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입맛대로 안되는 정치…다음 수에 더 주목

입력 2017.03.25 (23:17) 수정 2017.03.2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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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케어 법안 철회 후 오벌 오피스에서 회견하는 트럼프트럼프 케어 법안 철회 후 오벌 오피스에서 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된 후 시도한 첫번째 입법이 좌절됐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아주 모양이 안좋게 됐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큰 소리치며 밀어부쳤던 미국 건강보험법(American HealthCare Act) 입법이 무산된 것이다. 그것도 공화당의 자중지란으로 실패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기존의 미국 건강보호법(Affordable Care Act)의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선거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지난해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폐지 공약의 실천을 강조했다.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업무 성취를 형편 없는 실패작들로 간주해온 트럼프는 오바마 케어의 폐지를 통해 오바마 지우기(Anything But Obama)를 본격화하려 했다.

정치적 상황은 트럼프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다. 백악관과 상하 양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하원은 공화당이 무려 44석이나 많다. 이런 압도적 우위는 11년만에 다시 맞는 호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추진력에 더해 오바마 케어 폐지는 공화당 스스로 지난 7년 동안 폐지와 실행 반대를 집요하게 주창하며 당력을 모아온 사안이기도 하다.

입맛 쓰게 된 트럼프. 공화당도 타격 받아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써도 삼키기 힘들만큼 매우 쓸 것이다. 공화당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입법의 키를 쥐고 있는 하원에서 전체 의석 435석 가운데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보유하고도 대통령과 자기 당의의회 지도부가 적극 나선 법안이 투표도 못해 본채 무산된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한 석의 이탈도 드러내지 않으며 단결을 보여줬다.

‘오바마 케어가 실정법’이라고 말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오바마 케어가 실정법’이라고 말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오바마 케어를 없애고 이른바 트럼프 케어를 새로 태동시키기 위해 기울인 트럼프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거친 언변으로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요 도시들을 선거유세하듯 돌아다녔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홍보전에 이어 의회를 상대로도 거센 압박이 이어졌다. 트럼프 케어 법안에 찬성토록 하기 위해 의원들을 상대로 대면이나 전화로 설득했다. 많은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수시로 초청했고 의회와 공화당 행사장도 여러차례 직접 찾았다. 지난 몇일 동안 상대한 의원만 해도 120명 이상이라고 한다.(스파이서 대변인 24일 브리핑)

쓰디쓴 실패를 맛봤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전면 수정할 것 같지는 않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안을 저돌적으로 몰아부치는 기존 방식은 계속 될 것임에 분명하다. 트럼프 케어가 실패로 끝난 후 보인 그의 대응을 보면 그의 향후 행보가 읽힌다. '트럼프 케어에서 나는 손 뗀다. 그런데 곧 재앙이 닥칠텐데(Obama Care Will Explde) 그때 가면 지금 반대한 사람들이 빌어야 될 것이다.' 결코 패배를 인정할줄 모르는 승부사임을 재확인해준다.

앞으로 세제 개편. 무역협정 개정 밀어부칠듯

그리고 이미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세제 개편'이라는 것이다. '무역협정도 손본다'는 것이다. 사실 오바마 케어의 폐지 여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오바마 케어가 유지된다 해도 트럼프 정권이 손해를 볼 일은 크게 없다. 지지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 정도가 부담이라면 부담이라 할 것이다.

트럼프가 무서운 것은 정치적 패배를 겪으면서 자신의 신조와 주장을 지키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치가 미국의 장래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지론이자 자신을 대통령으로 까지 되게 한 핵심 주장이었는 데 트럼프의 그런 논지는 더욱 강화되게 됐다. 그래서 트럼프가 트럼프 케어 법안의 철회에 동의한 후 곧바로 정치권에 화살을 돌리고 있는(Finger Pointing) 것이다. '민주당이 한명도 찬성하지 않아서 안된 것이다. 충성심, 투표 방식(표 나눠먹기를 지칭하는 듯)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는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지속되는 공격의 일환이다.

트럼프가 이번 실패 이후에도 자신의 전략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지만 대응 방식은 조금 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당장 이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워싱턴에 머물겠다고 했다. 시도 때도 없이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휴양지 마라라고나 다른 지방도시로 각료와 참모에 수행기자들까지 끌고다니며 노익장을 과시하더니 조금 휴식을 취할 모양이다.

트럼프 케어를 철회하는 날 키스톤 파이프 라인 건설을 허가하고 있는 트럼프트럼프 케어를 철회하는 날 키스톤 파이프 라인 건설을 허가하고 있는 트럼프

트럼프 케어를 포기하기로 한 후 그동안 각을 세워왔던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먼저 설명해준 것도 이채롭다. 트럼프가 왜 그렇게 했는 지는 전화를 받은 기자들도 파악중인 것 같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의 기자에게 각각 전화를 건 트럼프는 앞에서 소개된 내용 비슷하게 일종의 자기 주장(민주당 때문, 라이언 의장과 공화당은 문제 없고, 이제는 세금이나 무역협정 등)을 계속했지만 언론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트럼프는 24일 오전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키스톤 파이프 라인의 건설을 허가'하는 자리에서도 '트럼프 케어가 실패해도 라이언은 자리를 지켜야 하느냐'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을 미리 하기도 했다.

한미 fta. 북한 문제에도 미국 국내정치 파장 미칠 가능성

이번 실패를 계기로 트럼프가 접근 방식을 세련화해서 자신의 전략을 밀어부칠 경우 상대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게 분명하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무역협정 폐지에 더욱 적극성을 보일 경우 한국에도 당장 큰 파장이 생길 수 있다. 한미 fta 문제에 대응하는 트럼프 진영에는 이제 여유가 많지 않다. 한미양국 모두에게 발등의 불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실패 등 미국 국내 정치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목청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트는 첫 입법 전투에서 패배했지만 이를 계기로 더욱 발톱을 세우며 미국의 국익(America First)을 챙기고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게 괴로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의 앞에는 많은 수단과 방법이 있고 최소한 3년 이상의 재임기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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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5 23: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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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케어 법안 철회 후 오벌 오피스에서 회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된 후 시도한 첫번째 입법이 좌절됐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아주 모양이 안좋게 됐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큰 소리치며 밀어부쳤던 미국 건강보험법(American HealthCare Act) 입법이 무산된 것이다. 그것도 공화당의 자중지란으로 실패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기존의 미국 건강보호법(Affordable Care Act)의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선거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지난해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폐지 공약의 실천을 강조했다.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업무 성취를 형편 없는 실패작들로 간주해온 트럼프는 오바마 케어의 폐지를 통해 오바마 지우기(Anything But Obama)를 본격화하려 했다.

정치적 상황은 트럼프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다. 백악관과 상하 양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하원은 공화당이 무려 44석이나 많다. 이런 압도적 우위는 11년만에 다시 맞는 호기이다. 처음 시작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추진력에 더해 오바마 케어 폐지는 공화당 스스로 지난 7년 동안 폐지와 실행 반대를 집요하게 주창하며 당력을 모아온 사안이기도 하다.

입맛 쓰게 된 트럼프. 공화당도 타격 받아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써도 삼키기 힘들만큼 매우 쓸 것이다. 공화당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입법의 키를 쥐고 있는 하원에서 전체 의석 435석 가운데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보유하고도 대통령과 자기 당의의회 지도부가 적극 나선 법안이 투표도 못해 본채 무산된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한 석의 이탈도 드러내지 않으며 단결을 보여줬다.

‘오바마 케어가 실정법’이라고 말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오바마 케어를 없애고 이른바 트럼프 케어를 새로 태동시키기 위해 기울인 트럼프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거친 언변으로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요 도시들을 선거유세하듯 돌아다녔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홍보전에 이어 의회를 상대로도 거센 압박이 이어졌다. 트럼프 케어 법안에 찬성토록 하기 위해 의원들을 상대로 대면이나 전화로 설득했다. 많은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수시로 초청했고 의회와 공화당 행사장도 여러차례 직접 찾았다. 지난 몇일 동안 상대한 의원만 해도 120명 이상이라고 한다.(스파이서 대변인 24일 브리핑)

쓰디쓴 실패를 맛봤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전면 수정할 것 같지는 않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안을 저돌적으로 몰아부치는 기존 방식은 계속 될 것임에 분명하다. 트럼프 케어가 실패로 끝난 후 보인 그의 대응을 보면 그의 향후 행보가 읽힌다. '트럼프 케어에서 나는 손 뗀다. 그런데 곧 재앙이 닥칠텐데(Obama Care Will Explde) 그때 가면 지금 반대한 사람들이 빌어야 될 것이다.' 결코 패배를 인정할줄 모르는 승부사임을 재확인해준다.

앞으로 세제 개편. 무역협정 개정 밀어부칠듯

그리고 이미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세제 개편'이라는 것이다. '무역협정도 손본다'는 것이다. 사실 오바마 케어의 폐지 여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오바마 케어가 유지된다 해도 트럼프 정권이 손해를 볼 일은 크게 없다. 지지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 정도가 부담이라면 부담이라 할 것이다.

트럼프가 무서운 것은 정치적 패배를 겪으면서 자신의 신조와 주장을 지키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치가 미국의 장래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지론이자 자신을 대통령으로 까지 되게 한 핵심 주장이었는 데 트럼프의 그런 논지는 더욱 강화되게 됐다. 그래서 트럼프가 트럼프 케어 법안의 철회에 동의한 후 곧바로 정치권에 화살을 돌리고 있는(Finger Pointing) 것이다. '민주당이 한명도 찬성하지 않아서 안된 것이다. 충성심, 투표 방식(표 나눠먹기를 지칭하는 듯)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는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지속되는 공격의 일환이다.

트럼프가 이번 실패 이후에도 자신의 전략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지만 대응 방식은 조금 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당장 이번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워싱턴에 머물겠다고 했다. 시도 때도 없이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휴양지 마라라고나 다른 지방도시로 각료와 참모에 수행기자들까지 끌고다니며 노익장을 과시하더니 조금 휴식을 취할 모양이다.

트럼프 케어를 철회하는 날 키스톤 파이프 라인 건설을 허가하고 있는 트럼프
트럼프 케어를 포기하기로 한 후 그동안 각을 세워왔던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먼저 설명해준 것도 이채롭다. 트럼프가 왜 그렇게 했는 지는 전화를 받은 기자들도 파악중인 것 같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의 기자에게 각각 전화를 건 트럼프는 앞에서 소개된 내용 비슷하게 일종의 자기 주장(민주당 때문, 라이언 의장과 공화당은 문제 없고, 이제는 세금이나 무역협정 등)을 계속했지만 언론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트럼프는 24일 오전 집무실 오벌 오피스에서 '키스톤 파이프 라인의 건설을 허가'하는 자리에서도 '트럼프 케어가 실패해도 라이언은 자리를 지켜야 하느냐'는 현장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을 미리 하기도 했다.

한미 fta. 북한 문제에도 미국 국내정치 파장 미칠 가능성

이번 실패를 계기로 트럼프가 접근 방식을 세련화해서 자신의 전략을 밀어부칠 경우 상대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게 분명하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무역협정 폐지에 더욱 적극성을 보일 경우 한국에도 당장 큰 파장이 생길 수 있다. 한미 fta 문제에 대응하는 트럼프 진영에는 이제 여유가 많지 않다. 한미양국 모두에게 발등의 불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실패 등 미국 국내 정치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목청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트는 첫 입법 전투에서 패배했지만 이를 계기로 더욱 발톱을 세우며 미국의 국익(America First)을 챙기고 한국 등 다른 나라들에게 괴로운 존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의 앞에는 많은 수단과 방법이 있고 최소한 3년 이상의 재임기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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