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집념의 경찰견 ‘기나코’의 삶과 죽음

입력 2017.04.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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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경찰견은 각 경찰본부 등에서 직접 사육하는 '직할 경찰견'과 민간에서 사육하는 '촉탁 경찰견'으로 나눠진다. 촉탁 경찰견 역시 고도의 훈련을 거쳐 일정 기간 단위로 경찰견 업무를 수행한다.

[ 촉탁 경찰견, 사후에 감사장을 받다 ]

최근 일본 가가와 현 경찰본부에서 감사장 수여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범인 검거나 인명 구조에 기여한 일반 시민이 아니었다. 지난달 하순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간 전 촉탁 경찰견 '기나코'가 주인공이었다.


감사장은 기나코의 훈련사가 대신 받았다. 훈련사는 기나코도 기뻐할 것이라면서 '수고많았어. 고마워'라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평범했던 강아지...경찰견에 도전하다 ]

기나코는 2002년 5월에 태어났다. 이름 '기나코'는 일본어 '콩가루'를 뜻하다. 머리털 색깔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줬다. 품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암컷이었다. 리트리버 종류는 일반적으로 머리가 좋고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친화력이 높고 온순하다. 이 때문에 경찰견이나 장애인 도우미견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기나코는 리트리버로서는 비범한 능력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강아지로서는 평범했다. 후천적 노력에 의해서 경찰견이 됐다. 사람이 아무리 시키려고 해도 개가 본능적으로 거부하면 도우미견이 될 수 없다. 반복되는 훈련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기나코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욱 특별했다.


가가와 현의 마루카메 경찰견 훈련소 출신인데, 2004년부터 무려 6년 연속 시험에서 낙방했다. 평소에는 모의 테스트를 곧잘 통과하는데, 유독 본시험에 약했다. '엉뚱한 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특유의 해맑은 얼굴이 화제가 됐다. 게다가 포기를 몰랐다.


해마다 반복되는 기나코의 유쾌한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았다. TV와 책의 주인공이 됐다. 경찰견 도전기는 '기나코 - 수습 경찰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 6전 7기...'환갑'을 앞두고 경찰견 되다]

2008년 '특별교육대원'에 임명된데 이어, 2010년 7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경찰견이 됐다. 시험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합격 기원 선물이 도착했다.

기나코는 여러 장의 천 가운데 특정 냄새가 나는 것을 골라내는 테스트 등을 무사히 통과했다. 40여 마리의 도전자 중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했다. 8살. 사람으로 비유하면 60살을 앞두고 경찰이 된 셈이다.


기나코는 촉탁 경찰견으로 채용된 뒤, 실종자 수색 현장 등 사건·사고 현장에서 활약했다. 또한 경찰의 마스코트로서 각종 방범 행사와 교육 현장에서도 맹활약했다. 행사장에서 경찰제복을 입고 의젓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경찰의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기여했다.


나이 때문에 2013년 봄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영원한 경찰 마스코트' 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3월 20일, 14살, 사람으로 환산하면 100살 가까운 나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갔다.
가가와 현의 경찰본부의 생활안전부장은 기나코가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귀여운 행동으로 많은 사람에게 친근감을 심어줌으로써, 경찰 마스코트로서 크게 공헌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 은퇴한 경찰견을 기리다 ]

언론도 이례적으로 지면과 방송시간을 할애해 은퇴 경찰견의 마지막 소식을 알렸다. 마이니치 신문은 기나코의 삶과 죽음을 사회면에 보도했다. NHK는 감사장 수여 소식까지 포함해 저녁뉴스 시간대에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일본에서 경찰견의 활동 영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출동건수는 9천여 건에 이른다. 범인 추적과 체포, 인명 구조, 실종자 수색 등 활동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최근엔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는데도 경찰견이 활약하고 있다. 기나코의 사례에서 보듯, 은퇴한 경찰견에 대한 예우와 배려도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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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집념의 경찰견 ‘기나코’의 삶과 죽음
    • 입력 2017-04-09 11:34:34
    특파원 리포트
일본에서 경찰견은 각 경찰본부 등에서 직접 사육하는 '직할 경찰견'과 민간에서 사육하는 '촉탁 경찰견'으로 나눠진다. 촉탁 경찰견 역시 고도의 훈련을 거쳐 일정 기간 단위로 경찰견 업무를 수행한다.

[ 촉탁 경찰견, 사후에 감사장을 받다 ]

최근 일본 가가와 현 경찰본부에서 감사장 수여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범인 검거나 인명 구조에 기여한 일반 시민이 아니었다. 지난달 하순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간 전 촉탁 경찰견 '기나코'가 주인공이었다.


감사장은 기나코의 훈련사가 대신 받았다. 훈련사는 기나코도 기뻐할 것이라면서 '수고많았어. 고마워'라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평범했던 강아지...경찰견에 도전하다 ]

기나코는 2002년 5월에 태어났다. 이름 '기나코'는 일본어 '콩가루'를 뜻하다. 머리털 색깔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줬다. 품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암컷이었다. 리트리버 종류는 일반적으로 머리가 좋고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친화력이 높고 온순하다. 이 때문에 경찰견이나 장애인 도우미견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기나코는 리트리버로서는 비범한 능력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강아지로서는 평범했다. 후천적 노력에 의해서 경찰견이 됐다. 사람이 아무리 시키려고 해도 개가 본능적으로 거부하면 도우미견이 될 수 없다. 반복되는 훈련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 기나코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욱 특별했다.


가가와 현의 마루카메 경찰견 훈련소 출신인데, 2004년부터 무려 6년 연속 시험에서 낙방했다. 평소에는 모의 테스트를 곧잘 통과하는데, 유독 본시험에 약했다. '엉뚱한 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특유의 해맑은 얼굴이 화제가 됐다. 게다가 포기를 몰랐다.


해마다 반복되는 기나코의 유쾌한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감명을 받았다. TV와 책의 주인공이 됐다. 경찰견 도전기는 '기나코 - 수습 경찰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 6전 7기...'환갑'을 앞두고 경찰견 되다]

2008년 '특별교육대원'에 임명된데 이어, 2010년 7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경찰견이 됐다. 시험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합격 기원 선물이 도착했다.

기나코는 여러 장의 천 가운데 특정 냄새가 나는 것을 골라내는 테스트 등을 무사히 통과했다. 40여 마리의 도전자 중에서 성적이 가장 우수했다. 8살. 사람으로 비유하면 60살을 앞두고 경찰이 된 셈이다.


기나코는 촉탁 경찰견으로 채용된 뒤, 실종자 수색 현장 등 사건·사고 현장에서 활약했다. 또한 경찰의 마스코트로서 각종 방범 행사와 교육 현장에서도 맹활약했다. 행사장에서 경찰제복을 입고 의젓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경찰의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기여했다.


나이 때문에 2013년 봄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영원한 경찰 마스코트' 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3월 20일, 14살, 사람으로 환산하면 100살 가까운 나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하늘나라로 갔다.
가가와 현의 경찰본부의 생활안전부장은 기나코가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귀여운 행동으로 많은 사람에게 친근감을 심어줌으로써, 경찰 마스코트로서 크게 공헌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 은퇴한 경찰견을 기리다 ]

언론도 이례적으로 지면과 방송시간을 할애해 은퇴 경찰견의 마지막 소식을 알렸다. 마이니치 신문은 기나코의 삶과 죽음을 사회면에 보도했다. NHK는 감사장 수여 소식까지 포함해 저녁뉴스 시간대에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일본에서 경찰견의 활동 영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출동건수는 9천여 건에 이른다. 범인 추적과 체포, 인명 구조, 실종자 수색 등 활동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최근엔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는데도 경찰견이 활약하고 있다. 기나코의 사례에서 보듯, 은퇴한 경찰견에 대한 예우와 배려도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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