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전시상황”…‘계급장’ 떼고 앞치마 두른 소령님

입력 2017.03.21 (15:07) 수정 2017.03.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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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회사로 출근할 때, 매일 집으로 출근하는 남자가 있다. 육군 사관학교 출신으로 13년간 군에서 복무한 권귀헌 씨다. 자타 공인 장군감이던 그가 소령으로 전역한 후 찾은 직업은 '전업 육아'. 지상 최고의 '프로 아빠','슈퍼대디'를 자부하는 귀헌 씨가 사는 법을 들여다본다.

'계급장'과 '육아'를 맞바꾸다

초등학교 동창생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권귀헌(38),유진희(38) 씨 부부는 결혼 후 오랫동안 주말부부로 지냈다. 군인인 남편은 근무지를 따라 관사에서 생활하고, 중학교 도덕 교사인 아내는 한 지역에서 '붙박이' 생활을 해야 했다.

두 집 살림을 해오던 주말부부는 첫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를 부모님 댁에 맡기는 세 집 살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부부가 더 힘들어 했던 건 큰아들 현오였다. 키워줄 사람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정서가 불안해진 탓이다.

둘째 성오가 태어나면서 부부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내고 남편을 따라 관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내에게 친구도 연고도 없는 관사 생활은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던 부부는 결국 선택했다. 육사 출신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소령 남편이 군대를 그만두고 전업 육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우리 집엔 '슈퍼맨'이 산다


이 집엔 호기심 많은 사고뭉치 아들만 셋이다. 10살, 6살, 3살 고만고만한 나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이집 아빠는 힘이 세야 한다. 거실 바닥에 누워 비행기를 태워줄 때, 공원에서 씨름할 때, 목욕하고 이발시킬 때, 기저귀 갈고 엉덩이 씻겨 줄 때도 아들의 공격을 동시에 받아내야 한다.

'슈퍼맨' 아빠 귀헌 씨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손만 닿으면 집안 모든 것들이 각이 산다. 바지는 손이라도 베일 듯 칼 주름이 잡히고, 치약으로 닦은 욕실 바닥은 반짝반짝하다. 접시들은 자로 잰 듯 차곡차곡 쌓여 있다. 떼쟁이 녀석들을 웃는 얼굴로 상대하려면 지구 최강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혼나고도 울면서 달려와 안겨요, 그건 이유가 없는 거거든요. 엄마고 아빠니까 좋아해 주는 거거든요. 고맙죠. 육아는 그런 고마움을 사랑으로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을 보면 피곤이 싹 가신다는 귀헌 씨. 매일 집으로 출근하는 남자, 슈퍼맨이 된 그 남자가 궁금하다.

"우리 각자 잘하는 거 하자"

남편이 13년간 입고 있던 군복을 벗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자신 있게 말했다. "여보, 걱정마. 돈은 내가 벌어올게."


대단한 자산가도, 돈을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남편도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훗날 남편 것이 될 수도 있었을 장군 계급장이 하나도 아쉽지가 않았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자신이 '바깥양반' 역할, 섬세하고 따뜻한 남편이 '안사람' 역할을 하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아직 주변 사람들에게 "내 남편 애 봅니다"라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총 대신 기저귀, 군복 대신 앞치마를 두른 '프로 아빠' 권귀헌 씨와 이종격투기 자격증까지 딴 도덕 선생님 유진희 씨 부부. 부부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며 진짜 부모가 돼가는 그들의 육아전쟁! '사람과 사람들-충성 육아를 명 받았습니다!'는 3월 22일(수) 저녁 7시 35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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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마다 전시상황”…‘계급장’ 떼고 앞치마 두른 소령님
    • 입력 2017-03-21 15:07:30
    • 수정2017-03-21 15: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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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회사로 출근할 때, 매일 집으로 출근하는 남자가 있다. 육군 사관학교 출신으로 13년간 군에서 복무한 권귀헌 씨다. 자타 공인 장군감이던 그가 소령으로 전역한 후 찾은 직업은 '전업 육아'. 지상 최고의 '프로 아빠','슈퍼대디'를 자부하는 귀헌 씨가 사는 법을 들여다본다.

'계급장'과 '육아'를 맞바꾸다

초등학교 동창생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권귀헌(38),유진희(38) 씨 부부는 결혼 후 오랫동안 주말부부로 지냈다. 군인인 남편은 근무지를 따라 관사에서 생활하고, 중학교 도덕 교사인 아내는 한 지역에서 '붙박이' 생활을 해야 했다.

두 집 살림을 해오던 주말부부는 첫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를 부모님 댁에 맡기는 세 집 살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부부가 더 힘들어 했던 건 큰아들 현오였다. 키워줄 사람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정서가 불안해진 탓이다.

둘째 성오가 태어나면서 부부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내고 남편을 따라 관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내에게 친구도 연고도 없는 관사 생활은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던 부부는 결국 선택했다. 육사 출신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소령 남편이 군대를 그만두고 전업 육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우리 집엔 '슈퍼맨'이 산다


이 집엔 호기심 많은 사고뭉치 아들만 셋이다. 10살, 6살, 3살 고만고만한 나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이집 아빠는 힘이 세야 한다. 거실 바닥에 누워 비행기를 태워줄 때, 공원에서 씨름할 때, 목욕하고 이발시킬 때, 기저귀 갈고 엉덩이 씻겨 줄 때도 아들의 공격을 동시에 받아내야 한다.

'슈퍼맨' 아빠 귀헌 씨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손만 닿으면 집안 모든 것들이 각이 산다. 바지는 손이라도 베일 듯 칼 주름이 잡히고, 치약으로 닦은 욕실 바닥은 반짝반짝하다. 접시들은 자로 잰 듯 차곡차곡 쌓여 있다. 떼쟁이 녀석들을 웃는 얼굴로 상대하려면 지구 최강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혼나고도 울면서 달려와 안겨요, 그건 이유가 없는 거거든요. 엄마고 아빠니까 좋아해 주는 거거든요. 고맙죠. 육아는 그런 고마움을 사랑으로 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을 보면 피곤이 싹 가신다는 귀헌 씨. 매일 집으로 출근하는 남자, 슈퍼맨이 된 그 남자가 궁금하다.

"우리 각자 잘하는 거 하자"

남편이 13년간 입고 있던 군복을 벗겠다고 했을 때 아내는 자신 있게 말했다. "여보, 걱정마. 돈은 내가 벌어올게."


대단한 자산가도, 돈을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남편도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훗날 남편 것이 될 수도 있었을 장군 계급장이 하나도 아쉽지가 않았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자신이 '바깥양반' 역할, 섬세하고 따뜻한 남편이 '안사람' 역할을 하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아직 주변 사람들에게 "내 남편 애 봅니다"라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총 대신 기저귀, 군복 대신 앞치마를 두른 '프로 아빠' 권귀헌 씨와 이종격투기 자격증까지 딴 도덕 선생님 유진희 씨 부부. 부부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며 진짜 부모가 돼가는 그들의 육아전쟁! '사람과 사람들-충성 육아를 명 받았습니다!'는 3월 22일(수) 저녁 7시 35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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