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노트북·게임기 ‘금지’…비행기에서 뭐할까?

입력 2017.03.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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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8개 이슬람 국가에서 자국 영토로 들어오는 항공편 탑승객의 랩톱· 태블릿· 게임기 등의 기내 휴대를 전격 금지했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가 해당된다. 왜 그래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첨단 항공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론이 대신 전하고 있다.

요르단·이집트·터키·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모로코·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8개 국가가 대상이다. 영국 정부도 곧바로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다만 금지 국가는 터키·레바논·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튀니지 등 6개 이슬람 국가로 한정했다. 미국과 영국이 모종의 테러 위협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보도했다.


중동지역 항공사들은 부랴부랴 탑승객들에게 해당 전자기기는 탑승 수속 때 부치는 짐에 보관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제공항을 기준으로 미국 뉴욕까지는 14시간, 로스앤젤레스까지는 16시간이다.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태블릿과 게임기를 이용해 게임에 몰두하고, e-리더기로 독서를 하며 지루한 비행시간을 이겨내던 많은 여행객들에게는 의아함을 넘어 반발심이 생길 만하다.


당장 터키 정부는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금지 리스트에서 자국 공항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이 쉽사리 이 조치를 철회하거나 완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때맞춰 랩톱에 숨겨져 있던 폭탄이 여객기 동체에 큰 구멍을 냈던 지난해 2월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다알로 항공 여객기 폭발 사건이 외신을 통해 다시금 첨단 항공테러의 위험을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처럼 무차별적인 테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행객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처라는데, 누가 반론을 달 수 있으랴.


이번 조치로 중동의 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항공사들은 이번에 규제가 적용된 공항에서 자국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특히 뉴욕을 포함해 미국 주요 도시와 두바이를 주당 100차례 이상 운항하는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예상했다. 정말 그런 위기감을 느꼈는지 에미레이트 항공의 발 빠른 대처가 눈길을 끈다.

“누가 태블릿과 노트북이 필요하긴 한가요?”“누가 태블릿과 노트북이 필요하긴 한가요?”

이전에 제작된 광고 영상을 일부 고쳐 자사 SNS 계정에 다시 게시했는데, 정확히 현재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노트북과 태블릿 없이도 엄청난 양의 영화와 다양한 채널을 보유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행기 내에서도 노트북으로 일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이라는 너무 당연한 불만 섞인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웃기기보다는 씁쓸한 느낌의 자조 섞인 유머 글도 인터넷에 등장했다.

■ 전자제품 없이 비행시간 보내는 세 가지 좋은 방법

첫 번째, “매 한 마리...매 두 마리... 양을 세는 것보다 재미있는 매를 세며 시간 보내기”


중동 출신의 부자가 자신의 매 여러 마리와 비행기 여행을 하는 화제가 된 사진을 보면 무슨 말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두 번째,“두꺼운 사전 갖고 아랍어 기내 방송 번역해가며 아랍어 익히기..."
세 번째,“알파벳 순으로 미국의 주 차례로 외우기....”

테러가 빈발하는 이슬람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막는 <反무슬림법>에 이은 2탄이라 할 만한 이번 규제는 상대적으로 전작보다는 가벼운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규제임은 분명하다. 첨단 전자 제품으로 일하거나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금단의 고통을 안길 게 자명하다.

물론 지금은 중동 지역 공항을 이용해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는 여행객들에게 한정된 일처럼 보이지만,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항공기 안전을 실제로 위협하는 의심이나 시도가 확인되면 세계 모든 공항으로 확산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서점에 먼저 들러 지루함을 쫓아버릴 두툼한 소설책을 고르는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새로 습관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노트북, 태블릿, e리더기, 게임기 등이 나오기 전처럼 말이다. 세상이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평화와 안전에 관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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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노트북·게임기 ‘금지’…비행기에서 뭐할까?
    • 입력 2017-03-25 13:30:31
    특파원 리포트
미국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8개 이슬람 국가에서 자국 영토로 들어오는 항공편 탑승객의 랩톱· 태블릿· 게임기 등의 기내 휴대를 전격 금지했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가 해당된다. 왜 그래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첨단 항공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론이 대신 전하고 있다.

요르단·이집트·터키·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모로코·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8개 국가가 대상이다. 영국 정부도 곧바로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다만 금지 국가는 터키·레바논·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튀니지 등 6개 이슬람 국가로 한정했다. 미국과 영국이 모종의 테러 위협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보도했다.


중동지역 항공사들은 부랴부랴 탑승객들에게 해당 전자기기는 탑승 수속 때 부치는 짐에 보관해야 한다고 알리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국제공항을 기준으로 미국 뉴욕까지는 14시간, 로스앤젤레스까지는 16시간이다.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태블릿과 게임기를 이용해 게임에 몰두하고, e-리더기로 독서를 하며 지루한 비행시간을 이겨내던 많은 여행객들에게는 의아함을 넘어 반발심이 생길 만하다.


당장 터키 정부는 미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금지 리스트에서 자국 공항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이 쉽사리 이 조치를 철회하거나 완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때맞춰 랩톱에 숨겨져 있던 폭탄이 여객기 동체에 큰 구멍을 냈던 지난해 2월 소말리아 모가디슈의 다알로 항공 여객기 폭발 사건이 외신을 통해 다시금 첨단 항공테러의 위험을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요즘처럼 무차별적인 테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행객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조처라는데, 누가 반론을 달 수 있으랴.


이번 조치로 중동의 항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 항공사들은 이번에 규제가 적용된 공항에서 자국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특히 뉴욕을 포함해 미국 주요 도시와 두바이를 주당 100차례 이상 운항하는 두바이 에미레이트 항공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예상했다. 정말 그런 위기감을 느꼈는지 에미레이트 항공의 발 빠른 대처가 눈길을 끈다.

“누가 태블릿과 노트북이 필요하긴 한가요?”
이전에 제작된 광고 영상을 일부 고쳐 자사 SNS 계정에 다시 게시했는데, 정확히 현재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노트북과 태블릿 없이도 엄청난 양의 영화와 다양한 채널을 보유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행기 내에서도 노트북으로 일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이라는 너무 당연한 불만 섞인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웃기기보다는 씁쓸한 느낌의 자조 섞인 유머 글도 인터넷에 등장했다.

■ 전자제품 없이 비행시간 보내는 세 가지 좋은 방법

첫 번째, “매 한 마리...매 두 마리... 양을 세는 것보다 재미있는 매를 세며 시간 보내기”


중동 출신의 부자가 자신의 매 여러 마리와 비행기 여행을 하는 화제가 된 사진을 보면 무슨 말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두 번째,“두꺼운 사전 갖고 아랍어 기내 방송 번역해가며 아랍어 익히기..."
세 번째,“알파벳 순으로 미국의 주 차례로 외우기....”

테러가 빈발하는 이슬람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막는 <反무슬림법>에 이은 2탄이라 할 만한 이번 규제는 상대적으로 전작보다는 가벼운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규제임은 분명하다. 첨단 전자 제품으로 일하거나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금단의 고통을 안길 게 자명하다.

물론 지금은 중동 지역 공항을 이용해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는 여행객들에게 한정된 일처럼 보이지만, 테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항공기 안전을 실제로 위협하는 의심이나 시도가 확인되면 세계 모든 공항으로 확산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서점에 먼저 들러 지루함을 쫓아버릴 두툼한 소설책을 고르는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새로 습관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노트북, 태블릿, e리더기, 게임기 등이 나오기 전처럼 말이다. 세상이 거꾸로 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평화와 안전에 관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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