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에쿠스를 잡아라!…박 前 대통령 추적기

입력 2017.03.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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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들만 '뻗치기'? 헬기 기장과 중계차 감독까지 모두 스탠바이"

자택 앞은 오늘 유독 부산했다. 평소에도 지지자들로 인산인해였지만 오늘은 검찰 출두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찰도 치안을 위해 12개 중대가 배치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검찰에 이동하느냐는 것. 아무도 알 수 없는 스케줄에 밤새 자택 앞을 지키며 모든 기자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자택 근처에서 언제 터질 발생 사건에 대비해 몇 시간이고 대기하는 이른바 '뻗치기'를 하는 건 취재기자뿐만이 아니다. 특히 방송사는 더욱 그렇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박 전 대통령을 찍기 위해 검찰 출두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촬영기자들, 실시간으로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지상 중계팀과 헬기 중계팀까지. 이른 새벽부터 모두 다 스탠바이였다.



"OFDM 중계차 들립니까? 가운데 검은색 에쿠스 따라가세요."

새벽부터 세 시간이 넘게 자택 근처 중계차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던 오전 9시 15분쯤, 차 안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앉은 중계 감독이 들려오는 콜을 받기 위해 무전기를 낚아챘다.

"OFDM(이동형 중계차), 들립니까? 지금 9시 15분 검은색 에쿠스 차량 탑승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했다는 소식은 곧 출발신호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에쿠스 차량의 위치에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OFDM은 마라톤 중계에서 사용되는 중계차다. 마라톤 행렬의 선두에서, 그리고 대열의 옆에서 선수들의 표정과 속도를 함께 경험하며 달리는 차량이다.

승합차보다 작은 차량이지만 안은 별세계다. 상황을 중계하는 수많은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부터, 지시를 콘트롤 할 수 있는 무전기까지.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마라톤 중계차는 마치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도로 위의 전쟁, 삼성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단 8분"

박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에쿠스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거침없이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자택을 출발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 KBS의 OFDM 중계차뿐 아니라 검은색 에쿠스를 뒤쫒던 모든 언론사의 취재차량까지 비상이었다. 달리는 도로에선 신호를 한 번만 늦게 받아도 앞서 달리는 차량을 놓친다. 조금이라도 검은색 에쿠스와 가깝게 차량을 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상공위에서 차량을 추적하는 헬기까지 모두 전쟁이었다.

카메라 감독을 태운 오토바이도 함께 출발했다. 도로가 막히는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오토바이는 쏜살같았다. 현장성과 기동성을 위해 섭외한 중계 오토바이들은 차선을 넘나들었다. 질주하는 타사의 오토바이들도 옷깃이 스칠 만큼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피해갔다. 오토바이에 달린 영상 수신기를 통해 생생한 중계 영상이 들어왔다. 시청자들도 함께 보고 있었다.


"검찰 밖 끝나지 않은 목소리들"

검은색 에쿠스는 검찰청사로 들어갔지만, 아직도 밖에는 다 전해지지 못한 목소리들이 있었다. 검찰 밖에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와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 단 20분, 삼성동 자택에서 검찰에 출석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8분. 그러나 둘로 갈라진 집회 참가자들은 언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마라톤 중계차에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나지 않은 목소리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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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색 에쿠스를 잡아라!…박 前 대통령 추적기
    • 입력 2017-03-21 16:54:35
    사회
"취재기자들만 '뻗치기'? 헬기 기장과 중계차 감독까지 모두 스탠바이"

자택 앞은 오늘 유독 부산했다. 평소에도 지지자들로 인산인해였지만 오늘은 검찰 출두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찰도 치안을 위해 12개 중대가 배치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검찰에 이동하느냐는 것. 아무도 알 수 없는 스케줄에 밤새 자택 앞을 지키며 모든 기자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자택 근처에서 언제 터질 발생 사건에 대비해 몇 시간이고 대기하는 이른바 '뻗치기'를 하는 건 취재기자뿐만이 아니다. 특히 방송사는 더욱 그렇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박 전 대통령을 찍기 위해 검찰 출두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촬영기자들, 실시간으로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지상 중계팀과 헬기 중계팀까지. 이른 새벽부터 모두 다 스탠바이였다.



"OFDM 중계차 들립니까? 가운데 검은색 에쿠스 따라가세요."

새벽부터 세 시간이 넘게 자택 근처 중계차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그러던 오전 9시 15분쯤, 차 안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앉은 중계 감독이 들려오는 콜을 받기 위해 무전기를 낚아챘다.

"OFDM(이동형 중계차), 들립니까? 지금 9시 15분 검은색 에쿠스 차량 탑승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했다는 소식은 곧 출발신호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에쿠스 차량의 위치에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OFDM은 마라톤 중계에서 사용되는 중계차다. 마라톤 행렬의 선두에서, 그리고 대열의 옆에서 선수들의 표정과 속도를 함께 경험하며 달리는 차량이다.

승합차보다 작은 차량이지만 안은 별세계다. 상황을 중계하는 수많은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부터, 지시를 콘트롤 할 수 있는 무전기까지.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마라톤 중계차는 마치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도로 위의 전쟁, 삼성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단 8분"

박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에쿠스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거침없이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자택을 출발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 KBS의 OFDM 중계차뿐 아니라 검은색 에쿠스를 뒤쫒던 모든 언론사의 취재차량까지 비상이었다. 달리는 도로에선 신호를 한 번만 늦게 받아도 앞서 달리는 차량을 놓친다. 조금이라도 검은색 에쿠스와 가깝게 차량을 붙이기 위해 노력했다. 상공위에서 차량을 추적하는 헬기까지 모두 전쟁이었다.

카메라 감독을 태운 오토바이도 함께 출발했다. 도로가 막히는 상황에 대비해 준비한 오토바이는 쏜살같았다. 현장성과 기동성을 위해 섭외한 중계 오토바이들은 차선을 넘나들었다. 질주하는 타사의 오토바이들도 옷깃이 스칠 만큼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피해갔다. 오토바이에 달린 영상 수신기를 통해 생생한 중계 영상이 들어왔다. 시청자들도 함께 보고 있었다.


"검찰 밖 끝나지 않은 목소리들"

검은색 에쿠스는 검찰청사로 들어갔지만, 아직도 밖에는 다 전해지지 못한 목소리들이 있었다. 검찰 밖에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와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 단 20분, 삼성동 자택에서 검찰에 출석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8분. 그러나 둘로 갈라진 집회 참가자들은 언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마라톤 중계차에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나지 않은 목소리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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