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공지영 “이제 나이도 있고 점잖게 살아야…”

입력 2017.04.17 (11:29) 수정 2017.04.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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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할머니는 다음 날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채로 발견되었다. 발견되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할머니가 밤에 임종하실까 봐 교대로 그녀의 곁을 지키던 막내 외삼촌이 그날 새벽 할머니 곁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중 일부 )

공지영 작가가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묶은 『별들의 들판』이후 13년 만에 최근 단편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소설집에는 표제로 내건 이 작품외에 『월춘 장구』『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부활 무렵』『맨발로 글목을 돌다』등 4개의 단편과 『후기, 혹은 구름 저 너머...』라는 제목의 후기 형식의 짧은 산문 1편이 실려 있다.


이들 단편들을 발표한 시기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다. 5편 중 3편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으로 짐작되고 '공지영'이라는 이름의 등장 인물도 여러 번 나온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것으로 세상과 화해를 시도하거나, 속절없이 거대한 힘에 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숨이 끊어질 듯한 할머니가 끈질기게 생명을 연장하고, 오히려 할머니를 간병하며 운명을 지켜보려던 가족이나 반려동물이 차례로 죽어가는 기괴한 이야기다. 할머니 대신 다른 가족이 죽어가는 가운데서도 가족들이 할머니를 떠나지 않는 것은 오로지 그의 재력 때문이다. 공포와 불안을 내면화한 채 황금을 쫓는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읽힌다.

작가는 한 노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약하고 여리고 상처받은 자들을 말살해가면서 삶을 화석화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황금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할머니를 신자유주의 괴물로 묘사한 것이라면 『부활 무렵』의 주인공 순례는 스스로 최악의 상태이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살리고 치유하는 보살로, 성모 마리아로 묘사된다. 어렵게 살면서도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는 것으로 세상과 화해를 이룬 우리 주변의 인격자들이다.


이밖에도 소설집에는 등장인물 각자의 고통을 교차시키며 공감과 연대를 모색하는 내용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와 공 작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다룬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생에 대한 환희를 봄을 맞는 기쁨으로 노래한 『월춘 장구』등 세 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 지나고 보니 가해자가 피해자였고 피해자가 가해자였습니다. 내 인생에게 쉬지 않고 제출했던 피해자 진술서를 돌려받았습니다. 이 사소하고 무시무시한 걸 깨닫고 나니 삶은 벌써 가을로 접어들고 막바지로 달려 갑니다. 이제 나이도 있고 점잖게 살아야 ..."라는 말로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고 화해하는 작품속 주인공들이 공지영 자신이었음을 보여주고 작가 스스로가 세상과 화해하고 거듭났음을 선언한다.


공지영 작가는 이날 소설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삶과 작가 정신,현실 인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올해로 30년 째 글을 쓰고 있다는 공 작가는 30년 작가 생활을 관통하는 주제는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이라고 말했다.


왜 약자 연민에 천착하는가라는 질문에 타고난 것이며 하늘이 준 재능이라고 말했다.


공 작가는 최근 일련의 탄핵 사태 과정에서 뉴스를 보느라, 촛불 집회에 참가하느라 책을 거의 읽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 책읽기에 들어갔다면서 이런 정치적 격변기에도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위로는 문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공 작가는 자신이 소설을 쓰게된 동기와 SNS소통의 문제점 등을 이야기하고 올해 안에 종전 소설과 성격을 달리해 악을 정면으로 다루는 장편 소설 『해리』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해리는 주인공 이름이자,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신과 분리된 느낌을 경험하는 '해리성 인격 장애'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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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4-17 11: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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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할머니는 다음 날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채로 발견되었다. 발견되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할머니가 밤에 임종하실까 봐 교대로 그녀의 곁을 지키던 막내 외삼촌이 그날 새벽 할머니 곁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중 일부 )

공지영 작가가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묶은 『별들의 들판』이후 13년 만에 최근 단편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소설집에는 표제로 내건 이 작품외에 『월춘 장구』『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부활 무렵』『맨발로 글목을 돌다』등 4개의 단편과 『후기, 혹은 구름 저 너머...』라는 제목의 후기 형식의 짧은 산문 1편이 실려 있다.


이들 단편들을 발표한 시기는 2000년부터 2010년 사이다. 5편 중 3편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으로 짐작되고 '공지영'이라는 이름의 등장 인물도 여러 번 나온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것으로 세상과 화해를 시도하거나, 속절없이 거대한 힘에 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숨이 끊어질 듯한 할머니가 끈질기게 생명을 연장하고, 오히려 할머니를 간병하며 운명을 지켜보려던 가족이나 반려동물이 차례로 죽어가는 기괴한 이야기다. 할머니 대신 다른 가족이 죽어가는 가운데서도 가족들이 할머니를 떠나지 않는 것은 오로지 그의 재력 때문이다. 공포와 불안을 내면화한 채 황금을 쫓는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읽힌다.

작가는 한 노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약하고 여리고 상처받은 자들을 말살해가면서 삶을 화석화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가 황금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할머니를 신자유주의 괴물로 묘사한 것이라면 『부활 무렵』의 주인공 순례는 스스로 최악의 상태이면서도 주변 사람들을 살리고 치유하는 보살로, 성모 마리아로 묘사된다. 어렵게 살면서도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는 것으로 세상과 화해를 이룬 우리 주변의 인격자들이다.


이밖에도 소설집에는 등장인물 각자의 고통을 교차시키며 공감과 연대를 모색하는 내용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와 공 작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다룬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생에 대한 환희를 봄을 맞는 기쁨으로 노래한 『월춘 장구』등 세 편의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 지나고 보니 가해자가 피해자였고 피해자가 가해자였습니다. 내 인생에게 쉬지 않고 제출했던 피해자 진술서를 돌려받았습니다. 이 사소하고 무시무시한 걸 깨닫고 나니 삶은 벌써 가을로 접어들고 막바지로 달려 갑니다. 이제 나이도 있고 점잖게 살아야 ..."라는 말로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고 화해하는 작품속 주인공들이 공지영 자신이었음을 보여주고 작가 스스로가 세상과 화해하고 거듭났음을 선언한다.


공지영 작가는 이날 소설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삶과 작가 정신,현실 인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올해로 30년 째 글을 쓰고 있다는 공 작가는 30년 작가 생활을 관통하는 주제는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이라고 말했다.


왜 약자 연민에 천착하는가라는 질문에 타고난 것이며 하늘이 준 재능이라고 말했다.


공 작가는 최근 일련의 탄핵 사태 과정에서 뉴스를 보느라, 촛불 집회에 참가하느라 책을 거의 읽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 책읽기에 들어갔다면서 이런 정치적 격변기에도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위로는 문학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공 작가는 자신이 소설을 쓰게된 동기와 SNS소통의 문제점 등을 이야기하고 올해 안에 종전 소설과 성격을 달리해 악을 정면으로 다루는 장편 소설 『해리』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해리는 주인공 이름이자,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신과 분리된 느낌을 경험하는 '해리성 인격 장애'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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