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3만 개”…‘편의점 공화국’의 속살

입력 2017.03.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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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편의점 15개가 새로 문을 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공식 통계 자료이다. 거리마다 편의점이 보이는 이유다. 2017년 대한민국은 '편의점 공화국'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1인 가구 증가가 한몫한다. 대한민국 1인 가구 520만 시대, 이제 한국의 대표 가구는 4인 가구도,3인 가구도 아닌 '1인 가구'다. 2016년 1인 가구 비중이 26%를 차지하면서 전국 편의점 점포 수도 3만 개를 넘어섰다.

편의점 수만큼이나 편의점을 찾는 사람도 많다. 2017년 대한민국이 '편의점 전성시대'를 맞은 이유는 뭘까.


편리하고 저렴하니까! 편의점 전성시대

편의점 전성기는 1인 가구 소비자를 가리키는 '싱글슈머(single consumer)'가 급증하면서 나타났다. 싱글슈머의 소비 패턴은 '근거리 쇼핑, 소용량, 소포장' 중심이다. 이에 딱 맞는 곳이 바로, 언제 어디서나 갈 수 있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선 혼밥족을 위한 도시락, 1,000원대 원두커피 등 다양한 1인용 상품은 물론 세탁, 택배, 복사, 현금인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용 계층이 점차 학생, 맞벌이, 노인층 등 전 연령대로 퍼지면서 편의점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편의점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저렴하기도 하다. '1+1 제품'이나 할인 이벤트를 이용하면 웬만한 마트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건 단지 살기 위한 도구'라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취업 준비생부터 '더 싸게, 더 간편하게' 사기 위해 소포장 재료를 구매하는 신혼부부, '먹기 위해 번다'며 야식을 사러 온 직장인까지 집 앞 편의점을 찾는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휴식 가능한 공간

편의점은 짧은 시간에 편리하고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어, 돈 한 푼이 아쉬운 취업 준비생이나 늘 시간에 쫓기는 택배 기사 같은 사람들을 위한 대표적인 '혼밥' 공간이 되고 있다. 이른 아침, 미처 끼니를 챙기지 못한 직장인들이 간단한 먹거리나 커피를 사러 들르는 출근길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편의점은 밤을 지새우며 건물 청소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밤샘 작업자들은 편의점 한편에 자리를 잡고 따끈한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운다. 엄은숙(53) 씨는 편의점을 찾는 이유로 '힘든 일을 하는 어려운 사람들도 그냥 들어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들었다. "혼자 와서 밥을 먹어도 누구 눈치 보거나 이럴 일도 없다.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니까 잘났건 못났건, 잘 살건 못 살건 이런 층하가 없다는 게 좋은 것 같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인생 만물점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학생회 선거에 필요한 사진을 찍으러 가기 전에 짬을 내 밥을 먹는 법대생, 폐지를 수거하기 위해 매일같이 찾는 할머니, 옆 건물 간판 작업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기사들, 친오빠에게 택배를 보내는 베트남 유학생, 고단한 시대에 복권에 희망을 건 사람들. 편의점을 채우는 수백, 수천 가지의 상품들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매일 편의점을 찾고 있다.


황경화 씨는 자식 또래 젊은 사람들을 따라 편의점 체험에 나섰다. 편의점 도시락을 처음 먹어본다는 경화 씨는 "잘 먹어야 하는 애들이 컵라면 하나 먹고 샌드위치 하나 먹고. 우리 젊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애들이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좋은 시대가 와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누군가에게 편의점은 꿈을 키워가는 발판, 더 나아가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온 조현하(25)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서기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고 있다. 현하 씨는 "중국집에서 시킨 배달 요리를 몇 날 며칠 아껴먹을 정도로 빠듯한 생활이지만, 지금의 경험이 미래를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한다.


KBS '다큐멘터리 3일'은 주택가, 시내 중심가, 대학가 세 곳에 있는 편의점의 72시간을 관찰하며 편의점에 얽힌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담았다. 내레이션은 유인나가 맡았다. '다큐멘터리 3일-우리 동네 편의점 72시간'은 26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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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에 3만 개”…‘편의점 공화국’의 속살
    • 입력 2017-03-25 08:03:29
    방송·연예
하루에 편의점 15개가 새로 문을 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공식 통계 자료이다. 거리마다 편의점이 보이는 이유다. 2017년 대한민국은 '편의점 공화국'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1인 가구 증가가 한몫한다. 대한민국 1인 가구 520만 시대, 이제 한국의 대표 가구는 4인 가구도,3인 가구도 아닌 '1인 가구'다. 2016년 1인 가구 비중이 26%를 차지하면서 전국 편의점 점포 수도 3만 개를 넘어섰다.

편의점 수만큼이나 편의점을 찾는 사람도 많다. 2017년 대한민국이 '편의점 전성시대'를 맞은 이유는 뭘까.


편리하고 저렴하니까! 편의점 전성시대

편의점 전성기는 1인 가구 소비자를 가리키는 '싱글슈머(single consumer)'가 급증하면서 나타났다. 싱글슈머의 소비 패턴은 '근거리 쇼핑, 소용량, 소포장' 중심이다. 이에 딱 맞는 곳이 바로, 언제 어디서나 갈 수 있는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선 혼밥족을 위한 도시락, 1,000원대 원두커피 등 다양한 1인용 상품은 물론 세탁, 택배, 복사, 현금인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용 계층이 점차 학생, 맞벌이, 노인층 등 전 연령대로 퍼지면서 편의점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편의점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저렴하기도 하다. '1+1 제품'이나 할인 이벤트를 이용하면 웬만한 마트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건 단지 살기 위한 도구'라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취업 준비생부터 '더 싸게, 더 간편하게' 사기 위해 소포장 재료를 구매하는 신혼부부, '먹기 위해 번다'며 야식을 사러 온 직장인까지 집 앞 편의점을 찾는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휴식 가능한 공간

편의점은 짧은 시간에 편리하고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어, 돈 한 푼이 아쉬운 취업 준비생이나 늘 시간에 쫓기는 택배 기사 같은 사람들을 위한 대표적인 '혼밥' 공간이 되고 있다. 이른 아침, 미처 끼니를 챙기지 못한 직장인들이 간단한 먹거리나 커피를 사러 들르는 출근길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편의점은 밤을 지새우며 건물 청소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밤샘 작업자들은 편의점 한편에 자리를 잡고 따끈한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운다. 엄은숙(53) 씨는 편의점을 찾는 이유로 '힘든 일을 하는 어려운 사람들도 그냥 들어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들었다. "혼자 와서 밥을 먹어도 누구 눈치 보거나 이럴 일도 없다.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니까 잘났건 못났건, 잘 살건 못 살건 이런 층하가 없다는 게 좋은 것 같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인생 만물점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학생회 선거에 필요한 사진을 찍으러 가기 전에 짬을 내 밥을 먹는 법대생, 폐지를 수거하기 위해 매일같이 찾는 할머니, 옆 건물 간판 작업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기사들, 친오빠에게 택배를 보내는 베트남 유학생, 고단한 시대에 복권에 희망을 건 사람들. 편의점을 채우는 수백, 수천 가지의 상품들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매일 편의점을 찾고 있다.


황경화 씨는 자식 또래 젊은 사람들을 따라 편의점 체험에 나섰다. 편의점 도시락을 처음 먹어본다는 경화 씨는 "잘 먹어야 하는 애들이 컵라면 하나 먹고 샌드위치 하나 먹고. 우리 젊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애들이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지 불쌍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좋은 시대가 와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은 누군가에게 편의점은 꿈을 키워가는 발판, 더 나아가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온 조현하(25)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서기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고 있다. 현하 씨는 "중국집에서 시킨 배달 요리를 몇 날 며칠 아껴먹을 정도로 빠듯한 생활이지만, 지금의 경험이 미래를 위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한다.


KBS '다큐멘터리 3일'은 주택가, 시내 중심가, 대학가 세 곳에 있는 편의점의 72시간을 관찰하며 편의점에 얽힌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담았다. 내레이션은 유인나가 맡았다. '다큐멘터리 3일-우리 동네 편의점 72시간'은 26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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