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해병, ‘팔각모’로 통일?…뭣이 중헌디?!”

입력 2017.03.28 (10:55) 수정 2017.03.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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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26일), 해군 공보 관계자들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해군은 해군·해병대 일체감 조성을 위해 현행 원형 전투모를 해군·해병대 현역과 예비역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재 해병대·UDT/SSU가 착용하고 있는 팔각형 형태 전투모로 개정 추진 중이나 입법 예고 기간 중 예비역 단체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군이 사용하는 좌측의 캡모자 형태의 해군 전투모 대신, 해병대 고유의 팔각형 전투모인 일명 '팔각모'로 바꿔 사용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죠. 취지는 '일체감 조성'이었습니다.

해군과 해병대는 태생은 같지만, 분명 맡은 임무나 역할이 다르죠.

해병대는 지난 1949년, 해군 출신 380명의 장병(장교 26명·하사관 54명·병사 300명)으로 꾸려져 초대 신현준 사령관(당시 중령) 지휘하에 최초로 창설됐습니다.

이후 1973년, 경제적인 군으로 관리·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해병대사령부는 해군에 통폐합됐죠.

그러다 해병대 특유의 '상륙작전' 임무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 지휘구조가 별도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판단으로 해병대사령부는 1987년에 재창설돼 여러 보완을 거쳐 지금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군은 해군대로, 해병은 해병대로 각각의 특색을 발휘하면서 임무수행을 해왔는데, 갑자기 왜 '일체감' 조성일까요?

"전투모 바꾸면 일체감이 만들어지나요?"


결론적으로 해군의 불만도 없었고, 확정된 사안도 아닌 '개정 추진 중'인 사안이었습니다.

또, '군인복제개정령'이 추진 중이지만 입법예고만 진행 중인 상태라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만약 해군이나 해병 측의 강한 반발로 의견 수렴이 안 되면 폐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고요.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추진은 하고 있다'라는 식의 애매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해군 관계자가 설명한 것처럼 해군과 해병대 예비역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죠?

"괜찮다고 봅니다" VS "철회하지 않으면 해군본부 쳐들어갈 것!"

예비역분들을 일일이 붙잡고 의견을 물어볼 수 없어서, 대표성을 띈 해군 전우회와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관계자분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완전히' 다른 입장이시더라고요.

사단법인 해군 전우회 김정학 회장은 "미 해병대도 해군과 같이 다 하나로 뭉치자는 입장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해군이 해병대 팔각모로 통일해서 쓰면 일체감 조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라고 답해주셨는데요.

그러면서 "해군 특유의 빵모(병정모)도 쓰면서 팔각모를 병행하는 거니까 괜찮지 않느냐, 해군 고유의 모자가 완전히 없어진다면 곤란하겠지만, 해군 특유의 병정모도 쓰고, 작업모로는 팔각모를 쓰면 해군과 해병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여주셨습니다.

해군 병정모해군 병정모

하지만 해병대전우회 중앙회는 단호했습니다. 의견을 묻는 전화를 하자 이미 준비한 입장자료를 먼저 보내주셨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해병대전우회중앙회는 해군의 팔각모 착용을 강력히 반대함.
계속 추진 시 단체행동으로 저지하겠음.
각 연합회는 중앙회와 행동을 통일하고 즉각 대응토록 준비할 것."


그러면서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황성구 의전특보는 "지금 해병전우회 중앙회 각 기회에서 해군본부 쳐들어가자고 난리가 났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팔각모와 빨간 명찰은 우리 해병대 고유의 상징인데, 해군이 왜 우리 모자를 씁니까? 항의가 엄청납니다. 여론이 굉장히 안 좋으니 다시 검토해야 할 겁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주셨습니다.

해병대 초창기 팔각모(1960년대)해병대 초창기 팔각모(1960년대)

한 예비역 해병 간부 김 모 씨는 "일체감 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만약에 전투모를 통일을 시킨다면 해병이 해군 것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군은 4만 천여 명이고 해병대는 2만 9천 명 정도 되는데, 왜 다수가 소수 것으로 바꿉니까? 해병대 상징도 상징이지만, 접근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팔각모~ 팔각모~ 팔각모 사나이, 우리는 멋쟁이 팔각모 사나이!"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 검푸른 파도 타고 우리는 간다 /
내 조국 이 땅을 함께 지키며 / 불바다 헤쳐간다 우리는 해병 /
팔각모~ 팔각모~ 팔각모 사나이~ / 우리는 멋쟁이 팔각모 사나이"


해병대에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리라 봅니다. '해병대' 하면 대표적으로 부르는 1번 애창 군가가 '팔각모 사나이'라더군요.

위의 영상은 국방부장관배 군가 합창대회에서 해병 1사단 장병들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는 모습인데요, 미동하지 않고 부르는 모습이 굉장히 결의에 차 보입니다.

도대체 팔각모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강한 반응인지 해병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팔각모'와 '빨간 명찰'은 해병대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라고 답하시더라고요.

팔각모의 뜻을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팔각모는 신라인의 정신인 화랑도 정신의 오계와 세 가지 금기를 포함해 팔계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팔각모는 팔각(八角)의 의미와 팔극(八極)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출처: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팔각모는 신라인의 정신인 화랑도 정신의 오계와 세 가지 금기를 포함해 팔계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팔각모는 팔각(八角)의 의미와 팔극(八極)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출처: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팔극: 지구 상 어디든지 가서 싸우면 승리하는 해병대임을 상징한다.
팔각: 국가에 충성하라, 부모에 효도하라, 벗에게 믿음으로 대하라, 전투에서 후퇴하지 말라, 욕심을 버려라, 유흥을 삼가라, 허식을 삼가라.
팔각의 중심점: 지휘관을 중심으로 여덟 가지 해병대의 길을 가리키고 있다. (평화와 독립수호, 엄정한 군기...)

포항 해병대훈련소 입구 벽에 붙은 해병대 정신(위)과 해병대 빨간명찰 ‘이건승’ 이름표 선물받는 미3해병기동군 니컬슨 사령관(아래)포항 해병대훈련소 입구 벽에 붙은 해병대 정신(위)과 해병대 빨간명찰 ‘이건승’ 이름표 선물받는 미3해병기동군 니컬슨 사령관(아래)

그러니까 해병대 입장에서는 해병의 절대 상징인 빨간 명찰과 팔각모라는 역린(?)을 해군이 건드린(?) 것이겠지요.

"지금 때가 어느 땐 데 모자가지고 이럽니까?"

사실 우리 군에는 엄청나게 많은 군용 모자 종류가 있습니다.

전투복이나 정복에도 입어도 되는 육군 베레모, 정복이나 예복에 입는 육군 정모, 특전사나 수색부대원들이 작전 수행이나 작업을 할 때 착용하는 정글모와 비니, 해병대 팔각모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캡이 긴 유격 조교용 팔각형 전투모, 국방부 여군 의장대만의 빨간 베레모, 헌병들이 착용하는 반들반들한 모자에 공군의 개리슨모, 심지어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의 전문대항군 부대는 북한군과 비슷한 모자를 쓰기도 한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육군 베레모·특전사 정글모·유격 조교용 모자·공군 개리슨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육군 베레모·특전사 정글모·유격 조교용 모자·공군 개리슨모

해군이 주장한 '일체감'을 위해서는 전투모나 복장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군과 미군을 총괄하는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과, 각 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역임했던 박선우 예비역 육군 대장은 현재의 논란에 대해 이런 충고를 합니다.

박선우 前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박선우 前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

"정말 쓸데없는 소모적인 싸움 같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저렇게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에 집중하기도 모자란 때 아닙니까?"

"연합사 부사령관 시절 바라본 미군들은 육·해·공군·해병대 4군 체제인데 각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존중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군에서 어떤 특색을 발휘한다고 하면 이해해주고 오히려 격려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해군은 바다에서, 해병은 상륙작전을 통해서 어떻게 북한의 위협에 압도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해군과 해병대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전투력 증강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지 이런 사소한 논쟁으로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각 군 고유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작전적인 측면에 통합된 힘을 발휘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영화 '곡성'의 유명한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 중에서영화 ‘곡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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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3-28 11:00:09
    정치
지난 주말(26일), 해군 공보 관계자들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해군은 해군·해병대 일체감 조성을 위해 현행 원형 전투모를 해군·해병대 현역과 예비역의 의견을 수렴하여 현재 해병대·UDT/SSU가 착용하고 있는 팔각형 형태 전투모로 개정 추진 중이나 입법 예고 기간 중 예비역 단체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군이 사용하는 좌측의 캡모자 형태의 해군 전투모 대신, 해병대 고유의 팔각형 전투모인 일명 '팔각모'로 바꿔 사용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죠. 취지는 '일체감 조성'이었습니다.

해군과 해병대는 태생은 같지만, 분명 맡은 임무나 역할이 다르죠.

해병대는 지난 1949년, 해군 출신 380명의 장병(장교 26명·하사관 54명·병사 300명)으로 꾸려져 초대 신현준 사령관(당시 중령) 지휘하에 최초로 창설됐습니다.

이후 1973년, 경제적인 군으로 관리·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해병대사령부는 해군에 통폐합됐죠.

그러다 해병대 특유의 '상륙작전' 임무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 지휘구조가 별도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판단으로 해병대사령부는 1987년에 재창설돼 여러 보완을 거쳐 지금까지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군은 해군대로, 해병은 해병대로 각각의 특색을 발휘하면서 임무수행을 해왔는데, 갑자기 왜 '일체감' 조성일까요?

"전투모 바꾸면 일체감이 만들어지나요?"


결론적으로 해군의 불만도 없었고, 확정된 사안도 아닌 '개정 추진 중'인 사안이었습니다.

또, '군인복제개정령'이 추진 중이지만 입법예고만 진행 중인 상태라고 해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만약 해군이나 해병 측의 강한 반발로 의견 수렴이 안 되면 폐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고요.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추진은 하고 있다'라는 식의 애매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해군 관계자가 설명한 것처럼 해군과 해병대 예비역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죠?

"괜찮다고 봅니다" VS "철회하지 않으면 해군본부 쳐들어갈 것!"

예비역분들을 일일이 붙잡고 의견을 물어볼 수 없어서, 대표성을 띈 해군 전우회와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관계자분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완전히' 다른 입장이시더라고요.

사단법인 해군 전우회 김정학 회장은 "미 해병대도 해군과 같이 다 하나로 뭉치자는 입장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해군이 해병대 팔각모로 통일해서 쓰면 일체감 조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라고 답해주셨는데요.

그러면서 "해군 특유의 빵모(병정모)도 쓰면서 팔각모를 병행하는 거니까 괜찮지 않느냐, 해군 고유의 모자가 완전히 없어진다면 곤란하겠지만, 해군 특유의 병정모도 쓰고, 작업모로는 팔각모를 쓰면 해군과 해병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여주셨습니다.

해군 병정모
하지만 해병대전우회 중앙회는 단호했습니다. 의견을 묻는 전화를 하자 이미 준비한 입장자료를 먼저 보내주셨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해병대전우회중앙회는 해군의 팔각모 착용을 강력히 반대함.
계속 추진 시 단체행동으로 저지하겠음.
각 연합회는 중앙회와 행동을 통일하고 즉각 대응토록 준비할 것."


그러면서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황성구 의전특보는 "지금 해병전우회 중앙회 각 기회에서 해군본부 쳐들어가자고 난리가 났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팔각모와 빨간 명찰은 우리 해병대 고유의 상징인데, 해군이 왜 우리 모자를 씁니까? 항의가 엄청납니다. 여론이 굉장히 안 좋으니 다시 검토해야 할 겁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주셨습니다.

해병대 초창기 팔각모(1960년대)
한 예비역 해병 간부 김 모 씨는 "일체감 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만약에 전투모를 통일을 시킨다면 해병이 해군 것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해군은 4만 천여 명이고 해병대는 2만 9천 명 정도 되는데, 왜 다수가 소수 것으로 바꿉니까? 해병대 상징도 상징이지만, 접근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팔각모~ 팔각모~ 팔각모 사나이, 우리는 멋쟁이 팔각모 사나이!"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 검푸른 파도 타고 우리는 간다 /
내 조국 이 땅을 함께 지키며 / 불바다 헤쳐간다 우리는 해병 /
팔각모~ 팔각모~ 팔각모 사나이~ / 우리는 멋쟁이 팔각모 사나이"


해병대에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시리라 봅니다. '해병대' 하면 대표적으로 부르는 1번 애창 군가가 '팔각모 사나이'라더군요.

위의 영상은 국방부장관배 군가 합창대회에서 해병 1사단 장병들이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는 모습인데요, 미동하지 않고 부르는 모습이 굉장히 결의에 차 보입니다.

도대체 팔각모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강한 반응인지 해병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팔각모'와 '빨간 명찰'은 해병대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라고 답하시더라고요.

팔각모의 뜻을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팔각모는 신라인의 정신인 화랑도 정신의 오계와 세 가지 금기를 포함해 팔계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팔각모는 팔각(八角)의 의미와 팔극(八極)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출처: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팔극: 지구 상 어디든지 가서 싸우면 승리하는 해병대임을 상징한다.
팔각: 국가에 충성하라, 부모에 효도하라, 벗에게 믿음으로 대하라, 전투에서 후퇴하지 말라, 욕심을 버려라, 유흥을 삼가라, 허식을 삼가라.
팔각의 중심점: 지휘관을 중심으로 여덟 가지 해병대의 길을 가리키고 있다. (평화와 독립수호, 엄정한 군기...)

포항 해병대훈련소 입구 벽에 붙은 해병대 정신(위)과 해병대 빨간명찰 ‘이건승’ 이름표 선물받는 미3해병기동군 니컬슨 사령관(아래)
그러니까 해병대 입장에서는 해병의 절대 상징인 빨간 명찰과 팔각모라는 역린(?)을 해군이 건드린(?) 것이겠지요.

"지금 때가 어느 땐 데 모자가지고 이럽니까?"

사실 우리 군에는 엄청나게 많은 군용 모자 종류가 있습니다.

전투복이나 정복에도 입어도 되는 육군 베레모, 정복이나 예복에 입는 육군 정모, 특전사나 수색부대원들이 작전 수행이나 작업을 할 때 착용하는 정글모와 비니, 해병대 팔각모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캡이 긴 유격 조교용 팔각형 전투모, 국방부 여군 의장대만의 빨간 베레모, 헌병들이 착용하는 반들반들한 모자에 공군의 개리슨모, 심지어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의 전문대항군 부대는 북한군과 비슷한 모자를 쓰기도 한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육군 베레모·특전사 정글모·유격 조교용 모자·공군 개리슨모
해군이 주장한 '일체감'을 위해서는 전투모나 복장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군과 미군을 총괄하는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과, 각 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역임했던 박선우 예비역 육군 대장은 현재의 논란에 대해 이런 충고를 합니다.

박선우 前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
"정말 쓸데없는 소모적인 싸움 같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저렇게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에 집중하기도 모자란 때 아닙니까?"

"연합사 부사령관 시절 바라본 미군들은 육·해·공군·해병대 4군 체제인데 각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존중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군에서 어떤 특색을 발휘한다고 하면 이해해주고 오히려 격려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해군은 바다에서, 해병은 상륙작전을 통해서 어떻게 북한의 위협에 압도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해군과 해병대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전투력 증강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해야지 이런 사소한 논쟁으로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각 군 고유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작전적인 측면에 통합된 힘을 발휘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입니다."

영화 '곡성'의 유명한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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