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사로가 정말 통행에 방해가 되나요?”

입력 2017.03.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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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한 서점 앞 장애인 경사로가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됐다. 서점 측이 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의 지원을 받아 경사로를 설치했는데, 경산시에서 이를 철거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산시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경사로가 보행자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했다.

장애인용 경사로를 철거하라?


경산시 경산역 앞에 자리한 '호두책방' 주인 박주현 씨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철거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경산시 공무원이 서점을 방문해 "장애인용 경사로가 통행에 방해된다는 민원이 들어왔으니 철거하라"는 통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경산시가 경사로가 도로법에 저촉되는 불법 시설물이니 철거를 하든지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받기는 힘들 거라는 말도 했다고 적었다.

호두책방 대표 박주현 씨 페이스북 캡처호두책방 대표 박주현 씨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은 1,100개 이상의 '화나요' 등 수천 개의 공감 표시가 붙고, 1,100회 이상 공유되는 등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고, 각종 언론에도 보도됐다.

도로법 시행령 55조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 중 높이차이 제거 시설' 등을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도로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시 등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산시의 도로행정을 담당하는 도로철도과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서점에서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아 허가를 해주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도로점용 허가 신청만 하면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도로점용 허가 신청했지만..‘불허’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27일 박 씨는 다시 페이스북에 경사로에 대한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불허'했다고 적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던 경산시가 박 씨의 허가 신청에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경산시의 도로점용 허가신청 불허 안내문/박주현 씨 페이스북 캡처경산시의 도로점용 허가신청 불허 안내문/박주현 씨 페이스북 캡처

박 씨가 게시글에 첨부한 경산시의 허가신청 불허 안내문에 따르면 시는 "신청지는 주요 통행로로 경사로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지역 거주자의 통행 애로 민원도 있어 통행권 갈등이 예상된다"며 허가신청을 불허가 처분한다고 밝히고 있다.

허가신청을 불허한 경산시 허가민원과 담당자는 "해당 도로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라며 "수차례 현장 답사를 통해 경사로가 통행에 방해된다고 판단해 불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서점을 오신 많은 분들은 경사로를 직접 보고, 전체 인도 면적에 비해 작은 경사로가 통행에 조금도 방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했다"며 경산시가 불허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폭 42cm 경사로 정말 통행에 방해되나


경사로가 설치된 호두책방 앞 모습/사진 호두책방 제공경사로가 설치된 호두책방 앞 모습/사진 호두책방 제공

경사로는 정말 통행에 방해될까. 호두책방에 경사로 설치를 지원한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에 따르면 이번에 설치된 경사로의 크기는 너비 1m 50cm, 폭 42cm다. 경사로 설치 후 남는 인도의 폭은 2m를 넘는다고 경산시지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경산시가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해서 당장 서점 앞 경사로를 강제로 철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산시 도로철도과 관계자는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불허했다고 해서 언제까지 강제 철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자진 철거하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강제로 경사로를 철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는 경산시의 도로점용 불허 결정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경사로를 이동식으로 바꾸는 등 경사로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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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경사로가 정말 통행에 방해가 되나요?”
    • 입력 2017-03-24 17:23:00
    사회
경북 경산시 한 서점 앞 장애인 경사로가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됐다. 서점 측이 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의 지원을 받아 경사로를 설치했는데, 경산시에서 이를 철거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산시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경사로가 보행자 통행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했다.

장애인용 경사로를 철거하라?


경산시 경산역 앞에 자리한 '호두책방' 주인 박주현 씨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철거하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경산시 공무원이 서점을 방문해 "장애인용 경사로가 통행에 방해된다는 민원이 들어왔으니 철거하라"는 통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경산시가 경사로가 도로법에 저촉되는 불법 시설물이니 철거를 하든지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받기는 힘들 거라는 말도 했다고 적었다.

호두책방 대표 박주현 씨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내용의 게시물은 1,100개 이상의 '화나요' 등 수천 개의 공감 표시가 붙고, 1,100회 이상 공유되는 등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고, 각종 언론에도 보도됐다.

도로법 시행령 55조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 중 높이차이 제거 시설' 등을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도로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시 등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당시 경산시의 도로행정을 담당하는 도로철도과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서점에서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하지 않아 허가를 해주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며 도로점용 허가 신청만 하면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도로점용 허가 신청했지만..‘불허’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27일 박 씨는 다시 페이스북에 경사로에 대한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불허'했다고 적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던 경산시가 박 씨의 허가 신청에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경산시의 도로점용 허가신청 불허 안내문/박주현 씨 페이스북 캡처
박 씨가 게시글에 첨부한 경산시의 허가신청 불허 안내문에 따르면 시는 "신청지는 주요 통행로로 경사로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지역 거주자의 통행 애로 민원도 있어 통행권 갈등이 예상된다"며 허가신청을 불허가 처분한다고 밝히고 있다.

허가신청을 불허한 경산시 허가민원과 담당자는 "해당 도로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라며 "수차례 현장 답사를 통해 경사로가 통행에 방해된다고 판단해 불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서점을 오신 많은 분들은 경사로를 직접 보고, 전체 인도 면적에 비해 작은 경사로가 통행에 조금도 방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했다"며 경산시가 불허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폭 42cm 경사로 정말 통행에 방해되나


경사로가 설치된 호두책방 앞 모습/사진 호두책방 제공
경사로는 정말 통행에 방해될까. 호두책방에 경사로 설치를 지원한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에 따르면 이번에 설치된 경사로의 크기는 너비 1m 50cm, 폭 42cm다. 경사로 설치 후 남는 인도의 폭은 2m를 넘는다고 경산시지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경산시가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해서 당장 서점 앞 경사로를 강제로 철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산시 도로철도과 관계자는 "도로점용 허가 신청을 불허했다고 해서 언제까지 강제 철거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자진 철거하라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강제로 경사로를 철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는 경산시의 도로점용 불허 결정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진 경사로를 이동식으로 바꾸는 등 경사로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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