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로 ‘돈 가뭄’ 北…금강산·신의주에 잇단 투자권유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른 북한이 각종 특혜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해외자본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은 최근 웹사이트 '금강산'에 '관광 여객선 투자안내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금강산 고성항을 모항(母港)으로 하는 2만∼3만t급 관광 여객선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 단독기업이나 합영 기업이 10년간 미화 1천만∼2천만 달러(약 112억∼225억원)를 투자해 운항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했다.

특히 안내서는 관광 여객선이 특혜적인 경제활동 조건을 보장받게 된다며 카지노업도 허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박을 금하는 북한 사회·문화상에 비춰봤을 때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다.

아울러 북한은 15년 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된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사업의 재추진 의지를 밝히며 해외 투자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북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류경'은 어제(25일) "신의주국제경제지대는 관광, 무역, 첨단기술산업, 보세가공, 금융업 등을 결합한 세계적인 특수경제지대, 국제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매혹적인 투자 적지"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외국투자에 대한 법적 보호는 철저히 담보되며, 세금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게 책정했다고 홍보했다.

최근 북한의 이런 행보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르자 돈을 벌 수 있는 각종 수단을 총동원해 난국을 타개해보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북한의 외화 수입은 올해 큰 폭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소리(VOA) 자체 추산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2014년 36억∼40억달러(약 4조400억∼4조4천900억원)의 외화 수입을 올렸지만, 올해는 대북제재 여파로 8억 달러가량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의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 차단, 노동력 국외 송출 금지, 해외 온라인 상거래와 어업권 거래 봉쇄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대북제재법을 준비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관심을 돌리거나, 사상 최악의 대북제재가 고통스럽지 않다는 점을 애써 과시하려고 일부 유화적인 조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무력 도발과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의 고립과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북 투자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북한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최명남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추가로 대북제재를 가하더라도 전혀 두렵지 않다는 과시성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해 금강산관광 여객선 유치 공고를 낸 것이 아닌가 한다"며 "대북 투자가 안 되는 핵심 이유는 예측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