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차량 트렁크 피랍’ 극적 탈출…나도 가능할까?

입력 2017.03.28 (18:12) 수정 2017.03.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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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딕스(25세) 양은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엄 시에 살며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지난 3월 14일 오후 딕스 양은 자신의 아파트 입구에서 괴한에게 납치되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막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난 괴한은 총을 겨누며 돈을 요구했다. 그녀가 가진 게 없다고 말하자, 괴한은 딕스 양을 그녀의 승용차에 강제로 태우고 납치 행각을 시작했다.

한동안 차를 몰고 가던 괴한은 한적한 곳에서 멈추더니 딕스 양을 차 트렁크에 태우고 가뒀다. 현금 인출 카드와 비밀번호 등은 이미 괴한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괴한은 그녀를 트렁크에 가둔 채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목적은 그녀의 카드를 이용해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이었다.

밤 11시 40분쯤, 괴한은 인근의 한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주유소 편의점 안에 있는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괴한은 과욕(?) 때문에 돈을 인출하지 못했다. 딕스 양 계좌에 남은 잔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찾으려고 시도하다 인출이 여러 차례 거부된 것이다. 편의점 주인은 인출이 몇 차례 이상 거부되면 다음에 다시 와서 시도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그에게 알려주었다.

이때까지도 승용차 트렁크에 갇혀 있던 딕스 양은 탈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괴한이 다시 차로 돌아와 운전석에 타고 주유소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그녀는 차 트렁크 문을 안쪽에서 따고 열어 젖힌 후 트렁크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편의점 안으로 뛰어들어가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괴한은 범행이 실패한 것을 눈치채고 그대로 달아났다. 피랍 서너 시간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딕스 양은 굳게 닫힌 차 트렁크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 피랍 순간에도 냉정을 유지하고 탈출 기회를 노리던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형 '인슐린 펌프'가 떠올랐다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슐린 펌프의 불빛은 비록 약하지만 이 정도 빛이면 그녀가 차 트렁크를 내부에서 열 수 있도록 하는 '비상 탈출 레버'를 찾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딕스 양은 '비상 탈출 레버'를 찾아 트렁크 문을 안에서 연 후 가만히 잡고 있다가 괴한이 차를 출발하는 순간 트렁크 문을 열고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운행되는 2001년 이후 출시 차량은 트렁크 내부에서도 문을 열 수 있도록 '비상 탈출 레버'를 갖추는 게 의무화돼 있다. 범죄 예방은 물론 우발적인 일반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딕스 양은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에서도 침착성을 발휘해 탈출할 수 있었다.

다른 일반인들이 비슷한 경우에 처한다면 쉽게 탈출할 수 있을까? 미국 NBC 방송은 일부 일반인 자원자들을 상대로 차 트렁크에 갇힌 상태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 결과 몇몇 극소수 사람들만 트렁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성별, 연령 관계없이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어두워서 두려움에 떨거나 긴장하는 등의 이유로 트렁크 내부 '비상 탈출 레버'를 찾는 데 실패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NBC 방송이 실시한 일반인의 트렁크 탈출 실험NBC 방송이 실시한 일반인의 트렁크 탈출 실험

이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는 차량 트렁크에서 탈출하기 위한 유용한 팁을 소개했다. 만약 트렁크에 갇혔을 경우에는 먼저 몸 앞면이 차의 뒤쪽을 향하도록 방향을 돌린다. 다음, 비상 탈출 레버를 찾는다. 대부분은 트렁크 잠금장치 부분에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2001년 이후 출시 차량은 '비상 탈출 레버'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그리고 추가 팁 한 가지. '비상 탈출 레버'는 야광으로 돼 있어 어두운 트렁크 안에서도 주의 깊게 살피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딕스 양이 '인슐린 펌프' 빛을 이용한 매우 적절한 대처였지만, 그런 빛이 없더라도 레버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NBC 방송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평소 자기 차량 트렁크의 비상 탈출 레버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차량 트렁크 내부 래치(비상 탈출 레버) NBC 화면 캡처차량 트렁크 내부 래치(비상 탈출 레버) NBC 화면 캡처

브리트니 딕스 양 납치 용의자는 범행 여드레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이 용의자는 일급 납치 혐의와 일급 강도 혐의, 신용카드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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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18:12:40
    • 수정2017-03-29 09:09:35
    특파원 리포트
브리트니 딕스(25세) 양은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엄 시에 살며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지난 3월 14일 오후 딕스 양은 자신의 아파트 입구에서 괴한에게 납치되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막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난 괴한은 총을 겨누며 돈을 요구했다. 그녀가 가진 게 없다고 말하자, 괴한은 딕스 양을 그녀의 승용차에 강제로 태우고 납치 행각을 시작했다.

한동안 차를 몰고 가던 괴한은 한적한 곳에서 멈추더니 딕스 양을 차 트렁크에 태우고 가뒀다. 현금 인출 카드와 비밀번호 등은 이미 괴한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괴한은 그녀를 트렁크에 가둔 채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목적은 그녀의 카드를 이용해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이었다.

밤 11시 40분쯤, 괴한은 인근의 한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주유소 편의점 안에 있는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괴한은 과욕(?) 때문에 돈을 인출하지 못했다. 딕스 양 계좌에 남은 잔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찾으려고 시도하다 인출이 여러 차례 거부된 것이다. 편의점 주인은 인출이 몇 차례 이상 거부되면 다음에 다시 와서 시도해야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친절하게(?) 그에게 알려주었다.

이때까지도 승용차 트렁크에 갇혀 있던 딕스 양은 탈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괴한이 다시 차로 돌아와 운전석에 타고 주유소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그녀는 차 트렁크 문을 안쪽에서 따고 열어 젖힌 후 트렁크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편의점 안으로 뛰어들어가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괴한은 범행이 실패한 것을 눈치채고 그대로 달아났다. 피랍 서너 시간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순간이었다.


딕스 양은 굳게 닫힌 차 트렁크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었을까? 피랍 순간에도 냉정을 유지하고 탈출 기회를 노리던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형 '인슐린 펌프'가 떠올랐다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인슐린 펌프의 불빛은 비록 약하지만 이 정도 빛이면 그녀가 차 트렁크를 내부에서 열 수 있도록 하는 '비상 탈출 레버'를 찾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딕스 양은 '비상 탈출 레버'를 찾아 트렁크 문을 안에서 연 후 가만히 잡고 있다가 괴한이 차를 출발하는 순간 트렁크 문을 열고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운행되는 2001년 이후 출시 차량은 트렁크 내부에서도 문을 열 수 있도록 '비상 탈출 레버'를 갖추는 게 의무화돼 있다. 범죄 예방은 물론 우발적인 일반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딕스 양은 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의 순간에서도 침착성을 발휘해 탈출할 수 있었다.

다른 일반인들이 비슷한 경우에 처한다면 쉽게 탈출할 수 있을까? 미국 NBC 방송은 일부 일반인 자원자들을 상대로 차 트렁크에 갇힌 상태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 결과 몇몇 극소수 사람들만 트렁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NBC 방송은 보도했다. 성별, 연령 관계없이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은 어두워서 두려움에 떨거나 긴장하는 등의 이유로 트렁크 내부 '비상 탈출 레버'를 찾는 데 실패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NBC 방송이 실시한 일반인의 트렁크 탈출 실험
이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는 차량 트렁크에서 탈출하기 위한 유용한 팁을 소개했다. 만약 트렁크에 갇혔을 경우에는 먼저 몸 앞면이 차의 뒤쪽을 향하도록 방향을 돌린다. 다음, 비상 탈출 레버를 찾는다. 대부분은 트렁크 잠금장치 부분에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의 2001년 이후 출시 차량은 '비상 탈출 레버'가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그리고 추가 팁 한 가지. '비상 탈출 레버'는 야광으로 돼 있어 어두운 트렁크 안에서도 주의 깊게 살피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딕스 양이 '인슐린 펌프' 빛을 이용한 매우 적절한 대처였지만, 그런 빛이 없더라도 레버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NBC 방송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평소 자기 차량 트렁크의 비상 탈출 레버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차량 트렁크 내부 래치(비상 탈출 레버) NBC 화면 캡처
브리트니 딕스 양 납치 용의자는 범행 여드레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이 용의자는 일급 납치 혐의와 일급 강도 혐의, 신용카드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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