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라며 부모에겐 왜 물어?”

입력 2017.03.29 (17:06) 수정 2017.03.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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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단독] 부모 동의 안 해 작전 열외”…軍 부적절 인정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자동 응징한다, 알았나?"

지난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이후 그 어느 해에도 유례가 없는 두 차례의 북한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3월 26일엔 천안함 피격으로 46용사가, 11월 23일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고, 심지어는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미진한 군의 대응은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고, 그 이후 군의 보고체계는 아주 간략하게 바뀌었습니다.

'선보고 후조치'에서 '선조치 후보고'로 말이죠.

연평도 포격전 직후 당시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레이저 김',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유명한 일화가 있었죠.

바로 "쏠까요, 말까요? 묻지마라"...영상 한번 보시죠.


김관진 실장이 당시 국방장관으로 취임하고 나서는 '선조치 후보고'라는 말이 군에서는 그야말로 유행(?)처럼 퍼졌지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저도 현역 육군 장교 신분이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그렇게 그 누구에게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강한 자세로 임무수행하라던 군이, 왜 병사를 작전에 투입시킬지 여부를 부모에게 물어봤으며, 심지어 부모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작전에서 병사를 빼다뇨?


군 당국은 제 취재가 시작되자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부대에 관련 조치 전부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이 다리를 잃는 큰 부상을 입자 부모들의 걱정과 민원이 폭증해서 '안심 차원'의 조치였다고 군 관계자는 해명했는데요.


그러면서 군 당국이 지시를 내린 적도 없는데, 해당 부대가 임의로 잘 해보려다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제 단독 보도가 나가자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전쟁 나도 부모 동의 받고 할 거냐", "군대에 보내주실지도 물어보지 그러냐", "징병제 근간이 흔들린다" ...

무엇보다 이 댓글, "그나마 마지막 믿는 게 군이었는데, 군 기강마저 이렇게 무너졌냐, 명령이 가능한 거냐?" 이 댓글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법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약칭, 군인복무기본법)을 살펴보면, 이런 조항이 나와있습니다.


육군에 다녀오신 분들 모두 아시죠? 저도 아침, 저녁 점호마다 당직사령하면서 당시 병사들과 함께 외쳤는데요.


"복무신조! 우리의 결의!" 이 중에서 세 번째 조항.
"셋,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이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할까요?

"셋,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부모'의 명령에 복종한다!"

부대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데 대해 군 당국이 잘못을 즉각 인정하면서 해당 지시를 취소시킨 만큼 그 책임은 물론 군에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군이 이렇게까지 저자세인 이유가 뭐였을까? 군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해당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장구류를 갖추고, 언제 진행하는 것을 알리면서 동의서까지 보낸 과잉 친절의 이유가 뭘까?

지난해 5월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이 이슈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소속 장병들이 군용 트럭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민들에게 혼나는 영상이었는데요.


당시 주민들은 장병들이 군용 트럭 뒤에 탑승해서 이동하면서 탄알집(탄창)을 결합하고 밖으로 조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지나가는 게 민간인에게 엄청 위협이 돼 부대에 항의했고 영상까지 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취재 결과, 해당 부대는 적이 해군기지와 내륙으로 침투한 상황을 가정해서 해병 5분대기조가 긴급출동하는 훈련 중이었는데요.

부대 관계자는 "5분 전투대기부대는 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사주경계하고 출동합니다. 우리 대원들에게 강정마을 갈 때만 경계를 풀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주민들에 가로막혀 훈련을 못한 셈이 됐는데요.

이와 비슷한 모습들은 주변에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요, 군이 위축되는 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OOO이병 엄만데요, 우리 아들이 왜 아직도 택배를 못 받았나요?"


제가 최전방 GOP에서 육군 소위로 복무할 당시 있었던 일입니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서 받았죠. 병사의 부모님이었습니다.

"OOO 이병 엄만데요, 우리 아들이 아직 택배를 못 받았대서요."
"아, 그러십니까? 택배 확인을 해보니 아직 저희가 수령을 못 한 게 맞네요."
"아니, 우리 아들 그거 발라야 아토피 낫고 그러는 약인데 왜 아직도 그게 안 가요?"
"죄송합니다 어머니,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GOP라 물건이 빨리 못 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하거든요."
"아니 보낸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가요? 중간에 없어진 거 아니에요?"
"아, 제가 읍내 가까운 우체국 가서 물품 챙겨올 때는 분명 없었거든요, 혹시 언제 보내셨나요?"
"어제요."
"아...어제 어머님 여기가 GOP이다보니 물건 도달이 정상적으로도 2~3일 더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OOO 이병 것은 제가 꼭 챙길 테니 걱정마시고요..."


그날과 다음날 저는 택배를 확인하러 갔지만, 역시 없었습니다. 어머님은 또 전화로 항의를 하셨죠.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반송이 됐었습니다. 주소를 잘못 쓰셨나 봐요.


요즘은 군과 소통할 창구가 참 많습니다. 부대가 운영하는 카페, 밴드, 부대 SNS, 심지어는 병사 생활관에 수신 전용 휴대전화까지 비치돼 있습니다.

'뭐? 병사 생활관에 휴대폰이 있다고?' 하시며 놀라시는 분들 꽤 있으리라 봅니다.

군은 국민의 군대입니다. 소통도 참 중요하죠.

하지만 군이 민간인 집단은 아니잖습니까?

북한의 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면서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잠시 휴전 중인 분단 상태의 군대에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데 더욱 더 몰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군도 다시 한번 정신차리시고요!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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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라며 부모에겐 왜 물어?”
    • 입력 2017-03-29 17:06:44
    • 수정2017-03-29 17:10:07
    정치
[관련 기사] [단독] 부모 동의 안 해 작전 열외”…軍 부적절 인정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자동 응징한다, 알았나?"

지난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이후 그 어느 해에도 유례가 없는 두 차례의 북한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3월 26일엔 천안함 피격으로 46용사가, 11월 23일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했고, 심지어는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미진한 군의 대응은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켰고, 그 이후 군의 보고체계는 아주 간략하게 바뀌었습니다.

'선보고 후조치'에서 '선조치 후보고'로 말이죠.

연평도 포격전 직후 당시 국방장관으로 취임한 '레이저 김',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유명한 일화가 있었죠.

바로 "쏠까요, 말까요? 묻지마라"...영상 한번 보시죠.


김관진 실장이 당시 국방장관으로 취임하고 나서는 '선조치 후보고'라는 말이 군에서는 그야말로 유행(?)처럼 퍼졌지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저도 현역 육군 장교 신분이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그렇게 그 누구에게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강한 자세로 임무수행하라던 군이, 왜 병사를 작전에 투입시킬지 여부를 부모에게 물어봤으며, 심지어 부모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작전에서 병사를 빼다뇨?


군 당국은 제 취재가 시작되자 즉각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부대에 관련 조치 전부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이 다리를 잃는 큰 부상을 입자 부모들의 걱정과 민원이 폭증해서 '안심 차원'의 조치였다고 군 관계자는 해명했는데요.


그러면서 군 당국이 지시를 내린 적도 없는데, 해당 부대가 임의로 잘 해보려다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제 단독 보도가 나가자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전쟁 나도 부모 동의 받고 할 거냐", "군대에 보내주실지도 물어보지 그러냐", "징병제 근간이 흔들린다" ...

무엇보다 이 댓글, "그나마 마지막 믿는 게 군이었는데, 군 기강마저 이렇게 무너졌냐, 명령이 가능한 거냐?" 이 댓글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법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약칭, 군인복무기본법)을 살펴보면, 이런 조항이 나와있습니다.


육군에 다녀오신 분들 모두 아시죠? 저도 아침, 저녁 점호마다 당직사령하면서 당시 병사들과 함께 외쳤는데요.


"복무신조! 우리의 결의!" 이 중에서 세 번째 조항.
"셋,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이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할까요?

"셋,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부모'의 명령에 복종한다!"

부대가 이 같은 지시를 내린 데 대해 군 당국이 잘못을 즉각 인정하면서 해당 지시를 취소시킨 만큼 그 책임은 물론 군에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군이 이렇게까지 저자세인 이유가 뭐였을까? 군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해당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장구류를 갖추고, 언제 진행하는 것을 알리면서 동의서까지 보낸 과잉 친절의 이유가 뭘까?

지난해 5월 SNS에 올라온 한 영상이 이슈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소속 장병들이 군용 트럭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주민들에게 혼나는 영상이었는데요.


당시 주민들은 장병들이 군용 트럭 뒤에 탑승해서 이동하면서 탄알집(탄창)을 결합하고 밖으로 조준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지나가는 게 민간인에게 엄청 위협이 돼 부대에 항의했고 영상까지 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취재 결과, 해당 부대는 적이 해군기지와 내륙으로 침투한 상황을 가정해서 해병 5분대기조가 긴급출동하는 훈련 중이었는데요.

부대 관계자는 "5분 전투대기부대는 적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사주경계하고 출동합니다. 우리 대원들에게 강정마을 갈 때만 경계를 풀라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주민들에 가로막혀 훈련을 못한 셈이 됐는데요.

이와 비슷한 모습들은 주변에서 사례를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요, 군이 위축되는 한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OOO이병 엄만데요, 우리 아들이 왜 아직도 택배를 못 받았나요?"


제가 최전방 GOP에서 육군 소위로 복무할 당시 있었던 일입니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서 받았죠. 병사의 부모님이었습니다.

"OOO 이병 엄만데요, 우리 아들이 아직 택배를 못 받았대서요."
"아, 그러십니까? 택배 확인을 해보니 아직 저희가 수령을 못 한 게 맞네요."
"아니, 우리 아들 그거 발라야 아토피 낫고 그러는 약인데 왜 아직도 그게 안 가요?"
"죄송합니다 어머니,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GOP라 물건이 빨리 못 들어오는 경우가 있긴 하거든요."
"아니 보낸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가요? 중간에 없어진 거 아니에요?"
"아, 제가 읍내 가까운 우체국 가서 물품 챙겨올 때는 분명 없었거든요, 혹시 언제 보내셨나요?"
"어제요."
"아...어제 어머님 여기가 GOP이다보니 물건 도달이 정상적으로도 2~3일 더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OOO 이병 것은 제가 꼭 챙길 테니 걱정마시고요..."


그날과 다음날 저는 택배를 확인하러 갔지만, 역시 없었습니다. 어머님은 또 전화로 항의를 하셨죠.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반송이 됐었습니다. 주소를 잘못 쓰셨나 봐요.


요즘은 군과 소통할 창구가 참 많습니다. 부대가 운영하는 카페, 밴드, 부대 SNS, 심지어는 병사 생활관에 수신 전용 휴대전화까지 비치돼 있습니다.

'뭐? 병사 생활관에 휴대폰이 있다고?' 하시며 놀라시는 분들 꽤 있으리라 봅니다.

군은 국민의 군대입니다. 소통도 참 중요하죠.

하지만 군이 민간인 집단은 아니잖습니까?

북한의 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면서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잠시 휴전 중인 분단 상태의 군대에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데 더욱 더 몰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군도 다시 한번 정신차리시고요!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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