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美 6자수석의 광폭 행보…이유는?

입력 2017.03.23 (11:41) 수정 2017.03.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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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서울=연합뉴스)20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서울=연합뉴스)

지난 20일 밤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김포공항에 도착한 한국계 미국인 남성이 있었습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조셉 윤, 미국 국무부의 부차관보급인 대북정책 특별대표이자 북핵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입니다.

윤 대표는 이튿날(21일) 아침 눈뜨자마자 바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한 호텔에서 대선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만난 것이죠. 유 의원은 윤 대표와 조찬을 하며 최근 한반도를 둘러 싼 동북아 정세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을 보낸 뒤 같은 호텔 안에서 자리를 옮긴 윤 대표는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 함께 차를 마셨습니다. 역시 외교안보 현안으로서 북핵·사드 문제가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유승민, 안희정 두 사람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 내용 언급을 피했습니다.


아침부터 한국의 대선주자 두 명을 만난 조셉 윤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우리 외교부로 건너가 안총기 2차관을 면담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외교부 차관 출신인 왕잉판 전 부부장도 비슷한 시간에 외교부의 또 다른 차관(임성남 1차관)을 만나러 왔다는 겁니다. 북핵과 사드 문제 해법에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두 강대국의 전·현직 외교관이 당사국 외교의 심장부에서 경쟁적으로 외교전을 치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날(22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침부터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 인사들을 만난 것이죠. 이 자리에는 윤 대표와 평소 친분이 있던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서훈 이화여대 교수(전 국정원 3차장)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자리로 돌아가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외교부에서 만났습니다. 윤 대표는 김 본부장과 인사말을 간단히 나눈 뒤 국내 취재진과 방송카메라 앞에서 2분가량 모두 발언을 했습니다.


윤 특별대표는 국내 취재진과 방송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지난 18~19일 방중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 측에 사드는 방어시스템이라는 점을 매우 강하게 전달했다. 한국에 대해 사드 보복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몇 주 뒤 방한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에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두 차례 통화했다. 이는 최고 수준의 관계(engagement)를 보여준다. 한미동맹은 매우 긴밀하게 조율되고 있다”

조셉 윤 대표는 23일(목) 아침 8시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등을 면담했습니다. 앞서 유승민 의원과 안희정 지사를 만난 바로 그 호텔에서죠.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드 배치, 동북아 정세 등이 주요 화제였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조셉 윤 대표 측은 이번 방한에 대해 지난 17일 틸러슨 국무장관 방한 때 언급했던 대북제재 방안을 우리 측 파트너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3박 4일 동안 국내 대선주자와 당 대표 등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제 두 달도 안 돼 우리나라에는 새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누가 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소녀상 문제 등으로 꼬여 있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셉 윤의 3박 4일 동안의 광폭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곧 있을 한국 대선을 앞두고 우리 유력 정치인들이 구상하고 있는 대미·대북 정책을 미리 탐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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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3 11:41:06
    • 수정2017-03-23 11:41:26
    정치
20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서울=연합뉴스) 지난 20일 밤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김포공항에 도착한 한국계 미국인 남성이 있었습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조셉 윤, 미국 국무부의 부차관보급인 대북정책 특별대표이자 북핵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입니다. 윤 대표는 이튿날(21일) 아침 눈뜨자마자 바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한 호텔에서 대선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만난 것이죠. 유 의원은 윤 대표와 조찬을 하며 최근 한반도를 둘러 싼 동북아 정세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을 보낸 뒤 같은 호텔 안에서 자리를 옮긴 윤 대표는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 함께 차를 마셨습니다. 역시 외교안보 현안으로서 북핵·사드 문제가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유승민, 안희정 두 사람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 내용 언급을 피했습니다. 아침부터 한국의 대선주자 두 명을 만난 조셉 윤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후에는 우리 외교부로 건너가 안총기 2차관을 면담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외교부 차관 출신인 왕잉판 전 부부장도 비슷한 시간에 외교부의 또 다른 차관(임성남 1차관)을 만나러 왔다는 겁니다. 북핵과 사드 문제 해법에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두 강대국의 전·현직 외교관이 당사국 외교의 심장부에서 경쟁적으로 외교전을 치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날(22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침부터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캠프의 외교안보 자문 인사들을 만난 것이죠. 이 자리에는 윤 대표와 평소 친분이 있던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와 서훈 이화여대 교수(전 국정원 3차장)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자리로 돌아가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외교부에서 만났습니다. 윤 대표는 김 본부장과 인사말을 간단히 나눈 뒤 국내 취재진과 방송카메라 앞에서 2분가량 모두 발언을 했습니다. 윤 특별대표는 국내 취재진과 방송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지난 18~19일 방중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 측에 사드는 방어시스템이라는 점을 매우 강하게 전달했다. 한국에 대해 사드 보복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몇 주 뒤 방한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에 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두 차례 통화했다. 이는 최고 수준의 관계(engagement)를 보여준다. 한미동맹은 매우 긴밀하게 조율되고 있다” 조셉 윤 대표는 23일(목) 아침 8시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등을 면담했습니다. 앞서 유승민 의원과 안희정 지사를 만난 바로 그 호텔에서죠.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드 배치, 동북아 정세 등이 주요 화제였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조셉 윤 대표 측은 이번 방한에 대해 지난 17일 틸러슨 국무장관 방한 때 언급했던 대북제재 방안을 우리 측 파트너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3박 4일 동안 국내 대선주자와 당 대표 등을 만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제 두 달도 안 돼 우리나라에는 새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누가 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소녀상 문제 등으로 꼬여 있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셉 윤의 3박 4일 동안의 광폭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곧 있을 한국 대선을 앞두고 우리 유력 정치인들이 구상하고 있는 대미·대북 정책을 미리 탐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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