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개나리’·‘지각 벚꽃’…봄꽃 대혼란 이유는?

입력 2017.04.06 (17:43) 수정 2017.04.0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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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뉴스9] 봄꽃 개화 뒤죽박죽…원인은 온난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걷고 싶어 서울 여의도 봄꽃 축제를 찾았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햇볕이 유난히 잘 드는 곳의 일부 벚나무를 제외하고는 아직 꽃봉오리만 가득할 뿐 축제 분위기는 들지 않는다. 어제 비가 내린 뒤에는 더욱 음산한 분위기여서 관광객들도 실망감에 발길을 돌렸다.

매년 봄꽃 축제의 일정을 잡아야하는 지자체들도 고심이다. 여의도 봄꽃 축제를 개최한 영등포구청은 올해 벚꽃이 일찍 필 거라고 예상했지만 기상청이 윤중로 벚꽃 개화의 기준으로 삼는 국회 동문 건너편의 '표준목'은 오늘에야 첫 개화가 관측됐다. 보통 벚꽃 개화가 이루어진 뒤 1주일 정도가 지나야 활짝 핀 상태가 되니 벚꽃 축제가 끝난 뒤가 절정이라는 얘기다.

봄꽃은 매화부터 벚꽃과 철쭉까지 순차적으로 개화하는 특징이 있다.(*순서 : 동백-매화-목련-개나리-진달래-벚꽃-철쭉)봄꽃은 매화부터 벚꽃과 철쭉까지 순차적으로 개화하는 특징이 있다.(*순서 : 동백-매화-목련-개나리-진달래-벚꽃-철쭉)

'미친 개나리'라는 제목의 사진들이 인터넷 포털이나 SNS에 종종 올라온다. 쌀쌀해지는 가을을 비롯해 12월 한겨울에도 노란 꽃망울을 터뜨려 이상기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개나리는 3월 중순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중부지방에선 3월 하순에 개화해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이후에는 진달래가 피고 벚꽃의 차례가 돌아온다.

봄꽃 피는 순서를 뜻하는 '춘서'(春序)라는 말도 있었다. 하얀 눈 속에 피는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으로 차례차례 꽃을 피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봄꽃이 피는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시기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최장 30일 편차로 피던 개나리와 벚꽃 개화가 현재는 21일로 줄었다. 2010년 이후에는 1주일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개화했다.과거에는 최장 30일 편차로 피던 개나리와 벚꽃 개화가 현재는 21일로 줄었다. 2010년 이후에는 1주일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개화했다.

최근 60년간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전국 6개 지점에서 수집된 개나리와 벚꽃 자료를 분석해봤다. 개나리와 벚꽃 개화는 기상청의 계절 관측 요소 중 하나로 관측 기간이 오래된 만큼 기후 변화의 장기 추세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다. 개나리의 경우 개화 시기는 변동성이 심해 뚜렷한 경향성을 보이지 않았고 벚꽃은 모든 지점에서 개화가 평균 3~7일 정도 빨라졌다.

눈에 띄는 점은 개나리와 벚꽃의 개화 시기가 점점 좁혀졌다는 것이다. 과거(1951~1980년)에는 개나리가 핀 뒤 최장 30일 뒤에 벚꽃이 개화했다. 그러나 현재(1981~2010년)는 그 편차가 21일로 줄었고 2010년 이후에는 1주일 간격으로 개나리와 벚꽃 개화가 일어나는 현상이 관측됐다.

이전에는 한달 간격으로 피던 개나리와 벚꽃을 거의 동시에 볼 수 있게 됐는데, 개나리와 벚꽃뿐만 아니라 다른 봄꽃들도 동시다발적인 개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 최근의 봄꽃 개화 추이와 2014년 개화시기의 혼란/한국농림기상학회지)

이상기후로 봄꽃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이상기후로 봄꽃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봄꽃 개화일의 변화를 불러온 원인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와 국지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로 볼 수 있다. 봄꽃 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기온이다. 특히 휴면상태가 끝난 뒤 하루하루 누적된 온도인 '적산온도'가 중요한데, 엘니뇨 등으로 찾아오는 겨울의 이상고온이나 봄철 이상저온으로 봄꽃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봄꽃 입장에서는 계절을 알고 피는 것이 아니라 개화하기 적당한 조건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기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면 개화 조건이 맞는 많은 수종들이 한꺼번에 필 수밖에 없다.


한반도 봄꽃은 각양각색의 꽃들이 순차적으로 개화하는 동적인 풍경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개화 시기의 대혼란으로 봄꽃 축제의 일정 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시기별로 열리던 축제 대신 '봄꽃 대잔치'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단순히 꽃구경이겠지만 꽃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태계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개화 시기의 변화는 식물의 생장과 번식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새의 생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커진 변동성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멸종할 수 있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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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6 17:43:56
    • 수정2017-04-06 22:12:26
    취재K

[연관기사] [뉴스9] 봄꽃 개화 뒤죽박죽…원인은 온난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걷고 싶어 서울 여의도 봄꽃 축제를 찾았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햇볕이 유난히 잘 드는 곳의 일부 벚나무를 제외하고는 아직 꽃봉오리만 가득할 뿐 축제 분위기는 들지 않는다. 어제 비가 내린 뒤에는 더욱 음산한 분위기여서 관광객들도 실망감에 발길을 돌렸다.

매년 봄꽃 축제의 일정을 잡아야하는 지자체들도 고심이다. 여의도 봄꽃 축제를 개최한 영등포구청은 올해 벚꽃이 일찍 필 거라고 예상했지만 기상청이 윤중로 벚꽃 개화의 기준으로 삼는 국회 동문 건너편의 '표준목'은 오늘에야 첫 개화가 관측됐다. 보통 벚꽃 개화가 이루어진 뒤 1주일 정도가 지나야 활짝 핀 상태가 되니 벚꽃 축제가 끝난 뒤가 절정이라는 얘기다.

봄꽃은 매화부터 벚꽃과 철쭉까지 순차적으로 개화하는 특징이 있다.(*순서 : 동백-매화-목련-개나리-진달래-벚꽃-철쭉)
'미친 개나리'라는 제목의 사진들이 인터넷 포털이나 SNS에 종종 올라온다. 쌀쌀해지는 가을을 비롯해 12월 한겨울에도 노란 꽃망울을 터뜨려 이상기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개나리는 3월 중순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중부지방에선 3월 하순에 개화해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이후에는 진달래가 피고 벚꽃의 차례가 돌아온다.

봄꽃 피는 순서를 뜻하는 '춘서'(春序)라는 말도 있었다. 하얀 눈 속에 피는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으로 차례차례 꽃을 피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봄꽃이 피는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시기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최장 30일 편차로 피던 개나리와 벚꽃 개화가 현재는 21일로 줄었다. 2010년 이후에는 1주일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개화했다.
최근 60년간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전국 6개 지점에서 수집된 개나리와 벚꽃 자료를 분석해봤다. 개나리와 벚꽃 개화는 기상청의 계절 관측 요소 중 하나로 관측 기간이 오래된 만큼 기후 변화의 장기 추세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다. 개나리의 경우 개화 시기는 변동성이 심해 뚜렷한 경향성을 보이지 않았고 벚꽃은 모든 지점에서 개화가 평균 3~7일 정도 빨라졌다.

눈에 띄는 점은 개나리와 벚꽃의 개화 시기가 점점 좁혀졌다는 것이다. 과거(1951~1980년)에는 개나리가 핀 뒤 최장 30일 뒤에 벚꽃이 개화했다. 그러나 현재(1981~2010년)는 그 편차가 21일로 줄었고 2010년 이후에는 1주일 간격으로 개나리와 벚꽃 개화가 일어나는 현상이 관측됐다.

이전에는 한달 간격으로 피던 개나리와 벚꽃을 거의 동시에 볼 수 있게 됐는데, 개나리와 벚꽃뿐만 아니라 다른 봄꽃들도 동시다발적인 개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 최근의 봄꽃 개화 추이와 2014년 개화시기의 혼란/한국농림기상학회지)

이상기후로 봄꽃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봄꽃 개화일의 변화를 불러온 원인은 전 지구적인 온난화와 국지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로 볼 수 있다. 봄꽃 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기온이다. 특히 휴면상태가 끝난 뒤 하루하루 누적된 온도인 '적산온도'가 중요한데, 엘니뇨 등으로 찾아오는 겨울의 이상고온이나 봄철 이상저온으로 봄꽃의 생체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봄꽃 입장에서는 계절을 알고 피는 것이 아니라 개화하기 적당한 조건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기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면 개화 조건이 맞는 많은 수종들이 한꺼번에 필 수밖에 없다.


한반도 봄꽃은 각양각색의 꽃들이 순차적으로 개화하는 동적인 풍경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개화 시기의 대혼란으로 봄꽃 축제의 일정 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시기별로 열리던 축제 대신 '봄꽃 대잔치'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단순히 꽃구경이겠지만 꽃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태계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개화 시기의 변화는 식물의 생장과 번식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새의 생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커진 변동성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멸종할 수 있어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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