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급증…롯데 월드타워 불꽃쇼 때문?

입력 2017.04.04 (17:38) 수정 2017.04.0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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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구경할 수 있겠다고 좋아했었는데... 좋아할 일이 아니었네요 ㅜㅜ..."

인터넷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이다.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 개장식 전날인 지난 2일 연 불꽃 축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롯데월드타워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엄마들의 논쟁이 계속 이어졌다. 인근 강동구 엄마들도 논쟁에 가세했다. 과연 롯데월드타워 불꽃놀이는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줬을까?

[연관 기사] 롯데월드타워 공식 개장…봄밤의 불꽃 쇼

행사 전후 송파구 미세먼지 농도는?

불꽃 축제는 2일 저녁 9시부터 11분 동안 펼쳐졌다. 카운트다운 끝에 타워 750여 곳에서 3만 여발의 폭죽이 치솟았다. 인근 석촌호수 서호(西湖)에서는 음악과 어우러진 불꽃 쇼도 함께 열렸다. 여기에 타워 외부 조명을 활용한 미디어쇼, 레이져쇼까지 더해지면서 축제는 절정에 다다랐다.

지난 2일 송파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지난 2일 송파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

행사 시간인 저녁 9시 전후로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봤다. 서울특별시 대기환경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10시(오후 9-10시 평균값) 송파구의 초미세먼지는 75㎍/m3이었다. 같은 시간 서울 시내 25개구 가운데 최고치로 오후 9시(51㎍/m3)보다 24㎍/m3 증가한 수치였다.

지난 2일 오후 10시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지난 2일 오후 10시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

미세먼지의 경우에도 오후 10시 기준 114㎍/m3으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최고치였다. 역시 오후 9시(88㎍/m3)보다 26㎍/m3 증가한 수치였다.

미세먼지 농도 기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31~80㎍/m3일 때는 '보통'으로 노약자는 장시간 실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80~200㎍/m3로 '나쁨' 수준일 때는 장시간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자료를 종합해 보면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가 행사 시간 2시간 전부터 보통에서 나쁨 단계로 바뀌었고, 행사 시간 이후엔 급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세먼지 급증…불꽃놀이 때문일까?


행사 전 일각의 우려에 대해 롯데물산 측은 "무대 공연 특수 효과로 활용하는 '장치 불꽃'을 사용해 낙진 등의 우려가 없을 것"이라며 "장치 불꽃은 공중에 쏘아올리는 타상 불꽃과 달리 주재료가 폭발하면 대부분 연소되는 흑색화약이라 유해물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대기환경 정보시스템에 측정된 자료에 대해 롯데물산 측은 "(자료를 보면)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불꽃놀이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일 차량 통행량이나 운집한 인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물산 측은 롯데월드타워단지와 석촌호수 일대에 오후 5시쯤 18만 명, 불꽃놀이가 시작된 오후 9시쯤에는 40만 명 정도가 모였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2016 서울세계불꽃축제' 때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봤지만 유의미한 수치 변화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일반 대기질은 행사가 끝나고 약간 상승했는데, 이는 불꽃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차량 통행량'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꽃축제를 보러오는 차량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대기질에 더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엄마들의 논쟁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엄마들은 육아 커뮤니티에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를 공유하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엄마들의 주장처럼 미세먼지가 급증한 원인으로 '불꽃놀이'를 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부적절하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불꽃이 미세먼지를 유발하지 않더라도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차량 진입 제한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들어 미세먼지주의보가 80번 넘게 발령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38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25를 만족하는 날은 7일에 그쳤다.

불꽃 축제를 두고 엄마들의 논쟁이 계속되는 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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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4 17:38:38
    • 수정2017-04-04 17:43:50
    사회
"불꽃놀이 구경할 수 있겠다고 좋아했었는데... 좋아할 일이 아니었네요 ㅜㅜ..."

인터넷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이다.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 개장식 전날인 지난 2일 연 불꽃 축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롯데월드타워가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엄마들의 논쟁이 계속 이어졌다. 인근 강동구 엄마들도 논쟁에 가세했다. 과연 롯데월드타워 불꽃놀이는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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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전후 송파구 미세먼지 농도는?

불꽃 축제는 2일 저녁 9시부터 11분 동안 펼쳐졌다. 카운트다운 끝에 타워 750여 곳에서 3만 여발의 폭죽이 치솟았다. 인근 석촌호수 서호(西湖)에서는 음악과 어우러진 불꽃 쇼도 함께 열렸다. 여기에 타워 외부 조명을 활용한 미디어쇼, 레이져쇼까지 더해지면서 축제는 절정에 다다랐다.

지난 2일 송파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
행사 시간인 저녁 9시 전후로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봤다. 서울특별시 대기환경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10시(오후 9-10시 평균값) 송파구의 초미세먼지는 75㎍/m3이었다. 같은 시간 서울 시내 25개구 가운데 최고치로 오후 9시(51㎍/m3)보다 24㎍/m3 증가한 수치였다.

지난 2일 오후 10시 서울시 미세먼지 농도
미세먼지의 경우에도 오후 10시 기준 114㎍/m3으로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최고치였다. 역시 오후 9시(88㎍/m3)보다 26㎍/m3 증가한 수치였다.

미세먼지 농도 기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31~80㎍/m3일 때는 '보통'으로 노약자는 장시간 실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80~200㎍/m3로 '나쁨' 수준일 때는 장시간 무리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자료를 종합해 보면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가 행사 시간 2시간 전부터 보통에서 나쁨 단계로 바뀌었고, 행사 시간 이후엔 급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세먼지 급증…불꽃놀이 때문일까?


행사 전 일각의 우려에 대해 롯데물산 측은 "무대 공연 특수 효과로 활용하는 '장치 불꽃'을 사용해 낙진 등의 우려가 없을 것"이라며 "장치 불꽃은 공중에 쏘아올리는 타상 불꽃과 달리 주재료가 폭발하면 대부분 연소되는 흑색화약이라 유해물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대기환경 정보시스템에 측정된 자료에 대해 롯데물산 측은 "(자료를 보면)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불꽃놀이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일 차량 통행량이나 운집한 인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물산 측은 롯데월드타워단지와 석촌호수 일대에 오후 5시쯤 18만 명, 불꽃놀이가 시작된 오후 9시쯤에는 40만 명 정도가 모였다고 밝혔다.

환경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2016 서울세계불꽃축제' 때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봤지만 유의미한 수치 변화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일반 대기질은 행사가 끝나고 약간 상승했는데, 이는 불꽃의 영향이라기보다는 '차량 통행량'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꽃축제를 보러오는 차량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대기질에 더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엄마들의 논쟁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엄마들은 육아 커뮤니티에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를 공유하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엄마들의 주장처럼 미세먼지가 급증한 원인으로 '불꽃놀이'를 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부적절하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불꽃이 미세먼지를 유발하지 않더라도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차량 진입 제한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들어 미세먼지주의보가 80번 넘게 발령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38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인 25를 만족하는 날은 7일에 그쳤다.

불꽃 축제를 두고 엄마들의 논쟁이 계속되는 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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