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몸캠 피싱’ 기승…몸통은 어디에?

입력 2017.03.27 (16:00) 수정 2017.03.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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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국발 ‘몸캠 피싱’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국발 ‘몸캠 피싱’

중국발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몸캠 피싱'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보이스 피싱'이 결합한 새로운 사이버범죄 중 하나다. 영상 채팅을 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음란행위를 유도하고 이를 녹화했다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 지난 2015년 '몸캠 피싱' 피해사례는 102건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1,193건으로 급증했다. '몸캠 피싱'의 근거지는 대부분의 경우 중국이다.

3개월 관광비자로 입국해 한 달 만에 4억여 원 챙겨

지난 1월 12일 중국 국적 김 모(26) 씨와 배 모(32, 여) 씨가 입국했다. 김 씨 등은 3개월짜리 단기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행을 택했다. 여느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온 것이다. 그런데 김 씨 등은 입국 한 달 만에 4억 2,000만 원을 벌었다. 관광하러 온 이들이 단기간에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었을까?

실마리는 이들의 계좌 내역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 씨와 배 씨의 통장에는 500여 명의 이름이 찍혀있었다. 돈을 보낸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연령대는 17살부터 50대까지, 금액도 적게는 150만 원부터 많게는 2,000만 원까지 다양했다. 송금한 이들은 모두 몸캠 피싱 피해자였다.

범행 방법은 이랬다. 중국에 있는 총책이 고용한 '몸캠 피싱' 일당이 남성과 스마트폰으로 영상 채팅을 한다. 채팅 도중 남성에게 음란 행위를 유도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먼저 음란한 행위를 한 뒤에 제안하기 때문에 남성은 안심하고 음란 행위를 한다. 음질이 좋지 않다며 별도의 파일을 내려받을 것을 권한다.

파일을 내려받는 순간 피해자의 휴대전화 연락처는 추출된다. 이후 '몸캠 피싱'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음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남성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주변인들의 연락처로 동영상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지 않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돈을 보낸다.

하지만 돈을 보낸다고 해서 협박이 멈추는 건 아니다. 동영상을 빌미로 계속해서 돈을 타내는 경우도 있고, 송금 여부와 관계없이 동영상을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엔 강원도 삼척시의 한 모텔에서 소주 4병을 마신 뒤 번개탄과 연탄불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한 20대 남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남성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지속된 '몸캠 피싱' 협박 탓이다.

경찰은 김 씨와 배 씨를 사기와 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김 씨 일행은 피해 남성들에게서 돈을 받으면 중국 내 총책에게 돈을 전달하는 꼬리에 불과했다. 중국 내 총책은 종적을 감췄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 일당. [사진 제공: 서울 서부경찰서]피해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 일당. [사진 제공: 서울 서부경찰서]

꼬리만 잡히는 '몸캠 피싱'…몸통은 못 잡나?

경찰이 꼬리만 잡고 몸통은 잡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몸통과 꼬리 사이의 연락 수단에 있다. 김 씨와 배 씨는 중국 내 총책과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중국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위챗'으로 총책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총책의 범행 설계는 치밀했다. 김 씨 일당과 '위챗' 외에는 다른 연락 수단을 두지 않았다. 김 씨 등에 따르면 총책은 하루마다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지시했다. '위챗'에는 상대방 동의 없이 채팅 내용을 임의로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경찰의 통신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위챗'은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접근해도 대화 내용은 복원할 수 없다. 총책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위챗' 외에 다른 연락 수단은 두지 않았다.

총책은 또 김 씨 일당에게 '몸캠 피싱' 피해 남성들로부터 돈이 들어오면 곧장 자신에게 돈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행여 피해자가 신고할 경우 김 씨 일당의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것을 염두에 둔 지시였다. 김 씨 등이 검거됐을 당시 이들이 챙긴 돈 대부분은 총책에게 흘러들어 간 뒤였다.

몸통과 꼬리 사이의 연락이 뜸해지자마자 총책은 연결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로서도 몸통을 잡을 최소한의 단서가 남아 있지 않아 대부분의 '몸캠 피싱'은 인출책 검거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서울 서부경찰서 박인희 사이버팀장은 "채팅에서 누군가 음란 행위를 유도한다면 '몸캠 피싱'부터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미 '몸캠 피싱'을 당했더라도 경찰에 즉각 신고해 악성 앱 등을 제거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즉각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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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발 ‘몸캠 피싱’ 기승…몸통은 어디에?
    • 입력 2017-03-27 16:00:09
    • 수정2017-03-27 16:21:40
    사회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국발 ‘몸캠 피싱’
중국발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몸캠 피싱'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보이스 피싱'이 결합한 새로운 사이버범죄 중 하나다. 영상 채팅을 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음란행위를 유도하고 이를 녹화했다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다. 지난 2015년 '몸캠 피싱' 피해사례는 102건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1,193건으로 급증했다. '몸캠 피싱'의 근거지는 대부분의 경우 중국이다.

3개월 관광비자로 입국해 한 달 만에 4억여 원 챙겨

지난 1월 12일 중국 국적 김 모(26) 씨와 배 모(32, 여) 씨가 입국했다. 김 씨 등은 3개월짜리 단기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행을 택했다. 여느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온 것이다. 그런데 김 씨 등은 입국 한 달 만에 4억 2,000만 원을 벌었다. 관광하러 온 이들이 단기간에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챙길 수 있었을까?

실마리는 이들의 계좌 내역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 씨와 배 씨의 통장에는 500여 명의 이름이 찍혀있었다. 돈을 보낸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연령대는 17살부터 50대까지, 금액도 적게는 150만 원부터 많게는 2,000만 원까지 다양했다. 송금한 이들은 모두 몸캠 피싱 피해자였다.

범행 방법은 이랬다. 중국에 있는 총책이 고용한 '몸캠 피싱' 일당이 남성과 스마트폰으로 영상 채팅을 한다. 채팅 도중 남성에게 음란 행위를 유도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먼저 음란한 행위를 한 뒤에 제안하기 때문에 남성은 안심하고 음란 행위를 한다. 음질이 좋지 않다며 별도의 파일을 내려받을 것을 권한다.

파일을 내려받는 순간 피해자의 휴대전화 연락처는 추출된다. 이후 '몸캠 피싱'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음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남성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주변인들의 연락처로 동영상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지 않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돈을 보낸다.

하지만 돈을 보낸다고 해서 협박이 멈추는 건 아니다. 동영상을 빌미로 계속해서 돈을 타내는 경우도 있고, 송금 여부와 관계없이 동영상을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엔 강원도 삼척시의 한 모텔에서 소주 4병을 마신 뒤 번개탄과 연탄불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한 20대 남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남성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지속된 '몸캠 피싱' 협박 탓이다.

경찰은 김 씨와 배 씨를 사기와 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김 씨 일행은 피해 남성들에게서 돈을 받으면 중국 내 총책에게 돈을 전달하는 꼬리에 불과했다. 중국 내 총책은 종적을 감췄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 일당. [사진 제공: 서울 서부경찰서]
꼬리만 잡히는 '몸캠 피싱'…몸통은 못 잡나?

경찰이 꼬리만 잡고 몸통은 잡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몸통과 꼬리 사이의 연락 수단에 있다. 김 씨와 배 씨는 중국 내 총책과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중국의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위챗'으로 총책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총책의 범행 설계는 치밀했다. 김 씨 일당과 '위챗' 외에는 다른 연락 수단을 두지 않았다. 김 씨 등에 따르면 총책은 하루마다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지시했다. '위챗'에는 상대방 동의 없이 채팅 내용을 임의로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경찰의 통신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위챗'은 중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접근해도 대화 내용은 복원할 수 없다. 총책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위챗' 외에 다른 연락 수단은 두지 않았다.

총책은 또 김 씨 일당에게 '몸캠 피싱' 피해 남성들로부터 돈이 들어오면 곧장 자신에게 돈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행여 피해자가 신고할 경우 김 씨 일당의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것을 염두에 둔 지시였다. 김 씨 등이 검거됐을 당시 이들이 챙긴 돈 대부분은 총책에게 흘러들어 간 뒤였다.

몸통과 꼬리 사이의 연락이 뜸해지자마자 총책은 연결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로서도 몸통을 잡을 최소한의 단서가 남아 있지 않아 대부분의 '몸캠 피싱'은 인출책 검거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서울 서부경찰서 박인희 사이버팀장은 "채팅에서 누군가 음란 행위를 유도한다면 '몸캠 피싱'부터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미 '몸캠 피싱'을 당했더라도 경찰에 즉각 신고해 악성 앱 등을 제거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즉각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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