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보험사 직원…알고보니 보험 사기꾼

입력 2017.04.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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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접촉 사고? ...치밀하게 계획된 사고

지난해 9월, 새벽 1시. 깜깜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근처 도로에서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신호를 받고 우회전하던 회색 승용차 한 대가 도로변에 불법 주차돼 있던 흰색 경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회색 승용차 운전자 김 모(54) 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320여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단순 접촉사고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는 계획된 범죄였다. 해당 사고 근처 CCTV에 김 씨가 자신의 회색 차량을 이끌고 사고가 난 우회전 지점을 10번 이상 돌아다닌 장면이 포착됐다. 김 씨가 고의 교통사고를 내기 위해 불법 주정차 돼 있는 차량을 찾아다닌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불법 주차된 차량과 부딪히면 주차 차량에도 일부 과실이 인정돼 보험금을 타낼 수 있는 점을 이용했다.


현직 보험사 직원.... 알고 보니 상습 보험사기꾼

김 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고의 교통사고를 내왔다. 그렇게 받아 낸 보험비는 총 2천여 만원. 길가에 있는 애꿎은 전신주마저 들이받아 일부러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알고 보니 고의사고로 보험금을 타내는 상습 보험 사기꾼이었다.

김 씨는 현직 유명 보험회사의 직원이었다. 10년간 보험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며 해박한 보험 지식을 악용해 온 것. 또한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 직원에게 "갑질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 등 협박을 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보험금보다 9배 이상 많은 돈을 받기도 했다.


해박한 보험 지식에 보험사 직원의 미묘한 심리까지 악용

그렇다면 왜 김 씨의 보험 사기는 이제야 세상에 드러나게 된 걸까. 김 씨는 가입한 보험회사에 블랙리스트로 등록이 돼 있었지만 아무도 김 씨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유는 승진 불이익에 대한 우려였다.

김 씨의 협박을 받은 보험사 직원들은 자신들의 승진이 늦춰질 것을 우려해 보험료를 순순히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보험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보험사 직원들의 심리까지 악용한 것이다.


본인 과실이 있는 사고라도 정황이 의심 간다면 반드시 신고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박정일 조사관은 이같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 교통사고 후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정황이 있으면 꼭 보험사나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불법 주차 등으로 본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고라도 보험사기일 수 있으니 주변 CCTV나 블랙박스 등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전했다. 보험사 또한 경찰, 금융감독원 등과 긴밀히 협조해야 이같은 보험사기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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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 보험사 직원…알고보니 보험 사기꾼
    • 입력 2017-04-10 15:56:25
    취재K
우연한 접촉 사고? ...치밀하게 계획된 사고

지난해 9월, 새벽 1시. 깜깜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 근처 도로에서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신호를 받고 우회전하던 회색 승용차 한 대가 도로변에 불법 주차돼 있던 흰색 경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회색 승용차 운전자 김 모(54) 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320여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단순 접촉사고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는 계획된 범죄였다. 해당 사고 근처 CCTV에 김 씨가 자신의 회색 차량을 이끌고 사고가 난 우회전 지점을 10번 이상 돌아다닌 장면이 포착됐다. 김 씨가 고의 교통사고를 내기 위해 불법 주정차 돼 있는 차량을 찾아다닌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불법 주차된 차량과 부딪히면 주차 차량에도 일부 과실이 인정돼 보험금을 타낼 수 있는 점을 이용했다.


현직 보험사 직원.... 알고 보니 상습 보험사기꾼

김 씨의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고의 교통사고를 내왔다. 그렇게 받아 낸 보험비는 총 2천여 만원. 길가에 있는 애꿎은 전신주마저 들이받아 일부러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알고 보니 고의사고로 보험금을 타내는 상습 보험 사기꾼이었다.

김 씨는 현직 유명 보험회사의 직원이었다. 10년간 보험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며 해박한 보험 지식을 악용해 온 것. 또한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 직원에게 "갑질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 등 협박을 해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보험금보다 9배 이상 많은 돈을 받기도 했다.


해박한 보험 지식에 보험사 직원의 미묘한 심리까지 악용

그렇다면 왜 김 씨의 보험 사기는 이제야 세상에 드러나게 된 걸까. 김 씨는 가입한 보험회사에 블랙리스트로 등록이 돼 있었지만 아무도 김 씨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유는 승진 불이익에 대한 우려였다.

김 씨의 협박을 받은 보험사 직원들은 자신들의 승진이 늦춰질 것을 우려해 보험료를 순순히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보험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보험사 직원들의 심리까지 악용한 것이다.


본인 과실이 있는 사고라도 정황이 의심 간다면 반드시 신고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과 박정일 조사관은 이같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 교통사고 후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정황이 있으면 꼭 보험사나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불법 주차 등으로 본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고라도 보험사기일 수 있으니 주변 CCTV나 블랙박스 등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전했다. 보험사 또한 경찰, 금융감독원 등과 긴밀히 협조해야 이같은 보험사기를 뿌리 뽑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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