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4차 산업혁명’은 장밋빛 미래인가?

입력 2017.03.30 (18: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독일 안스바흐에 자리잡은 아디다스 매장. 고객이 어두운 방으로 안내되고 전신 스캔이 시작된다. 컴퓨터가 고객의 체형을 입력하는 것이다.


고객은 이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을 고른다. 소매는 어떻게 할까. 가슴에는 어떤 무늬가 어울릴까. 빨간색이 어울릴까, 파랑색이 어울릴까. 아니면 여러가지 색깔을 조합해볼까. 선택 가능한 옵션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는 매장 안에 설치한 자동화 기계로 옮겨진다. 그리고 4시간 뒤, 고객 앞에는 울 스웨터가 놓여져있다. 자신이 원한 디자인과 색상 그대로다. 자신의 체형에도 꼭 맞는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짜준 스웨터처럼. 가격은 200유로, 우리 돈 약 24만 원이다.


아디다스가 추구하는 이른바 '스피드 팩토리'이다. 오는 2020년까지 제품의 50%를 스피드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게 목표다. 물론 가격도 더욱 낮추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상징적 모습이다. 핵심은 제조업과 첨단 IT산업의 융합이다. 기계가 서로 소통하게 만들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독일은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어왔다. 독일 공학한림원이라는 비영리 조직에서 학계와 산업계, 노조가 함께 논의를 거듭했다. 대기업이나 정부가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이다. 앞장서 변하지 않으면 21세기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쳐질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작용했다. 현재 독일의 경제 호황도 이러한 적극적 변화에 기반해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높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독일 내에서는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실업, 바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welt)는 이미 지난해 '인더스트리 4.0'으로 인해 독일 내에서 1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20년 동안 로봇이 700개 직업군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행정, 회계, 물류 등의 분야 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보다 더 과격한 연구 전망도 있다. 독일계 은행인 ING-Diba는 장기적으로 독일인의 59%가 실직자가 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독일 노동인구 3천만여 명 중 천 8백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 곳곳이 자동화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독일 정부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는 'Arbeiten 4.0'이라는 노동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는 '인더스트리 4.0'으로 오는 2030년까지 IT 등의 분야에서 백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대신, 무역과 공공 분야에서 7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IT와 디지털 분야의 직업 보수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직업 교육을 통해 대량 실업 사태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민관이 합심해 '인더스트리 4.0'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뒤쳐질 수 없다." 온 나라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모든 후보들이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낼 적임자라고 자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종주국 독일도 명과 암을 직시하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치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 당선을 위한 일회성 선거 구호에만 그쳐선 안 된다. 장밋빛 미래를 무조건 보장하는 마법의 열쇠는 더더욱 아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리포트] ‘4차 산업혁명’은 장밋빛 미래인가?
    • 입력 2017-03-30 18:52:29
    특파원 리포트
독일 안스바흐에 자리잡은 아디다스 매장. 고객이 어두운 방으로 안내되고 전신 스캔이 시작된다. 컴퓨터가 고객의 체형을 입력하는 것이다.


고객은 이어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을 고른다. 소매는 어떻게 할까. 가슴에는 어떤 무늬가 어울릴까. 빨간색이 어울릴까, 파랑색이 어울릴까. 아니면 여러가지 색깔을 조합해볼까. 선택 가능한 옵션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는 매장 안에 설치한 자동화 기계로 옮겨진다. 그리고 4시간 뒤, 고객 앞에는 울 스웨터가 놓여져있다. 자신이 원한 디자인과 색상 그대로다. 자신의 체형에도 꼭 맞는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짜준 스웨터처럼. 가격은 200유로, 우리 돈 약 24만 원이다.


아디다스가 추구하는 이른바 '스피드 팩토리'이다. 오는 2020년까지 제품의 50%를 스피드 팩토리에서 생산하는 게 목표다. 물론 가격도 더욱 낮추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상징적 모습이다. 핵심은 제조업과 첨단 IT산업의 융합이다. 기계가 서로 소통하게 만들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독일은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어왔다. 독일 공학한림원이라는 비영리 조직에서 학계와 산업계, 노조가 함께 논의를 거듭했다. 대기업이나 정부가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이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댄 것이다. 앞장서 변하지 않으면 21세기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쳐질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작용했다. 현재 독일의 경제 호황도 이러한 적극적 변화에 기반해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높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독일 내에서는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실업, 바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독일 유력 일간지 디벨트(welt)는 이미 지난해 '인더스트리 4.0'으로 인해 독일 내에서 1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20년 동안 로봇이 700개 직업군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행정, 회계, 물류 등의 분야 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보다 더 과격한 연구 전망도 있다. 독일계 은행인 ING-Diba는 장기적으로 독일인의 59%가 실직자가 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독일 노동인구 3천만여 명 중 천 8백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 곳곳이 자동화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독일 정부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는 'Arbeiten 4.0'이라는 노동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는 '인더스트리 4.0'으로 오는 2030년까지 IT 등의 분야에서 백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대신, 무역과 공공 분야에서 7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IT와 디지털 분야의 직업 보수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직업 교육을 통해 대량 실업 사태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민관이 합심해 '인더스트리 4.0'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뒤쳐질 수 없다." 온 나라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모든 후보들이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낼 적임자라고 자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종주국 독일도 명과 암을 직시하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치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이 당선을 위한 일회성 선거 구호에만 그쳐선 안 된다. 장밋빛 미래를 무조건 보장하는 마법의 열쇠는 더더욱 아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