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어도 아이 안 낳는 이유는?

입력 2017.03.28 (16:15) 수정 2017.03.2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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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20위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말한다.

통계청은 이대로 출산율 하락을 방치하면 2100년에는 인구가 현재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출산율 저하가 단순히 인구수 감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출산율은 노동가능인구를 감소시켜 장기적으로 나라의 잠재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정부도 출산율을 높이려 최근 10년간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실제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가구소득을 높이는 정책보다 양육비용을 낮추는 게 출산율 높이기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9일 '소득이 증가하는데 출산율이 감소하는 까닭은?-저출산의 경제학' 보고서를 발간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이야기다.

소득과 출산, 정비례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녀를 더 낳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실제 소득이 늘게 되면 자녀를 더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많다. 하지만 소득과 출산이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송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빅데이터를 연계해 5만 신혼부부 가구 표본을 분석한 결과, 고소득자일 수록 적은 수의 자녀를 출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통계청사진 : 통계청

소득이 늘면 자녀에게 더 투자하고 싶어지는 부모 마음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출산율은 늘지 않는다고 송 교수는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자녀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자녀 수가 증가하게 되면 부모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이 증가하게 돼 그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저출산 정책은 소득을 늘리는 것보다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송 교수의 지적이다.


심화하는 저출산…대안은?

지금껏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출산 장려에 국한돼 왔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12월에는 행정자치부가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공개했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대한민국 출산지도(birth.korea.go.kr)’ 화면. 시군구별 가임기 여성 수를 공개하고 이에 따라 지역별로 순위를 매겨 논란이 일었다. 이후 해당 사이트는 폐쇄됐고, 김성렬 행자부 차관이 기자 설명회를 열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대한민국 출산지도(birth.korea.go.kr)’ 화면. 시군구별 가임기 여성 수를 공개하고 이에 따라 지역별로 순위를 매겨 논란이 일었다. 이후 해당 사이트는 폐쇄됐고, 김성렬 행자부 차관이 기자 설명회를 열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송 교수는 "결국 부모들이 자녀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무슨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제약 상황에 있는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다.

지금이라도 저출산을 막으려면 어떤 정책이 우선돼야 할까.

송 교수는 임신-출산-육아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반드시 소요되는 양육비용이 있고, 여기에는 눈에 보이는 비용뿐만 아니라 여성이 아이를 기르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다양하게 이뤄지긴 했지만, 하나의 목적 하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런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부모들이 느끼는 양육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송 교수는 노동 시장의 변화가 저출산 해결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이 출산 후에도 직장생황을 꾸준히 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남성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등 다양한 정책과 문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는데도 출산율은 감소하는 '저출산의 경제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4일(금)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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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늘어도 아이 안 낳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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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20위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를 말한다.

통계청은 이대로 출산율 하락을 방치하면 2100년에는 인구가 현재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출산율 저하가 단순히 인구수 감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출산율은 노동가능인구를 감소시켜 장기적으로 나라의 잠재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정부도 출산율을 높이려 최근 10년간 1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실제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가구소득을 높이는 정책보다 양육비용을 낮추는 게 출산율 높이기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9일 '소득이 증가하는데 출산율이 감소하는 까닭은?-저출산의 경제학' 보고서를 발간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이야기다.

소득과 출산, 정비례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녀를 더 낳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실제 소득이 늘게 되면 자녀를 더 낳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많다. 하지만 소득과 출산이 항상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송 교수는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빅데이터를 연계해 5만 신혼부부 가구 표본을 분석한 결과, 고소득자일 수록 적은 수의 자녀를 출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통계청
소득이 늘면 자녀에게 더 투자하고 싶어지는 부모 마음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출산율은 늘지 않는다고 송 교수는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자녀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자녀 수가 증가하게 되면 부모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이 증가하게 돼 그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저출산 정책은 소득을 늘리는 것보다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송 교수의 지적이다.


심화하는 저출산…대안은?

지금껏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출산 장려에 국한돼 왔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12월에는 행정자치부가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공개했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대한민국 출산지도(birth.korea.go.kr)’ 화면. 시군구별 가임기 여성 수를 공개하고 이에 따라 지역별로 순위를 매겨 논란이 일었다. 이후 해당 사이트는 폐쇄됐고, 김성렬 행자부 차관이 기자 설명회를 열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 대해 송 교수는 "결국 부모들이 자녀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무슨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어떤 제약 상황에 있는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다.

지금이라도 저출산을 막으려면 어떤 정책이 우선돼야 할까.

송 교수는 임신-출산-육아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반드시 소요되는 양육비용이 있고, 여기에는 눈에 보이는 비용뿐만 아니라 여성이 아이를 기르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다양하게 이뤄지긴 했지만, 하나의 목적 하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런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부모들이 느끼는 양육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송 교수는 노동 시장의 변화가 저출산 해결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이 출산 후에도 직장생황을 꾸준히 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남성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등 다양한 정책과 문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는데도 출산율은 감소하는 '저출산의 경제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4일(금) KBS해피FM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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