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대통령 차량 행렬 막았다고 ‘반역죄’?

입력 2017.04.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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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잠비아 야당 지도자 하카인데 히칠레마(Hakainde Hichilema)가 체포됐다. 반역죄 때문이다. 히칠레마는 수도 루사카(Lusaka)에 있는 자택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 과정에서 최루가스가 살포되고,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고 히칠레마 측은 주장한다.

이 유력 정치인은 왜 반역죄를 뒤집어쓰게 됐을까?

대통령 차량 행렬 막았다고 반역죄?

지난 11일 야당 지도자 하카인데 히칠레마 차량 행렬이 에드가 룽구 대통령의 호송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제공 : BBC)지난 11일 야당 지도자 하카인데 히칠레마 차량 행렬이 에드가 룽구 대통령의 호송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제공 : BBC)

사건은 지난 9일 벌어졌다. 에드가 룽구(Edgar Lungu) 대통령 차량 행렬은 잠비아 서부에 있는 몽구스(Mongus)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동 중 문제가 생겼다. 히칠레마와 지지자들의 차량 행진이 본의 아니게 대통령 차량을 가로막은 것이다. 대통령을 호송하던 경찰은 사이렌까지 울리며 히칠레마 측에 길을 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히칠레마 측은 이 명령을 거부했다. 지지자들까지 합세해 대통령과 경찰을 비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경찰은 이 사건 직후 히칠레마에게 반역죄를 적용했다. 잠비아에서 반역죄는 최소 징역 15년 이상, 최대 사형까지 집행할 수 있다. 경찰은 "히칠레마는 대통령 호송대에 길을 내어주라는 명령을 무시해 대통령 신변을 위협했다"고 혐의 내용을 밝혔다.

'반역죄'로 표면화 된 정치 갈등

2016년 8월 총선거에서 룽구 대통령은 히칠레마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2016년 8월 총선거에서 룽구 대통령은 히칠레마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히칠레마는 룽구 대통령의 '정적'이다. 둘은 지난해 8월 실시된 총선거에서 대선 후보로 맞붙은 바 있다. 전체 표 가운데 50.35%를 얻은 룽구 대통령이 47.63%를 얻은 히칠레마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장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근소한 차로 2등이 된 데 대한 분풀이만은 아니었다. 룽구 정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 세금 체납으로 일시 폐쇄되는가 하면, 야당 부통령 후보는 폭탄을 소지했다는 혐의를 받아 긴급체포됐다. 선거 열기 과열을 이유로 수도 루사카 등 일부 지역에서 열흘간 유세가 금지되기도 했다.

당시 룽구 정부는 물가 폭등과 실업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정권 교체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벌어진 갖가지 선거 방해는 이후 선거 불복의 정당성을 마련해줬다. 고작 차량 행렬 추월 문제가 이렇게까지 큰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다.

"대통령 신변을 위협했다"는 경찰 측 주장에 대해 히칠레마 측은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히칠레마는 보석금을 낸 뒤 풀려난 상태다. 반역죄가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 듯하다. 하지만 4년 이상 남은 룽구 대통령의 임기 동안 어떤 식으로 더 갈등이 빚어질지는 가늠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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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대통령 차량 행렬 막았다고 ‘반역죄’?
    • 입력 2017-04-13 10:29:37
    특파원 리포트
지난 11일 잠비아 야당 지도자 하카인데 히칠레마(Hakainde Hichilema)가 체포됐다. 반역죄 때문이다. 히칠레마는 수도 루사카(Lusaka)에 있는 자택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체포 과정에서 최루가스가 살포되고,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고 히칠레마 측은 주장한다.

이 유력 정치인은 왜 반역죄를 뒤집어쓰게 됐을까?

대통령 차량 행렬 막았다고 반역죄?

지난 11일 야당 지도자 하카인데 히칠레마 차량 행렬이 에드가 룽구 대통령의 호송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제공 : BBC)
사건은 지난 9일 벌어졌다. 에드가 룽구(Edgar Lungu) 대통령 차량 행렬은 잠비아 서부에 있는 몽구스(Mongus)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동 중 문제가 생겼다. 히칠레마와 지지자들의 차량 행진이 본의 아니게 대통령 차량을 가로막은 것이다. 대통령을 호송하던 경찰은 사이렌까지 울리며 히칠레마 측에 길을 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히칠레마 측은 이 명령을 거부했다. 지지자들까지 합세해 대통령과 경찰을 비난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경찰은 이 사건 직후 히칠레마에게 반역죄를 적용했다. 잠비아에서 반역죄는 최소 징역 15년 이상, 최대 사형까지 집행할 수 있다. 경찰은 "히칠레마는 대통령 호송대에 길을 내어주라는 명령을 무시해 대통령 신변을 위협했다"고 혐의 내용을 밝혔다.

'반역죄'로 표면화 된 정치 갈등

2016년 8월 총선거에서 룽구 대통령은 히칠레마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히칠레마는 룽구 대통령의 '정적'이다. 둘은 지난해 8월 실시된 총선거에서 대선 후보로 맞붙은 바 있다. 전체 표 가운데 50.35%를 얻은 룽구 대통령이 47.63%를 얻은 히칠레마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당장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됐다. 근소한 차로 2등이 된 데 대한 분풀이만은 아니었다. 룽구 정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증거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 세금 체납으로 일시 폐쇄되는가 하면, 야당 부통령 후보는 폭탄을 소지했다는 혐의를 받아 긴급체포됐다. 선거 열기 과열을 이유로 수도 루사카 등 일부 지역에서 열흘간 유세가 금지되기도 했다.

당시 룽구 정부는 물가 폭등과 실업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정권 교체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벌어진 갖가지 선거 방해는 이후 선거 불복의 정당성을 마련해줬다. 고작 차량 행렬 추월 문제가 이렇게까지 큰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다.

"대통령 신변을 위협했다"는 경찰 측 주장에 대해 히칠레마 측은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히칠레마는 보석금을 낸 뒤 풀려난 상태다. 반역죄가 보석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마무리 듯하다. 하지만 4년 이상 남은 룽구 대통령의 임기 동안 어떤 식으로 더 갈등이 빚어질지는 가늠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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