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줘야 팬 서비스?…뿔난 야구팬들

입력 2017.04.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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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성적 보너스(메리트) 부활을 요구하며 팬 사인회를 거부하려 했다는 보도가 프로야구계를 시끄럽게 했다. 선수협은 곧장 보도자료를 내 반박했다. 선수협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이호준 선수협 회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팬 사인회를 볼모로 메리트 부활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다만 '구단행사참여 등 선수들의 경기 외적 부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협의 해명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메리트 부활만 주장하지 않은 것뿐이지 결국 팬과 함께하는 행사에 보상을 요구한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 A 구단은 전지훈련 중 팬과 함께하는 행사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방 구단 B도 성적 수당 폐지 이후 팬 사인회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선수협은 팬을 볼모로 메리트 부활을 주장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팬을 볼모로 메리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바란 것이다.

게다가 일부 구단은 이미 대가를 지급해 왔다. 외부 업체와의 협약식 등 구단 비즈니스 상 필요한 행사에서 사인회 등을 열 때 수 백만 원 상당의 수당을 지급한 구단도 있다.

잦은 행사로 부담이 심해졌다는 말도 팬들에겐 아쉬운 발언이었다. 구단의 홍보 행사라고 하지만 결국 프로야구를 알리고 팬과 접촉하는 과정이다. 프로야구의 지지 기반이 팬임을 고려할 때 이것을 부담이라고 표현한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이런 선수들의 요구엔 해외 무대를 경험한 모 선수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고액의 연봉과 엄청난 사랑을 받는 선수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자체적인 팬 서비스 확대?...진정성 없는 해명

야구 팬들 사이에서 큰 반발이 나온 것은 비단 이번 사태 탓만은 아니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예전과 같지 않다.

선수협은 '자체적인 팬 서비스를 확대화하려고 협의하려 했다'며 말했지만, 이를 믿는 야구팬은 적었다. 야구장에서 선수에게 사인을 거절당한 경험은 야구장을 자주 찾는 팬이라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정중한 거절이 아니라 선수들의 '일방적 무시'에 화가 났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실제로 KBS 취재진이 직접 지난해와 올해 선수들의 퇴근길을 촬영해봤다. 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인을 해주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퇴근한다. 기자의 옆에선 '묵례 한번 해주는 게 어려우냐'는 야구팬의 불평도 들려왔다.

선수도 사람인 만큼 모든 팬의 요구에 일일이 다 대응해 줄 수는 없다. 경기 뒤엔 피로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야구장 바로 앞에서 자신의 팬들을 위해 가벼운 인사를 해주는 일이 무리한 요구는 아닐 듯싶다.

팬 서비스가 좋은 선수를 꼽는 일이 팬 서비스가 나쁜 선수를 꼽는 것보다 빠르다는 말도 팬들 사이에서 나온다. 팬 입장에선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팬들과의 접촉을 늘리려 했다는 주장을 믿기 힘든 건 당연하다.

지난 토요일, SK 힐만 감독의 제안으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지난 토요일, SK 힐만 감독의 제안으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SK 힐만 감독...외국인이 더 적극적인 팬 서비스

지난주 적극적인 팬 서비스로 찬사를 받은 인물이 있다.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다. SK의 새 사령탑인 힐만 감독은 지난 토요일 선수단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을 직접 맞이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 입구에 서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직접 음식을 건네줬다. 프런트에선 장소가 혼잡해 사진촬영은 안 된다고 했지만, 팬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 권유하자 힐만 감독은 웃으면서 응했다.

더군다나 이번 행사는 프런트가 아니라 힐만 감독이 직접 제안한 행사였다. 힐만 감독은 이미 일본 프로야구 감독 시절에도 비슷한 행사를 열었던 적이 있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며 자주 팬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힐만 감독은 기자에게 팬과 무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항상 팬을 위해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오랜 시간 한국 야구팬과 함께해온 선수들보다 이제 막 사령탑에 오른 외국인이 팬에 대한 존중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다. 퇴근길에서 팬들의 환호에 화답해주는 것도 외국인 선수가 더 적극적이다.

팬들이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이런 사소한 말 한마디와 행동이다. 성난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공허한 해명보다 선수들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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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6 11:07:50
    취재K
지난달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성적 보너스(메리트) 부활을 요구하며 팬 사인회를 거부하려 했다는 보도가 프로야구계를 시끄럽게 했다. 선수협은 곧장 보도자료를 내 반박했다. 선수협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이호준 선수협 회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선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팬 사인회를 볼모로 메리트 부활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다만 '구단행사참여 등 선수들의 경기 외적 부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수협의 해명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메리트 부활만 주장하지 않은 것뿐이지 결국 팬과 함께하는 행사에 보상을 요구한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 A 구단은 전지훈련 중 팬과 함께하는 행사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방 구단 B도 성적 수당 폐지 이후 팬 사인회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선수협은 팬을 볼모로 메리트 부활을 주장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팬을 볼모로 메리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바란 것이다.

게다가 일부 구단은 이미 대가를 지급해 왔다. 외부 업체와의 협약식 등 구단 비즈니스 상 필요한 행사에서 사인회 등을 열 때 수 백만 원 상당의 수당을 지급한 구단도 있다.

잦은 행사로 부담이 심해졌다는 말도 팬들에겐 아쉬운 발언이었다. 구단의 홍보 행사라고 하지만 결국 프로야구를 알리고 팬과 접촉하는 과정이다. 프로야구의 지지 기반이 팬임을 고려할 때 이것을 부담이라고 표현한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이런 선수들의 요구엔 해외 무대를 경험한 모 선수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고액의 연봉과 엄청난 사랑을 받는 선수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자체적인 팬 서비스 확대?...진정성 없는 해명

야구 팬들 사이에서 큰 반발이 나온 것은 비단 이번 사태 탓만은 아니다.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예전과 같지 않다.

선수협은 '자체적인 팬 서비스를 확대화하려고 협의하려 했다'며 말했지만, 이를 믿는 야구팬은 적었다. 야구장에서 선수에게 사인을 거절당한 경험은 야구장을 자주 찾는 팬이라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정중한 거절이 아니라 선수들의 '일방적 무시'에 화가 났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실제로 KBS 취재진이 직접 지난해와 올해 선수들의 퇴근길을 촬영해봤다. 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인을 해주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과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퇴근한다. 기자의 옆에선 '묵례 한번 해주는 게 어려우냐'는 야구팬의 불평도 들려왔다.

선수도 사람인 만큼 모든 팬의 요구에 일일이 다 대응해 줄 수는 없다. 경기 뒤엔 피로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야구장 바로 앞에서 자신의 팬들을 위해 가벼운 인사를 해주는 일이 무리한 요구는 아닐 듯싶다.

팬 서비스가 좋은 선수를 꼽는 일이 팬 서비스가 나쁜 선수를 꼽는 것보다 빠르다는 말도 팬들 사이에서 나온다. 팬 입장에선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팬들과의 접촉을 늘리려 했다는 주장을 믿기 힘든 건 당연하다.

지난 토요일, SK 힐만 감독의 제안으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SK 힐만 감독...외국인이 더 적극적인 팬 서비스

지난주 적극적인 팬 서비스로 찬사를 받은 인물이 있다.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다. SK의 새 사령탑인 힐만 감독은 지난 토요일 선수단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을 직접 맞이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 입구에 서서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직접 음식을 건네줬다. 프런트에선 장소가 혼잡해 사진촬영은 안 된다고 했지만, 팬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 권유하자 힐만 감독은 웃으면서 응했다.

더군다나 이번 행사는 프런트가 아니라 힐만 감독이 직접 제안한 행사였다. 힐만 감독은 이미 일본 프로야구 감독 시절에도 비슷한 행사를 열었던 적이 있으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며 자주 팬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힐만 감독은 기자에게 팬과 무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항상 팬을 위해서라는 말을 덧붙였다. 오랜 시간 한국 야구팬과 함께해온 선수들보다 이제 막 사령탑에 오른 외국인이 팬에 대한 존중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다. 퇴근길에서 팬들의 환호에 화답해주는 것도 외국인 선수가 더 적극적이다.

팬들이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이런 사소한 말 한마디와 행동이다. 성난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공허한 해명보다 선수들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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