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10만원 ‘호텔급’ 기숙사…체육관에 동아리방까지

입력 2017.04.07 (08:43) 수정 2017.04.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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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가보니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 2학년 신승호 씨는 올해 전역했다. 학교 주변 월세방을 알아본 뒤, 신 씨는 낙담에 빠졌다. 셋방 주인들은 월 40만원 이상을 불렀다. 어머니와 상의할 수록 안타까움만 늘었다. 결국 집에서 월세를 지원받기로 하고, 생활비는 신 씨가 벌어서 쓰기로 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디자인 전공은 과 특성상 과제가 많다. 결국, 신씨는 과제에 쏟는 시간을 줄이려고 마음 먹었다. 대전에서 서울 쪽으로 올라온 신 씨가 셋방 문턱에서 씁쓸함을 삼키던 순간이었다.


“숨통 트였다”, “전과목 A+ 도전”

새 기숙사에 들어온 신 씨는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생연합생활관은 올해 문을 열었고, 월 기숙사비가 15만원이다. 게다가 장학재단과 협약을 맺은 인근 16개 대학 학생들은 5만원을 주거장학금으로 받는다. 최소 월 10만원에 기숙사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신 씨는 "과제 퀄리티(품질)를 높일 수 있어서 성적도 좋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좋아하는 분위기란다. 들뜬 분위기 속 신 씨는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항공전자정보공학을 전공하는 김광진 학생을 만났다. 김 씨는 최근까지 자취로 월 40만원을 내고 살았다. 김 씨는 새 기숙사로 들어온 뒤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김 씨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만큼 전과목 A+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고 덤덤하게 밝혔다. 셋방에서 기숙사로 넘어온 뒤 생긴 변화다.


“영업이익 제로”…월 10만원 기숙사 실험

이 기숙사는 총 991명을 수용한다. 기자가 들어간 방엔 거실 하나에 방 2개가 있고, 이곳에서 4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각 방에는 침대 위 천장으로 수납공간이 있고, ㄱ자형으로 생긴 큼직한 책상에 인터넷도 완비됐다.

길이 2m짜리 매트리스, 화장실도 갖춰져 있다. 모든 방에 공기청정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냉난방은 중앙·개별공조를 겸해 학생들이 원하는 온도로 맞출 수 있다. 비지니스 호텔급 시설이었다.

1층에는 대규모 식당이 들어서 있었다. 밥값은 3200원, 아침식사는 2500원이다. 각 층마다 휴게실이 있고 동아리방도 있다. 세탁실은 지하에 있고, 체력단련실도 마련돼 있다. 취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는데, 이 곳에서는 고향에서 부모님들이 보내온 음식 재료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이외에도 어린이도서관·일반도서관·시청각실 등이 있었다.

성공 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국유지 위 기부금 건립, 그리고 '영업이익 제로' 방침이 월 10만원 기숙사를 만들었다. 이 기숙사는 교육부로부터 공용부지를 받고 전국은행연합회 20개 회원 금융기관에서 건립재원 326억 원을 기부받아 세워졌다. 다른 기숙사들과 달리 투자비를 회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금액이 가능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식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던 것도 없앴다"면서 "기숙사비는 카드납부와 분할납부도 가능해 실제로 학생들이 불편하던 점을 줄이는 데 섬세함을 더했다"고 밝혔다.


“주민 반대 심해”…서울 내 기숙사 건립은 우왕좌왕 중

이 같은 대학생연합생활관 기숙사가 환영을 받는 이유는 주변 대학들의 기숙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국 사립대 민자기숙사 월 기숙사비 평균은 지난해 31만 8천원이었다.

연세대 SK국제학사의 1인실은 한 학기에 265만 원, 고려대 프론티어관은 1인실 240만 원, 건국대 쿨하우스는 1인실 224만 원을 받는다. 주변 원룸 월세 가격보다 높은 기숙사 탓에 기숙사 수용률만 높이고, 학생 부담은 늘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자기숙사는 2005년에 교육인적자원부가 도입했다. 민간자본으로 캠퍼스 안에 기숙사를 짓고 사업비를 회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주민반대로 추가 기숙사 설립이 쉽지 않은 탓도 크다. 고려대학교는 2013년부터 서울 개운산 내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웠지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천여 명을 수용하는 새 기숙사 건립이 주민 반대로 멈춰선 것이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며, 학교 측과 맞서고 있다.

한양대는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 내 기숙사 건립에 관한 계획을 작년 3월부터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역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화여대는 구청이 학생의 손을 들어 준 사례다. 이화여대는 2013년 기숙사 건립 계획을 세워 서대문구 북아현동 안산 내 산림(6만1118㎡)에 건물을 지었다. 인근 주민들이 기숙사 공사 때문에 산림이 파괴되고 대학생을 상대로 한 임대업자의 타격이 크다며 반발했지만, 서대문구청에서 건립을 허가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민자기숙사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적립금을 사용해서 조기에 직영화해야 한다"면서 "민자기숙사를 통해 학교는 수용률을 높여 이익이고, 회사는 사업비를 회수해 이익이지만, 학생에게는 부담만 가중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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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7 08:43:47
    • 수정2017-04-07 08: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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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가보니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 2학년 신승호 씨는 올해 전역했다. 학교 주변 월세방을 알아본 뒤, 신 씨는 낙담에 빠졌다. 셋방 주인들은 월 40만원 이상을 불렀다. 어머니와 상의할 수록 안타까움만 늘었다. 결국 집에서 월세를 지원받기로 하고, 생활비는 신 씨가 벌어서 쓰기로 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디자인 전공은 과 특성상 과제가 많다. 결국, 신씨는 과제에 쏟는 시간을 줄이려고 마음 먹었다. 대전에서 서울 쪽으로 올라온 신 씨가 셋방 문턱에서 씁쓸함을 삼키던 순간이었다.


“숨통 트였다”, “전과목 A+ 도전”

새 기숙사에 들어온 신 씨는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생연합생활관은 올해 문을 열었고, 월 기숙사비가 15만원이다. 게다가 장학재단과 협약을 맺은 인근 16개 대학 학생들은 5만원을 주거장학금으로 받는다. 최소 월 10만원에 기숙사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신 씨는 "과제 퀄리티(품질)를 높일 수 있어서 성적도 좋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에서도 좋아하는 분위기란다. 들뜬 분위기 속 신 씨는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항공전자정보공학을 전공하는 김광진 학생을 만났다. 김 씨는 최근까지 자취로 월 40만원을 내고 살았다. 김 씨는 새 기숙사로 들어온 뒤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김 씨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만큼 전과목 A+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고 덤덤하게 밝혔다. 셋방에서 기숙사로 넘어온 뒤 생긴 변화다.


“영업이익 제로”…월 10만원 기숙사 실험

이 기숙사는 총 991명을 수용한다. 기자가 들어간 방엔 거실 하나에 방 2개가 있고, 이곳에서 4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각 방에는 침대 위 천장으로 수납공간이 있고, ㄱ자형으로 생긴 큼직한 책상에 인터넷도 완비됐다.

길이 2m짜리 매트리스, 화장실도 갖춰져 있다. 모든 방에 공기청정 시스템이 설치돼 있고 냉난방은 중앙·개별공조를 겸해 학생들이 원하는 온도로 맞출 수 있다. 비지니스 호텔급 시설이었다.

1층에는 대규모 식당이 들어서 있었다. 밥값은 3200원, 아침식사는 2500원이다. 각 층마다 휴게실이 있고 동아리방도 있다. 세탁실은 지하에 있고, 체력단련실도 마련돼 있다. 취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는데, 이 곳에서는 고향에서 부모님들이 보내온 음식 재료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이외에도 어린이도서관·일반도서관·시청각실 등이 있었다.

성공 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국유지 위 기부금 건립, 그리고 '영업이익 제로' 방침이 월 10만원 기숙사를 만들었다. 이 기숙사는 교육부로부터 공용부지를 받고 전국은행연합회 20개 회원 금융기관에서 건립재원 326억 원을 기부받아 세워졌다. 다른 기숙사들과 달리 투자비를 회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금액이 가능했다.

장학재단 관계자는 "식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던 것도 없앴다"면서 "기숙사비는 카드납부와 분할납부도 가능해 실제로 학생들이 불편하던 점을 줄이는 데 섬세함을 더했다"고 밝혔다.


“주민 반대 심해”…서울 내 기숙사 건립은 우왕좌왕 중

이 같은 대학생연합생활관 기숙사가 환영을 받는 이유는 주변 대학들의 기숙사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국 사립대 민자기숙사 월 기숙사비 평균은 지난해 31만 8천원이었다.

연세대 SK국제학사의 1인실은 한 학기에 265만 원, 고려대 프론티어관은 1인실 240만 원, 건국대 쿨하우스는 1인실 224만 원을 받는다. 주변 원룸 월세 가격보다 높은 기숙사 탓에 기숙사 수용률만 높이고, 학생 부담은 늘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자기숙사는 2005년에 교육인적자원부가 도입했다. 민간자본으로 캠퍼스 안에 기숙사를 짓고 사업비를 회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주민반대로 추가 기숙사 설립이 쉽지 않은 탓도 크다. 고려대학교는 2013년부터 서울 개운산 내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웠지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천여 명을 수용하는 새 기숙사 건립이 주민 반대로 멈춰선 것이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며, 학교 측과 맞서고 있다.

한양대는 서울 성동구 서울캠퍼스 내 기숙사 건립에 관한 계획을 작년 3월부터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역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화여대는 구청이 학생의 손을 들어 준 사례다. 이화여대는 2013년 기숙사 건립 계획을 세워 서대문구 북아현동 안산 내 산림(6만1118㎡)에 건물을 지었다. 인근 주민들이 기숙사 공사 때문에 산림이 파괴되고 대학생을 상대로 한 임대업자의 타격이 크다며 반발했지만, 서대문구청에서 건립을 허가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민자기숙사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적립금을 사용해서 조기에 직영화해야 한다"면서 "민자기숙사를 통해 학교는 수용률을 높여 이익이고, 회사는 사업비를 회수해 이익이지만, 학생에게는 부담만 가중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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