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여기 어때?’…남친 이름을 부르는 ‘그놈 목소리’

입력 2017.04.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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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이스 피싱이죠?" 한마디에 끊은 전화

1주일 전, 직장인 김 씨는 수상한 전화를 받았다. 검찰에서 조직폭력배 일당을 검거했는데, 자신의 주거래은행에서 70만 원가량의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상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부른 건 자신의 이름이 아닌 남자친구의 이름. 순간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김 씨가 전화에 대고 "방금 부른 그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검찰을 사칭한 사람이 멋쩍게 웃었다. "보이스 피싱 조직이죠?" 라고 물으니 건너편에서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남자친구 이름으로 가입한 곳은 '여기 어때' 뿐

김 씨가 남자친구 이름으로 가입한 곳은 단 한 군데. 숙박업소 앱인 '여기 어때'였다. 평소 김 씨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솔직히 밝히고 회원 가입을 하는 편이지만, 남자친구가 숙박업소 앱 특성상 이름만은 자신의 이름으로 가입하길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앱 계정에 등록된 전화번호는 김 씨 번호인데 이름은 남자친구 이름이 된 특이한 경우가 발생했다. 때문에 김 씨는 '여기 어때'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갔을지 모른다는 확신을 하게됐다.

김 씨의 확신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기 불과 나흘 전에도 남자친구와 이용했던 숙박장소와 날짜가 적힌 협박 문자가 왔던 것. 이 문자에도 자신의 이름 대신 남자친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난달 24일, '여기 어때'가 해킹당해 회원정보가 대거 유출되며 4.000여 명의 회원에게 협박 문자가 갔다는 기사들을 접했다. 김 씨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다른 경로로 또다시 새어 나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범죄전문가, '여기 어때' 2차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높아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 또한 이같은 사례를 듣고 개인정보의 2차 유출에 무게를 실었다. 보이스 피싱에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어 정확히 어느 곳에서 정보가 샜는지 특정하기 어렵지만,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다르게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김 씨의 경우 '여기 어때'에서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 피싱 조직에 흘러들어 간 정황이 크게 의심되므로 급히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KBS 단독 보도 이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해당 보이스피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지금까지 총 91만 명의 회원정보와 323만 건의 숙박업소 이용 정보가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사생활 앱, 정보보안과 피해 신고에 더욱 신경 써야

김 씨는 보이스 피싱 전화를 끊고 바로 업체 고객센터에 신고했지만, 업체 측은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김 씨의 신고 접수를 파악했다. 기자가 직접 업체 측에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을 때도 김 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접수된 바가 없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고객 사과문을 띄우고 고객들의 신고에 대응하는 TF팀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파악이 미비한 것이다. 사생활과 관련된 앱이 늘어나는 요즘, 정보 보안과 피해 신고 파악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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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여기 어때?’…남친 이름을 부르는 ‘그놈 목소리’
    • 입력 2017-04-05 16:05:57
    취재후·사건후
"이거 보이스 피싱이죠?" 한마디에 끊은 전화

1주일 전, 직장인 김 씨는 수상한 전화를 받았다. 검찰에서 조직폭력배 일당을 검거했는데, 자신의 주거래은행에서 70만 원가량의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상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부른 건 자신의 이름이 아닌 남자친구의 이름. 순간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김 씨가 전화에 대고 "방금 부른 그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검찰을 사칭한 사람이 멋쩍게 웃었다. "보이스 피싱 조직이죠?" 라고 물으니 건너편에서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남자친구 이름으로 가입한 곳은 '여기 어때' 뿐

김 씨가 남자친구 이름으로 가입한 곳은 단 한 군데. 숙박업소 앱인 '여기 어때'였다. 평소 김 씨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솔직히 밝히고 회원 가입을 하는 편이지만, 남자친구가 숙박업소 앱 특성상 이름만은 자신의 이름으로 가입하길 권유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앱 계정에 등록된 전화번호는 김 씨 번호인데 이름은 남자친구 이름이 된 특이한 경우가 발생했다. 때문에 김 씨는 '여기 어때'에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갔을지 모른다는 확신을 하게됐다.

김 씨의 확신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기 불과 나흘 전에도 남자친구와 이용했던 숙박장소와 날짜가 적힌 협박 문자가 왔던 것. 이 문자에도 자신의 이름 대신 남자친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난달 24일, '여기 어때'가 해킹당해 회원정보가 대거 유출되며 4.000여 명의 회원에게 협박 문자가 갔다는 기사들을 접했다. 김 씨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다른 경로로 또다시 새어 나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범죄전문가, '여기 어때' 2차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높아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이기동 소장 또한 이같은 사례를 듣고 개인정보의 2차 유출에 무게를 실었다. 보이스 피싱에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어 정확히 어느 곳에서 정보가 샜는지 특정하기 어렵지만,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다르게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김 씨의 경우 '여기 어때'에서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 피싱 조직에 흘러들어 간 정황이 크게 의심되므로 급히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KBS 단독 보도 이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해당 보이스피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지금까지 총 91만 명의 회원정보와 323만 건의 숙박업소 이용 정보가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사생활 앱, 정보보안과 피해 신고에 더욱 신경 써야

김 씨는 보이스 피싱 전화를 끊고 바로 업체 고객센터에 신고했지만, 업체 측은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김 씨의 신고 접수를 파악했다. 기자가 직접 업체 측에 찾아가 해명을 요구했을 때도 김 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접수된 바가 없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고객 사과문을 띄우고 고객들의 신고에 대응하는 TF팀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파악이 미비한 것이다. 사생활과 관련된 앱이 늘어나는 요즘, 정보 보안과 피해 신고 파악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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