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이젠 ‘꽌시’가 아니라 ‘법대로’라지만…

입력 2017.03.24 (14:45) 수정 2017.03.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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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 그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교민들과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베이징 교민 사회 사이트에는 식당에 가서 한국말을 하다가 쫓겨 났다, 택시를 타고 가다 중국인 기사의 엄포에 무서워서 내렸다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 올라오고, 당분간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조용히 집에서 있어야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 진출 기업 중점 현안 공유 및 경영지원 설명회베이징 진출 기업 중점 현안 공유 및 경영지원 설명회

무엇보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소방 점검과 직원 사찰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23일 대한무역진흥공사 KOTRA 베이징 무역관 주최로 '베이징 진출 기업 중점 현안 공유 및 경영지원 설명회'가 열렸다.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방 점검과 세무조사, 통관 강화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대비하는 자리다. 사실 코트라의 경영 지원 설명회는 해마다 하는 행사였지만, 23일 설명회는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에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상황에서 추진된 행사여서 평소보다 많은 120여 명의 기업인들과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롯데마트와 같은 영업정지를 당한 회사 말고도 피해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한국 상표라고 제품을 파손하는 사례, TV 방송국에서 이미 체결한 광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사례, 갑작스러운 중국 바이어의 거래 중지 통지는 그렇다고 치고, 지난해 11월부터 받고 있는 세무조사에서 2월 통보받은 추가 납부 세금 금액의 2.5배에 달하는 세금이 아무 이유 없이 증가됐고, 한국 주재원들의 개인소득세까지 조사하는 등 치사한 사드 보복 사례들도 제시됐다.

합자 회사에서는 중국인 주주들과의 대립이 격화되는가 하면 중국 근로자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주말 추가 근로를 거부하며 노골적으로 반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전 중국 세관공무원 황진 주임이 ‘통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전 중국 세관공무원 황진 주임이 ‘통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통관에 있어 한국 기업 상품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고 있고, 조사할 때도 다른 국가에 비해 강도가 높을뿐더러 처벌 강도도 최고 단계라고 말한다. 특히 통관은 세관 공무원의 재량권이 고무줄이어서 한국 기업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 공유와 함께 한편으로는 철저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들도 나왔다.

최근 사례들이 사드 배치에 따른 사드 보복이 확실한 것도 있지만, 일부 산업의 경우 중국 정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와 양성을 위한 산업 규제적인 측면이 있으며, 중국 법규와 제도가 완비돼 가는 과정에서, 공정거래, 소비자보호, 소방, 환경, 안전, 노무 등에서 한국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세금을 징수할 때 운임비, 보험료 등을 빼고 신고해도 넘어가곤 했지만 제도 완비로 빠져 나갈 구멍이 없으며, 신고 가격과 실제 지불 금액의 차이도 모두 걸러진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피해 사례와 대책에 대해 권대식 변호사가 설명하고 있다.한국 기업의 피해 사례와 대책에 대해 권대식 변호사가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무, 통관, 세무, 법무 분야별로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소방점검 체크 리스트 같은 실제 기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도 소개됐다. 또 실무를 하는 기업인들만 아는 세부 사항 조언이 많았지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지금까지 많이 의존했던 꽌시(關係)에 의한 영업 활동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꽌시에 의해 대충 넘어가는 한국인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안고 가야하는 '상수(常數)' 라고 생각하고 정기적이고 신속한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법대로'를 외치고 있는데, 차제에 준법경영 체계를 완비하고 행정심판 등 공개적인 법적 구제 수단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설명회 휴식 시간에 만난 중소 기업인들은 대기업들이야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것 다 완비 하면 왜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겠느냐고 얘기한다.

또 불과 지난해 초만 해도 한 중 관계가 긴밀해 걱정이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원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안보가 경제에 우선하는데 어쩌겠느냐, 어렵더라도 이 시기를 넘겨야 한다, 이미 사드 배치가 확정됐는데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여기서 철회한다면 한국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빠졌지만 그만큼 한중 관계 회복이 빨리 올 수도 있다고 희망 섞인 얘기를 하는 기업인들도 있었다.

이렇게 설명회에 참여한 기업인들의 사드 배치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이런 고비는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고, 14억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들은 같았다. 그래서 규모를 줄이고 수익이 덜 나더라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중국을 공략하겠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사업하거나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중국인들과 불미스러운 일에 엮일까 봐 매사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 기업인들도 갑작스러운 보복 조치가 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지 않고 "이제 중국 위험은 상수(常數)"라는 생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사업 영역을 축소하는 등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교묘하고 치졸한 중국의 행동에는 모순점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흥분하지 않고 냉철하게 대응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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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14:45:29
    • 수정2017-03-24 20:48:17
    특파원 리포트
중국의 사드 보복이 계속되고 있다. 그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교민들과 기업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베이징 교민 사회 사이트에는 식당에 가서 한국말을 하다가 쫓겨 났다, 택시를 타고 가다 중국인 기사의 엄포에 무서워서 내렸다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 올라오고, 당분간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조용히 집에서 있어야겠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베이징 진출 기업 중점 현안 공유 및 경영지원 설명회
무엇보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소방 점검과 직원 사찰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23일 대한무역진흥공사 KOTRA 베이징 무역관 주최로 '베이징 진출 기업 중점 현안 공유 및 경영지원 설명회'가 열렸다.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방 점검과 세무조사, 통관 강화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대비하는 자리다. 사실 코트라의 경영 지원 설명회는 해마다 하는 행사였지만, 23일 설명회는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에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상황에서 추진된 행사여서 평소보다 많은 120여 명의 기업인들과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롯데마트와 같은 영업정지를 당한 회사 말고도 피해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한국 상표라고 제품을 파손하는 사례, TV 방송국에서 이미 체결한 광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사례, 갑작스러운 중국 바이어의 거래 중지 통지는 그렇다고 치고, 지난해 11월부터 받고 있는 세무조사에서 2월 통보받은 추가 납부 세금 금액의 2.5배에 달하는 세금이 아무 이유 없이 증가됐고, 한국 주재원들의 개인소득세까지 조사하는 등 치사한 사드 보복 사례들도 제시됐다.

합자 회사에서는 중국인 주주들과의 대립이 격화되는가 하면 중국 근로자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주말 추가 근로를 거부하며 노골적으로 반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전 중국 세관공무원 황진 주임이 ‘통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통관에 있어 한국 기업 상품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고 있고, 조사할 때도 다른 국가에 비해 강도가 높을뿐더러 처벌 강도도 최고 단계라고 말한다. 특히 통관은 세관 공무원의 재량권이 고무줄이어서 한국 기업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 공유와 함께 한편으로는 철저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들도 나왔다.

최근 사례들이 사드 배치에 따른 사드 보복이 확실한 것도 있지만, 일부 산업의 경우 중국 정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자국 산업 보호와 양성을 위한 산업 규제적인 측면이 있으며, 중국 법규와 제도가 완비돼 가는 과정에서, 공정거래, 소비자보호, 소방, 환경, 안전, 노무 등에서 한국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세금을 징수할 때 운임비, 보험료 등을 빼고 신고해도 넘어가곤 했지만 제도 완비로 빠져 나갈 구멍이 없으며, 신고 가격과 실제 지불 금액의 차이도 모두 걸러진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피해 사례와 대책에 대해 권대식 변호사가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무, 통관, 세무, 법무 분야별로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소방점검 체크 리스트 같은 실제 기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도 소개됐다. 또 실무를 하는 기업인들만 아는 세부 사항 조언이 많았지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지금까지 많이 의존했던 꽌시(關係)에 의한 영업 활동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꽌시에 의해 대충 넘어가는 한국인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안고 가야하는 '상수(常數)' 라고 생각하고 정기적이고 신속한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법대로'를 외치고 있는데, 차제에 준법경영 체계를 완비하고 행정심판 등 공개적인 법적 구제 수단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설명회 휴식 시간에 만난 중소 기업인들은 대기업들이야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것 다 완비 하면 왜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겠느냐고 얘기한다.

또 불과 지난해 초만 해도 한 중 관계가 긴밀해 걱정이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사드 배치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원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안보가 경제에 우선하는데 어쩌겠느냐, 어렵더라도 이 시기를 넘겨야 한다, 이미 사드 배치가 확정됐는데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여기서 철회한다면 한국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빠졌지만 그만큼 한중 관계 회복이 빨리 올 수도 있다고 희망 섞인 얘기를 하는 기업인들도 있었다.

이렇게 설명회에 참여한 기업인들의 사드 배치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이런 고비는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고, 14억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들은 같았다. 그래서 규모를 줄이고 수익이 덜 나더라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중국을 공략하겠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사업하거나 유학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중국인들과 불미스러운 일에 엮일까 봐 매사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 기업인들도 갑작스러운 보복 조치가 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지 않고 "이제 중국 위험은 상수(常數)"라는 생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사업 영역을 축소하는 등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교묘하고 치졸한 중국의 행동에는 모순점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흥분하지 않고 냉철하게 대응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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