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참사’…히딩크 돌아와야 하나

입력 2017.03.24 (14:17) 수정 2017.03.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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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한국야구대표팀이 1회전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한 아쉬움이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구대표팀마저 무너졌다. 야구대표팀이 보여줬던 모습과 비슷했다. 투지도 정신력도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어깨에 힘이 빠져있는데 일명 '국민스포츠'라 불리는 야구와 축구가 우리에게 준 연이은 실망감은 가히 '참사'라고 불릴만하다.

그나마 다행은 한국이 중국전 패배로 A조 3위로 떨어질 뻔했지만, 뜻밖에 시리아 때문에 한숨을 돌렸다. 객관적인 열세였던 시리아가 우즈베키스탄을 1 대 0으로 이겼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보다 승점에서 불과 1점 앞선 불안한 조 2위를 지켰다.


중국의 '히딩크'되나…'명장' 입증한 리피 감독

반면 홈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격파한 중국은 새 사령탑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극찬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중국은 리피 감독 부임 전까지 최종예선 4경기에서 승점 1만 따낼 정도로 부진했다.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 리피 감독을 연봉으로만 2,000만 유로(우리 돈 약 254억)에 영입한 중국은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리피 감독은 중국대표팀을 맡은 지 한 달도 안 돼 열린 카타르전에서 0-0을 기록하며 승점 1을 따낸 데 이어 상대전적 1승 12무 18패로 절대적 약세를 보였던 한국마저 꺾었다.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도 컸지만, 중국 입장에서 이번 한국전은 꺼져가는 월드컵 본선행의 불씨를 살릴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 중국이 홈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던 한국을 꺾고 승점 3점을 더하며 조 꼴찌에서 탈출했으니 리피 감독의 위력을 실감한 만 하다. 중국이 다음 이란 원정 경기까지 승리할 경우 리피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과 같은 국민적 영웅이 될 태세다.

슈틸리케 감독…리피 감독과의 지도력 대결에서 완패

상대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처절한 위기를 맞았다. 한국대표팀을 3년이나 이끌었지만, 중국전에서 보여준 전술은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의 최종예선에서 썼던 전술에다 선수 기용까지 그대로였다.

이력만으로 봤을 때 슈틸리케 감독과 리피 감독은 비교가 안 된다.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5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에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경력까지 자랑한다.


여기에 2012년 중국 슈퍼리그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맡아 3년 연속 정상에 올려놓은 지도자다.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월드컵, UCL, ACL 정상을 모두 밟은 사령탑은 축구 역사상 리피 감독이 유일하다.

물론 명성이나 과거의 이력만으로 감독의 지도력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초기에는 대표팀의 연승을 이끌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뒤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본인의 한계에 부닥친 듯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수 선발 원칙을 수시로 깨는 모습에 팬들은 큰 실망감을 느꼈다.

국민스포츠에 낀 과도한 거품..국제경쟁력 추락

그렇다고 해서 축구나 야구나 다 감독만의 책임인가. 1982년 프로화가 된 한국 야구의 경우 2006년 WBC 첫 대회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 큰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쾌거를 이루며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야구에 이어 1983년 프로리그를 출범한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고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국제대회에서의 성공으로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고, 선수들의 몸값도 해마다 폭등했다.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의 경우 자유계약선수(FA) 몸값이 100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과거의 성적과 외형적 성장에만 도취한 야구와 축구가 미래를 위한 준비와 내실을 기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민낯이 몇 년 전부터 드러나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은 치솟았지만 반대로 실력은 떨어졌다. 한마디로 거품이 잔뜩 낀 두 '국민스포츠'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가며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은 곧 부메랑이 돼서 국내 스포츠의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수 발굴 시스템, 세계적 전술 흐름 등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진정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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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축구 ‘대참사’…히딩크 돌아와야 하나
    • 입력 2017-03-24 14:17:48
    • 수정2017-03-24 14: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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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한국야구대표팀이 1회전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한 아쉬움이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축구대표팀마저 무너졌다. 야구대표팀이 보여줬던 모습과 비슷했다. 투지도 정신력도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어깨에 힘이 빠져있는데 일명 '국민스포츠'라 불리는 야구와 축구가 우리에게 준 연이은 실망감은 가히 '참사'라고 불릴만하다.

그나마 다행은 한국이 중국전 패배로 A조 3위로 떨어질 뻔했지만, 뜻밖에 시리아 때문에 한숨을 돌렸다. 객관적인 열세였던 시리아가 우즈베키스탄을 1 대 0으로 이겼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보다 승점에서 불과 1점 앞선 불안한 조 2위를 지켰다.


중국의 '히딩크'되나…'명장' 입증한 리피 감독

반면 홈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격파한 중국은 새 사령탑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극찬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중국은 리피 감독 부임 전까지 최종예선 4경기에서 승점 1만 따낼 정도로 부진했다.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명장' 리피 감독을 연봉으로만 2,000만 유로(우리 돈 약 254억)에 영입한 중국은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리피 감독은 중국대표팀을 맡은 지 한 달도 안 돼 열린 카타르전에서 0-0을 기록하며 승점 1을 따낸 데 이어 상대전적 1승 12무 18패로 절대적 약세를 보였던 한국마저 꺾었다.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도 컸지만, 중국 입장에서 이번 한국전은 꺼져가는 월드컵 본선행의 불씨를 살릴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 중국이 홈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던 한국을 꺾고 승점 3점을 더하며 조 꼴찌에서 탈출했으니 리피 감독의 위력을 실감한 만 하다. 중국이 다음 이란 원정 경기까지 승리할 경우 리피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감독과 같은 국민적 영웅이 될 태세다.

슈틸리케 감독…리피 감독과의 지도력 대결에서 완패

상대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처절한 위기를 맞았다. 한국대표팀을 3년이나 이끌었지만, 중국전에서 보여준 전술은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의 최종예선에서 썼던 전술에다 선수 기용까지 그대로였다.

이력만으로 봤을 때 슈틸리케 감독과 리피 감독은 비교가 안 된다.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5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1회에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경력까지 자랑한다.


여기에 2012년 중국 슈퍼리그 팀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맡아 3년 연속 정상에 올려놓은 지도자다.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월드컵, UCL, ACL 정상을 모두 밟은 사령탑은 축구 역사상 리피 감독이 유일하다.

물론 명성이나 과거의 이력만으로 감독의 지도력을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초기에는 대표팀의 연승을 이끌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뒤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본인의 한계에 부닥친 듯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수 선발 원칙을 수시로 깨는 모습에 팬들은 큰 실망감을 느꼈다.

국민스포츠에 낀 과도한 거품..국제경쟁력 추락

그렇다고 해서 축구나 야구나 다 감독만의 책임인가. 1982년 프로화가 된 한국 야구의 경우 2006년 WBC 첫 대회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 등 큰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쾌거를 이루며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야구에 이어 1983년 프로리그를 출범한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고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국제대회에서의 성공으로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고, 선수들의 몸값도 해마다 폭등했다.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의 경우 자유계약선수(FA) 몸값이 100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과거의 성적과 외형적 성장에만 도취한 야구와 축구가 미래를 위한 준비와 내실을 기하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민낯이 몇 년 전부터 드러나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은 치솟았지만 반대로 실력은 떨어졌다. 한마디로 거품이 잔뜩 낀 두 '국민스포츠'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가며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은 곧 부메랑이 돼서 국내 스포츠의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수 발굴 시스템, 세계적 전술 흐름 등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진정 되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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