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16년 옥살이에 15억 배상…중국의 공권력 남용

입력 2017.04.1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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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인 지난 2000년 7월, 중국 중동부 안후이 성의 양더우 씨는 공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같이 살던 장모가 방 침대에서 목이 졸려 숨져 있었고 양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위인 양더우 씨를 장모 살해 용의자로 지목하고 구속한다.


양더우 씨가 외지로 돈을 벌러 나간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장모를 원망했고, 양 씨가 새로 여자 친구를 사귄다는 말에 장모와 언쟁을 자주 해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그러나 범행을 입증할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양 씨는 일관되게 무죄임을 주장했는데도 경찰은 양 씨를 재판에 넘겼다. 5일 후에 구속 소식을 들은 양 씨의 형이 경찰서로 찾아 갔지만 면회를 할 수 없었고, 경찰은 양 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말한다.

법원 또한 경찰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 씨의 살인죄를 인정했고, 최고형인 사형 바로 아래 단계인 사형 집행 유예 선고를 내렸다. 양 씨는 교도소에서도 계속 결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01년 교도소에서 재심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양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무원과 인권단체 등에 무려 5천여 차례에 걸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2015년 최고법원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죄가 내려진 것을 발견하고 다시 재심을 진행했다. 결국 경찰의 조서가 모두 조작됐음이 드러났고 ,양 씨는 수감 생활 16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그리고 공권력 남용과 가혹행위에 대한 민사배상을 청구해 최근 890만 위안, 우리 돈 15억 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중국에서 억울한 수감으로 인한 배상액으로는 최고액이다. 그러나 16년 만에 다시 찾은 고향은 너무나도 변해 당시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이웃들에게 자신은 여전히 살인자였다.


참 억울한 일이지만 중국에서 이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체가 살아 돌아온 '자오쭤하이' 사건.

중국 허난성 상추시의 농민 58살 자오쭤하이의 비극은 1998년 이웃 자오전샹이 행방불명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자오쭤하이가 자오전샹과 같은 여인을 좋아해 다툰 적이 있고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자오전샹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했다.

이후 근처 우물에서 목과 다리가 없는 주검이 발견되자 경찰은 그 시신이 자오전샹이라며 자오쭤하이를 범인으로 몰았다. 자오는 부인했지만 계속되는 물고문에 살인범이라는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오는 사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11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죽었던' 자오전샹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오쭤하이는 열흘 뒤 무죄로 석방됐지만, 그동안 부인은 그와 이혼한 뒤 재혼했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버렸다.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근대 형법상의 기본 원칙인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가 중국에서는 2007년에야 도입이 됐다. 그 이전에는 심증과 자백만 있으면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그리고 무소불위의 공권력에 인권은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다.

2013년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이 되면서 강조한 것이 '법치주의'였다. 그러면서 '법의 심판'에 따라 부정부패 공무원들의 숙청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억울한 사례들이 중국 매체에 보도되고 배상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민법 총칙이 올해 처음 제정됐고 중국 젊은 법률가들의 수준도 높아져 민사 법률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형사법 체계의 적용은 국가 권력의 강압과 공권력의 남용 사례들 때문에 여전히 중국을 통제 국가로 인식하게 한다.

특히 최근 일사분란하게 이뤄지고 있는 사드 보복 사례와 이에 대한 법 집행 사례는 중국이 말하는 법치주의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 입맛에 맞게 적용하는' 법치주의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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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16년 옥살이에 15억 배상…중국의 공권력 남용
    • 입력 2017-04-12 13:49:22
    특파원 리포트
17년 전인 지난 2000년 7월, 중국 중동부 안후이 성의 양더우 씨는 공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같이 살던 장모가 방 침대에서 목이 졸려 숨져 있었고 양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위인 양더우 씨를 장모 살해 용의자로 지목하고 구속한다.


양더우 씨가 외지로 돈을 벌러 나간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장모를 원망했고, 양 씨가 새로 여자 친구를 사귄다는 말에 장모와 언쟁을 자주 해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그러나 범행을 입증할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양 씨는 일관되게 무죄임을 주장했는데도 경찰은 양 씨를 재판에 넘겼다. 5일 후에 구속 소식을 들은 양 씨의 형이 경찰서로 찾아 갔지만 면회를 할 수 없었고, 경찰은 양 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말한다.

법원 또한 경찰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양 씨의 살인죄를 인정했고, 최고형인 사형 바로 아래 단계인 사형 집행 유예 선고를 내렸다. 양 씨는 교도소에서도 계속 결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01년 교도소에서 재심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양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무원과 인권단체 등에 무려 5천여 차례에 걸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2015년 최고법원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죄가 내려진 것을 발견하고 다시 재심을 진행했다. 결국 경찰의 조서가 모두 조작됐음이 드러났고 ,양 씨는 수감 생활 16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그리고 공권력 남용과 가혹행위에 대한 민사배상을 청구해 최근 890만 위안, 우리 돈 15억 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중국에서 억울한 수감으로 인한 배상액으로는 최고액이다. 그러나 16년 만에 다시 찾은 고향은 너무나도 변해 당시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이웃들에게 자신은 여전히 살인자였다.


참 억울한 일이지만 중국에서 이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체가 살아 돌아온 '자오쭤하이' 사건.

중국 허난성 상추시의 농민 58살 자오쭤하이의 비극은 1998년 이웃 자오전샹이 행방불명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자오쭤하이가 자오전샹과 같은 여인을 좋아해 다툰 적이 있고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자오전샹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했다.

이후 근처 우물에서 목과 다리가 없는 주검이 발견되자 경찰은 그 시신이 자오전샹이라며 자오쭤하이를 범인으로 몰았다. 자오는 부인했지만 계속되는 물고문에 살인범이라는 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자오는 사형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11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죽었던' 자오전샹이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자오쭤하이는 열흘 뒤 무죄로 석방됐지만, 그동안 부인은 그와 이혼한 뒤 재혼했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버렸다.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근대 형법상의 기본 원칙인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가 중국에서는 2007년에야 도입이 됐다. 그 이전에는 심증과 자백만 있으면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그리고 무소불위의 공권력에 인권은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다.

2013년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이 되면서 강조한 것이 '법치주의'였다. 그러면서 '법의 심판'에 따라 부정부패 공무원들의 숙청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억울한 사례들이 중국 매체에 보도되고 배상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민법 총칙이 올해 처음 제정됐고 중국 젊은 법률가들의 수준도 높아져 민사 법률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형사법 체계의 적용은 국가 권력의 강압과 공권력의 남용 사례들 때문에 여전히 중국을 통제 국가로 인식하게 한다.

특히 최근 일사분란하게 이뤄지고 있는 사드 보복 사례와 이에 대한 법 집행 사례는 중국이 말하는 법치주의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 입맛에 맞게 적용하는' 법치주의 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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