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테러범 ‘외로운 늑대’?…지령 흔적·사우디 체류

입력 2017.03.25 (20:45) 수정 2017.03.2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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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의사당 근처에서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외로운 늑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지시간 24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안보 관리들은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 칼리드 마수드(52)가 범행 전에 지령을 받은 정황을 주목하고 있다.

관리들은 마수드에게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하고 런던 테러를 저지르는 데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 다른 이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마수드가 사용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의 교신 기록을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마수드는 지난 22일 테러 차량으로 보행자들을 마구 치고 영국 의사당 울타리를 들이받기 몇 분 전에 왓츠앱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일 오후 2시 37분에 마수드의 예전 주소로 등록된 번호로 교신이 오갔는데 첫 테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2시 40분이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수드는 범행 전날 런던에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해안 도시 브라이턴의 한 호텔에 혼자 투숙했다. 그는 다음날 오전 8시쯤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떠나고서 불과 몇시간 뒤 런던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그러나 런던경찰청은 마수드와 범행현장까지 동행한 공범이 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공범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이번 테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11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안보기관들은 통상 극단주의 집단의 선전에 영감을 얻어 스스로 테러를 저지르는 자생 테러범을 '외로운 늑대'(lone wolf)로 간주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테러 때처럼 직접 폭탄, 총기로 도심을 습격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조직원들은 이와 반대의 의미에서 '늑대 떼'(wolf pack)로 불린다.

IS는 런던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마수드가 IS의 군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그가 IS의 조직원 생활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14년 동안 범행을 저지르지 않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온 마수드가 급진화한 경위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964년 영국 남동부 지역에서 태어난 마수드의 원래 이름은 '에이드리언 엘름스'지만 여러 이름과 가명을 써왔으며, 정기적으로 주소를 바꿨다. 계속 영국에 거주해온 마수드는 출옥 후 2005년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영어 교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주영국 사우디 대사관은 마수드가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2008년 4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취업 비자로 사우디에 체류했으며, 2015년 3월 여행사를 성지순례 비자를 발급받아 사우디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우디 체류 당시 마수드는 정보기관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으며 범죄 기록도 없었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경찰은 마수드가 그 전에 이미 급진화에 접어들어 극단주의 사상에 관한 관심 때문에 사우디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여러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처럼 마수드가 교도소에서 급진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수드는 두 차례 잡범으로 수감생활을 했는데 두 번째 형기가 끝난 2003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무슬림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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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테러범 ‘외로운 늑대’?…지령 흔적·사우디 체류
    • 입력 2017-03-25 20:45:21
    • 수정2017-03-25 22:52:22
    국제
영국 런던의 의사당 근처에서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외로운 늑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지시간 24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안보 관리들은 현장에서 사살된 범인 칼리드 마수드(52)가 범행 전에 지령을 받은 정황을 주목하고 있다.

관리들은 마수드에게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하고 런던 테러를 저지르는 데 직간접적인 도움을 준 다른 이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마수드가 사용한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의 교신 기록을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마수드는 지난 22일 테러 차량으로 보행자들을 마구 치고 영국 의사당 울타리를 들이받기 몇 분 전에 왓츠앱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일 오후 2시 37분에 마수드의 예전 주소로 등록된 번호로 교신이 오갔는데 첫 테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2시 40분이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수드는 범행 전날 런던에서 남쪽으로 약 80㎞ 떨어진 해안 도시 브라이턴의 한 호텔에 혼자 투숙했다. 그는 다음날 오전 8시쯤 체크아웃하고 호텔을 떠나고서 불과 몇시간 뒤 런던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그러나 런던경찰청은 마수드와 범행현장까지 동행한 공범이 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공범의 존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이번 테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11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안보기관들은 통상 극단주의 집단의 선전에 영감을 얻어 스스로 테러를 저지르는 자생 테러범을 '외로운 늑대'(lone wolf)로 간주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테러 때처럼 직접 폭탄, 총기로 도심을 습격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조직원들은 이와 반대의 의미에서 '늑대 떼'(wolf pack)로 불린다.

IS는 런던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며 마수드가 IS의 군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그가 IS의 조직원 생활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14년 동안 범행을 저지르지 않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온 마수드가 급진화한 경위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964년 영국 남동부 지역에서 태어난 마수드의 원래 이름은 '에이드리언 엘름스'지만 여러 이름과 가명을 써왔으며, 정기적으로 주소를 바꿨다. 계속 영국에 거주해온 마수드는 출옥 후 2005년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영어 교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주영국 사우디 대사관은 마수드가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2008년 4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취업 비자로 사우디에 체류했으며, 2015년 3월 여행사를 성지순례 비자를 발급받아 사우디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우디 체류 당시 마수드는 정보기관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으며 범죄 기록도 없었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경찰은 마수드가 그 전에 이미 급진화에 접어들어 극단주의 사상에 관한 관심 때문에 사우디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여러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처럼 마수드가 교도소에서 급진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마수드는 두 차례 잡범으로 수감생활을 했는데 두 번째 형기가 끝난 2003년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무슬림 여성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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