 이남으로 날아오는 고고도 미사일은 사드가 요격하는 중첩 미사일 방어체계도 집중 점검합니다.

사드 발사대 두 기가 한국에 들어온 지 열흘 만에 사드의 핵심 장비인 엑스밴드 레이더도 도착했습니다.

120도 각도로 최대 800km까지 적의 미사일 움직임을 탐지하고, 요격 미사일을 유도합니다.

이 같은 한미 군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녹취> 北 외무성 대변인 담화(지난 14일) :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우리 군대의 초정밀 타격이 지상과 공중, 해상과 수중에서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입니다”

북한은 유엔에서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미연합훈련을 맹비난했습니다.

한미 두 나라의 연합 훈련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응 훈련인데도,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계속 핵 개발을 하겠다는, 본말전도의 주장을 했습니다.

<녹취> 김인룡(유엔 주재 北 차석대사/지난 14일) :“북한의 자기 방어 능력과 핵 무기력에 의한 선제타력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감시와 도발 억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미사일 도발 등을 통해 노골적인 개입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정황도 포착돼,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달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의 위성사진입니다.

38노스는 2번 갱도 입구에서 대규모 굴착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했을 때, 갱도 입구 쪽에 쌓인 폐석 더미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는 겁니다.

2번 갱도는 그동안 네 차례의 핵실험을 한 곳으로, 6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38노스의 분석입니다.

한국에서 5월 초 대선이 실시되고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핵 도발 준비 정황이 포착된 것입니다.

<인터뷰>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강화시키고 그것을 기초로 대남, 대미 담판을 짓겠다 하는 그런 쪽으로 환경이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으면 하고 봐야겠죠. 근데 종래에 경과를 보면 북한이 그렇게 의도했다 해서 꼭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만, 항상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하는 것이 또 북한의 행태입니다.”

실제 북한은 대선과 총선 등 우리의 주요 정치 일정 때마다 개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불과 한주 앞둔 12월 12일,

<녹취> 조선중앙TV(2002년 12월) : “핵동결을 해제하고 전력 생산에 필요한 핵시설들의 가동과 건설을 즉시 재개하기로 했다. ”

북한은 핵동결 해제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하더니, 다음 달에는 핵확산금지조약 NPT를 탈퇴하며 2차 북핵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갔습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개성공단 남북경협사무소의 남측 인원을 철수시키고, 다음 날 서해상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2012년 대선 한주 전에는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해, 북한 발 이슈에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前 국정원 1차장) : “이른바 남남 갈등을 유발하고 한미 간의 동맹의 갈등을 유발해서 북한에게 보다 우호적인 정책과 전략을 쓰게 유도를 하는 그 전략이 극대화 되는 것이 남한의 대선 정국입니다. ”

북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선고 소식을 발생 2시간 여 만에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0일) :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대중적 투쟁이 줄기차게 벌어진 가운데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선고했습니다.”

북한이 남한 상황을 이처럼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난 해 10월, 탄핵 정국이 시작된 뒤 북한은 줄곧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탄핵 찬성 집회 소식을 상세히 전해왔습니다.

북한은 탄핵에 이어 대선 기간, 각종 도발과 선전선동을 통해 국내 정치 상황에 개입을 시도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前 국정원 1차장) : “우리는 우리식, 합리적인, 논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북한이 과연 이른바 남조선에서 북풍을 불러일으켜가지고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은 위기관리방식이 병영국가 방식이라 자기들이 판단해서 적시라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거고 작년에도 핵 실험을 두 번이나 했어요.”

5월 9일 대통령 선거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 안보 정책의 틀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 위협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등 해결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요.

다음 달 초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에 앞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세 나라를 순방하고 있습니다.

승객 3천 명을 태울 수 있는 크루즈선.

중국을 출발해 일본을 오가는 길에 연말까지 14차례 부산항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모두 취소됐습니다.

<녹취> 최희곤(크루즈 대리점 이사) : “배가 그냥 공해상에 머물다가 일본 한 항구에만 기항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그런 기항 일정을 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한국 관광 상품 판매와 크루즈선 한국 접안을 금지시키며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중국 선양의 롯데 백화점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여성.

마트에 진열된 과자 봉지를 눌러 내용물을 부순 뒤 제자리에 놓고 주스 뚜껑을 따 마신 뒤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습니다.

롯데마트라고 쓰인 출입구에서 양손을 치켜세운 뒤 침을 뱉고 사라집니다.

<녹취> 中 온라인 매체(‘소후’보도) : “이 여자가 생중계 방송에 사용한 플랫폼에서 이미 명확한 근거 자료가 확보됨에 따라 공안 기관에 넘겨 처리한다고 통보했다. ”

이 여성이 사흘 만에 체포되고 롯데마트 주변 시위가 공안의 봉쇄로 무산되는 등 최근 중국 당국이 일정 부분 상황을 통제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중국 ‘소비자의 날’에도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미디어의 집중 공격은 없어 중국 당국이 사드 보복 수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경제 보복이 중국에도 악영향을 준다며 사드 문제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중국 내에서 나옵니다.

<녹취> 짜오징싱(中 언론인) : “한중관계가 향후 완전히 붕괴될 경우, 결국 우리 중국 스스로에게 손해입니다.”

<인터뷰>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 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이 문제가 우리 안보 위주라는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잡아서 다뤄나가는 것이 출발점일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중국과 양자협의도, 미국을 포함한 3자 합의 등도 좀 더 치열하고 열심히 하면 좋겠고,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보복 조치 등에 대해서는 그냥 있지는 말고요. 양자 무역 관련 절차라든가 등을 동원해서 지금보다는 조금 더 국제사회가 이걸 좀 알게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 같은 한중간 사드 갈등과 그 출발점인 북한의 핵 위협, 그리고 한일 간 소녀상 마찰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미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중일 세 나라를 순방하고 있습니다 .

틸러슨 장관은 특히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한 뒤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과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美 국무장관/지난 16일) : “북한이 다른 생각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국이 생각하는 진전된 조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

틸러슨 장관은 오늘은 중국을 방문해 다음 달 초 미중 정상회담의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인데, 사드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입니다.

<인터뷰> 남주홍(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前 국정원 1차장) : “틸러슨도 이번에 한국과 중국과 일본을 같이 가는 것도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틸러슨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전략 삼각의 공조를 확고히 해야 되고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더 이상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미해 신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북핵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정부도 리더십 위기가 안보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녹취> 황교안(대통령 권한대행/지난 10일) :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도발 시 확실히 응징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주시길 바랍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든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안보 문제만큼은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합니다.

<인터뷰>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 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이 나름의 역할을 해서 한국의 외교, 안보 국익에 대한 중심적 담론을 이끌어가고 그걸 제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정치권이나 정치인들도 그것으로부터 아주 동떨어진 행보를 하기는 어렵게 되고 그런 중심적 담론을 중심으로 그 범위 내에서 정책 대안을 논의하고 선거 때 공약을 하고 그렇게 되겠죠. ”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국내 정치는 급격한 변화기를 맞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가다듬고 다음 달 초 미중 정상회담으로 강대국간 거래의 장이 열릴 전망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를 새롭게 짜는 과정에서 자칫 소외되거나 중요한 국가 이익을 훼손당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단합된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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