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코뿔소 뿔 자르는 이유는?

입력 2017.03.22 (17:35) 수정 2017.03.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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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 북동쪽의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 멸종위기종인 코뿔소를 21마리나 보유하고 있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뿔소를 볼 수 있는 동물원이다. 그런데 이곳의 코뿔소들이 모두 뿔을 잘릴 위기에 처했다. 뿔이 없는 코뿔소라니!

뿔이 잘리고 있는 남부 흰 코뿔소 ‘파미르’뿔이 잘리고 있는 남부 흰 코뿔소 ‘파미르’

가장 먼저 뿔이 잘린 건 10살 된 수컷 남부 흰코뿔소 파미르였다. 지난 월요일(현지시각 20일)에 그동안 자신을 돌봐주었던 수의사에게 무려 전기톱으로 뿔이 잘렸다. 수의사는 왜 파미르의 뿔을 잘랐을까? "뿔이 잘리는 게 죽는 것보단 낫다"는 게 동물원의 설명이다.

동물원에 침입한 밀렵꾼에 희생당한 ‘뱅스’동물원에 침입한 밀렵꾼에 희생당한 ‘뱅스’

이런 생각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 서부의 '투아리 동물원'에서 4살 된 흰 코뿔소 '뱅스'가 죽은 데서 시작된다. 밀렵꾼들이 동물원에 침입해 우리 안에 있던 뱅스를 총으로 쏴 죽이고 뿔을 잘라간 것이다. 밀렵꾼이 동물원에 있는 코뿔소까지 겨냥한 것은 유럽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었다.

이 사건 이후 동물원들이 잇따라 코뿔소를 지키기 위해 뿔을 자르겠다고 나선 것이다.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에 앞서 벨기에의 '페리 데자 동물원'도 임시방편으로 코뿔소의 뿔을 짧게 자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밀렵꾼들이 경비원에 CCTV까지 있는 동물원에까지 침입하는 것은 코뿔소 뿔의 엄청난 가격 때문이다. 코뿔소 뿔은 중국과 베트남 등 주로 아시아에서 귀한 약재로 취급된다. 특히 흰 코뿔소 뿔은 정력제로 소문이 나서 암시장에서 ㎏당 최고 6만 달러, 우리 돈 6천700만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이나 코카인보다도 더 비싼 셈이다.


남아공의 코뿔소들남아공의 코뿔소들

코뿔소는 '뿔' 때문에 밀렵꾼에 의해 한 달 평균 100마리씩 목숨을 잃는다. 아프리카에서만 그렇다. 지난해에만 천마리 넘게 희생됐고 이제 흰 코뿔소는 전 세계에 2만 마리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남아있는 코뿔소를 지키는 방식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뿔'을 자르는 것을 선택했다. 짐바브웨는 700마리에 이르는 코뿔소의 뿔을 모두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럼 코뿔소의 '뿔은' 모두 잘라버려도 괜찮은 걸까? 우선 수의학자들은 코뿔소가 뿔이 잘리는 과정에서 통증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한다. 코뿔소의 뿔은 일종의 단단한 각질이라 잘라도, 큰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생명에도 위협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 권익보호 단체들은 뿔을 자르는 과정에서 코뿔소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며 '뿔 자르기'를 반대하고 있다. 또 뿔을 제거하더라도 뿌리 부분에 남아있는 뿔을 노리는 밀렵꾼들이 있어 결과적으로 코뿔소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코뿔소에 뿔이 없으면 앞으로 코뿔소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뿔을 자른 코뿔소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머리카락을 자르는 셈이 되려나? 이른바 '머릿발'을 중시하는 사람으로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코뿔소에게 뿔은 상징과도 같은 존재니 뿔을 잃는 건 머리카락을 잃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든 아마 훨씬 심한 고통일 게다.

그런데 사실 코뿔소가 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건 '뿔'때문이 아니라 '인간'때문이다. 더는 코뿔소가 살기 위해 '뿔'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없기를. 코뿔소의 '뿔'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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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물원 코뿔소 뿔 자르는 이유는?
    • 입력 2017-03-22 17:35:16
    • 수정2017-03-22 17:35:31
    취재K
체코 프라하 북동쪽의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 멸종위기종인 코뿔소를 21마리나 보유하고 있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뿔소를 볼 수 있는 동물원이다. 그런데 이곳의 코뿔소들이 모두 뿔을 잘릴 위기에 처했다. 뿔이 없는 코뿔소라니! 뿔이 잘리고 있는 남부 흰 코뿔소 ‘파미르’ 가장 먼저 뿔이 잘린 건 10살 된 수컷 남부 흰코뿔소 파미르였다. 지난 월요일(현지시각 20일)에 그동안 자신을 돌봐주었던 수의사에게 무려 전기톱으로 뿔이 잘렸다. 수의사는 왜 파미르의 뿔을 잘랐을까? "뿔이 잘리는 게 죽는 것보단 낫다"는 게 동물원의 설명이다. 동물원에 침입한 밀렵꾼에 희생당한 ‘뱅스’ 이런 생각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 서부의 '투아리 동물원'에서 4살 된 흰 코뿔소 '뱅스'가 죽은 데서 시작된다. 밀렵꾼들이 동물원에 침입해 우리 안에 있던 뱅스를 총으로 쏴 죽이고 뿔을 잘라간 것이다. 밀렵꾼이 동물원에 있는 코뿔소까지 겨냥한 것은 유럽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었다. 이 사건 이후 동물원들이 잇따라 코뿔소를 지키기 위해 뿔을 자르겠다고 나선 것이다.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에 앞서 벨기에의 '페리 데자 동물원'도 임시방편으로 코뿔소의 뿔을 짧게 자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밀렵꾼들이 경비원에 CCTV까지 있는 동물원에까지 침입하는 것은 코뿔소 뿔의 엄청난 가격 때문이다. 코뿔소 뿔은 중국과 베트남 등 주로 아시아에서 귀한 약재로 취급된다. 특히 흰 코뿔소 뿔은 정력제로 소문이 나서 암시장에서 ㎏당 최고 6만 달러, 우리 돈 6천700만 원이 넘는 금액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이나 코카인보다도 더 비싼 셈이다. 남아공의 코뿔소들 코뿔소는 '뿔' 때문에 밀렵꾼에 의해 한 달 평균 100마리씩 목숨을 잃는다. 아프리카에서만 그렇다. 지난해에만 천마리 넘게 희생됐고 이제 흰 코뿔소는 전 세계에 2만 마리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남아있는 코뿔소를 지키는 방식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뿔'을 자르는 것을 선택했다. 짐바브웨는 700마리에 이르는 코뿔소의 뿔을 모두 제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럼 코뿔소의 '뿔은' 모두 잘라버려도 괜찮은 걸까? 우선 수의학자들은 코뿔소가 뿔이 잘리는 과정에서 통증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한다. 코뿔소의 뿔은 일종의 단단한 각질이라 잘라도, 큰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생명에도 위협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 권익보호 단체들은 뿔을 자르는 과정에서 코뿔소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며 '뿔 자르기'를 반대하고 있다. 또 뿔을 제거하더라도 뿌리 부분에 남아있는 뿔을 노리는 밀렵꾼들이 있어 결과적으로 코뿔소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코뿔소에 뿔이 없으면 앞으로 코뿔소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뿔을 자른 코뿔소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머리카락을 자르는 셈이 되려나? 이른바 '머릿발'을 중시하는 사람으로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코뿔소에게 뿔은 상징과도 같은 존재니 뿔을 잃는 건 머리카락을 잃는 것과는 비교하기 힘든 아마 훨씬 심한 고통일 게다. 그런데 사실 코뿔소가 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건 '뿔'때문이 아니라 '인간'때문이다. 더는 코뿔소가 살기 위해 '뿔'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없기를. 코뿔소의 '뿔'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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