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성욱 교수(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미중 북핵 해법 ‘6자회담 재개론’에 무게” ②

입력 2017.03.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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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3월 21일(화요일)
□ 출연자 : 남성욱 교수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미중 북핵 해법 ‘6자회담 재개론’에 무게”

[윤준호]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3국 순방을 마쳤습니다. 이번 순방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등 동북아 외교의 첫 시험대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히 중국 방문은 사드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민감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주목됐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던 틸러슨 장관, 중국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 입장을 보이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남성욱 교수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성욱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남성욱]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에 대해 짧게 평가해 주시죠.

[남성욱] 일단 학점으로 말하면 B학점으로 기대 이하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틸러슨이 중국에 가서 사드 문제를 해결해 주고 북핵 문제도 가닥을 잡기를 기대했는데 틸러슨의 임무는 다음 달 4월 6일, 7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초청장을 전달해 주러 가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결국 주요한 의제는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 등 초청장 전달 부분이라는 말씀이신데, 그래도 베이징에 가서 비공개 조건으로라도 사드 배치 문제 논의는 없었을까요?

[남성욱] 사드는 이미 기정사실화돼서 배치되고 있는데 틸러슨 입장에서 굳이 그걸 공개석상에서 중국과 문제제기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상호 존중을 얘기함으로써 중국을 흐뭇하게 만들고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트럼프가 만나야 될 문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사실 대중 무역 적자를 미국이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문제거든요. 사실 우리는 동네에서 큰형이 우리를 괴롭히니까 다른 큰형이 가서 그 형을 진압하기를 기대하는 초점이 조금 잘못 맞춰졌거든요. 미국의 입장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미중 정상회담 사전 조율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그렇지만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중국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줬다고 지적을 했거든요. 다시 말해서 기업가 출신의 틸러슨 장관이 이번 데뷔전에서 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판단을 하고 있잖아요.

[남성욱]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 선거 기간 동안이나 또는 취임 준비 기간 동안에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면서 마치 대중 강경 정책 예고편을 본 듯이 했는데 현장에 가서는 일단 굉장히 중국의 비위를 맞춘다고 할까요? 중국 언론이나 외교부 사이트를 보면 틸러슨을 호평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트럼프가 직접 시진핑을 상대할 때 미국의 국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특히 방문국에 가서 먼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트럼프의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윤준호] 그렇지만 미국의 언론은 조금 다른 시각인 것 같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이쪽으로 출발할 당시에 중국으로 가서 미국 언론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언급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전혀 언급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저자세 외교 이야기도 미국 언론 쪽에서 나왔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사실 지금 미국의 주요 언론인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관해서 약간 초점을 못 맞추는 기사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메르켈이 워싱턴에 와서 독일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트럼프의 주도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나가지만 중국은 만만치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일단 그런 강경 노선을 예고했지만 현장에 가서는 조율을 하고 굳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또 트럼프와 시진핑 회담에서 빅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먼저 중국에 패를 보이거나 압박함으로써 불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트럼프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윤준호] 교수님, 이번 6자회담 문제, 그러니까 북핵 해법을 놓고 중국과 미국은 서로 의견이 엇갈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중국이 6자회담을 이야기했고 대화를 이야기했으며 그리고 난 다음에 곧바로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이 방중을 했고 우다웨이를 만났습니다. 결국 중국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봐야 되나요?

[남성욱] 사실상 중국의 6자회담 재개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제재 일변도, 중국은 회담과 제재가 병행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 회담하고 만나지 않고 문제를 풀 수는 없겠죠. 그래서 결국 연이어 조셉 윤이 방중을 하고 이것이 결국 6자회담 재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조건을 가지고 힘겨루기를 할 것입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게 틸러슨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회담을 하지 않고는 어떤 결과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측의 6자회담 재개론 쪽에 비중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윤준호] 틸러슨이 중국 방문을 마치면서 북한이 신형 고출력 엔진 실험을 공개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남성욱]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시킨 거죠. 방중 기간 동안 김정은의 대담한 도발적 대화를 공개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압박과 미국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존재를 무시하지 말라는 얘기죠. 조선중앙통신은 아직도 북핵 문제의 근원을 미국이 모르고 있다고 대놓고 비난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런 뜻이군요. 그런데 틸러슨 장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핵 상황 전개에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왜 이런 얘기를 꺼냈을까요?

[남성욱] 틸러슨 장관이 엑손모빌 석유 회사 사장이죠. 돌직구 화법을 사용합니다. 외교관들은 초임 때부터 말을 에둘러서 하고 돌려서 하는 화법을 배우는데 이분은 석유 협상이 대단히 직설적이거든요. 그 화법이 몸에 배어서 가장 예민한 핵무장 허용을 고려한다고 표현했다가 다시 또 번복했습니다. 핵무장 얘기는 그렇게 막 불쑥불쑥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닌데 이건 틸러슨 장관의 화법에서 나온 오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동북아의 핵 확산 도미노를 허용하지는 않는 것이 현재까지의 입장입니다

[윤준호] 물론 당연히 그런데, 혹시 속내를 보인 건 아닐까요?

[남성욱]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일본과 한국이 핵은 핵으로 만든다는 균형을 생각할 수는 있겠죠. 석유 협상에 있어서는 카드 대 카드 양상 대립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던 관행과 몸에 밴 그런 습관들이 있는데 그래도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아직까지는 금기 사항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외교 수장으로서는 좀 맞지 않는 돌직구 발언,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이번에 순방 동행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아주 중요한 동맹국이고 한국은 파트너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사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이라면 일본과 우리 둘뿐인데 우리에 대해서 파트너라고 한 것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실수라고 할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돌직구 화법이 결국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틸러슨 장관의 화법이 정말 마음에 안 들죠. 사실 양자 회담에서는 ‘동맹’이라는 말도 쓸 수 있고 ‘친구’라는 말도 쓸 수 있고 ‘파트너’라는 말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3국과 비교하는 관계를 설명할 때는 이런 표현은 안 되죠. 특히 일본에서는 ‘가장’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국은 ‘가장’도 없이 그냥 ‘파트너’라는 단어를 썼죠. 우리가 단독으로 미국과 협상할 때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동맹’도 될 수 있고 ‘친구’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면서 급이 다른 단어를 쓰는 것은 틸러슨 장관의 앞으로의 외교 행보에 대해서 저희가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미 동맹이 앞으로 가야 될 길이 굉장히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윤준호] 사실 미국 당국자들이 우방에 대해서 언급할 때 보면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서 ‘동맹’ 그다음이 ‘친구’ 그다음이 ‘파트너’ 이런 식으로 언급을 통상 해 오고는 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6자회담의 상대국인 중국도 현안에 따라서는 파트너이고 협력국입니다. 협조하는 당사국이고요. EU 쪽에서는 NATO와 함께 동유럽도 파트너이고 협력국입니다. 지금 우리를 그와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보고 다른 뜻으로 보면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하위 개념이 아니냐 하는 식으로 우리가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남성욱] 네. 아쉽게도 한국 위기이자 한국 외교의 급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것은 한국 정치 외교 리더십의 부재인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일본에서의 행보와 한국에서의 행보가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사실 아베가 이미 워싱턴을 방문해서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냉정한 석유 협상 전문가였던 틸러슨 입장에서 일본이 더 중요하고 한국이 덜 중요한 파트너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외교적인 관계에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죠. 앞으로 틸러슨 장관의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단단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런 유사한 언행이 계속되고 이것은 결국 중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국제 정치의 삼국지에서 한국이 아주 어려워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윤준호]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굉장히 중요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성욱]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남성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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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남성욱 교수(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미중 북핵 해법 ‘6자회담 재개론’에 무게” ②
    • 입력 2017-03-21 10:53:01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7년 3월 21일(화요일)
□ 출연자 : 남성욱 교수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미중 북핵 해법 ‘6자회담 재개론’에 무게”

[윤준호]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3국 순방을 마쳤습니다. 이번 순방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등 동북아 외교의 첫 시험대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히 중국 방문은 사드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민감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주목됐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연일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던 틸러슨 장관, 중국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 입장을 보이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남성욱 교수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성욱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남성욱]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에 대해 짧게 평가해 주시죠.

[남성욱] 일단 학점으로 말하면 B학점으로 기대 이하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틸러슨이 중국에 가서 사드 문제를 해결해 주고 북핵 문제도 가닥을 잡기를 기대했는데 틸러슨의 임무는 다음 달 4월 6일, 7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의 초청장을 전달해 주러 가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그렇다면 결국 주요한 의제는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 등 초청장 전달 부분이라는 말씀이신데, 그래도 베이징에 가서 비공개 조건으로라도 사드 배치 문제 논의는 없었을까요?

[남성욱] 사드는 이미 기정사실화돼서 배치되고 있는데 틸러슨 입장에서 굳이 그걸 공개석상에서 중국과 문제제기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상호 존중을 얘기함으로써 중국을 흐뭇하게 만들고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트럼프가 만나야 될 문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사실 대중 무역 적자를 미국이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문제거든요. 사실 우리는 동네에서 큰형이 우리를 괴롭히니까 다른 큰형이 가서 그 형을 진압하기를 기대하는 초점이 조금 잘못 맞춰졌거든요. 미국의 입장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미중 정상회담 사전 조율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그렇지만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중국에 외교적 승리를 안겨줬다고 지적을 했거든요. 다시 말해서 기업가 출신의 틸러슨 장관이 이번 데뷔전에서 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판단을 하고 있잖아요.

[남성욱]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 선거 기간 동안이나 또는 취임 준비 기간 동안에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면서 마치 대중 강경 정책 예고편을 본 듯이 했는데 현장에 가서는 일단 굉장히 중국의 비위를 맞춘다고 할까요? 중국 언론이나 외교부 사이트를 보면 틸러슨을 호평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트럼프가 직접 시진핑을 상대할 때 미국의 국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특히 방문국에 가서 먼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트럼프의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윤준호] 그렇지만 미국의 언론은 조금 다른 시각인 것 같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이쪽으로 출발할 당시에 중국으로 가서 미국 언론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언급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전혀 언급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저자세 외교 이야기도 미국 언론 쪽에서 나왔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사실 지금 미국의 주요 언론인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관해서 약간 초점을 못 맞추는 기사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메르켈이 워싱턴에 와서 독일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트럼프의 주도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나가지만 중국은 만만치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일단 그런 강경 노선을 예고했지만 현장에 가서는 조율을 하고 굳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또 트럼프와 시진핑 회담에서 빅딜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먼저 중국에 패를 보이거나 압박함으로써 불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트럼프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윤준호] 교수님, 이번 6자회담 문제, 그러니까 북핵 해법을 놓고 중국과 미국은 서로 의견이 엇갈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중국이 6자회담을 이야기했고 대화를 이야기했으며 그리고 난 다음에 곧바로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이 방중을 했고 우다웨이를 만났습니다. 결국 중국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봐야 되나요?

[남성욱] 사실상 중국의 6자회담 재개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제재 일변도, 중국은 회담과 제재가 병행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 회담하고 만나지 않고 문제를 풀 수는 없겠죠. 그래서 결국 연이어 조셉 윤이 방중을 하고 이것이 결국 6자회담 재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조건을 가지고 힘겨루기를 할 것입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게 틸러슨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회담을 하지 않고는 어떤 결과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측의 6자회담 재개론 쪽에 비중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윤준호] 틸러슨이 중국 방문을 마치면서 북한이 신형 고출력 엔진 실험을 공개했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십니까?

[남성욱]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시킨 거죠. 방중 기간 동안 김정은의 대담한 도발적 대화를 공개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압박과 미국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존재를 무시하지 말라는 얘기죠. 조선중앙통신은 아직도 북핵 문제의 근원을 미국이 모르고 있다고 대놓고 비난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윤준호] 그런 뜻이군요. 그런데 틸러슨 장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핵 상황 전개에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왜 이런 얘기를 꺼냈을까요?

[남성욱] 틸러슨 장관이 엑손모빌 석유 회사 사장이죠. 돌직구 화법을 사용합니다. 외교관들은 초임 때부터 말을 에둘러서 하고 돌려서 하는 화법을 배우는데 이분은 석유 협상이 대단히 직설적이거든요. 그 화법이 몸에 배어서 가장 예민한 핵무장 허용을 고려한다고 표현했다가 다시 또 번복했습니다. 핵무장 얘기는 그렇게 막 불쑥불쑥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닌데 이건 틸러슨 장관의 화법에서 나온 오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동북아의 핵 확산 도미노를 허용하지는 않는 것이 현재까지의 입장입니다

[윤준호] 물론 당연히 그런데, 혹시 속내를 보인 건 아닐까요?

[남성욱]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일본과 한국이 핵은 핵으로 만든다는 균형을 생각할 수는 있겠죠. 석유 협상에 있어서는 카드 대 카드 양상 대립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던 관행과 몸에 밴 그런 습관들이 있는데 그래도 미국에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은 아직까지는 금기 사항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외교 수장으로서는 좀 맞지 않는 돌직구 발언,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이번에 순방 동행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아주 중요한 동맹국이고 한국은 파트너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사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이라면 일본과 우리 둘뿐인데 우리에 대해서 파트너라고 한 것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실수라고 할 것인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남성욱] 돌직구 화법이 결국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틸러슨 장관의 화법이 정말 마음에 안 들죠. 사실 양자 회담에서는 ‘동맹’이라는 말도 쓸 수 있고 ‘친구’라는 말도 쓸 수 있고 ‘파트너’라는 말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3국과 비교하는 관계를 설명할 때는 이런 표현은 안 되죠. 특히 일본에서는 ‘가장’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한국은 ‘가장’도 없이 그냥 ‘파트너’라는 단어를 썼죠. 우리가 단독으로 미국과 협상할 때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동맹’도 될 수 있고 ‘친구’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면서 급이 다른 단어를 쓰는 것은 틸러슨 장관의 앞으로의 외교 행보에 대해서 저희가 우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미 동맹이 앞으로 가야 될 길이 굉장히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윤준호] 사실 미국 당국자들이 우방에 대해서 언급할 때 보면 전략적 중요도에 따라서 ‘동맹’ 그다음이 ‘친구’ 그다음이 ‘파트너’ 이런 식으로 언급을 통상 해 오고는 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6자회담의 상대국인 중국도 현안에 따라서는 파트너이고 협력국입니다. 협조하는 당사국이고요. EU 쪽에서는 NATO와 함께 동유럽도 파트너이고 협력국입니다. 지금 우리를 그와 동일한 선상에 놓고 보고 다른 뜻으로 보면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하위 개념이 아니냐 하는 식으로 우리가 판단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남성욱] 네. 아쉽게도 한국 위기이자 한국 외교의 급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것은 한국 정치 외교 리더십의 부재인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일본에서의 행보와 한국에서의 행보가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사실 아베가 이미 워싱턴을 방문해서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냉정한 석유 협상 전문가였던 틸러슨 입장에서 일본이 더 중요하고 한국이 덜 중요한 파트너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외교적인 관계에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죠. 앞으로 틸러슨 장관의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가 단단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런 유사한 언행이 계속되고 이것은 결국 중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국제 정치의 삼국지에서 한국이 아주 어려워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윤준호]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굉장히 중요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성욱]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남성욱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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