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기다림, 세월호 인양 순간…현장 취재기

입력 2017.03.23 (17:23) 수정 2017.03.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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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날, 세월호 그리고 동거차도


세월호 시험 인양이 결정됐다. 그리고 난 단촐한 짐을 싸, 세월호 인양 현장에 급파됐다. 첫째날은 침몰 사고 해역에서 2km 남짓 떨어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로 향했다. 2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섬, 동거차도. 서울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팽목항에서 서망항으로. 서망항에서 작은 어선을 빌려 타고 나서야 출발 7시간만에 동거차도로 입도할 수 있었다.

KBS 취재진이 자리잡은 동거차도 정상에선 세월호 인양 현장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오전 10시. 시험 인양이 시작됐다.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시간은 야속히 흘러만갔다. 세월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침몰한 세월호를 끌어 올리는 잭킹 바지선 위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만 중계 카메라에 간간이 잡혔다. 상공엔 헬기가 두두두 소리를 내며 요란스레 선회했다. 오후 5시 반. 하루 종일 비교적 잠잠했던 바다는 날이 어두워지면서 더 고요해졌고, 드디어 오후 8시 50분. 정부가 세월호 본 인양을 결정했고, 천일의 긴 기다림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 둘째날, 세월호 그리고 진도 팽목항

그것은 엄청난 진전이었다. 새벽 3시 10분쯤, 세월호 선체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문자를 받았다.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곧이어 해수부 웹하드에 올라온 세월호 선체. 누렇게 녹슨 객실 난간에 듬성듬성 남아 있는 하얀 페인트칠, 파란 선체 바닥, 새겨져 있던 세월호 글자는 사라졌지만 그것은 분명 3년여 전,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세월호 우측 부분이었다.

세월호 사고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연을 가진 항구'가 된 진도 팽목항으로 곧장 향했다. 바다로 곧게 뻗은 방파제. 난간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들. 얼마나 바람에 나부꼈는지 미수습자 이름이 담긴 깃발은 닳고 닳아 있었다. 난간 현수막엔 아직 돌아오지 못한 9인을 향한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따뜻한 밥해서 같이 먹고 싶다' '은화야! 아빠가 못해준게 많아, 아빠는 은화를 꼭 찾아야 살 수 있어' '세상 모든 사람이 잊어도 엄마니까 포기 못합니다' 세월호 3년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세월호는 이 시각에도 조금씩 조금씩 세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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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의 기다림, 세월호 인양 순간…현장 취재기
    • 입력 2017-03-23 17:23:13
    • 수정2017-03-23 17:23:29
    사회
◆ 첫째날, 세월호 그리고 동거차도 세월호 시험 인양이 결정됐다. 그리고 난 단촐한 짐을 싸, 세월호 인양 현장에 급파됐다. 첫째날은 침몰 사고 해역에서 2km 남짓 떨어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로 향했다. 2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섬, 동거차도. 서울에서 진도 팽목항으로 팽목항에서 서망항으로. 서망항에서 작은 어선을 빌려 타고 나서야 출발 7시간만에 동거차도로 입도할 수 있었다. KBS 취재진이 자리잡은 동거차도 정상에선 세월호 인양 현장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오전 10시. 시험 인양이 시작됐다.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시간은 야속히 흘러만갔다. 세월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침몰한 세월호를 끌어 올리는 잭킹 바지선 위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만 중계 카메라에 간간이 잡혔다. 상공엔 헬기가 두두두 소리를 내며 요란스레 선회했다. 오후 5시 반. 하루 종일 비교적 잠잠했던 바다는 날이 어두워지면서 더 고요해졌고, 드디어 오후 8시 50분. 정부가 세월호 본 인양을 결정했고, 천일의 긴 기다림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 둘째날, 세월호 그리고 진도 팽목항 그것은 엄청난 진전이었다. 새벽 3시 10분쯤, 세월호 선체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문자를 받았다.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곧이어 해수부 웹하드에 올라온 세월호 선체. 누렇게 녹슨 객실 난간에 듬성듬성 남아 있는 하얀 페인트칠, 파란 선체 바닥, 새겨져 있던 세월호 글자는 사라졌지만 그것은 분명 3년여 전,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세월호 우측 부분이었다. 세월호 사고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연을 가진 항구'가 된 진도 팽목항으로 곧장 향했다. 바다로 곧게 뻗은 방파제. 난간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들. 얼마나 바람에 나부꼈는지 미수습자 이름이 담긴 깃발은 닳고 닳아 있었다. 난간 현수막엔 아직 돌아오지 못한 9인을 향한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따뜻한 밥해서 같이 먹고 싶다' '은화야! 아빠가 못해준게 많아, 아빠는 은화를 꼭 찾아야 살 수 있어' '세상 모든 사람이 잊어도 엄마니까 포기 못합니다' 세월호 3년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세월호는 이 시각에도 조금씩 조금씩 세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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