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흉기들고 위협…날개 없는 교권추락

입력 2017.04.11 (17:19) 수정 2017.04.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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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 속에 직업으로서 '교사'의 인기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사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매년 수십대 1을 기록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교단에 선 교사들의 기쁨도 잠시, 선생님들은 요즘 급증하는 '교권 침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교감 A 씨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한 남학생의 학부모가 한밤중에 자율학습이 진행 중이던 학교에 찾아와 머리채를 잡고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자 불만을 품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경기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에게 머리를 10여 차례 맞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학생은 수행평가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 벌을 받던 중 화를 참지 못해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같은 해 4월, 충남 서산에서도 한 여교사가 학생을 훈육하던 중 다른 남학생이 욕설하며 던진 책에 맞아 인중이 2cm 정도 찢어져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끔찍한 일을 당한 교사들은 충격으로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거나 심리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같은 교권침해 사례가 10년 전보다 3배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1일 발표한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모두 572건으로, 10년 전인 2006년 179건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접수된 488건에 비해서는 17.2% 늘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100건대였던 교권침해 사례는 2007년 204건으로 200건대를 넘기 시작해, 2012년 335건, 2014년에는 439건을 기록했으며 2009년 한 차례 감소한 이후 7년 넘게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이처럼 교권침해 접수 건수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교권침해 주체별로 보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67건(46.68%) ▲처분권자에 의한 신분피해가 132건(23.08%)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83건(14.51%) ▲학생에 의한 피해가 58건(10.14%) ▲제3자에 의한 피해 32건(5.59%) 순이었습니다.


학부모에게 교권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유형별로는 명예훼손이 82건(30.71%)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 학생지도 관련 80건(29.96%), 학교폭력 조치 관련 58건(21.72%), 학교 안전사고 관련이 47건(17.6%) 순으로 높았습니다.

주로 학생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앞뒤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학교를 찾아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사례가 많았고,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 및 학교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고소하거나 항의하는 사례 등이었습니다.

학생에게 당한 피해 가운데는 폭언과 욕설이 18건(31.03%)으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 13건(22.41%), 교사 폭행이 12건(20.69%), 수업방해 9건(15.52%), 성희롱 6건(10.34%) 순이었습니다.


또 교사가 겪는 부당한 신분피해는 과다한 징계처분, 사직권고, 보직·담임 박탈 등 불합리한 처분이나 수업시간 축소, 수업권 배제 등 교육권 침해 등이었습니다.


학부모에게 칼로 위협을 받았던 교감 A 씨는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그때는 '죽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충격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웠던 A 씨는 일주일간 입원치료 뒤에도 지난달까지 6개월 정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A 씨는 "교권 회복을 위한 정부, 시도 교육청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은 교권 보호를 위한 '교원지위 향상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 제정돼 있지만,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발생하는 폭행과 협박, 명예훼손 등에 대응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고 토로합니다. 피해를 당하고도 가해 학생을 피해 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거나, 가해 학부모에 대해 특별한 조치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교총은 교권 침해행위가 위법한 경우 피해 교사의 요청으로 지도·감독 기관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교권침해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고, 가해 학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교원지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는 노래 가사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에 대한 존경은 점차 사라지고 교사의 권위는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교권 침해가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교사뿐 아니라 결국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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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부모가 흉기들고 위협…날개 없는 교권추락
    • 입력 2017-04-11 17:19:28
    • 수정2017-04-11 17:29:26
    취재K
청년 취업난 속에 직업으로서 '교사'의 인기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교사 임용시험의 경쟁률은 매년 수십대 1을 기록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교단에 선 교사들의 기쁨도 잠시, 선생님들은 요즘 급증하는 '교권 침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교감 A 씨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한 남학생의 학부모가 한밤중에 자율학습이 진행 중이던 학교에 찾아와 머리채를 잡고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자 불만을 품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경기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에게 머리를 10여 차례 맞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학생은 수행평가 과제를 제출하지 않아 벌을 받던 중 화를 참지 못해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같은 해 4월, 충남 서산에서도 한 여교사가 학생을 훈육하던 중 다른 남학생이 욕설하며 던진 책에 맞아 인중이 2cm 정도 찢어져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끔찍한 일을 당한 교사들은 충격으로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거나 심리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 같은 교권침해 사례가 10년 전보다 3배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1일 발표한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모두 572건으로, 10년 전인 2006년 179건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접수된 488건에 비해서는 17.2% 늘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100건대였던 교권침해 사례는 2007년 204건으로 200건대를 넘기 시작해, 2012년 335건, 2014년에는 439건을 기록했으며 2009년 한 차례 감소한 이후 7년 넘게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이처럼 교권침해 접수 건수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교권침해 주체별로 보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67건(46.68%) ▲처분권자에 의한 신분피해가 132건(23.08%)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83건(14.51%) ▲학생에 의한 피해가 58건(10.14%) ▲제3자에 의한 피해 32건(5.59%) 순이었습니다. 학부모에게 교권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는데, 유형별로는 명예훼손이 82건(30.71%)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 학생지도 관련 80건(29.96%), 학교폭력 조치 관련 58건(21.72%), 학교 안전사고 관련이 47건(17.6%) 순으로 높았습니다. 주로 학생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앞뒤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학교를 찾아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사례가 많았고,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 및 학교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고소하거나 항의하는 사례 등이었습니다. 학생에게 당한 피해 가운데는 폭언과 욕설이 18건(31.03%)으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 13건(22.41%), 교사 폭행이 12건(20.69%), 수업방해 9건(15.52%), 성희롱 6건(10.34%) 순이었습니다. 또 교사가 겪는 부당한 신분피해는 과다한 징계처분, 사직권고, 보직·담임 박탈 등 불합리한 처분이나 수업시간 축소, 수업권 배제 등 교육권 침해 등이었습니다. 학부모에게 칼로 위협을 받았던 교감 A 씨는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그때는 '죽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충격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웠던 A 씨는 일주일간 입원치료 뒤에도 지난달까지 6개월 정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A 씨는 "교권 회복을 위한 정부, 시도 교육청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은 교권 보호를 위한 '교원지위 향상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 제정돼 있지만,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발생하는 폭행과 협박, 명예훼손 등에 대응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고 토로합니다. 피해를 당하고도 가해 학생을 피해 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거나, 가해 학부모에 대해 특별한 조치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교총은 교권 침해행위가 위법한 경우 피해 교사의 요청으로 지도·감독 기관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교권침해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고, 가해 학부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교원지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는 노래 가사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에 대한 존경은 점차 사라지고 교사의 권위는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교권 침해가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교사뿐 아니라 결국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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