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마른 수건 더 짜라?…‘불황형 흑자’의 진실

입력 2017.04.08 (08:04) 수정 2017.04.08 (09: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거둔 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입니다. '경기가 나쁘다', '기업이 위기다' 하는 얘기가 끊이질 않는데, 왜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를 이어가는 걸까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간극을 설명할 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불황형 흑자'가 그것입니다. 불황형 흑자는 원래 무역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불황으로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무역수지 흑자가 커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데 이익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언론은 '불황형 흑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매출이 줄었다는 건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고, 그런데도 이익이 늘었다는 건 비용 절감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한 마디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어렵게 흑자를 냈다는 겁니다.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라는 발표가 나온 이번 주에도 언론 매체에 등장한 기사 제목들을 살펴보면 곳곳에 이런 인식이 반영돼있습니다.


요즘처럼 취업이 안 되고 가계 살림도 어려운 때에 기업 이익이 사상 최대라고 하면 기업들에 돈 좀 풀라는 목소리가 빗발칠 겁니다. 직원 좀 더 뽑고, 협력업체들 납품단가와 최저임금도 올려주고, 투자도 과감하게 늘리라고 여기저기서 성화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이익을 '불황형 흑자'라고 부르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지금 수준이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는 게 고맙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만 같습니다. 기업들이 현금을 곳간에 쌓아가면서도 '위기'를 외치는 게 왠지 엄살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황형 흑자' 프레임은, 기업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가계가 빚과 실업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익의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기업에 대해 높아지는 '압력'을 막아내는 좋은 방패가 됩니다. 그래서 '불황형 흑자'론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정말 불황형 흑자에 시달리는 걸까요?

매출 제자리, 영업이익 급증...한국 기업은 불황형 흑자?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12월 결산) 533사의 매출액(연결 기준, 1,646조)은 전년보다 0.8%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21조)은 15% 급증했습니다. 매출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영업이익은 급증했으니 기존의 잣대로 보면 '불황형 흑자'라고 불러도 될 상황입니다.


그런데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전체 17개 업종 가운데 매출이 줄어든 업종은 6개입니다. 전체 업종의 2/3에서 매출이 늘었으니 주식회사 대한민국 전체를 가리켜 '불황형'이라고 규정하는 건 일단 무리가 있습니다. '불황형'인지 아닌지는 업종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깁니다.

매출은 줄었는데 영업이익이 늘어난 대표적 분야가 정유업종입니다. 4대 정유업체 가운데 코스피 상장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실적을 따져보겠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1년 전보다 18%(8.9조), 에쓰오일도 9%(1.6조)나 줄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63%(3.2조), 98%(1.7조)나 급증했습니다.


이 수치를 놓고 보면, 정유업종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불황형 흑자' 기업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정유업종의 경기는 얼마나 나빴을까요?

정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영업이익만이 아니었습니다. 석유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해 판매량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유가 하락으로 제품 단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제품값이 떨어졌지만 대신 많이 팔렸고, 재료인 원유값은 더 크게 떨어져 이윤을 더 많이 남긴 겁니다.

매출이 줄었는데, 왜 '표정 관리'?

딱딱한 '석유제품'을 우리에게 친숙한 '치킨'에 비유해서 정유업계의 상황을 다시 설명해보겠습니다.

동네 치킨집이 있습니다. 치킨 한 마리를 1만 원에 팔면 생닭 값, 카놀라유값, 인건비 등을 제하고 1천 원 남습니다. 한 달에 3천 마리를 파니 월 매출이 3천만 원, 영업이익은 3백만 원이지요.

어느 해 갑자기 양계장이 많이 늘어나 닭값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자연스레 치킨값도 30%나 떨어져 7천 원이 됐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 팔아 남기는 이익은 1천1백 원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닭값이 워낙 많이 떨어진 덕입니다.

치킨값이 떨어지니 치킨을 찾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맛난 소스를 개발하고 적립 쿠폰도 부지런히 돌리니 치킨 판매량이 월 3천 마리에서 4천 마리로 늘었습니다. 월 매출은 2천8백만 원이 됐고, 영업이익은 월 440만 원이 됐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월 매출이 7%(2백만 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7%(140만 원) 늘어난 겁니다. '표정 관리'하느라 바쁜 이 치킨집이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늘린 '불황형 흑자'일까요?

'판매량'과 '판매액' 구분해야...'저유가 착시' 주의

이렇게 판매량도,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정유업종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라는 잣대로만 보면 '불황형 흑자' 기업으로 분류돼 버립니다. 경기가 '좋다'와 '나쁘다'를 '판매량'이라는 지표를 빼놓고 '판매액'으로만 판단하는 데서 오는 착시이자, 오류입니다.

이렇게 착시가 명확히 드러난 2개 정유 기업을 제외하고 코스피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을 계산해볼까요? 기존의 0.8%에서 1.5%로 높아집니다. 판매량과 매출액의 증감이 엇갈려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기업을 단 2개 빼냈을 뿐인데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불황형 흑자'론이 흔들립니다.

저유가 시대에 이런 착시는 정유업종에만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유가 하락 때문에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건 대다수 업종에 해당하는 얘깁니다. 지난해 매출이 줄어든 6개 업종 가운데 원가 구조에서 유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전기가스업이나 철강금속업이 포함된 건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불황형 흑자가 명확히 드러나는 기업과 업종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조선업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조선업체는 수주량과 매출액이 동시에 크게 줄었는데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비용 절감으로 지난해 흑자를 냈습니다.

'불황형 흑자'를 말하려면 이렇게 업종별로, 기업별로 매출액과 함께 판매량(수요)의 증감을 자세히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불황형 흑자'론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불황형 흑자'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기가 나쁘고 기업이 쇠락해가는데 비용을 아끼고 줄여서 흑자가 났다고 혁신이나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불황형 흑자'론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흑자를 내고 그 흑자가 커지고 있다면, 그 돈이 투자와 고용, 협력업체 지원 등을 통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경기 침체라는데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왜?

사실 '불황형 흑자'론은 재계가 상시로 외쳐온 '위기'론과 맞물려있습니다. 이익이 줄어도, 이익이 늘어도 재계는 늘 '위기'를 말해왔습니다. 일자리를 찾다 지쳐 '이번 생은 망했다'며 절망에 빠진 청년들에게도 '경기 탓'이라고 했습니다. 불황을 벗어나면, 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지면 달라질 거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기업들의 성적표가 드러난 지금, "국민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전경련 회장의 올해 신년사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많이 어렵다"고 호소한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1분기에도 사상 최대가 확실시되고, 연간으로도 3년 연속 사상 최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정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어려운 걸까요? 언제까지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걸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마른 수건 더 짜라?…‘불황형 흑자’의 진실
    • 입력 2017-04-08 08:04:34
    • 수정2017-04-08 09:14:51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거둔 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입니다. '경기가 나쁘다', '기업이 위기다' 하는 얘기가 끊이질 않는데, 왜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를 이어가는 걸까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간극을 설명할 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불황형 흑자'가 그것입니다. 불황형 흑자는 원래 무역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불황으로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무역수지 흑자가 커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데 이익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언론은 '불황형 흑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매출이 줄었다는 건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고, 그런데도 이익이 늘었다는 건 비용 절감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한 마디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어렵게 흑자를 냈다는 겁니다.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라는 발표가 나온 이번 주에도 언론 매체에 등장한 기사 제목들을 살펴보면 곳곳에 이런 인식이 반영돼있습니다.


요즘처럼 취업이 안 되고 가계 살림도 어려운 때에 기업 이익이 사상 최대라고 하면 기업들에 돈 좀 풀라는 목소리가 빗발칠 겁니다. 직원 좀 더 뽑고, 협력업체들 납품단가와 최저임금도 올려주고, 투자도 과감하게 늘리라고 여기저기서 성화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이익을 '불황형 흑자'라고 부르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지금 수준이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는 게 고맙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만 같습니다. 기업들이 현금을 곳간에 쌓아가면서도 '위기'를 외치는 게 왠지 엄살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황형 흑자' 프레임은, 기업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가계가 빚과 실업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익의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기업에 대해 높아지는 '압력'을 막아내는 좋은 방패가 됩니다. 그래서 '불황형 흑자'론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정말 불황형 흑자에 시달리는 걸까요?

매출 제자리, 영업이익 급증...한국 기업은 불황형 흑자?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12월 결산) 533사의 매출액(연결 기준, 1,646조)은 전년보다 0.8%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21조)은 15% 급증했습니다. 매출은 거의 늘지 않았는데 영업이익은 급증했으니 기존의 잣대로 보면 '불황형 흑자'라고 불러도 될 상황입니다.


그런데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전체 17개 업종 가운데 매출이 줄어든 업종은 6개입니다. 전체 업종의 2/3에서 매출이 늘었으니 주식회사 대한민국 전체를 가리켜 '불황형'이라고 규정하는 건 일단 무리가 있습니다. '불황형'인지 아닌지는 업종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깁니다.

매출은 줄었는데 영업이익이 늘어난 대표적 분야가 정유업종입니다. 4대 정유업체 가운데 코스피 상장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실적을 따져보겠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1년 전보다 18%(8.9조), 에쓰오일도 9%(1.6조)나 줄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각각 63%(3.2조), 98%(1.7조)나 급증했습니다.


이 수치를 놓고 보면, 정유업종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불황형 흑자' 기업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정유업종의 경기는 얼마나 나빴을까요?

정유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영업이익만이 아니었습니다. 석유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해 판매량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유가 하락으로 제품 단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제품값이 떨어졌지만 대신 많이 팔렸고, 재료인 원유값은 더 크게 떨어져 이윤을 더 많이 남긴 겁니다.

매출이 줄었는데, 왜 '표정 관리'?

딱딱한 '석유제품'을 우리에게 친숙한 '치킨'에 비유해서 정유업계의 상황을 다시 설명해보겠습니다.

동네 치킨집이 있습니다. 치킨 한 마리를 1만 원에 팔면 생닭 값, 카놀라유값, 인건비 등을 제하고 1천 원 남습니다. 한 달에 3천 마리를 파니 월 매출이 3천만 원, 영업이익은 3백만 원이지요.

어느 해 갑자기 양계장이 많이 늘어나 닭값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자연스레 치킨값도 30%나 떨어져 7천 원이 됐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 팔아 남기는 이익은 1천1백 원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닭값이 워낙 많이 떨어진 덕입니다.

치킨값이 떨어지니 치킨을 찾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맛난 소스를 개발하고 적립 쿠폰도 부지런히 돌리니 치킨 판매량이 월 3천 마리에서 4천 마리로 늘었습니다. 월 매출은 2천8백만 원이 됐고, 영업이익은 월 440만 원이 됐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월 매출이 7%(2백만 원)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7%(140만 원) 늘어난 겁니다. '표정 관리'하느라 바쁜 이 치킨집이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늘린 '불황형 흑자'일까요?

'판매량'과 '판매액' 구분해야...'저유가 착시' 주의

이렇게 판매량도,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정유업종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라는 잣대로만 보면 '불황형 흑자' 기업으로 분류돼 버립니다. 경기가 '좋다'와 '나쁘다'를 '판매량'이라는 지표를 빼놓고 '판매액'으로만 판단하는 데서 오는 착시이자, 오류입니다.

이렇게 착시가 명확히 드러난 2개 정유 기업을 제외하고 코스피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을 계산해볼까요? 기존의 0.8%에서 1.5%로 높아집니다. 판매량과 매출액의 증감이 엇갈려 합리적 판단을 방해하는 기업을 단 2개 빼냈을 뿐인데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불황형 흑자'론이 흔들립니다.

저유가 시대에 이런 착시는 정유업종에만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유가 하락 때문에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건 대다수 업종에 해당하는 얘깁니다. 지난해 매출이 줄어든 6개 업종 가운데 원가 구조에서 유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전기가스업이나 철강금속업이 포함된 건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불황형 흑자가 명확히 드러나는 기업과 업종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조선업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조선업체는 수주량과 매출액이 동시에 크게 줄었는데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비용 절감으로 지난해 흑자를 냈습니다.

'불황형 흑자'를 말하려면 이렇게 업종별로, 기업별로 매출액과 함께 판매량(수요)의 증감을 자세히 따져봐야 할 일입니다.

'불황형 흑자'론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불황형 흑자'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명확합니다. 경기가 나쁘고 기업이 쇠락해가는데 비용을 아끼고 줄여서 흑자가 났다고 혁신이나 구조조정을 게을리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불황형 흑자'론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흑자를 내고 그 흑자가 커지고 있다면, 그 돈이 투자와 고용, 협력업체 지원 등을 통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경기 침체라는데 기업 이익은 ‘사상 최대’…왜?

사실 '불황형 흑자'론은 재계가 상시로 외쳐온 '위기'론과 맞물려있습니다. 이익이 줄어도, 이익이 늘어도 재계는 늘 '위기'를 말해왔습니다. 일자리를 찾다 지쳐 '이번 생은 망했다'며 절망에 빠진 청년들에게도 '경기 탓'이라고 했습니다. 불황을 벗어나면, 기업의 채산성이 좋아지면 달라질 거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기업들의 성적표가 드러난 지금, "국민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전경련 회장의 올해 신년사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많이 어렵다"고 호소한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1분기에도 사상 최대가 확실시되고, 연간으로도 3년 연속 사상 최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정말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어려운 걸까요? 언제까지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걸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