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사상가 다산 정약용의 산수화…세상에 나오다!

입력 2017.03.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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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대표적 실학사상가인 다산 정약용. 주로 학문적으로 조명을 받았던 다산이 그림을 남겼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산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서화와 친필이 최근 대거 발굴돼 일반에 공개됐다.

산수도(山水圖), 조선후기/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산수도(山水圖), 조선후기/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그림을 잘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다산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수묵산수화를 본 첫인상은 절제와 꼼꼼함이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세세하게 담아낸 붓질과 담담한 색채. 그 그림 속엔 학문에 빈틈없던 다산의 꼿꼿함과 그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했다.

산수도 中 다산 정약용의 칠언절구 제시(題詩)산수도 中 다산 정약용의 칠언절구 제시(題詩)

이 수묵산수화에서 또 눈에 띄는 건 바로 칠언절구의 제시(題詩)이다. "사각사각 구름 낀 숲에 작은 얼굴 열리니 아마도 하늘바람 이곳으로 불어오겠지. 풀 언덕 작은 정자 누가 지었을까. 폭포 떨어지는 물소리, 산꼭대기까지 메아리치네." (해석: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라는 내용의 이 시 마지막엔 다산임을 확인할 수 있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 글자는 바로 열초(洌樵)! 다산은 한강을 열수(洌水)라 불렀고, 강진 유배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자신의 별호를 '열초(洌樵)' 등이라 해 한강에 사는 사람임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 작품에는 소장자였던 정조의 부마 홍현주의 직인이 찍혀있다.

이 작품을 두고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은 "다산의 시로서 친필로 확인이 되고 기존에 알려져 있는 (다산의)그림들, 문인화풍의 그림이 일치하기 때문에" 이 그림을 다산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 1796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 1796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 中, 1796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 中, 1796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다산이 정조의 명으로 첨삭한 한시 운자 사전 '어정규장전운'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1796년 정조가 다산 정약용에게 내린 운자(韻字)사전 '어정규장전운'에 다산이 덧붙여 쓴 것이다.

다산은 이 책에 빼거나 더할 사항을 책 여백 위쪽에 썼다. 붉은색으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씨 가운데 신하로서 정약용이 썼음을 뜻하는 신용(臣鏞)이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현진자설'(玄眞子說) , 1814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현진자설'(玄眞子說) , 1814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현진자설'(玄眞子說) 中, 1814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현진자설'(玄眞子說) 中, 1814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814년 다산이 후학들에게 남기는 글을 직접 쓴 '현진자설'도 인상적이다. 우화 형식을 빌려 쓴 이 글에는 제자에게 두꺼비 등의 예를 들어 미리미리 자기 장점을 발견해 키워나가라는 주제가 담겨있다.

"두꺼비는 … 땅이 얼더라도 깊이가 몇 자가 되어 몸이 얼지 않는다. 일을 도모함에 미리 마음 씀씀이를 부지런히 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에서는 다산의 지극한 제자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안승준 한중연 고문서연구실장은 현진자설 바탕에 쓰인 글씨는 "단아하고 정밀하면서 우아한 글씨가 특징이라며 학자 특유의 내공 있는 글"이라 평가했다.

김영호/한국학중앙연구원 석좌교수김영호/한국학중앙연구원 석좌교수

이번에 공개된 40여 점의 다산 학술 자료들은 다산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김영호 한국학중앙연구원 석좌교수가 지난 2015년에 한중연에 기탁한 189점의 자료 중 일부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김영호 석좌교수는 연세대 실학연구교수로 일하던 1970년대부터 다산을 연구하며 사비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다산과 같이 통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보편성을 만들어 내는 철학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자료 공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약용 친시 시권 中, 1790년정약용 친시 시권 中, 1790년

이번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의 정신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자료들을 경기 성남 연구원 내 장서각에서 3월 20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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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학사상가 다산 정약용의 산수화…세상에 나오다!
    • 입력 2017-03-18 07:01:19
    취재K
조선시대 대표적 실학사상가인 다산 정약용. 주로 학문적으로 조명을 받았던 다산이 그림을 남겼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산의 정신세계와 예술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서화와 친필이 최근 대거 발굴돼 일반에 공개됐다.

산수도(山水圖), 조선후기/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그림을 잘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다산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수묵산수화를 본 첫인상은 절제와 꼼꼼함이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세세하게 담아낸 붓질과 담담한 색채. 그 그림 속엔 학문에 빈틈없던 다산의 꼿꼿함과 그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했다.

산수도 中 다산 정약용의 칠언절구 제시(題詩)
이 수묵산수화에서 또 눈에 띄는 건 바로 칠언절구의 제시(題詩)이다. "사각사각 구름 낀 숲에 작은 얼굴 열리니 아마도 하늘바람 이곳으로 불어오겠지. 풀 언덕 작은 정자 누가 지었을까. 폭포 떨어지는 물소리, 산꼭대기까지 메아리치네." (해석: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라는 내용의 이 시 마지막엔 다산임을 확인할 수 있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 글자는 바로 열초(洌樵)! 다산은 한강을 열수(洌水)라 불렀고, 강진 유배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자신의 별호를 '열초(洌樵)' 등이라 해 한강에 사는 사람임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 작품에는 소장자였던 정조의 부마 홍현주의 직인이 찍혀있다.

이 작품을 두고 안승준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은 "다산의 시로서 친필로 확인이 되고 기존에 알려져 있는 (다산의)그림들, 문인화풍의 그림이 일치하기 때문에" 이 그림을 다산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 1796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어정규장전운(御定奎章全韻) 中, 1796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다산이 정조의 명으로 첨삭한 한시 운자 사전 '어정규장전운'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1796년 정조가 다산 정약용에게 내린 운자(韻字)사전 '어정규장전운'에 다산이 덧붙여 쓴 것이다.

다산은 이 책에 빼거나 더할 사항을 책 여백 위쪽에 썼다. 붉은색으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글씨 가운데 신하로서 정약용이 썼음을 뜻하는 신용(臣鏞)이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다.

'현진자설'(玄眞子說) , 1814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현진자설'(玄眞子說) 中, 1814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1814년 다산이 후학들에게 남기는 글을 직접 쓴 '현진자설'도 인상적이다. 우화 형식을 빌려 쓴 이 글에는 제자에게 두꺼비 등의 예를 들어 미리미리 자기 장점을 발견해 키워나가라는 주제가 담겨있다.

"두꺼비는 … 땅이 얼더라도 깊이가 몇 자가 되어 몸이 얼지 않는다. 일을 도모함에 미리 마음 씀씀이를 부지런히 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에서는 다산의 지극한 제자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안승준 한중연 고문서연구실장은 현진자설 바탕에 쓰인 글씨는 "단아하고 정밀하면서 우아한 글씨가 특징이라며 학자 특유의 내공 있는 글"이라 평가했다.

김영호/한국학중앙연구원 석좌교수
이번에 공개된 40여 점의 다산 학술 자료들은 다산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김영호 한국학중앙연구원 석좌교수가 지난 2015년에 한중연에 기탁한 189점의 자료 중 일부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김영호 석좌교수는 연세대 실학연구교수로 일하던 1970년대부터 다산을 연구하며 사비로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다고 한다. 김 교수는 "다산과 같이 통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보편성을 만들어 내는 철학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자료 공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약용 친시 시권 中, 1790년
이번 공개된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의 정신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 자료들을 경기 성남 연구원 내 장서각에서 3월 20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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