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죽어 가는 걸 보고 싶어”…어느 여대생 사이코패스

입력 2017.03.28 (16:39) 수정 2017.03.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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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케치(NHK 캡쳐)법정 스케치(NHK 캡쳐)

2015년 1월 나고야의 한 아파트에서 한 달 이상 행방불명됐던 77세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그 아파트에 살던 19살, 인근 대학의 여학생이었다.

지역의 명문 국립대학으로 도쿄의 와세다나 게이오 대학 못지 않은 명성을 가진 나고야 대학을 다니던 이 여학생은 경찰에 담담히 "사람을 죽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을 충격에 빠트린 '여대생 사이코 패스'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살인을 실험하다.

이 여대생이 살인에 처음 관심을 보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어머니로부터 14살 중학교 남학생의 연속 살인 사건 이야기를 듣고는 "비슷한 나이인데, 그런 일을 하다니 존경스럽다"고 말했다는 게 모친의 증언이다.

연속 살인 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이 여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관련 사건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16세의 여고생이 모친을 독극물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 알고 난 뒤 "중독 증상을 관찰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우등생이었던 이 여학생은 화학적 지식을 이용해 독극물인 '황산 탈륨(치사량 1mg)'을 구매한 뒤 범행에 착수한다.

범행에 이용된 독극물 ‘황산 탈륨’범행에 이용된 독극물 ‘황산 탈륨’

먼저 중학교 동창을 노래방으로 불러 음료수에 탈륨을 몰래 타 넣었다. 그 다음 날에는 학교에서 남학생이 가지고 있던 음료수병에 탈륨을 넣어 마시게 했다.


"중독 증상을 관찰하고 싶어서 탈륨을 넣어 마시게 했죠"

재판정에서 이 여대생은 범행 이유를 묻자 감정동요 없이 이처럼 담담히 말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감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독극물을 마시게 한두 사람을 '개체'라 표현하고, 관찰 노트에 증상을 기록하는 등 피해자나 가족에 대한 이해나 공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사람을 죽여보고 싶었어"

대학에 진학한 이 여대생은 이번에는 더 나아가 살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법정 기록에 따르면 오직 '살인 대상'을 고르기 위해 인간관계를 만들어갔고, 같은 대학의 친구 2명과 70대의 노인을 범행 대상에 올리게 된다.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세우던 중 결국 가장 쉽고 빠르게 집으로 유도할 수 있는 노인이 대상이 되고 말았다. 범행에 사용한 것은 도끼. 여성을 숨지게 하는 과정에서 "왜, 왜...?"라고 저항하며 묻자, "사람을 죽여보고 싶었어"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대생이 살던 나고야의 아파트여대생이 살던 나고야의 아파트

이 모든 정황과 과정은 본인의 진술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그녀의 진술은 '담담함'이었다고 법정 현장을 취재한 NHK 기자는 전하고 있다.

이 여대생은 이 밖에도 '불타 죽은 시체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기 집에 2차례 불을 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여대생 재판 법정 스케치(NHK 화면 갈무리)여대생 재판 법정 스케치(NHK 화면 갈무리)

일본의 '음지'에서 자라나는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 능력'의 결여. 타인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왜 아픈지에 대한 이해를 못 하는 데 이 여대생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또 폐쇄적일 것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중고시절 친구 그룹 사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지역 명문대에 진학할 정도로 영민했다는 점도 사이코패스가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사이코패스들은 교도소에서도 모범수로서 성실히 생활하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 중에도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의 경우가 있지만 대게는 증오 발산이나 성적 도착에 의한 '무차별 범행' 유형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즉 범죄 자체를 즐기는 유형의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사이코 패스'형 범죄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왕왕 발생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여대생이 '살인'에 대한 자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중학생 살인 사건'의 경우도, 지난 97년 남자 중학생이 초등생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시신을 훼손해 학교 앞에 가져다 놓는 등 그 엽기성에서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이다.

지난해 7월에도 고등학교 2년 남학생이 지나던 40대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수십 차례 찔러 죽인 뒤 시체를 유기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학생은 범행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학교에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에는 남자대학생이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잔인한 방법으로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관계를 찾지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진 형국이다.

한 사회의 병리적 건강도의 깊이는 범행의 형태에서 나타나게 된다. 일본 사회에서 등장하고 있는 '사이코패스' 형태의 범죄들은 일본에 자리 잡은 깊은 어둠의 또 다른 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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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16:39:09
    • 수정2017-03-28 16: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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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케치(NHK 캡쳐) 2015년 1월 나고야의 한 아파트에서 한 달 이상 행방불명됐던 77세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그 아파트에 살던 19살, 인근 대학의 여학생이었다. 지역의 명문 국립대학으로 도쿄의 와세다나 게이오 대학 못지 않은 명성을 가진 나고야 대학을 다니던 이 여학생은 경찰에 담담히 "사람을 죽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을 충격에 빠트린 '여대생 사이코 패스'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살인을 실험하다. 이 여대생이 살인에 처음 관심을 보인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어머니로부터 14살 중학교 남학생의 연속 살인 사건 이야기를 듣고는 "비슷한 나이인데, 그런 일을 하다니 존경스럽다"고 말했다는 게 모친의 증언이다. 연속 살인 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던 이 여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관련 사건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16세의 여고생이 모친을 독극물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 알고 난 뒤 "중독 증상을 관찰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우등생이었던 이 여학생은 화학적 지식을 이용해 독극물인 '황산 탈륨(치사량 1mg)'을 구매한 뒤 범행에 착수한다. 범행에 이용된 독극물 ‘황산 탈륨’ 먼저 중학교 동창을 노래방으로 불러 음료수에 탈륨을 몰래 타 넣었다. 그 다음 날에는 학교에서 남학생이 가지고 있던 음료수병에 탈륨을 넣어 마시게 했다. "중독 증상을 관찰하고 싶어서 탈륨을 넣어 마시게 했죠" 재판정에서 이 여대생은 범행 이유를 묻자 감정동요 없이 이처럼 담담히 말했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감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독극물을 마시게 한두 사람을 '개체'라 표현하고, 관찰 노트에 증상을 기록하는 등 피해자나 가족에 대한 이해나 공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사람을 죽여보고 싶었어" 대학에 진학한 이 여대생은 이번에는 더 나아가 살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했다. 법정 기록에 따르면 오직 '살인 대상'을 고르기 위해 인간관계를 만들어갔고, 같은 대학의 친구 2명과 70대의 노인을 범행 대상에 올리게 된다.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세우던 중 결국 가장 쉽고 빠르게 집으로 유도할 수 있는 노인이 대상이 되고 말았다. 범행에 사용한 것은 도끼. 여성을 숨지게 하는 과정에서 "왜, 왜...?"라고 저항하며 묻자, "사람을 죽여보고 싶었어"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대생이 살던 나고야의 아파트 이 모든 정황과 과정은 본인의 진술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그녀의 진술은 '담담함'이었다고 법정 현장을 취재한 NHK 기자는 전하고 있다. 이 여대생은 이 밖에도 '불타 죽은 시체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기 집에 2차례 불을 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여대생 재판 법정 스케치(NHK 화면 갈무리) 일본의 '음지'에서 자라나는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감 능력'의 결여. 타인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왜 아픈지에 대한 이해를 못 하는 데 이 여대생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 또 폐쇄적일 것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중고시절 친구 그룹 사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고, 지역 명문대에 진학할 정도로 영민했다는 점도 사이코패스가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사이코패스들은 교도소에서도 모범수로서 성실히 생활하는 특징을 보여준다고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 중에도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의 경우가 있지만 대게는 증오 발산이나 성적 도착에 의한 '무차별 범행' 유형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즉 범죄 자체를 즐기는 유형의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사이코 패스'형 범죄는 매우 드문 케이스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왕왕 발생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여대생이 '살인'에 대한 자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중학생 살인 사건'의 경우도, 지난 97년 남자 중학생이 초등생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시신을 훼손해 학교 앞에 가져다 놓는 등 그 엽기성에서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건이다. 지난해 7월에도 고등학교 2년 남학생이 지나던 40대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수십 차례 찔러 죽인 뒤 시체를 유기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학생은 범행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학교에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에는 남자대학생이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자신의 집으로 납치해 잔인한 방법으로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경찰은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관계를 찾지 못해 사건은 미궁에 빠진 형국이다. 한 사회의 병리적 건강도의 깊이는 범행의 형태에서 나타나게 된다. 일본 사회에서 등장하고 있는 '사이코패스' 형태의 범죄들은 일본에 자리 잡은 깊은 어둠의 또 다른 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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