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먼지 띠 선명한데”…왜 항의 못 할까

입력 2017.03.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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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파란 하늘을 보는 날이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날이 풀리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밀려오다 보니 차라리 추운 게 낫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화창한 봄을 안심하고 즐길 권리마저 빼앗은 미세먼지, 어디서 온 걸까?

지난 20일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예측 모델지난 20일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예측 모델

일반인들도 누구나 이 같은 예측 모델에서 미세먼지의 흐름을 추정할 수 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20일 밤 예측 모델을 살펴보자. 중국 동부에서 한반도까지 붉은 띠가 이어져 있다. 시간에 따른 이동 상황을 보더라도 끊임없이 중국 대륙에서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밀려온다. 눈대중으로는 중국 영향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일반인들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고 믿는 주된 증거다.

미세먼지 기원, 예측 모델 통해 추정

눈대중보다 정확하게 미세먼지의 기여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측 모델을 인위적으로 조작해보는 것이다. 미세먼지 예측 모델은 국내에서 조사된 배출량과 관측된 미세먼지, 국외 미세먼지 등이 바람에 따라 이동하거나 화학 반응으로 생성과 소멸한 결과를 통해 예상 농도를 얻어낸 것이다.

그런데 입력하는 국내 미세먼지의 배출량을 인위적으로 조금씩 조절해보면 국내 기여율과 국외 기여율을 알아낼 수 있다. BFM(Brute Force Method)이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예를 들어 국내 배출량을 20% 줄인 뒤 같은 기상 조건에서 예측 모델을 수행해봤더니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20% 그대로 줄었다면 국내 영향이 100%라고 추정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배출량을 20% 줄여도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전혀 변화가 없었다면 100% 국외 영향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과학원에서 이런 방식으로 최근 짙은 미세먼지가 이어졌던 지난 17~21일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기여도를 계산해봤다.

17~21일 미세먼지 국외 영향은 52~86%

지난 17~21일 수도권 미세먼지(PM2.5) 기여율지난 17~21일 수도권 미세먼지(PM2.5) 기여율

고농도 미세먼지가 처음 시작된 지난 17일에는 국외 영향이 82%에 달했다. 18~19일, 21일에도 국외 영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특히 21일에는 86%에 달했다. 그러나 미세먼지주의보까지 내려지며 농도가 가장 짙었던 20일에는 대기가 정체되며 국내 영향과 국외 영향이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닷새간 전체로 봤을 때는 국외 영향이 52~86%, 국내 영향이 14~48%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외 영향을 국가별로 나누어 평가할 수 없어 '중국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국외 영향'이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외에 북한이나 몽골에서도 일부 유입이 있어 '중국 영향'으로 한정 지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산화탄소 농도 예측 모델. 미세먼지 모델로 잘못 알려져 있으며, 생성 및 소멸 과정이 포함된 미세먼지와는 변화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일산화탄소 농도 예측 모델. 미세먼지 모델로 잘못 알려져 있으며, 생성 및 소멸 과정이 포함된 미세먼지와는 변화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중국 영향이 상당하긴 하지만 일반인들의 눈대중보다는 적다. 이에 대해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센터장은 "예측 모델에서는 중국에서 한반도로 미세먼지가 건너올 때 깨끗한 서해를 지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먼지 띠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확산이나 소멸에 의해 농도가 낮아져야 함에도 국내 내륙에서 계속 머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내에서 발생, 생성되는 양도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예측 모델을 꼼꼼히 살펴보면 중국에서 한반도로 붉은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것과 별개로 한반도 내부에서도 미세먼지가 짙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단순 배출->이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화학 반응을 거쳐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연 평균 국외 영향은 30~50%…국내 원인이 더 커

그렇다면 평소에는 중국 영향이 어느 만큼일까. 환경과학원은 지난 17~21일처럼 일 평균 PM2.5 농도가 50㎍/㎥을 넘어서는 고농도 시기에는 국외 영향이 60~80%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일 평균 PM2.5 농도가 50㎍/㎥을 넘어서는 날은 지난해 기준 13일이었다. 그런데 1년 365일 전체를 통틀어 보면 상황이 다르다. 국외 영향은 30~50%, 국내 영향은 50~70%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모델을 다루는 다른 환경학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결과를 얻고 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는 "평균적으로 국내 영향은 40%, 중국 영향은 40%, 그 외 알 수 없는 부분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알 수 없는 20%'에는 국내 배출량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비산 먼지나 관측 자료가 없는 북한의 영향 등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예측 모델로 중국 책임 물을 수 없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 등 국외 영향이 상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자료가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묻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까?

먼저 '예측 모델'을 통해 추정한 미세먼지 기여율이 어떤 자료인지 알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예측 모델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기 오염 배출량과 관측치를 기반으로 비와 바람 등 날씨에 따른 기상 요소와 화학 반응 등을 결합해 미세먼지 농도를 예상한다.

말 그대로 '예측' 모델이다. 지도 상에 미세먼지의 이동 양상이 표현되지만 위성 영상처럼 실제 미세먼지의 이동을 나타내는 자료는 아니다. 모델에서는 수많은 화학 반응을 몇 개로 추리는 등 실제 미세먼지의 생성과 소멸, 이동을 모두 나타내지는 못한다. 2차 생성 과정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반응 경로가 많아 실제보다 생성이 적게 모의되는 한계도 있다. 모델에서는 선명한 '중국발 먼지 띠'가 과학적 증거로는 쓰일 수 없는 이유다.

6월 말 NASA 실제 관측 자료 공개 예정

지난해 5~6월 시행된 ‘한미 공동 대기질 연구(KORUS-AQ)’지난해 5~6월 시행된 ‘한미 공동 대기질 연구(KORUS-AQ)’

다행인 것은 보다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실제 관측 결과'들이 올해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5~6월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환경과학원이 항공기 등을 이용해 한반도의 대기를 공동 관측한 KORUS-AQ의 결과가 오는 6월 말쯤 발표될 예정이다.

또 한중일 3국의 환경과학원에서 공동관측한 결과도 연말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결과는 중국 환경 당국에서도 인정하는 관측 자료인 만큼 향후 미세먼지 해결에 있어 주요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간의 국제 환경 소송에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정부 간의 공동 연구"라며 "현재 진행 중인 환경과학원 간의 연구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세먼지 성분 분석 자료와 2019년에 발사될 천리안위성 2B호 등을 통해 입체적인 관측 환경이 확보되면 과학적 입증을 위한 근거를 더욱 탄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국경 넘는 대기 오염, 해결에는 수 십 년

그렇지만 중국에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나 대책 요구로 이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자료에 대한 오랜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야 하고, 실질적인 인적, 물적 피해로 이어졌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또 외교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과거 국제 사례를 통해봐도 쉽지 않을 거란 것을 알 수 있다. 국경을 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드물 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칸디나비아의 산성 호수 문제다.

1950년대 초부터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호수에서 산성화가 심해지면서 물고기들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스웨덴 등의 학계에서는 유럽 대륙에서 이동해온 이산화황 등의 오염물질을 산성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197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대기 오염 물질의 측정을 위한 기술협력 프로그램'을 출범시켰고, 여기서 진행된 연구로 대기 오염 물질이 수 천㎞를 이동해 산성화를 일으킨다는 가정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979년 유럽 나라들과 미국·캐나다를 포함한 34개국은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 오염에 대한 협약'(CLRTAP)에 합의했다.

이후 1985년 이산화황 감축을 위한 헬싱키 의정서, 1988년 질소산화물 국경 이동에 관한 소피아 의정서도 탄생했다. 그러나 이산화황의 주요 배출국인 영국이 헬싱키 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는 등 진통이 잇따랐고, 실질적인 농도 저감이 확인된 것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지 약 50년이 지난 뒤다.

과학적 입증과 국내 오염 해결 노력 병행 필요

환경 당국은 중국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당장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중국 측 공장에 집진 장비 설치 사업도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저감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연간 30~50%에 달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중국 스스로 줄이지 않는다면 사실상 수 십 년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중국 측에 요구할 근거 자료를 확보하면서도, 50~70%에 달하는 국내 요인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세먼지는 농도가 0이 아닌 이상 유해성이 있는 만큼 고농도를 유발하는 중국발만이 아니라 평소 농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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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발 먼지 띠 선명한데”…왜 항의 못 할까
    • 입력 2017-03-30 18:42:43
    취재K
이달 들어 파란 하늘을 보는 날이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날이 풀리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밀려오다 보니 차라리 추운 게 낫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화창한 봄을 안심하고 즐길 권리마저 빼앗은 미세먼지, 어디서 온 걸까?

지난 20일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예측 모델
일반인들도 누구나 이 같은 예측 모델에서 미세먼지의 흐름을 추정할 수 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20일 밤 예측 모델을 살펴보자. 중국 동부에서 한반도까지 붉은 띠가 이어져 있다. 시간에 따른 이동 상황을 보더라도 끊임없이 중국 대륙에서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밀려온다. 눈대중으로는 중국 영향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인다. 일반인들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고 믿는 주된 증거다.

미세먼지 기원, 예측 모델 통해 추정

눈대중보다 정확하게 미세먼지의 기여율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예측 모델을 인위적으로 조작해보는 것이다. 미세먼지 예측 모델은 국내에서 조사된 배출량과 관측된 미세먼지, 국외 미세먼지 등이 바람에 따라 이동하거나 화학 반응으로 생성과 소멸한 결과를 통해 예상 농도를 얻어낸 것이다.

그런데 입력하는 국내 미세먼지의 배출량을 인위적으로 조금씩 조절해보면 국내 기여율과 국외 기여율을 알아낼 수 있다. BFM(Brute Force Method)이라고 불리는 방식인데, 예를 들어 국내 배출량을 20% 줄인 뒤 같은 기상 조건에서 예측 모델을 수행해봤더니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20% 그대로 줄었다면 국내 영향이 100%라고 추정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배출량을 20% 줄여도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전혀 변화가 없었다면 100% 국외 영향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과학원에서 이런 방식으로 최근 짙은 미세먼지가 이어졌던 지난 17~21일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기여도를 계산해봤다.

17~21일 미세먼지 국외 영향은 52~86%

지난 17~21일 수도권 미세먼지(PM2.5) 기여율
고농도 미세먼지가 처음 시작된 지난 17일에는 국외 영향이 82%에 달했다. 18~19일, 21일에도 국외 영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특히 21일에는 86%에 달했다. 그러나 미세먼지주의보까지 내려지며 농도가 가장 짙었던 20일에는 대기가 정체되며 국내 영향과 국외 영향이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닷새간 전체로 봤을 때는 국외 영향이 52~86%, 국내 영향이 14~48%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외 영향을 국가별로 나누어 평가할 수 없어 '중국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국외 영향'이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외에 북한이나 몽골에서도 일부 유입이 있어 '중국 영향'으로 한정 지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산화탄소 농도 예측 모델. 미세먼지 모델로 잘못 알려져 있으며, 생성 및 소멸 과정이 포함된 미세먼지와는 변화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중국 영향이 상당하긴 하지만 일반인들의 눈대중보다는 적다. 이에 대해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예보센터장은 "예측 모델에서는 중국에서 한반도로 미세먼지가 건너올 때 깨끗한 서해를 지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먼지 띠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확산이나 소멸에 의해 농도가 낮아져야 함에도 국내 내륙에서 계속 머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내에서 발생, 생성되는 양도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예측 모델을 꼼꼼히 살펴보면 중국에서 한반도로 붉은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것과 별개로 한반도 내부에서도 미세먼지가 짙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단순 배출->이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화학 반응을 거쳐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연 평균 국외 영향은 30~50%…국내 원인이 더 커

그렇다면 평소에는 중국 영향이 어느 만큼일까. 환경과학원은 지난 17~21일처럼 일 평균 PM2.5 농도가 50㎍/㎥을 넘어서는 고농도 시기에는 국외 영향이 60~80%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 일 평균 PM2.5 농도가 50㎍/㎥을 넘어서는 날은 지난해 기준 13일이었다. 그런데 1년 365일 전체를 통틀어 보면 상황이 다르다. 국외 영향은 30~50%, 국내 영향은 50~70%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모델을 다루는 다른 환경학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결과를 얻고 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건설교통공학부 교수는 "평균적으로 국내 영향은 40%, 중국 영향은 40%, 그 외 알 수 없는 부분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알 수 없는 20%'에는 국내 배출량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비산 먼지나 관측 자료가 없는 북한의 영향 등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예측 모델로 중국 책임 물을 수 없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 등 국외 영향이 상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자료가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묻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을까?

먼저 '예측 모델'을 통해 추정한 미세먼지 기여율이 어떤 자료인지 알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 예측 모델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대기 오염 배출량과 관측치를 기반으로 비와 바람 등 날씨에 따른 기상 요소와 화학 반응 등을 결합해 미세먼지 농도를 예상한다.

말 그대로 '예측' 모델이다. 지도 상에 미세먼지의 이동 양상이 표현되지만 위성 영상처럼 실제 미세먼지의 이동을 나타내는 자료는 아니다. 모델에서는 수많은 화학 반응을 몇 개로 추리는 등 실제 미세먼지의 생성과 소멸, 이동을 모두 나타내지는 못한다. 2차 생성 과정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반응 경로가 많아 실제보다 생성이 적게 모의되는 한계도 있다. 모델에서는 선명한 '중국발 먼지 띠'가 과학적 증거로는 쓰일 수 없는 이유다.

6월 말 NASA 실제 관측 자료 공개 예정

지난해 5~6월 시행된 ‘한미 공동 대기질 연구(KORUS-AQ)’
다행인 것은 보다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실제 관측 결과'들이 올해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5~6월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립환경과학원이 항공기 등을 이용해 한반도의 대기를 공동 관측한 KORUS-AQ의 결과가 오는 6월 말쯤 발표될 예정이다.

또 한중일 3국의 환경과학원에서 공동관측한 결과도 연말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결과는 중국 환경 당국에서도 인정하는 관측 자료인 만큼 향후 미세먼지 해결에 있어 주요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간의 국제 환경 소송에서 증거 자료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정부 간의 공동 연구"라며 "현재 진행 중인 환경과학원 간의 연구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세먼지 성분 분석 자료와 2019년에 발사될 천리안위성 2B호 등을 통해 입체적인 관측 환경이 확보되면 과학적 입증을 위한 근거를 더욱 탄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국경 넘는 대기 오염, 해결에는 수 십 년

그렇지만 중국에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나 대책 요구로 이어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자료에 대한 오랜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야 하고, 실질적인 인적, 물적 피해로 이어졌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또 외교적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과거 국제 사례를 통해봐도 쉽지 않을 거란 것을 알 수 있다. 국경을 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드물 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칸디나비아의 산성 호수 문제다.

1950년대 초부터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호수에서 산성화가 심해지면서 물고기들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스웨덴 등의 학계에서는 유럽 대륙에서 이동해온 이산화황 등의 오염물질을 산성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197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대기 오염 물질의 측정을 위한 기술협력 프로그램'을 출범시켰고, 여기서 진행된 연구로 대기 오염 물질이 수 천㎞를 이동해 산성화를 일으킨다는 가정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1979년 유럽 나라들과 미국·캐나다를 포함한 34개국은 '월경성 장거리 이동 대기 오염에 대한 협약'(CLRTAP)에 합의했다.

이후 1985년 이산화황 감축을 위한 헬싱키 의정서, 1988년 질소산화물 국경 이동에 관한 소피아 의정서도 탄생했다. 그러나 이산화황의 주요 배출국인 영국이 헬싱키 의정서의 비준을 거부하는 등 진통이 잇따랐고, 실질적인 농도 저감이 확인된 것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지 약 50년이 지난 뒤다.

과학적 입증과 국내 오염 해결 노력 병행 필요

환경 당국은 중국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당장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중국 측 공장에 집진 장비 설치 사업도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저감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연간 30~50%에 달하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중국 스스로 줄이지 않는다면 사실상 수 십 년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중국 측에 요구할 근거 자료를 확보하면서도, 50~70%에 달하는 국내 요인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세먼지는 농도가 0이 아닌 이상 유해성이 있는 만큼 고농도를 유발하는 중국발만이 아니라 평소 농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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