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봄 바다를 걷다…금오도 ‘비렁길’

입력 2017.04.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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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수 끝자락 섬마을에 봄이 찾아왔다.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 돌산에서 뱃길로 20분 남짓한 거리에 섬 모양이 자라와 비슷해 이름 붙여진 금오도(金鰲島)가 있다.

  

이곳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분주해진다. 선착장은 금오도 상징 '비렁길' 트레킹을 하기 위해 모인 방문객들로 꽉 차고, 섬 주민들은 봄 향기 물씬나는 '방풍나물'을 캐기 위해 일터로 나선다.


1km에 달하는 빼곡한 동백나무 숲길이 펼쳐진 금오도의 3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봄맞이를 KBS '다큐멘터리 3일'이 들여다봤다.

벼랑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길이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금오도 비렁길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으로 선정했다. '벼랑'의 여수 사투리 '비렁'을 뜻하는 금오도 비렁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던 곳을 산책로로 조성한 것이다. 총 5개 트레킹 코스로 길이 18.5km에 약 8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동백나무 꽃길과 쪽빛 바다를 품은 절벽이 조화를 이루는 길. 이곳을 지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그 중에서도 비렁길 3코스는 여행객들에게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동백꽃이 만개한 숲길과 그 아래로 보이는 절벽, 아찔한 출렁다리까지. 봄 기운을 듬뿍 받기 위해 찾아든 여행객들이 3코스로 몰리는 이유다.

결혼 5개월 차 박수민(32) 씨 부부가 이 길을 찾았다. 신혼부부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박수민(오른쪽) 씨 부부사진: 박수민(오른쪽) 씨 부부

수민 씨는 "이 길을 걷다보면 무언가 집중하게 되는데, 그러면 나쁜 일을 다 잊게 되는 것같다"며 "우리가 가는 이 길 끝엔 진짜 행복이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섬마을에 봄이 피어나다

  

금오도의 특산품 '방풍나물'은 전국 생산량 80%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이 좋다. 원래 해변 모래밭이나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방풍나물은 자갈이 많은 이곳 섬마을에서 사람들의 생업이 됐다.

금오도의 봄은 방풍나물과 함께 시작한다. 이 시기가 방풍나물 제철이다. 금오도를 찾은 이들의 발목을 잡는 향긋한 봄나물을 캐기 위해 오늘도 주민들 손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봄맞이가 한창인 금오도 함구미 마을과 직포마을 사람들을 만나봤다.

  

해마다 봄이 되면 섬을 뒤덮는 꽃과 함께 찾아오는 방풍나물. 오랜 기간 이곳에서 방풍나물을 캐며 자식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는 박영우(60) 씨.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을 시작한 그에게 금오도는 어떤 의미일까.

"방풍나물이 없었으면 금오도에서 못 살았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게는 방풍나물이 세상 제일 큰 효자예요, 효자."
-박영우 씨-

봄은 또 다른 인연의 시작?

제작진은 여수 금오도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2015년 '다큐멘터리 3일-눈꽃 그리고 쉼표, 덕유산'(385회)에 출연했던 비박팀을 다시 만나게 된 것. '비박(Bivouac)'은 텐트를 사용하지 않는 야숙을 뜻한다.

전성철(35) 씨가 포함된 비박팀은 금오도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게 됐다.

  

"주말에 여기서 신나게 놀고 출근하면 직원들하고 여행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그러면 그때부터 또 시작되는 거죠. '빨리 한 주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어디 갈까'하고요. 일주일을 버티는 힘이 되는 거죠."
-전성철 씨-

청년 두 명도 금오도에서 생애 첫 비박을 시작했다.

  

선착장 근처에 자리 잡은 초보 비박팀 장진환(27) 씨와 박상민(23) 씨. 매트에 바람을 넣는 작업부터 쉽지 않은 그들에게 금오도는 어떤 섬으로 기억될까.

  

'봄을 걷다-여수 금오도 비렁길 72시간'은 4월 2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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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봄 바다를 걷다…금오도 ‘비렁길’
    • 입력 2017-04-02 08:13:20
    생활·건강
전라남도 여수 끝자락 섬마을에 봄이 찾아왔다. 돌산도 다음으로 큰 섬, 돌산에서 뱃길로 20분 남짓한 거리에 섬 모양이 자라와 비슷해 이름 붙여진 금오도(金鰲島)가 있다.

 
이곳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분주해진다. 선착장은 금오도 상징 '비렁길' 트레킹을 하기 위해 모인 방문객들로 꽉 차고, 섬 주민들은 봄 향기 물씬나는 '방풍나물'을 캐기 위해 일터로 나선다.


1km에 달하는 빼곡한 동백나무 숲길이 펼쳐진 금오도의 3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봄맞이를 KBS '다큐멘터리 3일'이 들여다봤다.

벼랑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길이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금오도 비렁길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으로 선정했다. '벼랑'의 여수 사투리 '비렁'을 뜻하는 금오도 비렁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던 곳을 산책로로 조성한 것이다. 총 5개 트레킹 코스로 길이 18.5km에 약 8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동백나무 꽃길과 쪽빛 바다를 품은 절벽이 조화를 이루는 길. 이곳을 지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그 중에서도 비렁길 3코스는 여행객들에게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동백꽃이 만개한 숲길과 그 아래로 보이는 절벽, 아찔한 출렁다리까지. 봄 기운을 듬뿍 받기 위해 찾아든 여행객들이 3코스로 몰리는 이유다.

결혼 5개월 차 박수민(32) 씨 부부가 이 길을 찾았다. 신혼부부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박수민(오른쪽) 씨 부부
수민 씨는 "이 길을 걷다보면 무언가 집중하게 되는데, 그러면 나쁜 일을 다 잊게 되는 것같다"며 "우리가 가는 이 길 끝엔 진짜 행복이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섬마을에 봄이 피어나다

 
금오도의 특산품 '방풍나물'은 전국 생산량 80%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이 좋다. 원래 해변 모래밭이나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방풍나물은 자갈이 많은 이곳 섬마을에서 사람들의 생업이 됐다.

금오도의 봄은 방풍나물과 함께 시작한다. 이 시기가 방풍나물 제철이다. 금오도를 찾은 이들의 발목을 잡는 향긋한 봄나물을 캐기 위해 오늘도 주민들 손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봄맞이가 한창인 금오도 함구미 마을과 직포마을 사람들을 만나봤다.

 
해마다 봄이 되면 섬을 뒤덮는 꽃과 함께 찾아오는 방풍나물. 오랜 기간 이곳에서 방풍나물을 캐며 자식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는 박영우(60) 씨.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을 시작한 그에게 금오도는 어떤 의미일까.

"방풍나물이 없었으면 금오도에서 못 살았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게는 방풍나물이 세상 제일 큰 효자예요, 효자."
-박영우 씨-

봄은 또 다른 인연의 시작?

제작진은 여수 금오도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 2015년 '다큐멘터리 3일-눈꽃 그리고 쉼표, 덕유산'(385회)에 출연했던 비박팀을 다시 만나게 된 것. '비박(Bivouac)'은 텐트를 사용하지 않는 야숙을 뜻한다.

전성철(35) 씨가 포함된 비박팀은 금오도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게 됐다.

 
"주말에 여기서 신나게 놀고 출근하면 직원들하고 여행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그러면 그때부터 또 시작되는 거죠. '빨리 한 주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어디 갈까'하고요. 일주일을 버티는 힘이 되는 거죠."
-전성철 씨-

청년 두 명도 금오도에서 생애 첫 비박을 시작했다.

 
선착장 근처에 자리 잡은 초보 비박팀 장진환(27) 씨와 박상민(23) 씨. 매트에 바람을 넣는 작업부터 쉽지 않은 그들에게 금오도는 어떤 섬으로 기억될까.

 
'봄을 걷다-여수 금오도 비렁길 72시간'은 4월 2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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