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 오세요”…일본 구인난 심각

입력 2017.04.13 (08:01) 수정 2017.04.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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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 일자리가 남아돈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없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유효구인배율'(2016년)은 1.43배로 나타났다. 유효구인배율이란 전국 공공직업안정소에 신청된 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수치가 1을 넘으면 구직자가 회사를 골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유효구인배율이 1.43배인 일본은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가 143개가 있다는 것으로, 43개 회사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고용의 선행지표가 되는 신규 구인 배율은 1.18배를 기록해서 25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지금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일본의 평균 물가도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해 진통을 앓고 있는데, 왜 일본은 유독 일할 사람이 없는 걸까.

'고령화'로 일할 젊은이들 부족

첫 번째 구인난 이유는 '고령화'다. 노인들이 증가하는 데 비해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의 수가 줄어들다 보니,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에서 구인난이 더 심각해졌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운반 회사들은 5월 22일 출하분부터 운반 가격을 10% 올리겠다고 밝혔다. 체력 부담이 큰 운반 업무를 할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사는 고령화되고 있는데 일할 젊은이들이 없어서 운반비용은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택배회사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최대 택배 업체인 '야마토 운수(ヤマト運輸)'는 배송망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배송망을 점점 줄여 '당일 배송' 서비스는 사라질 전망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임상훈 기자는 "구인난과 물가상승과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젊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구인난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물가도 함께 올라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청년들 "정규직 필요 없어요"


일본이 구인난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일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20년간 경제 장기 침체로 젊은이들의 의욕이 많이 저하된 데다가, 최저임금이 높고 비정규직 시스템이 잘 돼 있다 보니 젊은이들이 굳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일본의 비정규직 시급은 한국 최저임금(6,470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일본 구인대행업체 인텔리전스가 조사한 일본의 전국 평균 시급(2016년 기준)은 약 1003엔(한화 약 10,835원)이다. 이는 1년 전보다 2.6% 증가한 금액으로 2002년 조사를 시작한 뒤 전국 평균이 천엔 대로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일본의 이삿짐 업체는 평균 1,300엔, 콜센터는 평균 1,200엔으로 1년 새 시급이 5.6%까지도 오르고 있는 상황으로 일본식 술집 선술집 점원도 10,800원 정도를 번다. 2002년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고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채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정규직뿐만 아니라 시간제 노동자들의 임금도 계속 올라갔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미혼, 비혼'의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필요한 돈 이상을 벌 필요가 없다'며 '비정규직 시급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개인 시간을 늘리고 질적인 삶을 살려는 일본 젊은이들의 세태다.

일본 기업, 한국 젊은이들 선호


요즘 일본 기업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인기다. 빅커뮤니케이션 전민기 팀장은 "그동안 경기 침체로 일본 젊은이들의 의욕 자체가 많이 꺾여 있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선호하는 일본 회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 증권의 한 취업담당자는 "한국인들에게는 투쟁의식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임 기자는 "일본 젊은이들에 비해 한국 청년들이 진취적인 면이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일본 기업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활력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면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인들에게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구직난이 심각해 일하러 오는 외국인들을 차단하는 추세인데, 일본은 정반대 현상이다. 임 기자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한국 젊은이들도 진출할 기회"라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2050년까지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업무시간 단축…변화 꾀하는 기업

일본 기업들의 63.2%가 직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74.7%, 대기업은 56.6%가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인력 구하기가 더 어렵다. 대기업에서 지원 기준을 낮추다 보니 채용인력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가, 중소기업에서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해서 일본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채용과 더불어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 또한 내놓고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채용 방식에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료칸 회사 중 한 곳은 구직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화상 면접으로 대체했다. 어떤 회사는 학점 기준도 아예 없앴다. 졸업예정자나 졸업한 지 2년 이내로 갓 졸업한 사람들만 채용했던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졸업한 지 5년, 10년 된 사람들에게도 지원 기회를 주는 등의 지원 가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학력 기준을 낮췄고 시급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구인난, 긍정적? 부정적?

구직난을 겪고 있는 일본의 상황은 마냥 긍정적인 걸까. 임 기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존재한다"며 "일할 사람이 줄어든 것과 별개로 아베 정권의 아베노믹스 등의 부양책과 공공 분야에 대한 다양한 투자,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계기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긍정적인 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인난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인난 현상이 중소기업이나 작은 회사서 유독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임 기자는 "3D 업종이 어려우므로 그런 업종에서 구인난이 굉장히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아직도 구직난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꼭 원하는 직장을 골라서 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구인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11일(화) KBS 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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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 일자리가 남아돈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없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유효구인배율'(2016년)은 1.43배로 나타났다. 유효구인배율이란 전국 공공직업안정소에 신청된 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수치가 1을 넘으면 구직자가 회사를 골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유효구인배율이 1.43배인 일본은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가 143개가 있다는 것으로, 43개 회사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고용의 선행지표가 되는 신규 구인 배율은 1.18배를 기록해서 25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지금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일본의 평균 물가도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해 진통을 앓고 있는데, 왜 일본은 유독 일할 사람이 없는 걸까.

'고령화'로 일할 젊은이들 부족

첫 번째 구인난 이유는 '고령화'다. 노인들이 증가하는 데 비해 일할 수 있는 청년들의 수가 줄어들다 보니,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에서 구인난이 더 심각해졌다.


실제로 일본의 대형 운반 회사들은 5월 22일 출하분부터 운반 가격을 10% 올리겠다고 밝혔다. 체력 부담이 큰 운반 업무를 할 사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전사는 고령화되고 있는데 일할 젊은이들이 없어서 운반비용은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택배회사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의 최대 택배 업체인 '야마토 운수(ヤマト運輸)'는 배송망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배송망을 점점 줄여 '당일 배송' 서비스는 사라질 전망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임상훈 기자는 "구인난과 물가상승과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젊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구인난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물가도 함께 올라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청년들 "정규직 필요 없어요"


일본이 구인난을 겪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일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20년간 경제 장기 침체로 젊은이들의 의욕이 많이 저하된 데다가, 최저임금이 높고 비정규직 시스템이 잘 돼 있다 보니 젊은이들이 굳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일본의 비정규직 시급은 한국 최저임금(6,470원)의 두 배에 가깝다. 일본 구인대행업체 인텔리전스가 조사한 일본의 전국 평균 시급(2016년 기준)은 약 1003엔(한화 약 10,835원)이다. 이는 1년 전보다 2.6% 증가한 금액으로 2002년 조사를 시작한 뒤 전국 평균이 천엔 대로 올라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일본의 이삿짐 업체는 평균 1,300엔, 콜센터는 평균 1,200엔으로 1년 새 시급이 5.6%까지도 오르고 있는 상황으로 일본식 술집 선술집 점원도 10,800원 정도를 번다. 2002년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고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채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정규직뿐만 아니라 시간제 노동자들의 임금도 계속 올라갔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미혼, 비혼'의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필요한 돈 이상을 벌 필요가 없다'며 '비정규직 시급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개인 시간을 늘리고 질적인 삶을 살려는 일본 젊은이들의 세태다.

일본 기업, 한국 젊은이들 선호


요즘 일본 기업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인기다. 빅커뮤니케이션 전민기 팀장은 "그동안 경기 침체로 일본 젊은이들의 의욕 자체가 많이 꺾여 있기 때문"이라며 "열심히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선호하는 일본 회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 증권의 한 취업담당자는 "한국인들에게는 투쟁의식이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임 기자는 "일본 젊은이들에 비해 한국 청년들이 진취적인 면이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일본 기업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활력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하면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인들에게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구직난이 심각해 일하러 오는 외국인들을 차단하는 추세인데, 일본은 정반대 현상이다. 임 기자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한국 젊은이들도 진출할 기회"라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2050년까지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업무시간 단축…변화 꾀하는 기업

일본 기업들의 63.2%가 직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74.7%, 대기업은 56.6%가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인력 구하기가 더 어렵다. 대기업에서 지원 기준을 낮추다 보니 채용인력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가, 중소기업에서 사람이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타개하기 위해서 일본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채용과 더불어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 또한 내놓고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채용 방식에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료칸 회사 중 한 곳은 구직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화상 면접으로 대체했다. 어떤 회사는 학점 기준도 아예 없앴다. 졸업예정자나 졸업한 지 2년 이내로 갓 졸업한 사람들만 채용했던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졸업한 지 5년, 10년 된 사람들에게도 지원 기회를 주는 등의 지원 가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학력 기준을 낮췄고 시급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구인난, 긍정적? 부정적?

구직난을 겪고 있는 일본의 상황은 마냥 긍정적인 걸까. 임 기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다 존재한다"며 "일할 사람이 줄어든 것과 별개로 아베 정권의 아베노믹스 등의 부양책과 공공 분야에 대한 다양한 투자,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 계기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긍정적인 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인난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인난 현상이 중소기업이나 작은 회사서 유독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임 기자는 "3D 업종이 어려우므로 그런 업종에서 구인난이 굉장히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아직도 구직난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꼭 원하는 직장을 골라서 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구인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11일(화) KBS 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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