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인기 ‘맛집’ 블로그…알고 보니 검색 순위 조작

입력 2017.03.30 (08:34) 수정 2017.03.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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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외식을 할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맛집' 정보 등을 찾아보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검색창에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각종 이용 후기들이 담긴 이런 블로그가 쏟아져 나옵니다.

블로그가 워낙 많다 보니, 아무래도 검색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에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유독 특정 업체와 관련된 글이 검색 순위 상위에 많이 노출된다면 먼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검색 순위를 조작해온 프로그램 개발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찰이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합니다.

마케팅 상담을 해주고 있다는 사무실입니다.

<녹취> 직원(음성변조) : "(지금 하는 일이 뭐예요?) 말은 좀 아낄게요. 영장 가져와서 수사에 협조는 하지만 말은 아낄게요. (뭐하고 있냐고요. 지금?) 일하고 있잖아요."

경찰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피하는 이 남성.

사무실에선 이상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녹취> 직원(음성변조) : "(핸드폰 10개, 수십 개 켜놓고 뭐 하는 거예요?) 일하고 있어요."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은 한 명 뿐인데, 책상 위에는 휴대전화 7개가 놓여있습니다.

맞은편 책상에서도 휴대전화 5개가 발견되고, 바닥에도 휴대전화가 어지럽게 놓여있습니다.

무슨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는 듯, 휴대전화 화면에는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맛집, 마사지, 미용 시술 업체 등과 관련 있는 단어도 눈에 띕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블로그 순위를 조작한다. 이런 첩보를 입수하고 저희가 확인을 했고…….”

경찰 조사 결과, 어지럽게 놓여있던 휴대전화에선 블로그 방문 순위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특정 블로글의 글을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상위에 올려놓기 위해, 방문 횟수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이였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PC보다 (휴대폰이) 훨씬 휴대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지 손쉽게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블로그 순위조작이 가능했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블로그 순위 조작이 경찰에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마케팅 업체 대표가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프트 프로그래머에게 ‘이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만들어서 팔면 돈이 될 거다.’ 라고 제안을 해서 프로그래머가 만들게 된 것입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특정 블로그를 반복해서 접속하는 방법으로 방문 순위 조작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000 커피 후기’ 이 검색어로 들어가면 특정 블로그로 들어가고 그게 완료되면 다시 IP를 바꿔서 (똑같은) 검색어 입력하고 특정 블로그로 들어가고 이게 3분에서 5분 간격으로 계속 자동으로 순환되는 방식입니다.”

경찰에 적발된 이들은 모두 85명.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마케팅 업체 대표 등은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팔아 수억 원씩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실행만 시키면 블로그 순위 조작이 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가담한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견됐습니다. 전체 85명 중의 31명 정도가 한의사, 변호사, 의사, 기타 자영업자들 이런 일반인들도 상당수 확인됐습니다.”

이들이 한 일은 블로그 순위를 올려주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쟁 업체의 순위를 낮추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순위) 상위노출은 자기들이 홍보하고자 하는 블로그 들이고 (순위) 하위노출에 있는 것들은 공격하고자 하는 순위를 내리고자 하는 블로그들이죠.”

<녹취> 민○○(미용실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예전에는 첫 번째나 두 번째 페이지에 (매장 홍보 블로그가) 떴는데 그게 아예 없어져 버리니까, 장사도 좀 확실히 덜 되고……. 그래서 ‘내가 뭘 잘 못 했나?’ 저는 그랬죠.”

스마트폰을 이용한 정보 검색이 보편화되면서, 블로그 순위를 두고 이런 과열 경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지헌(구로구 구로1동) : “맛집 검색할 때 자주 찾아보는데 아무래도 가장 (상위에) 있는 글을 자주 보게 돼요.”

<인터뷰> 김윤빈(고양시 덕양구) : “아무래도 제일 위에 있는 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클릭하고 보는 거니깐 제일 신뢰도가 높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상인들도 매출과 직결되다보니 블로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민○○(미용실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보고 왔다고 하는 손님들도 많으니까 아무래도 전단이라든지 이런 거보다도 훨씬 더 블로그가 홍보가 많이 된다고 생각하죠.”

상인들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글이 눈에 잘 띌수록,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녹취> 김○○(네일샵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홍보를 (업체에 의뢰) 했을 때 1순위 올라왔을 때는 신규 손님이 하루에 2~3명씩 전화가 많이 오는 거예요. 근데 상위 순위에 안 걸려 있으면 신규 손님이 없는 거예요. 신규 손님이 있어야 단골이 만들어지는 건데…….”

블로그 홍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다 보니 마케팅 업체의 이런 은밀한 제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민○○(미용실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순위를 올려주는) 데가 있다고 들은 것도 있고 전화 온 것도 솔직히 많았어요. 제가 좀 의심이 많아서 잘 안 하긴 하는데 확실하다고 하면 하겠는데…….”

블로그 순위 조작을 하는 업체에서 일한 적 있다는 사람의 말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마케팅 업체 근무 경험자/음성변조) : “가격은 검색어마다 다른데요. 보통 제일 저렴하게 한다고 해도 20~30만 원부터 비싼 검색어 같은 경우는 부르는 게 값이라 천만 원 이상도 나오고요.”

순위를 조작하는 사람도, 의뢰를 하는 사람도 모두 불법이란 걸 알고 있지만, 조작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녹취> 이○○(마케팅 업체 근무 경험/음성변조) : “‘너 이거 불법인 거 알지? 네가 나한테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너도 (불법인 거) 알고 한 거야. 걸리면 너도 처벌받아.’라는 암묵적인 얘기를 하고 동의하는 사람들만 해주는 거죠.”

중요한 정보 검색 수단이 된 블로그.

하지만 정보를 왜곡하는 일부 마케팅 업체와 상인들 때문에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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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인기 ‘맛집’ 블로그…알고 보니 검색 순위 조작
    • 입력 2017-03-30 08:36:01
    • 수정2017-03-30 09: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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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외식을 할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맛집' 정보 등을 찾아보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검색창에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면, 각종 이용 후기들이 담긴 이런 블로그가 쏟아져 나옵니다.

블로그가 워낙 많다 보니, 아무래도 검색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에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유독 특정 업체와 관련된 글이 검색 순위 상위에 많이 노출된다면 먼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검색 순위를 조작해온 프로그램 개발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찰이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합니다.

마케팅 상담을 해주고 있다는 사무실입니다.

<녹취> 직원(음성변조) : "(지금 하는 일이 뭐예요?) 말은 좀 아낄게요. 영장 가져와서 수사에 협조는 하지만 말은 아낄게요. (뭐하고 있냐고요. 지금?) 일하고 있잖아요."

경찰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피하는 이 남성.

사무실에선 이상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녹취> 직원(음성변조) : "(핸드폰 10개, 수십 개 켜놓고 뭐 하는 거예요?) 일하고 있어요."

사무실에 남아있는 직원은 한 명 뿐인데, 책상 위에는 휴대전화 7개가 놓여있습니다.

맞은편 책상에서도 휴대전화 5개가 발견되고, 바닥에도 휴대전화가 어지럽게 놓여있습니다.

무슨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는 듯, 휴대전화 화면에는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맛집, 마사지, 미용 시술 업체 등과 관련 있는 단어도 눈에 띕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블로그 순위를 조작한다. 이런 첩보를 입수하고 저희가 확인을 했고…….”

경찰 조사 결과, 어지럽게 놓여있던 휴대전화에선 블로그 방문 순위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특정 블로글의 글을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상위에 올려놓기 위해, 방문 횟수를 조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이였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PC보다 (휴대폰이) 훨씬 휴대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지 손쉽게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블로그 순위조작이 가능했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블로그 순위 조작이 경찰에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마케팅 업체 대표가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프트 프로그래머에게 ‘이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만들어서 팔면 돈이 될 거다.’ 라고 제안을 해서 프로그래머가 만들게 된 것입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특정 블로그를 반복해서 접속하는 방법으로 방문 순위 조작이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000 커피 후기’ 이 검색어로 들어가면 특정 블로그로 들어가고 그게 완료되면 다시 IP를 바꿔서 (똑같은) 검색어 입력하고 특정 블로그로 들어가고 이게 3분에서 5분 간격으로 계속 자동으로 순환되는 방식입니다.”

경찰에 적발된 이들은 모두 85명.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마케팅 업체 대표 등은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팔아 수억 원씩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실행만 시키면 블로그 순위 조작이 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가담한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견됐습니다. 전체 85명 중의 31명 정도가 한의사, 변호사, 의사, 기타 자영업자들 이런 일반인들도 상당수 확인됐습니다.”

이들이 한 일은 블로그 순위를 올려주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쟁 업체의 순위를 낮추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이승훈(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 “(순위) 상위노출은 자기들이 홍보하고자 하는 블로그 들이고 (순위) 하위노출에 있는 것들은 공격하고자 하는 순위를 내리고자 하는 블로그들이죠.”

<녹취> 민○○(미용실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예전에는 첫 번째나 두 번째 페이지에 (매장 홍보 블로그가) 떴는데 그게 아예 없어져 버리니까, 장사도 좀 확실히 덜 되고……. 그래서 ‘내가 뭘 잘 못 했나?’ 저는 그랬죠.”

스마트폰을 이용한 정보 검색이 보편화되면서, 블로그 순위를 두고 이런 과열 경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지헌(구로구 구로1동) : “맛집 검색할 때 자주 찾아보는데 아무래도 가장 (상위에) 있는 글을 자주 보게 돼요.”

<인터뷰> 김윤빈(고양시 덕양구) : “아무래도 제일 위에 있는 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클릭하고 보는 거니깐 제일 신뢰도가 높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상인들도 매출과 직결되다보니 블로그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민○○(미용실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보고 왔다고 하는 손님들도 많으니까 아무래도 전단이라든지 이런 거보다도 훨씬 더 블로그가 홍보가 많이 된다고 생각하죠.”

상인들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글이 눈에 잘 띌수록,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녹취> 김○○(네일샵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홍보를 (업체에 의뢰) 했을 때 1순위 올라왔을 때는 신규 손님이 하루에 2~3명씩 전화가 많이 오는 거예요. 근데 상위 순위에 안 걸려 있으면 신규 손님이 없는 거예요. 신규 손님이 있어야 단골이 만들어지는 건데…….”

블로그 홍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다 보니 마케팅 업체의 이런 은밀한 제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민○○(미용실 운영/음성변조) : “(블로그 순위를 올려주는) 데가 있다고 들은 것도 있고 전화 온 것도 솔직히 많았어요. 제가 좀 의심이 많아서 잘 안 하긴 하는데 확실하다고 하면 하겠는데…….”

블로그 순위 조작을 하는 업체에서 일한 적 있다는 사람의 말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마케팅 업체 근무 경험자/음성변조) : “가격은 검색어마다 다른데요. 보통 제일 저렴하게 한다고 해도 20~30만 원부터 비싼 검색어 같은 경우는 부르는 게 값이라 천만 원 이상도 나오고요.”

순위를 조작하는 사람도, 의뢰를 하는 사람도 모두 불법이란 걸 알고 있지만, 조작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녹취> 이○○(마케팅 업체 근무 경험/음성변조) : “‘너 이거 불법인 거 알지? 네가 나한테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너도 (불법인 거) 알고 한 거야. 걸리면 너도 처벌받아.’라는 암묵적인 얘기를 하고 동의하는 사람들만 해주는 거죠.”

중요한 정보 검색 수단이 된 블로그.

하지만 정보를 왜곡하는 일부 마케팅 업체와 상인들 때문에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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