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핵무기 3개만 있어도 북한 대화 응할 것”…발언 속내는?

입력 2017.04.1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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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6년 10월 주한미군 장성 출신인 에드워드 라우니(Edward Rowny)가 레이건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해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당시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 간의 냉전이 절정에 이르러 미국과 소련 양국은 핵무기 감축을 놓고 포괄군축협상을 벌이던 때였는데요.

라우니 특사는 당시 미·소가 합의한 협상 결과를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설명하기 위해 방한했습니다.

라우니 특사는 이 자리에서 전 대통령에게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 계획을 설명했고, 전 대통령은 SDI를 지지하며 미국의 계획이 성공하기 바란다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면담 말미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이 SDI를 개발하면 대 소련 협상이 잘되고, 우리 한국에도 핵무기 3개만 있으면 - 물론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 -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해오는 원리와 같은 것"이라고요.


또 면담 앞부분에는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 깊은 지식이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왜 했을까. 발언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초 '힘의 우위에 의한 평화'를 천명한 바 있는데 그런 정책이 적중해 소련이 군축협상에 응해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공산주의자는 약점이 없으면 절대로 협상에 응해오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이런 내용들은 외교부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1986년 전후 생산) 23만여 쪽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런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진행됐던 핵 개발 계획이 중단된 데 대한 아쉬움과, 핵무기가 없어 남북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 1986년 당시에는 '팀스피릿'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로 북한이 반발하면서 남북 간에는 대화가 중단되고 군사적인 긴장감이 높아가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때로는 힘의 우위를 앞세워 윽박지르기도 해야 할텐데,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보니 푸념처럼 나온 말이 아닌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세상에 알려진대로 전두환은 이미 정권 초에 핵 개발을 포기한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도 "독자적인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무모한 일이었다"고 썼는데요.


핵무기를 만들 기술이 있어도 핵실험을 할 곳이 없고, 괜히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미국이 등 돌려 한미 동맹이 끊어지고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해 경제가 파탄날까봐 내린 결정이라는 겁니다.

'쿠데타 집권으로 정당성이 취약했던 전두환 정권이 미국한테 인정 받기 위해 핵개발 포기 약속을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세월은 흘러 북한은 지난해만 해도 2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2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한반도에는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당장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통일한국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것만 해도 전쟁억제 효과는 충분하다'는 주장 등이 지금도 대립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분단국가이자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대한민국에게 핵개발 추진 여부는 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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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핵무기 3개만 있어도 북한 대화 응할 것”…발언 속내는?
    • 입력 2017-04-12 16:07:57
    취재후·사건후
지난 1986년 10월 주한미군 장성 출신인 에드워드 라우니(Edward Rowny)가 레이건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해 청와대를 찾았습니다.


당시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 간의 냉전이 절정에 이르러 미국과 소련 양국은 핵무기 감축을 놓고 포괄군축협상을 벌이던 때였는데요.

라우니 특사는 당시 미·소가 합의한 협상 결과를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설명하기 위해 방한했습니다.

라우니 특사는 이 자리에서 전 대통령에게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 계획을 설명했고, 전 대통령은 SDI를 지지하며 미국의 계획이 성공하기 바란다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면담 말미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미국이 SDI를 개발하면 대 소련 협상이 잘되고, 우리 한국에도 핵무기 3개만 있으면 - 물론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 - 북한이 남북대화에 응해오는 원리와 같은 것"이라고요.


또 면담 앞부분에는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 깊은 지식이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왜 했을까. 발언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초 '힘의 우위에 의한 평화'를 천명한 바 있는데 그런 정책이 적중해 소련이 군축협상에 응해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공산주의자는 약점이 없으면 절대로 협상에 응해오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이런 내용들은 외교부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1986년 전후 생산) 23만여 쪽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런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진행됐던 핵 개발 계획이 중단된 데 대한 아쉬움과, 핵무기가 없어 남북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 1986년 당시에는 '팀스피릿'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로 북한이 반발하면서 남북 간에는 대화가 중단되고 군사적인 긴장감이 높아가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때로는 힘의 우위를 앞세워 윽박지르기도 해야 할텐데,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보니 푸념처럼 나온 말이 아닌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세상에 알려진대로 전두환은 이미 정권 초에 핵 개발을 포기한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도 "독자적인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무모한 일이었다"고 썼는데요.


핵무기를 만들 기술이 있어도 핵실험을 할 곳이 없고, 괜히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미국이 등 돌려 한미 동맹이 끊어지고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해 경제가 파탄날까봐 내린 결정이라는 겁니다.

'쿠데타 집권으로 정당성이 취약했던 전두환 정권이 미국한테 인정 받기 위해 핵개발 포기 약속을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세월은 흘러 북한은 지난해만 해도 2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2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고 한반도에는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당장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통일한국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스스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는 것만 해도 전쟁억제 효과는 충분하다'는 주장 등이 지금도 대립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분단국가이자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대한민국에게 핵개발 추진 여부는 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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