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광풍’…주한 외국인들까지 “고민”

입력 2017.04.14 (11:14) 수정 2017.04.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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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합계출산율 1.17명. 대한민국은 16년째 초저출산 국가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뭘까.

2012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양육·교육비 부담'을 꼽은 사람들이 60.2%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자녀 한 명을 대학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약 4억 원이다. 양육비와 교육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사교육비다.


한국 사회에는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건 학력·학벌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차별'로 '학력·학벌'이 29.6%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동성애,외모는 그 다음이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생 40% 이상이 취업하지 못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30% 이상이 고졸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0년 넘게 투자한 사교육의 결과가 이렇다니 청년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모두 허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안정되고 성공된 삶을 보장받는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한국의 학생들은 여전히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 부모, "한국서 애 키우기 힘들어요"


외국 부모들조차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가장 힘든 이유로 '사교육'을 꼽는다. 러시아에서 온 이나 마스로바 씨는 사교육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러시아와 전혀 다른 한국의 교육환경으로 인해 사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글씨를 잘 못 쓰고, 한글도 잘 읽지 못해요. 그래서 지금 사교육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에 빠져서 다크써클이 내려가고 있어요."


일본에서 온 혼마 씨도 한국의 사교육 열풍이 이해 되지 않는다. 현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크기를 원해서 최소한의 사교육인 학습지만 시키고 있지만, 한국 엄마들의 뜨거운 교육열 때문에 사교육을 시켜야 할지 갈등하고 있다. "일본에서 아이를 키웠으면 학습지도 많이 안 할 것 같아요. 하지만(한국은) 학력사회다 보니까 대학 가면 취직할 수 있는 직장도 많아지고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니까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아요."

사교육 굴레에 빠진 대한민국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저녁 시간에도 학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학원 차 안에서도 시간을 아끼며 학원 숙제를 한다.


조 교수는 40대 아버지들에게 한국의 뜨거운 사교육 열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버지들은 "사교육 지출 비용이 자신의 수입의 20%가 넘는다"는 의견부터 "사교육 때문에 자녀 계획을 수정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아버지들은 사교육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 김정혁 씨는 사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를 "사교육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사교육이 뭔가 플러스 알파가 된다는 것을 수요 소비자인 부모가 느끼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일본 5년제 고등학교, 취업률 100%?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과 사교육 문제를 고민해온 나라다. 일본 사회는 저출산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전문대가 합쳐진 독특한 형태의 공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전역 51곳에 5년제 고등전문학교가 설립돼있으며,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전문대 수준의 이론과 기술을 배운다. 5년의 교과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은 전문기술자로 성장해 매년 100%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도쿄공업 고등전문학교 기계공학과 5학년인 마에모토 다이이치 씨는 자신의 모교에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고등전문학교는 다른 학교 등과 비교해서 취업률이 높고,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어요. 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장래에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거로 생각해서 고등전문학교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 누구든 유치원비 무료!


1989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7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최근 합계출산율은 2.08 (2016년 기준)까지 회복했다. 프랑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자녀 생활비, 학비, 가족수당 지원 등 각종 출산 지원책을 마련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철학에 따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유치원 원장 얀 비니 씨는 "부모님의 수입과 상관없이 유치원비는 무료"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부모들의 자녀 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14일(금) 밤 10시 '명견만리-탈출! 인구절벽 – 사교육 거품을 걷어라!'에서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출연해 인구학점 관점에서 인구절벽의 원인과 다가올 미래에 대해 알아보고,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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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4 11:14:24
    • 수정2017-04-14 11:16:53
    사회
2016년 합계출산율 1.17명. 대한민국은 16년째 초저출산 국가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뭘까.

2012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양육·교육비 부담'을 꼽은 사람들이 60.2%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자녀 한 명을 대학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약 4억 원이다. 양육비와 교육비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사교육비다.


한국 사회에는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건 학력·학벌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차별'로 '학력·학벌'이 29.6%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동성애,외모는 그 다음이다.


하지만 이렇게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불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생 40% 이상이 취업하지 못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30% 이상이 고졸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0년 넘게 투자한 사교육의 결과가 이렇다니 청년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모두 허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안정되고 성공된 삶을 보장받는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한국의 학생들은 여전히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 부모, "한국서 애 키우기 힘들어요"


외국 부모들조차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가장 힘든 이유로 '사교육'을 꼽는다. 러시아에서 온 이나 마스로바 씨는 사교육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러시아와 전혀 다른 한국의 교육환경으로 인해 사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글씨를 잘 못 쓰고, 한글도 잘 읽지 못해요. 그래서 지금 사교육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에 빠져서 다크써클이 내려가고 있어요."


일본에서 온 혼마 씨도 한국의 사교육 열풍이 이해 되지 않는다. 현재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크기를 원해서 최소한의 사교육인 학습지만 시키고 있지만, 한국 엄마들의 뜨거운 교육열 때문에 사교육을 시켜야 할지 갈등하고 있다. "일본에서 아이를 키웠으면 학습지도 많이 안 할 것 같아요. 하지만(한국은) 학력사회다 보니까 대학 가면 취직할 수 있는 직장도 많아지고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니까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아요."

사교육 굴레에 빠진 대한민국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저녁 시간에도 학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학원 차 안에서도 시간을 아끼며 학원 숙제를 한다.


조 교수는 40대 아버지들에게 한국의 뜨거운 사교육 열풍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아버지들은 "사교육 지출 비용이 자신의 수입의 20%가 넘는다"는 의견부터 "사교육 때문에 자녀 계획을 수정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아버지들은 사교육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 김정혁 씨는 사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를 "사교육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사교육이 뭔가 플러스 알파가 된다는 것을 수요 소비자인 부모가 느끼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일본 5년제 고등학교, 취업률 100%?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과 사교육 문제를 고민해온 나라다. 일본 사회는 저출산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전문대가 합쳐진 독특한 형태의 공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전역 51곳에 5년제 고등전문학교가 설립돼있으며,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전문대 수준의 이론과 기술을 배운다. 5년의 교과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은 전문기술자로 성장해 매년 100%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도쿄공업 고등전문학교 기계공학과 5학년인 마에모토 다이이치 씨는 자신의 모교에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고등전문학교는 다른 학교 등과 비교해서 취업률이 높고,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어요. 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장래에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거로 생각해서 고등전문학교로 결정했습니다."

프랑스, 누구든 유치원비 무료!


1989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7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최근 합계출산율은 2.08 (2016년 기준)까지 회복했다. 프랑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자녀 생활비, 학비, 가족수당 지원 등 각종 출산 지원책을 마련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철학에 따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유치원 원장 얀 비니 씨는 "부모님의 수입과 상관없이 유치원비는 무료"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부모들의 자녀 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14일(금) 밤 10시 '명견만리-탈출! 인구절벽 – 사교육 거품을 걷어라!'에서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출연해 인구학점 관점에서 인구절벽의 원인과 다가올 미래에 대해 알아보고,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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