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부동산 재벌 대통령 때문에…경호비용 눈덩이?

입력 2017.03.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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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라고 골프 리조트, 트럼프 미 대통령 소유의 호화 리조트다. 플로리다 주 팜 비치 해변에 126개 고급 객실과 스파, 골프장을 갖추고 있다. 가입비만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원을 훌쩍 넘는 회원 전용 리조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리조트를 '남부의 백악관',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9번의 주말 가운데 5번을 이 '겨울 백악관'에서 지냈다. 아베 일본 총리를 이곳에 초청해 골프와 만찬을 함께했고,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 리조트에 초대할 예정이다.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는 팜 비치의 주민들은 과연 대통령의 이런 잦은 방문을 반기고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는 없지만, 아마도, 그렇게 반기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왜냐하면, 팜 비치 카운티 정부가 지방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방문이다.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에 올 때마다 팜 비치 카운티 보안관실은 여러 형태의 지원 요청을 받는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서다. 카운티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보안관실은 경호와 교통통제 등에 투입되는 경찰 인력의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지금까지 벌써 150만 달러를 썼다.

팜 비치 카운티 정부는 2018회계연도에 4천만 달러, 450억 원가량의 적자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렇게 재정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카운티 정부는 대통령의 방문에 따르는 추가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해 주거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카운티 정부는 지방세를 올리거나, 주민들을 위한 다른 공공 서비스를 감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팜 비치 카운티보다 걱정이 훨씬 더 큰 지방정부가 있다. 트럼프 타워가 있는 뉴욕시다. 뉴욕 트럼프 타워에는 세 개층에 걸쳐 '금빛 찬란한' 펜트하우스가 있다. 취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이곳에 머물렀다. 취임 후에도 영부인 멜라니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이 이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다.


물론 비밀경호국이 근접 경호를 하고 있지만, 뉴욕시 경찰도 트럼프 타워를 늘 함께 지켜야 한다. 당연히 돈이 든다. 뉴욕 경찰이 언론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대선 이후 취임까지 70여 일 동안 뉴욕 경찰이 트럼프 타워 경호를 위해 쓴 비용이 2천4백만 달러, 270억 원가량에 이른다. 대통령이 뉴욕에 있으면 하루에 대략 30만 달러를 쓰고, 대통령이 없어도 영부인과 아들을 경호하는데 하루 14만 달러 안팎이 든다는 게 뉴욕 경찰의 설명이다.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의회에 경호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인 탓에 지방 정부들이 안 하던 고민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연방 정부 차원의 재정부담은 훨씬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이면 '다른 백악관'을 찾으려 하고, 뉴욕에는 영부인과 막내아들이 따로 살고, 트럼프의 장성한 아들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세계를 누빈다. 물론 비밀경호국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이래저래 경호비용이 증가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내부 문건을 보면, 비밀경호국은 2018 회계연도 예산에 6천만 달러, 670억 원가량 증액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2천680만 달러, 300억 원가량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뉴욕 트럼프 타워의 '사저' 보호에 쓰일 돈이다.

나머지 3천320만 달러, 370억 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미국을 방문한 다른 나라 정상 등의 여행 및 경호 비용으로 쓰일 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과 관련된 경호 비용이 이렇게 급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의 몹시 복잡한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마라라고로 돌아가 보자.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을 타고 마라라고 리조트를 다녀올 때마다 경호와 여행 경비가 300만 달러, 33억 원 이상 든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추산이다.

실제로 미국 회계감사원의 기록을 보면, 지난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4일을 보내는 동안 비밀경호국과 해안경비대가 지출한 비용이 360만 달러, 40억 원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다른 백악관'을 이용하느라 경호비용이 급증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국방예산 증액을 위해 다른 예산을 삭감한 예산안을 짠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에 두 번 다녀오는 예산이면 '노숙자를 위한 부처간 협의회(Interagency Council on Homelessness)' 1년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의회는 트럼프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서 심각한 예산 삭감에 직면해 있다.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도 경호 비용 급증과 복지 예산 삭감 문제를 놓고 질문이 이어졌다.
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여행'에 드는 비용이 '밀즈 온 휠즈'(Meals on Wheels :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복지 사업, 트럼프 정부의 새 예산안에서는 17.9% 예산이 삭감됐다.)와 같은 복지사업에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비약이라고, 잘못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지적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인 게, 그래서 '백악관'이 플로리다에도 뉴욕에도 있는 게, 이렇게 지방정부든, 연방정부든 재정에는 부담을 주는데, 그렇다면, 대통령 본인의 재정에는 득이 될까? 부담이 될까?

마라라고 리조트의 회원 가입비를 보자.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의 후보가 된 이후인 지난해 9월, 가입비는 10만 달러에서 15만 달러로 올랐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돼서 이 리조트가 '남부의 백악관'이 된 지금 가입비는 20만 달러로 오른 상황이다.

뉴욕의 트럼프 타워를 보자. 펜트하우스에 사는 대통령 가족을 경호하기 위해 비밀경호국과 국방부는 트럼프 타워 안에 지휘 센터와 경호원 숙소 등의 '공간'이 필요하다. 임대료를 아끼자고 강 건너 뉴저지에 경호 시설을 마련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게다.
재정 부담에 이어 이해상충 문제도 제기된다. 납세자인 미국 국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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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10:59:20
    특파원 리포트
마라라고 골프 리조트, 트럼프 미 대통령 소유의 호화 리조트다. 플로리다 주 팜 비치 해변에 126개 고급 객실과 스파, 골프장을 갖추고 있다. 가입비만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원을 훌쩍 넘는 회원 전용 리조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리조트를 '남부의 백악관', '겨울 백악관'이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9번의 주말 가운데 5번을 이 '겨울 백악관'에서 지냈다. 아베 일본 총리를 이곳에 초청해 골프와 만찬을 함께했고,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 리조트에 초대할 예정이다.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는 팜 비치의 주민들은 과연 대통령의 이런 잦은 방문을 반기고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는 없지만, 아마도, 그렇게 반기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왜냐하면, 팜 비치 카운티 정부가 지방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방문이다.




대통령이 마라라고 리조트에 올 때마다 팜 비치 카운티 보안관실은 여러 형태의 지원 요청을 받는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서다. 카운티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보안관실은 경호와 교통통제 등에 투입되는 경찰 인력의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지금까지 벌써 150만 달러를 썼다.

팜 비치 카운티 정부는 2018회계연도에 4천만 달러, 450억 원가량의 적자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렇게 재정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카운티 정부는 대통령의 방문에 따르는 추가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해 주거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카운티 정부는 지방세를 올리거나, 주민들을 위한 다른 공공 서비스를 감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팜 비치 카운티보다 걱정이 훨씬 더 큰 지방정부가 있다. 트럼프 타워가 있는 뉴욕시다. 뉴욕 트럼프 타워에는 세 개층에 걸쳐 '금빛 찬란한' 펜트하우스가 있다. 취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로 이곳에 머물렀다. 취임 후에도 영부인 멜라니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막내아들 배런이 이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다.


물론 비밀경호국이 근접 경호를 하고 있지만, 뉴욕시 경찰도 트럼프 타워를 늘 함께 지켜야 한다. 당연히 돈이 든다. 뉴욕 경찰이 언론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대선 이후 취임까지 70여 일 동안 뉴욕 경찰이 트럼프 타워 경호를 위해 쓴 비용이 2천4백만 달러, 270억 원가량에 이른다. 대통령이 뉴욕에 있으면 하루에 대략 30만 달러를 쓰고, 대통령이 없어도 영부인과 아들을 경호하는데 하루 14만 달러 안팎이 든다는 게 뉴욕 경찰의 설명이다.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의회에 경호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인 탓에 지방 정부들이 안 하던 고민을 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연방 정부 차원의 재정부담은 훨씬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이면 '다른 백악관'을 찾으려 하고, 뉴욕에는 영부인과 막내아들이 따로 살고, 트럼프의 장성한 아들들은 비즈니스를 위해 세계를 누빈다. 물론 비밀경호국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이래저래 경호비용이 증가하지 않을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내부 문건을 보면, 비밀경호국은 2018 회계연도 예산에 6천만 달러, 670억 원가량 증액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2천680만 달러, 300억 원가량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뉴욕 트럼프 타워의 '사저' 보호에 쓰일 돈이다.

나머지 3천320만 달러, 370억 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미국을 방문한 다른 나라 정상 등의 여행 및 경호 비용으로 쓰일 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과 관련된 경호 비용이 이렇게 급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의 몹시 복잡한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마라라고로 돌아가 보자.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을 타고 마라라고 리조트를 다녀올 때마다 경호와 여행 경비가 300만 달러, 33억 원 이상 든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추산이다.

실제로 미국 회계감사원의 기록을 보면, 지난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에서 4일을 보내는 동안 비밀경호국과 해안경비대가 지출한 비용이 360만 달러, 40억 원가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다른 백악관'을 이용하느라 경호비용이 급증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국방예산 증액을 위해 다른 예산을 삭감한 예산안을 짠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라라고에 두 번 다녀오는 예산이면 '노숙자를 위한 부처간 협의회(Interagency Council on Homelessness)' 1년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협의회는 트럼프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서 심각한 예산 삭감에 직면해 있다.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도 경호 비용 급증과 복지 예산 삭감 문제를 놓고 질문이 이어졌다.
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여행'에 드는 비용이 '밀즈 온 휠즈'(Meals on Wheels :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복지 사업, 트럼프 정부의 새 예산안에서는 17.9% 예산이 삭감됐다.)와 같은 복지사업에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비약이라고, 잘못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지적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인 게, 그래서 '백악관'이 플로리다에도 뉴욕에도 있는 게, 이렇게 지방정부든, 연방정부든 재정에는 부담을 주는데, 그렇다면, 대통령 본인의 재정에는 득이 될까? 부담이 될까?

마라라고 리조트의 회원 가입비를 보자.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의 후보가 된 이후인 지난해 9월, 가입비는 10만 달러에서 15만 달러로 올랐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돼서 이 리조트가 '남부의 백악관'이 된 지금 가입비는 20만 달러로 오른 상황이다.

뉴욕의 트럼프 타워를 보자. 펜트하우스에 사는 대통령 가족을 경호하기 위해 비밀경호국과 국방부는 트럼프 타워 안에 지휘 센터와 경호원 숙소 등의 '공간'이 필요하다. 임대료를 아끼자고 강 건너 뉴저지에 경호 시설을 마련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게다.
재정 부담에 이어 이해상충 문제도 제기된다. 납세자인 미국 국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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