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없어요”…쪼그라든 학교, 시작된 ‘인구절벽’

입력 2017.03.31 (10:12) 수정 2017.03.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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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저출산' 문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잇따른다. 그리고 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신입생 39명! ‘저출산’ 현주소

초등학교 입학식은 저출산의 현주소다.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교. 1970년대, 한 학년의 학생 수는 300여 명, 총 2천 명이 넘는 학생이 이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이 초등학교에는 큰 변화가 있다. 2017년 신입생은 39명, 전체 학생 수는 230명에 불과하다.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에서도 학생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변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초등학교 다섯 곳 중 한 곳의 신입생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오광성 경기도 파주 신산초등학교 교장은 입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학교의 전교생은 230명 정도 됩니다. 취학할 아이들이 없어요."

‘인구 재앙’ 덮친 대한민국

2017년, 3대 인구 재앙이 대한민국을 덮쳤다. 2017년 한국은 신생아 수 40만 명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15세~64세 사이의 '생산 가능 인구'도 올해 처음으로 감소한다. 1년 뒤 201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들어선다.



한국은 본격적인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국가 탈출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과다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구절벽에서 탈출하려면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비정규직 청년들,  “결혼은 사치”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결혼 건수는 28만 건으로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달 평균 130만 원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최선규(36) 씨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 방에 살고 있다. 4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은 생각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선규 씨는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저나 여자친구나 버는 돈 자체가 많지 않아요. 결혼하려면 집 문제가 제일 큰 문제인데…. 사실 막막한 현실인 거죠."

선규 씨와 같이 한국의 많은 청년은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적은 임금과 불규칙한 노동시간으로 인해 청년들에게 결혼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김영희(39) 씨는 결혼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항상 최저임금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연애나 결혼…. 이런 거는 하지 않고, 앞만 보고 가야 하는, 옆을 바라보면 뭔가 안될 거 같은 상황이에요."

‘한 자녀 정책’ 폐지, 빠르게 늙어가는 중국

저성장, 저출산 현상은 한국 만의 일이 아닌 전 세계적 화두다.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도 심각한 저출산을 겪고 있다. 중국은 저출산 대책으로 35년간 추진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다.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출산율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부모들이 육아와 양육비로 인해 더 이상 아이 낳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리쑨란 부부는 맞벌이로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을 버는 중산층 가족이다. 이들은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됐지만 아들 한 명만을 낳았다. 리쑨란(36) 씨는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더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둘째 낳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많아요. 제 주변에는 둘 다 외동인(부부가) 많아요. 그들은 부모님 4분을 돌보고 아이까지 키울 경제적 능력이 없어요."

심각한 실업난으로 중국의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있다. 결혼해도 출산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출산율이 상승하지 않으면, 인구의 약 ⅓이 노인이 될 위기에 처했다.

‘아이 없는 국가’ 독일, 저출산 극복…어떻게?

독일은 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불렸던 나라다. 하지만 최근 4년 연속 독일의 출산율은 크게 상승했다. 독일연방통계청이 발표한 1994년 독일의 출산율은 1.24명에서 2015년 1.5명으로 상승하며 36년 만에 처음으로 1.5명의 벽을 넘었다.


독일이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근무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나누기가 꼽히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란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낮추고 남는 임금과 시간으로 다른 노동자를 더 고용하는 정책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 독일의 많은 회사는 경제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근무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노사 간 대타협을 이뤄냈다. 노조는 임금을 삭감하고 기업은 신규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수했다. 그 결과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었고 근로자들은 일과 가정에 양립할 수 있었다. 출산율 역시 많이 증가했다.

독일 금속노조 이사 소피 애니케 씨는 "노동조합이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한 이유는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서였다"며 "기존의 고용된 사람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실업자들을 위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인구절벽에 접어든 한국,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31일(금) 밤 10시 KBS 2TV '명견만리-탈출! 인구절벽 1부-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라'에서는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출연해 저출산 해결을 위해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지 해결책을 찾아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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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3-31 10: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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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저출산' 문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잇따른다. 그리고 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신입생 39명! ‘저출산’ 현주소

초등학교 입학식은 저출산의 현주소다.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교. 1970년대, 한 학년의 학생 수는 300여 명, 총 2천 명이 넘는 학생이 이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이 초등학교에는 큰 변화가 있다. 2017년 신입생은 39명, 전체 학생 수는 230명에 불과하다.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에서도 학생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변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초등학교 다섯 곳 중 한 곳의 신입생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오광성 경기도 파주 신산초등학교 교장은 입학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학교의 전교생은 230명 정도 됩니다. 취학할 아이들이 없어요."

‘인구 재앙’ 덮친 대한민국

2017년, 3대 인구 재앙이 대한민국을 덮쳤다. 2017년 한국은 신생아 수 40만 명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15세~64세 사이의 '생산 가능 인구'도 올해 처음으로 감소한다. 1년 뒤 201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들어선다.



한국은 본격적인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국가 탈출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과다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구절벽에서 탈출하려면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비정규직 청년들,  “결혼은 사치”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결혼 건수는 28만 건으로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달 평균 130만 원을 받으며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최선규(36) 씨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40만 원 방에 살고 있다. 4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은 생각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선규 씨는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저나 여자친구나 버는 돈 자체가 많지 않아요. 결혼하려면 집 문제가 제일 큰 문제인데…. 사실 막막한 현실인 거죠."

선규 씨와 같이 한국의 많은 청년은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적은 임금과 불규칙한 노동시간으로 인해 청년들에게 결혼은 사치가 되어버렸다.

비정규직 근로자인 김영희(39) 씨는 결혼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항상 최저임금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연애나 결혼…. 이런 거는 하지 않고, 앞만 보고 가야 하는, 옆을 바라보면 뭔가 안될 거 같은 상황이에요."

‘한 자녀 정책’ 폐지, 빠르게 늙어가는 중국

저성장, 저출산 현상은 한국 만의 일이 아닌 전 세계적 화두다.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도 심각한 저출산을 겪고 있다. 중국은 저출산 대책으로 35년간 추진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다.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기대와 달리 출산율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부모들이 육아와 양육비로 인해 더 이상 아이 낳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 사는 리쑨란 부부는 맞벌이로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을 버는 중산층 가족이다. 이들은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됐지만 아들 한 명만을 낳았다. 리쑨란(36) 씨는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더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둘째 낳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많아요. 제 주변에는 둘 다 외동인(부부가) 많아요. 그들은 부모님 4분을 돌보고 아이까지 키울 경제적 능력이 없어요."

심각한 실업난으로 중국의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있다. 결혼해도 출산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출산율이 상승하지 않으면, 인구의 약 ⅓이 노인이 될 위기에 처했다.

‘아이 없는 국가’ 독일, 저출산 극복…어떻게?

독일은 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불렸던 나라다. 하지만 최근 4년 연속 독일의 출산율은 크게 상승했다. 독일연방통계청이 발표한 1994년 독일의 출산율은 1.24명에서 2015년 1.5명으로 상승하며 36년 만에 처음으로 1.5명의 벽을 넘었다.


독일이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근무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나누기가 꼽히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란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낮추고 남는 임금과 시간으로 다른 노동자를 더 고용하는 정책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 독일의 많은 회사는 경제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근무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노사 간 대타협을 이뤄냈다. 노조는 임금을 삭감하고 기업은 신규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수했다. 그 결과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었고 근로자들은 일과 가정에 양립할 수 있었다. 출산율 역시 많이 증가했다.

독일 금속노조 이사 소피 애니케 씨는 "노동조합이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한 이유는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서였다"며 "기존의 고용된 사람들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실업자들을 위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인구절벽에 접어든 한국,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31일(금) 밤 10시 KBS 2TV '명견만리-탈출! 인구절벽 1부-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라'에서는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출연해 저출산 해결을 위해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지 해결책을 찾아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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