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선수 뺀’ 오리온…팬 서비스 무시?

입력 2017.03.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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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프로농구에서 불성실한 경기를 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에게 벌금이 부과됐다. KBL은 23일 긴급재정위원회를 열어 추일승 감독에게 벌금 500만 원 징계를 내렸다.

불성실 경기 논란

500만 원 액수보다 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KBL이 보기엔 오리온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KBL은 추 감독이 정규리그 선두를 다투는 경기에서 핵심인 이승현과 헤인즈 등 주전 선수를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시키지 않았고, 정규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비주전급 선수 위주로 내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또한 4쿼터에 외국인 선수를 전혀 기용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봤다.

KBL은 추 감독에 대한 제재금 부과 이유에 대해 "최강의 선수로 최선의 경기를 해야 하는 규정에 명백히 어긋나며, KBL 권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프로팀의 존재 이유 '팬'

김동광 위원은 K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보고 있는 경기다. 오리온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이것은 불성실하게 임한 것이 명백하다"고 전했다. KBL은 지난 2012년에도 당시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에게 불성실 경기를 이유로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시간을 거슬러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논란이 있을 때 김영기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작전타임을 불러야 할 때 불렀는가, 지시해야 할 때 필요한 지시를 했는가, 이제 우리가 따져보겠다." 승부조작은 곧 고의패배다. 경기에서 지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선수 기용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강동희 감독은 이 같은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KBL의 설명회 요구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승부조작과 불법도박의 마수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한 인터뷰다. 연맹과 구단이 견해를 바꿔 앞으로는 KBL이 구단과 감독, 선수에게 설명회를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설명회 요구의 대상이 되는 경기는 KBL 규약에 있다. 제17조를 살펴보면 '최강의 선수 기용'을 근거로 결정된다. '구단은 공식 경기에 임할 때 최강의 선수를 기용하여 최선의 경기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NBA의 경험

NBA의 사례를 살펴보자. 얼마 전 유명한 전 NBA 스타 칼 말론이 LA 클리퍼스전에서 주축 선수 3인을 모두 뺀 클리블랜드의 타이론 루 감독의 결정을 대대적으로 비판한 일이 있다. NBA 사무국은 주전을 뺐다는 이유로 재정위원회를 여는 일이 없어서 주로 스타급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비판하는 일이 잦다.

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클리블랜드는 클리퍼스전에서 78-108로 크게 졌다. 우연한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수도 고양 오리온과 KCC의 경기와 비슷하다. 무기력한 경기였다. 루 감독은 이날 '빅 3' 르브론 제임스-카이리 어빙-케빈 러브를 모두 뺐다. 40대 젊은 감독의 '선택'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여러 논란을 낳았다.

말론은 강한 어조로 루 감독을 연일 비꼬았다. 선수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칼 말론의 비판과는 별도로 요즘 NBA에서도 주전에게 휴식을 주는 방식이 화두로 떠올랐다. 10월 말 개막해 4월 중순까지 팀당 82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버티기 위해 감독이 주축 선수들을 정기적으로 쉬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NBA에선 5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일정 등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는 것은 감독 고유의 권한에 해당하고 또 선수 역시 구단에 요청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피닉스 선즈는 유망주들을 키운다는 이유로 타이슨 챈들러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이바지하지 않고 있다.

팬 포스트 정신

그런데 이번 오리온 사례와 달리 NBA에선 중요한 점이 있다. 팬 포스트 정신이다. 스타를 빼거나 기용하지 않을 때 팬들과 미리 교감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이 명백히 다르다.

피닉스 선즈의 구단주는 스타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미리 팬들에게 공지한다. NBA에는 특히 선수의 팬이 많아서 그 선수를 보러 오는 팬은 이 경기에 미리 오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차원이다. NBA에선 이 정도로 농구를 비즈니스로 보는 성격이 강하다. 특정 상품을 사러 마트에 가려는데 그 상품이 있고 없고 정도는 미리 팬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상도덕이다.


선수 기용은 감독만의 고유 권한?

23일인 어제, 오리온의 홈경기장인 고양 체육관에는 천여 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 가운데 분명히 헤인즈나 이승현을 보러 갔을 팬들이 있었을 것이다. 헤인즈나 이승현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 2명의 팬은 농구 표를 사지 않고 그 돈으로 다른 여가 활동을 즐겼을 것이다.

KBL이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에 끼어드는 시대가 온 게 아니다. 이제 감독의 선수 기용은 팬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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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 선수 뺀’ 오리온…팬 서비스 무시?
    • 입력 2017-03-24 10:22:58
    취재K
지난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프로농구에서 불성실한 경기를 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고양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에게 벌금이 부과됐다. KBL은 23일 긴급재정위원회를 열어 추일승 감독에게 벌금 500만 원 징계를 내렸다.

불성실 경기 논란

500만 원 액수보다 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KBL이 보기엔 오리온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KBL은 추 감독이 정규리그 선두를 다투는 경기에서 핵심인 이승현과 헤인즈 등 주전 선수를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시키지 않았고, 정규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비주전급 선수 위주로 내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또한 4쿼터에 외국인 선수를 전혀 기용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봤다.

KBL은 추 감독에 대한 제재금 부과 이유에 대해 "최강의 선수로 최선의 경기를 해야 하는 규정에 명백히 어긋나며, KBL 권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프로팀의 존재 이유 '팬'

김동광 위원은 K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보고 있는 경기다. 오리온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이것은 불성실하게 임한 것이 명백하다"고 전했다. KBL은 지난 2012년에도 당시 부산 KT의 전창진 감독에게 불성실 경기를 이유로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시간을 거슬러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논란이 있을 때 김영기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작전타임을 불러야 할 때 불렀는가, 지시해야 할 때 필요한 지시를 했는가, 이제 우리가 따져보겠다." 승부조작은 곧 고의패배다. 경기에서 지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선수 기용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다. 당시 강동희 감독은 이 같은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KBL의 설명회 요구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승부조작과 불법도박의 마수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한 인터뷰다. 연맹과 구단이 견해를 바꿔 앞으로는 KBL이 구단과 감독, 선수에게 설명회를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설명회 요구의 대상이 되는 경기는 KBL 규약에 있다. 제17조를 살펴보면 '최강의 선수 기용'을 근거로 결정된다. '구단은 공식 경기에 임할 때 최강의 선수를 기용하여 최선의 경기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NBA의 경험

NBA의 사례를 살펴보자. 얼마 전 유명한 전 NBA 스타 칼 말론이 LA 클리퍼스전에서 주축 선수 3인을 모두 뺀 클리블랜드의 타이론 루 감독의 결정을 대대적으로 비판한 일이 있다. NBA 사무국은 주전을 뺐다는 이유로 재정위원회를 여는 일이 없어서 주로 스타급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비판하는 일이 잦다.

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클리블랜드는 클리퍼스전에서 78-108로 크게 졌다. 우연한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수도 고양 오리온과 KCC의 경기와 비슷하다. 무기력한 경기였다. 루 감독은 이날 '빅 3' 르브론 제임스-카이리 어빙-케빈 러브를 모두 뺐다. 40대 젊은 감독의 '선택'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여러 논란을 낳았다.

말론은 강한 어조로 루 감독을 연일 비꼬았다. 선수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칼 말론의 비판과는 별도로 요즘 NBA에서도 주전에게 휴식을 주는 방식이 화두로 떠올랐다. 10월 말 개막해 4월 중순까지 팀당 82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버티기 위해 감독이 주축 선수들을 정기적으로 쉬게 해주는 것이다.

특히 NBA에선 5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일정 등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는 것은 감독 고유의 권한에 해당하고 또 선수 역시 구단에 요청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피닉스 선즈는 유망주들을 키운다는 이유로 타이슨 챈들러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이바지하지 않고 있다.

팬 포스트 정신

그런데 이번 오리온 사례와 달리 NBA에선 중요한 점이 있다. 팬 포스트 정신이다. 스타를 빼거나 기용하지 않을 때 팬들과 미리 교감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이 명백히 다르다.

피닉스 선즈의 구단주는 스타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미리 팬들에게 공지한다. NBA에는 특히 선수의 팬이 많아서 그 선수를 보러 오는 팬은 이 경기에 미리 오지 않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차원이다. NBA에선 이 정도로 농구를 비즈니스로 보는 성격이 강하다. 특정 상품을 사러 마트에 가려는데 그 상품이 있고 없고 정도는 미리 팬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상도덕이다.


선수 기용은 감독만의 고유 권한?

23일인 어제, 오리온의 홈경기장인 고양 체육관에는 천여 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 가운데 분명히 헤인즈나 이승현을 보러 갔을 팬들이 있었을 것이다. 헤인즈나 이승현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 2명의 팬은 농구 표를 사지 않고 그 돈으로 다른 여가 활동을 즐겼을 것이다.

KBL이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에 끼어드는 시대가 온 게 아니다. 이제 감독의 선수 기용은 팬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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