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공포의 2번타자’…한국 야구는?

입력 2017.04.16 (09:01) 수정 2017.04.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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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의 외국인 타자 페구에로가 현지 팬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페구에로는 현재 퍼시픽 리그 타율 7위(3할 4푼 4리, 이하 14일 기준)에 홈런 공동 1위(4개)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페구에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페구에로가 '공포의 2번 타자'이기 때문이다.

라쿠텐 나시다 마사타카 감독은 페구에로를 개막 이래 줄곧 2번 타자로 출전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한일 프로야구에서 2번 타자는 1번 타자와 이른바 클린업 트리오(3-4-5번)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희생번트 등 뛰어난 작전 수행능력을 갖춘 선수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홈런을 연신 쳐내고 있는 강타자를 계속 2번에 배치하는 것은 타순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국보다 더 심한 일본 야구에선 상당히 드문 일이다. 애초에 강타자를 3-4-5번에 배치하는 클린업 트리오란 단어도 일본야구에서 넘어온 말이다.

결과적으로 라쿠텐의 모험은 시즌 초반 성공적이다. 2013년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와 함께한 우승 이후 3년 연속 B 클래스(4위 이하)에 머물렀던 라쿠텐은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선 2번 타자 홈런왕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지 기대도 모으고 있다.

마이크 트라웃은 2014년 대부분 2번 타자로 나와 MVP를 차지했다.마이크 트라웃은 2014년 대부분 2번 타자로 나와 MVP를 차지했다.

강한 2번 타자…미국에선 이미 정설

2번 타자에 타격이 강한 타자를 배치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선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2번 타자는 1번 타자 다음으로 타석에 많이 들어선다. 강한 타자가 한 번이라도 많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메이저리그 타순별 OPS를 보면 이러한 원칙이 잘 드러난다. OPS가 가장 높은 타순은 3번 타자(0.812)였다. 2위는 4번 타자(0.796)였으며 2번 타자는 3위(0.751)였다. 한국에선 장타력이 높은 타자들이 많이 배치된 5번 타자보다 2번 타자의 OPS가 더 높았다.

두 차례나 아메리칸 리그 MVP에 뽑히며 최고의 강타자로 활약한 마이크 트라웃(LA에인절스)이 대표적이다. MVP를 받았던 2014년 트라웃은 157경기 가운데 155경기를 2번 타자로 출전했다. 2015년 아메리칸 리그 MVP 조시 도날드슨도 마찬가지다. 도날드슨은 토론토에서 주로 2번 타자였다.

2016년 2번 타자의 OPS는 전체 타순 중 6위에 불과했다.2016년 2번 타자의 OPS는 전체 타순 중 6위에 불과했다.

KBO에도 부는 강한 2번 바람…아직은 정착기

사실 KBO에도 강한 2번 타자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특히, 올해는 LG 오지환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지환은 올 시즌 2번 타자로 가장 많이 출전하면서 타율 0.350에 홈런 2개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전에도 KIA 김기태 감독이 나지완을 2번으로 배치하는 등 강한 KBO에도 강한 2번 타자를 실험한 적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아직 KBO에 이러한 타순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KBO의 2번 타순 OPS는 0.782로 전체 9개 타순 중 6위에 불과했다. 강한 2번 타자가 많아진 것 같지만, 수치상으론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아직은 감독들이 보내기 번트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2번 타자'상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통계적인 효율성은 리그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현장의 의견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타고투저가 강했던 2016년 보내기 번트의 효율은 그 어느 때보다 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의 2번' 페구에로의 활약은 흥미롭다. 포지션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더 강한 일본야구 아닌가. 페구에로가 정말로 홈런왕이라도 차지하는 날엔 KBO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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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일 ‘공포의 2번타자’…한국 야구는?
    • 입력 2017-04-16 09:01:19
    • 수정2017-04-16 09:07:11
    취재K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의 외국인 타자 페구에로가 현지 팬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페구에로는 현재 퍼시픽 리그 타율 7위(3할 4푼 4리, 이하 14일 기준)에 홈런 공동 1위(4개)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페구에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페구에로가 '공포의 2번 타자'이기 때문이다.

라쿠텐 나시다 마사타카 감독은 페구에로를 개막 이래 줄곧 2번 타자로 출전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한일 프로야구에서 2번 타자는 1번 타자와 이른바 클린업 트리오(3-4-5번)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희생번트 등 뛰어난 작전 수행능력을 갖춘 선수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홈런을 연신 쳐내고 있는 강타자를 계속 2번에 배치하는 것은 타순에 대한 고정관념이 한국보다 더 심한 일본 야구에선 상당히 드문 일이다. 애초에 강타자를 3-4-5번에 배치하는 클린업 트리오란 단어도 일본야구에서 넘어온 말이다.

결과적으로 라쿠텐의 모험은 시즌 초반 성공적이다. 2013년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와 함께한 우승 이후 3년 연속 B 클래스(4위 이하)에 머물렀던 라쿠텐은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선 2번 타자 홈런왕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지 기대도 모으고 있다.

마이크 트라웃은 2014년 대부분 2번 타자로 나와 MVP를 차지했다.
강한 2번 타자…미국에선 이미 정설

2번 타자에 타격이 강한 타자를 배치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선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2번 타자는 1번 타자 다음으로 타석에 많이 들어선다. 강한 타자가 한 번이라도 많은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메이저리그 타순별 OPS를 보면 이러한 원칙이 잘 드러난다. OPS가 가장 높은 타순은 3번 타자(0.812)였다. 2위는 4번 타자(0.796)였으며 2번 타자는 3위(0.751)였다. 한국에선 장타력이 높은 타자들이 많이 배치된 5번 타자보다 2번 타자의 OPS가 더 높았다.

두 차례나 아메리칸 리그 MVP에 뽑히며 최고의 강타자로 활약한 마이크 트라웃(LA에인절스)이 대표적이다. MVP를 받았던 2014년 트라웃은 157경기 가운데 155경기를 2번 타자로 출전했다. 2015년 아메리칸 리그 MVP 조시 도날드슨도 마찬가지다. 도날드슨은 토론토에서 주로 2번 타자였다.

2016년 2번 타자의 OPS는 전체 타순 중 6위에 불과했다.
KBO에도 부는 강한 2번 바람…아직은 정착기

사실 KBO에도 강한 2번 타자 바람은 이미 불고 있다. 특히, 올해는 LG 오지환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지환은 올 시즌 2번 타자로 가장 많이 출전하면서 타율 0.350에 홈런 2개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전에도 KIA 김기태 감독이 나지완을 2번으로 배치하는 등 강한 KBO에도 강한 2번 타자를 실험한 적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아직 KBO에 이러한 타순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KBO의 2번 타순 OPS는 0.782로 전체 9개 타순 중 6위에 불과했다. 강한 2번 타자가 많아진 것 같지만, 수치상으론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아직은 감독들이 보내기 번트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2번 타자'상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실, 통계적인 효율성은 리그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현장의 의견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타고투저가 강했던 2016년 보내기 번트의 효율은 그 어느 때보다 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의 2번' 페구에로의 활약은 흥미롭다. 포지션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더 강한 일본야구 아닌가. 페구에로가 정말로 홈런왕이라도 차지하는 날엔 KBO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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