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에 경찰에 장난 전화하지 마세요. (심하면) 구속됩니다”

입력 2017.03.31 (08:49) 수정 2017.03.3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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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1일 BBC 뉴스는 지구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런 재난에 생존자는 없었다. 우린 모두 죽었다. 나는 지금 내세에서 이 기사를 쓰고 있다."

물론 뻥이다. 현실이 가끔 지옥 같을지언정 지구엔 아직 73억 명(2016년 기준)의 인류가 살고 있다. 이 기사는 만우절을 기념한 BBC의 깜짝 장난이었다.

만우절은 16세기 프랑스에서 그레고리력(음력) 사용을 중단하고 양력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겼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유래야 어떻든, 4월 1일만 되면 전세계에서는 크고 작은 장난이 시작된다. 만우절 장난은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즐거운 쉼표다.

문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웃음이 아닌 불쾌와 조롱을 주는 장난이다. 이런 장난은 하면 안 된다. 경찰에 잡혀간다. 진짜다.


“진짜 잡혀가요” 경찰 장난전화 그만!

이 모(31) 씨는 장난전화를 한 혐의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112에 사건·사고를 신고하는 대신 본인의 분노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12에 전화를 걸어 조롱과 욕설을 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씨는 지난 7일 새벽 1시 36분부터 "위치추적해서 잡아봐라", "못 찾으면 못 찾는다고 말해라" 등 모욕적인 언사로 1시간 동안 경찰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말한 대로 위치를 추적해 이 씨를 체포했고, 검거 과정에서 이 씨는 경찰을 밀치며 행패까지 부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상습 장난전화도 구속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 모(55·여) 씨는 3개월 동안 5,000번이 넘게 112에 전화를 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지난 25일 입건됐다.

최 씨는 지난 1월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불이야…" 등 특별한 내용 없이 하루 평균 80회의 112 신고 전화를 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난전화가 아닌 구조요청

그런가 하면, 2013년부터 4년여 동안 27,000여 차례 경찰에 장난전화를 건 사람도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상습 허위 신고자를 처벌하기 위해 위치를 추적한 결과 주소는 경기도 수원시. 관할 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해 함께 상습 신고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수차례 방문을 거듭한 경찰이 결국 창문을 깨고 들어가 보니, 온통 쓰레기로 가득한 방엔 치매 노인이 홀로 앉아 있었다.

노인의 장난전화는 사실, 구조 요청 전화였다.


만우절은 즐거운 추억이 있는 날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친구들과 공모해 깜찍한 장난을 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교실 책상을 전부 거꾸로 돌려놓는다든가 하는 유치한 짓 말이다.

하지만 악성 장난은 즐겁지 않다. 누군가를 화나게 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범죄'가 된다. 공무집행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도 그렇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커지지만, 끊임없이 장난을 치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다 결국 고래 뱃속까지 들어가 고초를 겪었다.

우리도 만우절에는 웃을 수 있는 장난을 치자. 하지만 장난이 지나쳤다가는, 커진 코를 붙잡고 고래의 위장 사이를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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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우절에 경찰에 장난 전화하지 마세요. (심하면) 구속됩니다”
    • 입력 2017-03-31 08:49:22
    • 수정2017-03-31 08:49:54
    사회
2012년 4월1일 BBC 뉴스는 지구가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런 재난에 생존자는 없었다. 우린 모두 죽었다. 나는 지금 내세에서 이 기사를 쓰고 있다."

물론 뻥이다. 현실이 가끔 지옥 같을지언정 지구엔 아직 73억 명(2016년 기준)의 인류가 살고 있다. 이 기사는 만우절을 기념한 BBC의 깜짝 장난이었다.

만우절은 16세기 프랑스에서 그레고리력(음력) 사용을 중단하고 양력을 쓰기 시작하면서 생겼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유래야 어떻든, 4월 1일만 되면 전세계에서는 크고 작은 장난이 시작된다. 만우절 장난은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즐거운 쉼표다.

문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웃음이 아닌 불쾌와 조롱을 주는 장난이다. 이런 장난은 하면 안 된다. 경찰에 잡혀간다. 진짜다.


“진짜 잡혀가요” 경찰 장난전화 그만!

이 모(31) 씨는 장난전화를 한 혐의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112에 사건·사고를 신고하는 대신 본인의 분노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12에 전화를 걸어 조롱과 욕설을 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씨는 지난 7일 새벽 1시 36분부터 "위치추적해서 잡아봐라", "못 찾으면 못 찾는다고 말해라" 등 모욕적인 언사로 1시간 동안 경찰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말한 대로 위치를 추적해 이 씨를 체포했고, 검거 과정에서 이 씨는 경찰을 밀치며 행패까지 부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상습 장난전화도 구속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 모(55·여) 씨는 3개월 동안 5,000번이 넘게 112에 전화를 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지난 25일 입건됐다.

최 씨는 지난 1월부터 "옆집이 시끄럽다", "불이야…" 등 특별한 내용 없이 하루 평균 80회의 112 신고 전화를 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난전화가 아닌 구조요청

그런가 하면, 2013년부터 4년여 동안 27,000여 차례 경찰에 장난전화를 건 사람도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상습 허위 신고자를 처벌하기 위해 위치를 추적한 결과 주소는 경기도 수원시. 관할 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해 함께 상습 신고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수차례 방문을 거듭한 경찰이 결국 창문을 깨고 들어가 보니, 온통 쓰레기로 가득한 방엔 치매 노인이 홀로 앉아 있었다.

노인의 장난전화는 사실, 구조 요청 전화였다.


만우절은 즐거운 추억이 있는 날이다. 누구나 학창시절 친구들과 공모해 깜찍한 장난을 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교실 책상을 전부 거꾸로 돌려놓는다든가 하는 유치한 짓 말이다.

하지만 악성 장난은 즐겁지 않다. 누군가를 화나게 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면 그것은 '범죄'가 된다. 공무집행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도 그렇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커지지만, 끊임없이 장난을 치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다 결국 고래 뱃속까지 들어가 고초를 겪었다.

우리도 만우절에는 웃을 수 있는 장난을 치자. 하지만 장난이 지나쳤다가는, 커진 코를 붙잡고 고래의 위장 사이를 헤매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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