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개성이죠”…자진해서 대머리된 사람들

입력 2017.04.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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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20대 남성 99%가 탈모를 걱정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단지 외적인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실제 탈모로 인한 불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6년 연말, 한 결혼 정보 회사가 비혼 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들은 결혼 상대 부적격자 1위로 '대머리'를 꼽았다.

대머리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한 고급 호텔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로 취업한 30대 남성은 출근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채용이 취소됐다. 단지 이유는 대머리라는 것, 고객에게 불편함과 거부감을 주는 부적합한 외모라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최근 인권위가 호텔의 행동은 명백한 차별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차별 시정 권고를 내렸다.

[관련 기사] “대머리라는 이유로 호텔 아르바이트 채용 거부는 차별”

20대 남성 99.4%, "탈모 두려워"

머리숱이 없는 사람도, 고민도 많다. 국내 대머리, 탈모 인구는 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5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이 2013년에 낸 자료를 보면 탈모 인구 중 350여 만 명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탈모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탈모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으로 2004년에 비해 10배 이상 커졌다. 현재 식품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하는 분야는 2조 3천억 원 규모의 가정 간편식 시장인데 이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탈모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탈모 남성들의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젊은이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언론사 '더 테이블'이 올해 2월 5일간 20대 남성 33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탈모가 염려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9.4% 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현재 탈모가 진행중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그럴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현재 탈모 또는 탈모 공포증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97.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탈모 때문에 받는 최대 스트레스가 뭔지를 묻자(복수 응답 허용) 298명 중 277명이 '조롱, 연민, 비웃음과 같은 남들의 시선'을 꼽았다. 이어서 '자신감, 자존감 저하'같은 심리적 위축을 말했고, '대머리가 자식에게 유전될까 봐 두렵다', '더 늙어 보일까 봐 속상하다'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자진해서 대머리가 된 사람들, "대머리도 개성이에요"

편견 때문에 '대머리 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에 전면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자진해서 '대머리'가 된 사람들이다.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용기를 내 탈모를 인정한 40대 남성 2명을 소개했다.


40대 중반 남성 A 씨는 "자신이 20대까지는 자신감이 넘치고 진취적이었으나 20대 후반 갑작스러운 탈모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소개팅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는 것도 자신의 머리숱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가발과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A 씨는 모발이 나는 발모 효과가 있다는 제품은 죄다 사들이느라 돈도 많이 썼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탈모를 죄인처럼 감추고 산 날들이 후회스럽다'며 탈모의 굴레에서 20년 만에 벗어났다. 계기는 이웃에 살던 미국인과 대화였다. "미국에서는 머리숱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외모에 당당한 미국인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20년의 세월을 탈모에 시달리며 산 자신이 부끄러웠던 A 씨는 자신의 탈모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제 A 씨는 이제는 가발을 쓰지도 탈모 치료를 받지도 않는다. 가발을 벗은 A 씨는 모처럼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또 다른 40대 남성 B 씨. 탈모로 하나둘씩 머리가 빠지면서 정수리 아래 옆머리와 뒷머리만 남은 그는 큰 결심을 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옆머리와 뒷머리를 다 밀면서 완전히 대머리 선언을 한 것이다. B 씨는 머리를 밀고 피트니스 클럽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련된 옷, 신발, 안경 등 자신의 외모를 세련되게 꾸미면서 대머리 자체도 멋진 하나의 개성으로 승화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탈모나 대머리인 자신의 외모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탈모 상태를 하나의 스타일이자 개성으로 승화한 것이다.

대머리는 '지식인'?

영국 BBC는 '대머리의 장점'을 보도했다.

2016년 9월 BBC에서 보도한 '대머리의 장점(The benefits of going bald)'에서 심리학자 프랭크 무스 카렐라 미국 배리대학교 교수는 소크라테스·다윈·처칠 등 '대머리 지식인'을 언급하면서 "대머리는 유전적으로 우성(優性)이며 사회적 지위가 높고, 정직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대머리가 유해하고 쓸모없는 것이라면 진화 과정에서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며 "대머리가 '수컷'인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건 암컷에게 어떤 '매력의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모 공포증을 앓던 남성들이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2일(일)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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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머리? 개성이죠”…자진해서 대머리된 사람들
    • 입력 2017-04-05 10:23:24
    방송·연예
우리나라 20대 남성 99%가 탈모를 걱정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단지 외적인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실제 탈모로 인한 불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6년 연말, 한 결혼 정보 회사가 비혼 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들은 결혼 상대 부적격자 1위로 '대머리'를 꼽았다.

대머리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한 고급 호텔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로 취업한 30대 남성은 출근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채용이 취소됐다. 단지 이유는 대머리라는 것, 고객에게 불편함과 거부감을 주는 부적합한 외모라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최근 인권위가 호텔의 행동은 명백한 차별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차별 시정 권고를 내렸다.

[관련 기사] “대머리라는 이유로 호텔 아르바이트 채용 거부는 차별”

20대 남성 99.4%, "탈모 두려워"

머리숱이 없는 사람도, 고민도 많다. 국내 대머리, 탈모 인구는 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5명 중 1명 꼴인 셈이다. 건강보험공단이 2013년에 낸 자료를 보면 탈모 인구 중 350여 만 명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탈모 상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탈모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으로 2004년에 비해 10배 이상 커졌다. 현재 식품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하는 분야는 2조 3천억 원 규모의 가정 간편식 시장인데 이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탈모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탈모 남성들의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젊은이들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언론사 '더 테이블'이 올해 2월 5일간 20대 남성 33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탈모가 염려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9.4% 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현재 탈모가 진행중이지 않더라도 언젠가 그럴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현재 탈모 또는 탈모 공포증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97.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탈모 때문에 받는 최대 스트레스가 뭔지를 묻자(복수 응답 허용) 298명 중 277명이 '조롱, 연민, 비웃음과 같은 남들의 시선'을 꼽았다. 이어서 '자신감, 자존감 저하'같은 심리적 위축을 말했고, '대머리가 자식에게 유전될까 봐 두렵다', '더 늙어 보일까 봐 속상하다'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자진해서 대머리가 된 사람들, "대머리도 개성이에요"

편견 때문에 '대머리 공포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에 전면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자진해서 '대머리'가 된 사람들이다.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는 용기를 내 탈모를 인정한 40대 남성 2명을 소개했다.


40대 중반 남성 A 씨는 "자신이 20대까지는 자신감이 넘치고 진취적이었으나 20대 후반 갑작스러운 탈모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소개팅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는 것도 자신의 머리숱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가발과 모자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A 씨는 모발이 나는 발모 효과가 있다는 제품은 죄다 사들이느라 돈도 많이 썼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탈모를 죄인처럼 감추고 산 날들이 후회스럽다'며 탈모의 굴레에서 20년 만에 벗어났다. 계기는 이웃에 살던 미국인과 대화였다. "미국에서는 머리숱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외모에 당당한 미국인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20년의 세월을 탈모에 시달리며 산 자신이 부끄러웠던 A 씨는 자신의 탈모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제 A 씨는 이제는 가발을 쓰지도 탈모 치료를 받지도 않는다. 가발을 벗은 A 씨는 모처럼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또 다른 40대 남성 B 씨. 탈모로 하나둘씩 머리가 빠지면서 정수리 아래 옆머리와 뒷머리만 남은 그는 큰 결심을 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옆머리와 뒷머리를 다 밀면서 완전히 대머리 선언을 한 것이다. B 씨는 머리를 밀고 피트니스 클럽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련된 옷, 신발, 안경 등 자신의 외모를 세련되게 꾸미면서 대머리 자체도 멋진 하나의 개성으로 승화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탈모나 대머리인 자신의 외모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신의 탈모 상태를 하나의 스타일이자 개성으로 승화한 것이다.

대머리는 '지식인'?

영국 BBC는 '대머리의 장점'을 보도했다.

2016년 9월 BBC에서 보도한 '대머리의 장점(The benefits of going bald)'에서 심리학자 프랭크 무스 카렐라 미국 배리대학교 교수는 소크라테스·다윈·처칠 등 '대머리 지식인'을 언급하면서 "대머리는 유전적으로 우성(優性)이며 사회적 지위가 높고, 정직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대머리가 유해하고 쓸모없는 것이라면 진화 과정에서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며 "대머리가 '수컷'인 남성에게만 나타나는 건 암컷에게 어떤 '매력의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모 공포증을 앓던 남성들이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2일(일)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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