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등기우편 뜯어봤다 전과자된 사연은?

입력 2017.03.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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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50대 A씨는 졸지에 전과자의 굴레를 쓰게 됐다.

지난해 11월 중순, 아파트 경비실에서 등기 우편물이 왔다는 인터폰 연락이 왔다. A씨는 경비실에 가 우편물을 받은 뒤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온 우편물이었는데 A씨는 무심코 내용물을 뜯어봤다.

뒤늦게 이를 안 아내는 격분했다. A씨와 아내는 한 달 전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내는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편지를 뜯어본 남편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A씨를 불러 사실 관계를 조사했고, 이후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법정에서 A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부부간에 등기 우편물 수령과 내용 확인은 사회 통념에 위배되지 않고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대구지법 제10형사단독 조성훈 판사는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와 피고인의 법정 진술 등으로 볼 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통상 부부간에 있을 법한 우편물 대리 수령과 개봉은 어떤 범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일까.


허락 없이 아내의 우편물을 뜯는 것은 형법 316조 ‘비밀 침해죄’ 위반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부부간이라고 하더라도 동의가 없었다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비밀 침해죄는 상대방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친고죄다. 즉 정상적인 부부라면 우편물 개봉을 이유로 고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밀 침해죄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즉 남의 편지라는 인식, 그리고 남의 비밀을 몰래 훔쳐 보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기 편지로 알고 무심코 열어봤다는 것이 입증되면 처벌하기는 어렵다.

또 타인의 편지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개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을 경우도 형법상 이른바 ‘금지의 착오’로 처벌이 어렵다.


그렇다면 미성년자 자녀의 편지를 열어봤을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민법 913조 친권의 효력 등의 규정을 볼 때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비밀침해죄가 상대방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임을 감안하면 미성년자 자녀의 편지를 뜯어봤다고 처벌하기는 어렵다.


한편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 선고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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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등기우편 뜯어봤다 전과자된 사연은?
    • 입력 2017-03-24 14:00:28
    취재K
대구에 사는 50대 A씨는 졸지에 전과자의 굴레를 쓰게 됐다.

지난해 11월 중순, 아파트 경비실에서 등기 우편물이 왔다는 인터폰 연락이 왔다. A씨는 경비실에 가 우편물을 받은 뒤 집에 돌아왔다. 아내에게 온 우편물이었는데 A씨는 무심코 내용물을 뜯어봤다.

뒤늦게 이를 안 아내는 격분했다. A씨와 아내는 한 달 전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내는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편지를 뜯어본 남편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A씨를 불러 사실 관계를 조사했고, 이후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법정에서 A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부부간에 등기 우편물 수령과 내용 확인은 사회 통념에 위배되지 않고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대구지법 제10형사단독 조성훈 판사는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와 피고인의 법정 진술 등으로 볼 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렇다면 통상 부부간에 있을 법한 우편물 대리 수령과 개봉은 어떤 범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일까.


허락 없이 아내의 우편물을 뜯는 것은 형법 316조 ‘비밀 침해죄’ 위반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부부간이라고 하더라도 동의가 없었다면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비밀 침해죄는 상대방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한 친고죄다. 즉 정상적인 부부라면 우편물 개봉을 이유로 고소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밀 침해죄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즉 남의 편지라는 인식, 그리고 남의 비밀을 몰래 훔쳐 보려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기 편지로 알고 무심코 열어봤다는 것이 입증되면 처벌하기는 어렵다.

또 타인의 편지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개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을 경우도 형법상 이른바 ‘금지의 착오’로 처벌이 어렵다.


그렇다면 미성년자 자녀의 편지를 열어봤을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민법 913조 친권의 효력 등의 규정을 볼 때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비밀침해죄가 상대방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임을 감안하면 미성년자 자녀의 편지를 뜯어봤다고 처벌하기는 어렵다.


한편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 선고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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