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심 피하려고 외국으로 주소 이전…예비 법조인의 ‘꼼수’
입력 2017.04.07 (18:01)
수정 2017.04.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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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7월, A 씨는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무고 혐의로 고소됐으니 관련 조사를 받으라는 경찰의 전화였다. 무고 혐의로 고소한 이는 다름 아닌 전 남자친구 강 모(36) 씨였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던 강 씨와 A 씨는 2014년 1월 처음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강 씨는 A 씨를 자신의 집에서 1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했다.
‘폭행 고소’에 ‘무고죄’로 맞고소한 전 남자 친구
강 씨는 폭행 사건의 약식명령이 발령된 뒤에 A 씨가 자신을 허위로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A 씨를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A 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 혐의를 부인하던 강 씨가 역으로 자신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A 씨는 지난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매진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별다른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의 보복성 고소에 A 씨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지난해 1월 치러진 변호사시험에서 A 씨는 낙방했다.
2015년 9월, 서울 동부지법은 강 씨의 폭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다. 결국, A 씨의 고소 내용은 허위가 아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A 씨가 강 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강 씨는 무고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가 역으로 같은 혐의로 고소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강 씨의 카카오톡 문자 내용
1심과 2심 모두 징역형 선고…법원 “죄질이 좋지 않다”
재판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강 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 동부지법 2심 재판부도 강 씨의 무고 혐의를 그대로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무고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던 위험에 빠뜨리게 하였으므로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로서 고도의 윤리의식 및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어쩌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사건이었다. 그런데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강 씨에게 크나큰 흠결이 생긴다. 올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법 6조 3항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응시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2심 재판부의 양형이유
3심 피하려고 캐나다로 주소 이전…해외 송달 허점 노려
형이 확정될 경우 변호사시험법상 결격 사유가 생겨 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강 씨는 이를 피하고자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동시에 강 씨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는 주소를 돌연 외국으로 변경했다. 국내 송달보다 해외로 송달되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꼼수였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강 씨가 옮긴 주소가 캐나다의 한 호텔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강 씨가 기재한 주소를 검색하면 한 호텔 웹사이트가 나온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호텔의 내외부 사진이 소개돼 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사진 중 한 장엔 강 씨가 옮긴 주소의 객실번호에 해당하는 숫자가 버젓이 적혀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강 씨에게 통지서를 다섯 차례 보냈지만, 송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내 송달이 아닌 국외 송달의 경우 통지서를 번역하고 실제로 발송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고 다시 반송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통상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밝혔다.
강 씨는 3심 판결을 앞두고 돌연 주소를 캐나다의 한 호텔로 바꿨다.
예비 법조인이 아니라 예비 ‘법꾸라지’…막을 방법 없나?
그렇다면 강 씨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는 꼼수를 막을 묘수는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법원은 송달을 받는 이의 주소나 거소를 알 수 없어서 통상적 방법으로 송달을 할 수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송달이 이뤄졌다고 갈음하는 '공시송달' 방법을 쓸 수 있다.
공시송달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당사자의 주소, 거소, 기타 송달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다. 다음으로 외국에서 송달을 해야 할 경우 촉탁에 의한 송달이 불가능하거나 촉탁에 의해서도 그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고 예상될 경우다. 이 두 가지 경우에서 재판장은 직권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 있다. 강 씨의 경우는 외국에서 송달이 이뤄지는 만큼 후자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공시송달 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먼저 캐나다에서 송달이 불가능하다는 최종적인 회신을 받기 전에 법원이 자의적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는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강 씨의 사례가 공시송달 조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시송달을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최초로 실시한 공시송달의 경우 사유를 게시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야만 효력이 생긴다. 또 국외 거주자에 대한 공시송달의 경우 그 효력 발생을 위한 공시기간을 2개월로 정하고 있다. 강 씨의 경우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6월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17년 6회 변호사시험 결과는 이달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강 씨에게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릴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던 강 씨와 A 씨는 2014년 1월 처음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강 씨는 A 씨를 자신의 집에서 1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했다.
‘폭행 고소’에 ‘무고죄’로 맞고소한 전 남자 친구
강 씨는 폭행 사건의 약식명령이 발령된 뒤에 A 씨가 자신을 허위로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A 씨를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A 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 혐의를 부인하던 강 씨가 역으로 자신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A 씨는 지난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매진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별다른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의 보복성 고소에 A 씨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지난해 1월 치러진 변호사시험에서 A 씨는 낙방했다.
2015년 9월, 서울 동부지법은 강 씨의 폭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다. 결국, A 씨의 고소 내용은 허위가 아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A 씨가 강 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강 씨는 무고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가 역으로 같은 혐의로 고소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1심과 2심 모두 징역형 선고…법원 “죄질이 좋지 않다”
재판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강 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 동부지법 2심 재판부도 강 씨의 무고 혐의를 그대로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무고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던 위험에 빠뜨리게 하였으므로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로서 고도의 윤리의식 및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어쩌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사건이었다. 그런데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강 씨에게 크나큰 흠결이 생긴다. 올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법 6조 3항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응시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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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심 피하려고 캐나다로 주소 이전…해외 송달 허점 노려
형이 확정될 경우 변호사시험법상 결격 사유가 생겨 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강 씨는 이를 피하고자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동시에 강 씨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는 주소를 돌연 외국으로 변경했다. 국내 송달보다 해외로 송달되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꼼수였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강 씨가 옮긴 주소가 캐나다의 한 호텔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강 씨가 기재한 주소를 검색하면 한 호텔 웹사이트가 나온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호텔의 내외부 사진이 소개돼 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사진 중 한 장엔 강 씨가 옮긴 주소의 객실번호에 해당하는 숫자가 버젓이 적혀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강 씨에게 통지서를 다섯 차례 보냈지만, 송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내 송달이 아닌 국외 송달의 경우 통지서를 번역하고 실제로 발송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고 다시 반송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통상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밝혔다.

예비 법조인이 아니라 예비 ‘법꾸라지’…막을 방법 없나?
그렇다면 강 씨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는 꼼수를 막을 묘수는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법원은 송달을 받는 이의 주소나 거소를 알 수 없어서 통상적 방법으로 송달을 할 수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송달이 이뤄졌다고 갈음하는 '공시송달' 방법을 쓸 수 있다.
공시송달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당사자의 주소, 거소, 기타 송달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다. 다음으로 외국에서 송달을 해야 할 경우 촉탁에 의한 송달이 불가능하거나 촉탁에 의해서도 그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고 예상될 경우다. 이 두 가지 경우에서 재판장은 직권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 있다. 강 씨의 경우는 외국에서 송달이 이뤄지는 만큼 후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먼저 캐나다에서 송달이 불가능하다는 최종적인 회신을 받기 전에 법원이 자의적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는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강 씨의 사례가 공시송달 조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시송달을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최초로 실시한 공시송달의 경우 사유를 게시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야만 효력이 생긴다. 또 국외 거주자에 대한 공시송달의 경우 그 효력 발생을 위한 공시기간을 2개월로 정하고 있다. 강 씨의 경우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6월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17년 6회 변호사시험 결과는 이달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강 씨에게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릴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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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4-07 18:01:42
- 수정2017-04-07 21:04:42

지난 2015년 7월, A 씨는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무고 혐의로 고소됐으니 관련 조사를 받으라는 경찰의 전화였다. 무고 혐의로 고소한 이는 다름 아닌 전 남자친구 강 모(36) 씨였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던 강 씨와 A 씨는 2014년 1월 처음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강 씨는 A 씨를 자신의 집에서 1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했다.
‘폭행 고소’에 ‘무고죄’로 맞고소한 전 남자 친구
강 씨는 폭행 사건의 약식명령이 발령된 뒤에 A 씨가 자신을 허위로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A 씨를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A 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 혐의를 부인하던 강 씨가 역으로 자신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A 씨는 지난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매진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별다른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의 보복성 고소에 A 씨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지난해 1월 치러진 변호사시험에서 A 씨는 낙방했다.
2015년 9월, 서울 동부지법은 강 씨의 폭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다. 결국, A 씨의 고소 내용은 허위가 아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A 씨가 강 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강 씨는 무고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가 역으로 같은 혐의로 고소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1심과 2심 모두 징역형 선고…법원 “죄질이 좋지 않다”
재판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강 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 동부지법 2심 재판부도 강 씨의 무고 혐의를 그대로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무고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던 위험에 빠뜨리게 하였으므로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로서 고도의 윤리의식 및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어쩌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사건이었다. 그런데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강 씨에게 크나큰 흠결이 생긴다. 올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법 6조 3항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응시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jpg)
3심 피하려고 캐나다로 주소 이전…해외 송달 허점 노려
형이 확정될 경우 변호사시험법상 결격 사유가 생겨 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강 씨는 이를 피하고자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동시에 강 씨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는 주소를 돌연 외국으로 변경했다. 국내 송달보다 해외로 송달되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꼼수였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강 씨가 옮긴 주소가 캐나다의 한 호텔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강 씨가 기재한 주소를 검색하면 한 호텔 웹사이트가 나온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호텔의 내외부 사진이 소개돼 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사진 중 한 장엔 강 씨가 옮긴 주소의 객실번호에 해당하는 숫자가 버젓이 적혀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강 씨에게 통지서를 다섯 차례 보냈지만, 송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내 송달이 아닌 국외 송달의 경우 통지서를 번역하고 실제로 발송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고 다시 반송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통상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밝혔다.

예비 법조인이 아니라 예비 ‘법꾸라지’…막을 방법 없나?
그렇다면 강 씨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는 꼼수를 막을 묘수는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법원은 송달을 받는 이의 주소나 거소를 알 수 없어서 통상적 방법으로 송달을 할 수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송달이 이뤄졌다고 갈음하는 '공시송달' 방법을 쓸 수 있다.
공시송달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당사자의 주소, 거소, 기타 송달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다. 다음으로 외국에서 송달을 해야 할 경우 촉탁에 의한 송달이 불가능하거나 촉탁에 의해서도 그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고 예상될 경우다. 이 두 가지 경우에서 재판장은 직권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 있다. 강 씨의 경우는 외국에서 송달이 이뤄지는 만큼 후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먼저 캐나다에서 송달이 불가능하다는 최종적인 회신을 받기 전에 법원이 자의적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는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강 씨의 사례가 공시송달 조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시송달을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최초로 실시한 공시송달의 경우 사유를 게시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야만 효력이 생긴다. 또 국외 거주자에 대한 공시송달의 경우 그 효력 발생을 위한 공시기간을 2개월로 정하고 있다. 강 씨의 경우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6월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17년 6회 변호사시험 결과는 이달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강 씨에게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릴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던 강 씨와 A 씨는 2014년 1월 처음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11월 강 씨는 A 씨를 자신의 집에서 1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했다.
‘폭행 고소’에 ‘무고죄’로 맞고소한 전 남자 친구
강 씨는 폭행 사건의 약식명령이 발령된 뒤에 A 씨가 자신을 허위로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A 씨를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A 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 혐의를 부인하던 강 씨가 역으로 자신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A 씨는 지난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매진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별다른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의 보복성 고소에 A 씨는 충격을 받았다. 결국, 지난해 1월 치러진 변호사시험에서 A 씨는 낙방했다.
2015년 9월, 서울 동부지법은 강 씨의 폭행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다. 결국, A 씨의 고소 내용은 허위가 아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A 씨가 강 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강 씨는 무고 혐의로 A 씨를 고소했다가 역으로 같은 혐의로 고소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1심과 2심 모두 징역형 선고…법원 “죄질이 좋지 않다”
재판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난해 5월 서울 동부지법 1심 재판부는 강 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강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 동부지법 2심 재판부도 강 씨의 무고 혐의를 그대로 인정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무고자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던 위험에 빠뜨리게 하였으므로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로서 고도의 윤리의식 및 준법의식이 요구됨에도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어쩌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사건이었다. 그런데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강 씨에게 크나큰 흠결이 생긴다. 올해 1월 치러질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시험법 6조 3항은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응시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jpg)
3심 피하려고 캐나다로 주소 이전…해외 송달 허점 노려
형이 확정될 경우 변호사시험법상 결격 사유가 생겨 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강 씨는 이를 피하고자 상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동시에 강 씨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는 주소를 돌연 외국으로 변경했다. 국내 송달보다 해외로 송달되는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는 점을 노린 일종의 꼼수였다.
그런데 재미난 점은 강 씨가 옮긴 주소가 캐나다의 한 호텔이라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강 씨가 기재한 주소를 검색하면 한 호텔 웹사이트가 나온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호텔의 내외부 사진이 소개돼 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사진 중 한 장엔 강 씨가 옮긴 주소의 객실번호에 해당하는 숫자가 버젓이 적혀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강 씨에게 통지서를 다섯 차례 보냈지만, 송달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내 송달이 아닌 국외 송달의 경우 통지서를 번역하고 실제로 발송하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고 다시 반송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통상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밝혔다.

예비 법조인이 아니라 예비 ‘법꾸라지’…막을 방법 없나?
그렇다면 강 씨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하는 꼼수를 막을 묘수는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법원은 송달을 받는 이의 주소나 거소를 알 수 없어서 통상적 방법으로 송달을 할 수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송달이 이뤄졌다고 갈음하는 '공시송달' 방법을 쓸 수 있다.
공시송달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당사자의 주소, 거소, 기타 송달 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다. 다음으로 외국에서 송달을 해야 할 경우 촉탁에 의한 송달이 불가능하거나 촉탁에 의해서도 그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고 예상될 경우다. 이 두 가지 경우에서 재판장은 직권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 있다. 강 씨의 경우는 외국에서 송달이 이뤄지는 만큼 후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먼저 캐나다에서 송달이 불가능하다는 최종적인 회신을 받기 전에 법원이 자의적으로 공시송달을 명령할 수는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강 씨의 사례가 공시송달 조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시송달을 검토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최초로 실시한 공시송달의 경우 사유를 게시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야만 효력이 생긴다. 또 국외 거주자에 대한 공시송달의 경우 그 효력 발생을 위한 공시기간을 2개월로 정하고 있다. 강 씨의 경우 공시송달 명령이 내려지더라도 6월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2017년 6회 변호사시험 결과는 이달 14일 발표될 예정이다. 대법원은 강 씨에게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릴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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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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