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스포츠 정치…의도는?

입력 2017.04.08 (08:07) 수정 2017.04.0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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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국제대회를 계기로 오랜만에 서로를 방문하며 스포츠 경기를 가졌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이른바 체육강국 구호를 내걸고 스포츠 진흥 정책을 펴고 있지만, 순수한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먼 나름의 속내가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이 최근 대북제재 속에서도 국제 스포츠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또 국제 대회를 주최하는데 힘을 쏟는 이유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관중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찬 이 곳, 강릉 올림픽파크 하키센터다.

심판의 호각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얼음 위를 내달린다.

여자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차 강릉에 온 북한 선수단과 우리 선수단의 남북 대결.

접전 끝에 우리가 3:0으로 승리했다.

<인터뷰> 이규선(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 "같은 민족이 한국에서 만나서 좋은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뿌듯했고 기분이 좋았어요.”

북한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지만...

<녹취> "조선 선수들 오늘 경기 어땠습니까? (......)"

오랜만에 열린 남북대결인 만큼 전국에서 모인 남북 공동 응원단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녹취> “우리는 하나다!”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강릉을 찾은 시기, 우리 여자축구 대표팀은 평양에 입성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북한을 방문한 건 1990년‘남북통일축구’ 이후 27년 만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를 반영하듯 분위기는 그 때와는 사뭇 달랐다.

27년 전 수많은 인파의 환영과 함께 응원하며 노래하던 모습은 이번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일성 경기장에 태극기가 입장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관중석을 매운 평양 시민들도 자리에서 일어서고, 선수들은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인터뷰> 이민아(여자축구 국가대표) : “국가를 대표해서 온 선수들이니까 그리고 이제 여기서 부르는 애국가는 더 크게 부르자고 제가 얘기했거든요. 더 애국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공식 국제대회 경기로는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대결은 큰 관심을 모았다.

승패를 떠나 남북이 서로를 방문해 스포츠로 재회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회였다.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3년 만에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 모두를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직된 평양의 분위기 등을 보며 우연히 같은 시기에 잡힌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로 발전시키기는 어려운 냉정한 현실도 드러났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당사자 간 교류가 아니기 때문에 남북 스포츠 교류로서는 큰 의미는 사실 없어요. 북한에 올라가서 하는 여자 축구는 2018년도 여자 아시안 대회 예선전이고 강릉에 내려오는 것은 세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이고 그래서 각각의 남과 북이 회원국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죠. 그러다 보니까 개최지가 강릉이고 북한이어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들이지 당사자 간 교류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국제 스포츠 행사 일 뿐 이를 계기로 한 대화의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북한...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은 국제 스포츠 경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스포츠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은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시설 개선을 지시하는가 하면, 각종 체육 시설도 확대했다.

‘체육강국’ 구호와 함께 전문 선수 양성과 해외 진출에도 관심을 쏟았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11월)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성원들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 장성택...”

김정은이 신설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장성택, 최룡해 등 실세들이 잇따라 위원장을 맡으며 국제 체육 교류에 적극 나섰다.

일본 대학 선수들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치렀고, 중국과 체육교류의정서도 체결했다.

북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도 점차 늘어났다.

<녹취> 北기록영화 ‘체육강국의 2015’ : “승리의 최고 화신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 영광, 영광을 드리자! (만세!)”

2015년,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여자축구 선수들을 얼싸안고 환영하는 김정은의 모습...

대대적인 ‘체육강국’ 선전에 나선 만큼 운동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파격적이다.

직접 만나 격려하고 선물도 안겨준다.

연령별 월드컵에서 잇따라 우승한 여자축구 대표단이 지난해 공항에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녹취> 리해연(北 여자축구 국가대표) : “언니오빠들과 평양시민들이 이렇게 나와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힘과 용기가 생기고 앞으로 국제 경기에서 꼭 이겨서 조국의 영예를 더욱 빛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굳게 가지게 됩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세계 정상급 기계체조의 리세광 선수가 가족들과 국가에서 제공한 집에 사는 모습도 선전물로 제작된다.

<녹취> 리종호(리세광 선수 아버지) : “우리 아들이 리세광입니다. 앞으로 위대한 원수님의 배려에 배로 보답하게끔 적극 이바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체육영웅 칭호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집과 자동차, 직업까지 제공받는 것이다.

장기적인 경제난과 대북제재 속에서도 김정은이 이처럼 ‘스포츠 정치’에 주력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체육은 곧 국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니, 대북제재를 하고 열심히 하는데 우리는 봐라. 비록 대북제재 속에서도 이런 영재를 길러내 가지고 국가대표로 나와서 당당히 국제사회에 나와서 우승을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거죠.”

여기에 선수들이 받게 되는 국제 대회 상금과 이적료 등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도 한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 “자라나는 새 세대들의 희망과 재능을 활짝 꽃피워주는 어머니 우리 당의 따사로운 사랑을 전하며 훌륭히 솟아오른 평양국제 축구학교...”

지난 2013년 문을 연 평양 국제축구학교.

남녀 축구 인재를 발굴․양성한다는 이 학교엔 각지에서 선발된 유망주들이 모여 있다.

<녹취> 리조국(평양국제축구학교 학생) : “내가 평양국제축구학교에 선발 될 때 우리 동무들은 나를 몹시 부러워하였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체육학교에서 더 열심히 배우고 더 열심히 훈련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

그러나 이 축구학교엔 선수 양성 이상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외화벌이 수단으로 내보내는 거죠. 클럽별로 아시아 쿼터제가 있어요. 아시아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를 분명히 하나 쓰게 되어 있습니다. 축구를 통해서 돈벌이할 수 있는 수단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거죠. 그러니까 노동자를 단순히 파견해서 몇 사람이 버는 것보다 우수한 선수 길러가지고 영재학교에서 길러가지고 그 나라에 보내는 것은 한 사람이 100명, 200명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고도의 전략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 이 학교 출신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은 벌써부터 현실화 되고 있다.

‘북한 호날두’로 불리는 한광성 선수가 최근 북한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무대를 밟았다.

또 다른 유망주 최성혁은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 입단하기도 했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일단 돈 계약금이 있을 거 아니에요? 외화 벌면서 그 다음에 또 한편으로는 뭐냐면 북한에도 이런 인재가 있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있고...”

1990년대 초 국제대회를 휩쓸며 최연소 공훈체육인 자리에 올랐던 전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이경희.

지금은 한국 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을 맡고 있는 그녀는 해외로 진출한 북한선수들이 고립된 생활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이경희(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前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극히 드문 일이고 상상도 못할 특혜를 준 건데, 보여지기에는 그렇게 돼있지만 그 선수 뒤에는 추가적인 인원들이 그 리그 팀 모르게 추가적인 팀들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되고요. 지금은 아주 시간대도 너무 철저하게 자기가 감시받는 느낌을 아마 알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하고 대화한 거, 전화기도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더 힘들고 답답하지 않을까. 그다음에 계약금이나 이런 것들은 본인은 모를 수 있어요.”

돈벌이에 치중하는 북한 스포츠의 최근 경향은 북한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녹취> 평양 국제프로레슬링경기대회 홍보 영상 : “평양 국제 프로레슬링경기대회가 진행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남녀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참가하게 됩니다.”

지난 2014년 평양에서 열린 국제 프로레슬링대회...

북한 매체의 대대적인 선전과는 달리 경기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응원에 동원되고, 돈을 내고 관람까지 하게 된다.

<인터뷰> 이경희(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前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A레벨 국가대표팀이 온 것처럼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다 속는 거예요. 보지를 못하니까... 세계를, 다른 나라 종목 시합을 볼 수가 없으니까. 그냥 강연하고 응원하라면 자, 이제 이 타임에 응원하세요, 방송 불면 응원을 해야 되고...”

지난해 대북제재 속에서도 열렸던 평양 국제 아마추어 골프대회 역시 말로만 국제대회지 여행사를 통한 관광 패키지 상품으로, 외화벌이가 주된 목적이었다.

<녹취> 평양 국제 아마추어 골프대회 참가자(2011년) : “(북한의)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골프는 흥미로운 곳을 여행할 좋은 구실이 됩니다.”

여기에 이미지 개선 등 부수적 효과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밖에서 그냥 들여다보는 건 독재사회고 정말 주민들이 못 먹고 못 살고 쓰러져가고 이런 인식만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평양의 모습을 딱 보면 비록 뒤에는 어두운 측면이 있지만 밝은 모습이 더 많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런 것만 찍어다가 체제 선전하는 데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할수 있는 좋은 대회다... ”

그러나 북한의 바람과는 달리 스포츠를 통한 외화벌이는 곳곳에서 걸림돌을 만나고 있다.

핵 도발과 군사적 위협이 계속될수록 관광객이 줄어들 것은 물론, 지난해엔 이탈리아 세리에A 피오렌티나에 입단했던 최성혁이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방출됐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본인의 인권이 보장도 안 되고 노동의 대가가 본인에게 간 게 아니고 국가로 귀속되니까 이런 외화벌이 수단으로 왜 그런 애들이 우리 리그에 와서 뛰느냐 이건 이탈리아 정신에 안 맞다라고 해서 문제제기를 해서 방출시켜버린 거죠. 결국 핵실험이라든지 이런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국제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가 나타나고 그 제재 결과 유능한 선수들마저도 직장을 잃게 되는 그런 악의 연결고리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스포츠가 체제 선전과 외화벌이 수단이 된 북한...

그래도 최근 열린 남북간 스포츠 경기는 남북간 긴장 완화와 북한 주민들의 의식 개선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잇단 도발로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스포츠 발전은 물론, 북한 정권의 의도하는 정치․경제적 효과 역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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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스포츠 정치…의도는?
    • 입력 2017-04-08 08:23:57
    • 수정2017-04-08 08:42:58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이번 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은 국제대회를 계기로 오랜만에 서로를 방문하며 스포츠 경기를 가졌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이른바 체육강국 구호를 내걸고 스포츠 진흥 정책을 펴고 있지만, 순수한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먼 나름의 속내가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이 최근 대북제재 속에서도 국제 스포츠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또 국제 대회를 주최하는데 힘을 쏟는 이유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관중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찬 이 곳, 강릉 올림픽파크 하키센터다.

심판의 호각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얼음 위를 내달린다.

여자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차 강릉에 온 북한 선수단과 우리 선수단의 남북 대결.

접전 끝에 우리가 3:0으로 승리했다.

<인터뷰> 이규선(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 "같은 민족이 한국에서 만나서 좋은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뿌듯했고 기분이 좋았어요.”

북한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지만...

<녹취> "조선 선수들 오늘 경기 어땠습니까? (......)"

오랜만에 열린 남북대결인 만큼 전국에서 모인 남북 공동 응원단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녹취> “우리는 하나다!”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강릉을 찾은 시기, 우리 여자축구 대표팀은 평양에 입성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북한을 방문한 건 1990년‘남북통일축구’ 이후 27년 만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를 반영하듯 분위기는 그 때와는 사뭇 달랐다.

27년 전 수많은 인파의 환영과 함께 응원하며 노래하던 모습은 이번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일성 경기장에 태극기가 입장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관중석을 매운 평양 시민들도 자리에서 일어서고, 선수들은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인터뷰> 이민아(여자축구 국가대표) : “국가를 대표해서 온 선수들이니까 그리고 이제 여기서 부르는 애국가는 더 크게 부르자고 제가 얘기했거든요. 더 애국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공식 국제대회 경기로는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 축구 대결은 큰 관심을 모았다.

승패를 떠나 남북이 서로를 방문해 스포츠로 재회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회였다.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3년 만에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 모두를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직된 평양의 분위기 등을 보며 우연히 같은 시기에 잡힌 국제대회 이상의 의미로 발전시키기는 어려운 냉정한 현실도 드러났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당사자 간 교류가 아니기 때문에 남북 스포츠 교류로서는 큰 의미는 사실 없어요. 북한에 올라가서 하는 여자 축구는 2018년도 여자 아시안 대회 예선전이고 강릉에 내려오는 것은 세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이고 그래서 각각의 남과 북이 회원국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죠. 그러다 보니까 개최지가 강릉이고 북한이어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들이지 당사자 간 교류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국제 스포츠 행사 일 뿐 이를 계기로 한 대화의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북한...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은 국제 스포츠 경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스포츠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은 집권 초기부터 드러났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시설 개선을 지시하는가 하면, 각종 체육 시설도 확대했다.

‘체육강국’ 구호와 함께 전문 선수 양성과 해외 진출에도 관심을 쏟았다.

<녹취> 조선중앙TV(2012년 11월)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성원들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 장성택...”

김정은이 신설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는 장성택, 최룡해 등 실세들이 잇따라 위원장을 맡으며 국제 체육 교류에 적극 나섰다.

일본 대학 선수들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치렀고, 중국과 체육교류의정서도 체결했다.

북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도 점차 늘어났다.

<녹취> 北기록영화 ‘체육강국의 2015’ : “승리의 최고 화신이신 경애하는 원수님께 영광, 영광을 드리자! (만세!)”

2015년,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여자축구 선수들을 얼싸안고 환영하는 김정은의 모습...

대대적인 ‘체육강국’ 선전에 나선 만큼 운동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파격적이다.

직접 만나 격려하고 선물도 안겨준다.

연령별 월드컵에서 잇따라 우승한 여자축구 대표단이 지난해 공항에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녹취> 리해연(北 여자축구 국가대표) : “언니오빠들과 평양시민들이 이렇게 나와 우리를 열렬히 환영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힘과 용기가 생기고 앞으로 국제 경기에서 꼭 이겨서 조국의 영예를 더욱 빛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굳게 가지게 됩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세계 정상급 기계체조의 리세광 선수가 가족들과 국가에서 제공한 집에 사는 모습도 선전물로 제작된다.

<녹취> 리종호(리세광 선수 아버지) : “우리 아들이 리세광입니다. 앞으로 위대한 원수님의 배려에 배로 보답하게끔 적극 이바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체육영웅 칭호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집과 자동차, 직업까지 제공받는 것이다.

장기적인 경제난과 대북제재 속에서도 김정은이 이처럼 ‘스포츠 정치’에 주력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체육은 곧 국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니, 대북제재를 하고 열심히 하는데 우리는 봐라. 비록 대북제재 속에서도 이런 영재를 길러내 가지고 국가대표로 나와서 당당히 국제사회에 나와서 우승을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거죠.”

여기에 선수들이 받게 되는 국제 대회 상금과 이적료 등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도 한 이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 “자라나는 새 세대들의 희망과 재능을 활짝 꽃피워주는 어머니 우리 당의 따사로운 사랑을 전하며 훌륭히 솟아오른 평양국제 축구학교...”

지난 2013년 문을 연 평양 국제축구학교.

남녀 축구 인재를 발굴․양성한다는 이 학교엔 각지에서 선발된 유망주들이 모여 있다.

<녹취> 리조국(평양국제축구학교 학생) : “내가 평양국제축구학교에 선발 될 때 우리 동무들은 나를 몹시 부러워하였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체육학교에서 더 열심히 배우고 더 열심히 훈련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

그러나 이 축구학교엔 선수 양성 이상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외화벌이 수단으로 내보내는 거죠. 클럽별로 아시아 쿼터제가 있어요. 아시아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를 분명히 하나 쓰게 되어 있습니다. 축구를 통해서 돈벌이할 수 있는 수단이 굉장히 많이 늘어난 거죠. 그러니까 노동자를 단순히 파견해서 몇 사람이 버는 것보다 우수한 선수 길러가지고 영재학교에서 길러가지고 그 나라에 보내는 것은 한 사람이 100명, 200명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잖아요. 저는 그런 고도의 전략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 이 학교 출신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은 벌써부터 현실화 되고 있다.

‘북한 호날두’로 불리는 한광성 선수가 최근 북한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무대를 밟았다.

또 다른 유망주 최성혁은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 입단하기도 했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일단 돈 계약금이 있을 거 아니에요? 외화 벌면서 그 다음에 또 한편으로는 뭐냐면 북한에도 이런 인재가 있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있고...”

1990년대 초 국제대회를 휩쓸며 최연소 공훈체육인 자리에 올랐던 전 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이경희.

지금은 한국 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을 맡고 있는 그녀는 해외로 진출한 북한선수들이 고립된 생활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이경희(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前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극히 드문 일이고 상상도 못할 특혜를 준 건데, 보여지기에는 그렇게 돼있지만 그 선수 뒤에는 추가적인 인원들이 그 리그 팀 모르게 추가적인 팀들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되고요. 지금은 아주 시간대도 너무 철저하게 자기가 감시받는 느낌을 아마 알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하고 대화한 거, 전화기도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더 힘들고 답답하지 않을까. 그다음에 계약금이나 이런 것들은 본인은 모를 수 있어요.”

돈벌이에 치중하는 북한 스포츠의 최근 경향은 북한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녹취> 평양 국제프로레슬링경기대회 홍보 영상 : “평양 국제 프로레슬링경기대회가 진행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남녀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참가하게 됩니다.”

지난 2014년 평양에서 열린 국제 프로레슬링대회...

북한 매체의 대대적인 선전과는 달리 경기 수준은 세계적 수준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응원에 동원되고, 돈을 내고 관람까지 하게 된다.

<인터뷰> 이경희(리듬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前북한 리듬체조 국가대표) : “A레벨 국가대표팀이 온 것처럼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다 속는 거예요. 보지를 못하니까... 세계를, 다른 나라 종목 시합을 볼 수가 없으니까. 그냥 강연하고 응원하라면 자, 이제 이 타임에 응원하세요, 방송 불면 응원을 해야 되고...”

지난해 대북제재 속에서도 열렸던 평양 국제 아마추어 골프대회 역시 말로만 국제대회지 여행사를 통한 관광 패키지 상품으로, 외화벌이가 주된 목적이었다.

<녹취> 평양 국제 아마추어 골프대회 참가자(2011년) : “(북한의)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되어 정말 좋습니다. 골프는 흥미로운 곳을 여행할 좋은 구실이 됩니다.”

여기에 이미지 개선 등 부수적 효과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터뷰> 김영희(KDB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 : “밖에서 그냥 들여다보는 건 독재사회고 정말 주민들이 못 먹고 못 살고 쓰러져가고 이런 인식만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평양의 모습을 딱 보면 비록 뒤에는 어두운 측면이 있지만 밝은 모습이 더 많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런 것만 찍어다가 체제 선전하는 데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할수 있는 좋은 대회다... ”

그러나 북한의 바람과는 달리 스포츠를 통한 외화벌이는 곳곳에서 걸림돌을 만나고 있다.

핵 도발과 군사적 위협이 계속될수록 관광객이 줄어들 것은 물론, 지난해엔 이탈리아 세리에A 피오렌티나에 입단했던 최성혁이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방출됐다.

<인터뷰> 성문정(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본인의 인권이 보장도 안 되고 노동의 대가가 본인에게 간 게 아니고 국가로 귀속되니까 이런 외화벌이 수단으로 왜 그런 애들이 우리 리그에 와서 뛰느냐 이건 이탈리아 정신에 안 맞다라고 해서 문제제기를 해서 방출시켜버린 거죠. 결국 핵실험이라든지 이런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서 국제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가 나타나고 그 제재 결과 유능한 선수들마저도 직장을 잃게 되는 그런 악의 연결고리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스포츠가 체제 선전과 외화벌이 수단이 된 북한...

그래도 최근 열린 남북간 스포츠 경기는 남북간 긴장 완화와 북한 주민들의 의식 개선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잇단 도발로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의 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스포츠 발전은 물론, 북한 정권의 의도하는 정치․경제적 효과 역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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